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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그럼 연예계를 은퇴하면 되죠! 연기를 안 하면 죽지 않지만 그 바보한테 시집가면 저는 정말 죽어버릴 거예요! 김씨 가문이 다른 속셈이 있고 저도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정말 제가 죽는 꼴을 보실래요?”

“그럼 네 할아버지가 망하게 두고 볼까? 그녀가 그 자료들을 넘기면 네 할아버지는 이 나이에 감옥에 가실텐데?”

고정남이 엄하게 되물었다.

고주영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억속의 아버지는 집에 거의 없었다. 집에 있는 시간에도 그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고주영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마음 속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효자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할아버지의 말을 잘 듣고 모든 비위를 맞추었다. 이렇게 하면 아버지가 그녀에게 더 관심을 가져줄 것 같았다.

사실이 증명하듯이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고정남은 아내보다 자녀들에게 훨씬 잘해 주었다. 어른들에게 효도하며 늘 고성그룹의 명예를 지키는 데 전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주영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가 이익을 얻었던 이 습관과 방법이 언젠가 그녀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

고정남은 고주영의 쓸쓸하고 상처받은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위로했다.

“아버지는 네 억울함을 안다. 하지만 네가 혼인을 해야만 고성그룹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지! 그 계집애는 그 자리가 앉기 쉽다고 생각하겠지.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전혀 모를거야!”

“그래서 지금 걔를 위해서 김씨 집안과 정략결혼을 하라는 거예요?”

고주영이 그를 올려다보는 눈 밑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

고정남이 설명했다.

“릴리뿐만이 아니라 네 할아버지를 위해서이기도 해.”

“제가 왜 남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데요!”

고주영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사랑도 잃고 직업도 잃고 이제는 바보에게 시집까지 가게 생겼다.

그녀는 왜 늘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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