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방.릴리는 방문을 닫고 재빨리 침대로 뛰어들어 휴대폰을 보았다.낫선 프로필 사진이다. 화면 너머로 상대방이 약간 긴장된 말투로물었다. 【정말 괜찮을까요?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건 아니겠죠?】릴리는 답장을 보냈다.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책임질게요! 】저쪽에서도 이내 답장이 왔다.【오케이.】채팅창을 나가자 눈에 익은 프로필 사진이 눈에 띄었다. 최근 기록은 여전히 새벽의 음성통화 기록이였다.1시간 13분.‘낮에 소식이 없는건 그렇다 쳐도 저녁이 돼서도 연락이 없는건 뭐야. 아직 퇴근하지 않은 거야?’‘퇴근하고도 연락을 안 한다고?’통화기록이 없었다면 어젯밤의 일들은 꿈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채팅창을 한참 지켜보던 릴리는 휴대폰을 휙 집어던지고 잠을 청했다.반대편.신하균이 야근을 마치니 벌써 새벽이 되었다.미간을 비비고 휴대폰을 보니 문자 하나 없이 조용했다.예전에는 아무 때나 릴리의 문자가 떴다. 식사 메뉴를 공유하거나, 재밌는 일이 생겼거나, 귀여운 이모티콘도 보내며 애교를 부렸다.언제부터인가 신하균은 릴리의 호들갑스러운 존재에 익숙해졌다.물방울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떨어져 물결이 일고 있다.그는 릴리가 자신의 삶에 영원히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채팅창을 열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려 문자를 보냈다. 【내일 무슨 스케줄이 있나요?】릴리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물을 따르러 갔을 때 이 문자를 발견했다.내용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또렷해지고 어이가 없었다.‘아니, 이 사람 제정신이야?’‘만나지도 않을 거면서 매일 스케줄은 왜 물어봐!’【무슨 스케줄이 있든 무슨 상관이예요! 】......강씨 집안의 행복함과 평온함에 비해 고씨 집안은 이전보다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다.그 계집애가 제일 까다로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더 까다로운 사람이 나타났다.강미연의 위협이 끝나자마자 신하균은 고성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며 당분간 누구도 서울을 떠나면 안 된다고 통보했다.날이 짙어졌다.
“그럼 연예계를 은퇴하면 되죠! 연기를 안 하면 죽지 않지만 그 바보한테 시집가면 저는 정말 죽어버릴 거예요! 김씨 가문이 다른 속셈이 있고 저도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정말 제가 죽는 꼴을 보실래요?”“그럼 네 할아버지가 망하게 두고 볼까? 그녀가 그 자료들을 넘기면 네 할아버지는 이 나이에 감옥에 가실텐데?”고정남이 엄하게 되물었다.고주영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기억속의 아버지는 집에 거의 없었다. 집에 있는 시간에도 그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주영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마음 속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버지가 효자라는 것도 잘 안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할아버지의 말을 잘 듣고 모든 비위를 맞추었다. 이렇게 하면 아버지가 그녀에게 더 관심을 가져줄 것 같았다.사실이 증명하듯이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정남은 아내보다 자녀들에게 훨씬 잘해 주었다. 어른들에게 효도하며 늘 고성그룹의 명예를 지키는 데 전념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주영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가 이익을 얻었던 이 습관과 방법이 언젠가 그녀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고정남은 고주영의 쓸쓸하고 상처받은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위로했다. “아버지는 네 억울함을 안다. 하지만 네가 혼인을 해야만 고성그룹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지! 그 계집애는 그 자리가 앉기 쉽다고 생각하겠지.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전혀 모를거야!”“그래서 지금 걔를 위해서 김씨 집안과 정략결혼을 하라는 거예요?”고주영이 그를 올려다보는 눈 밑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고정남이 설명했다. “릴리뿐만이 아니라 네 할아버지를 위해서이기도 해.”“제가 왜 남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데요!”고주영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사랑도 잃고 직업도 잃고 이제는 바보에게 시집까지 가게 생겼다.그녀는 왜 늘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
고우신은 밤새도록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였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그는 냉정히 릴리가 그들을 용서해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그러나 분명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그는 릴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릴리는 고우신이 위선적이고 약자를 동정할 뿐이라고 했다.‘하지만 가족을 위하는 것이 정말 잘못된 것 일까?’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오늘 밤 아버지의 결정이 생각났다. 그는 고주영과 김씨 가문의 바보의 혼인을 승낙했다.이것은 모두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다.모두 가족을 위한 일이다.‘그나저나 주영이는 가족이 아닌가?’‘아버지가 이렇게 가족을 희생시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그는 아버지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주영을 위해 릴리더러 타협하라고 한다면 아버지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모두 가족의 이익을 위해 다른 가족을 희생시키는 방법이다.여기까지 생각하니 그는 머리가 복잡한 듯 이불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맞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왜 굳이 문제를 일으켰을까?...새벽. 고우신은 전화 한 통에 잠에서 깼다.그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오빠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저한테 돈이 좀 있는데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그는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한 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을 청하려는데 다시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힐끗 보았다.또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어머, 우리 꽃미남도 아직 안 잤나 보네요? 위치 좀 알려 주세요. 제가 데리러 갈까요? 참, 개인정보는 사실인가요? 진짜 키 188에 복근이 있어요?”“...”고우신은 잠이 차츰 깨고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방금 그 사람도 그렇고 무슨 상황이지?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개인정보라니? 누구세요?”“어젯밤 월계만의
밤은 길고 잠들지 못한 사람은 많았다.프로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많은 여인들이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고우신은 그날 밤 수많은 ‘초청’ 전화를 받았다. 오만한 태도의 사람도 있었고 조심스럽게 떠보는 사람도 있었다.날이 차츰 밝아올 때 고우신은 다크서클이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 전원을 껐다.그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잊어버린 게 뭔지 생각났다.전에 월계만에 그 계집애를 데리러 갔을 때 릴리는 사람들에게 다음 날 고우신의 개인 정보를 출력해서 정문에 붙여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당시에 릴리가 농담을 하는 건줄 알았다. 게다가 저녁의 일어난 불쾌한 일 때문에 그는 이 일은 진작에 잊고 있었다.지금 보니 릴리는 농담이 아니었고 보복성까지 띠고 있다.단순히 그의 개인 정보를 노출한 것이 아니라 그런 라벨까지 붙이다니.이제 남매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김씨 가문의 원래 의도는 가장 권세있는 릴리와 혼인하여 그녀를 통제하고 고성그룹도 통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일이 들통나고 고성그룹은 강미연에게 협박을 받았다.김 씨 어르신은 불이 김씨 집안까지 옮겨 붙을까 봐 걱정을 하셨다.바로 이때 김서준이 결혼 상대를 고주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는 강미연에게 적극적으로 호의를 표한 셈이다.못마땅한 김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그런 황당한 말을 하는 거냐! 우리 김 씨 그룹의 지위와 권세가 그정도 밖에 안 되냐. 권세에 의탁하고 있는 여자에게 잘 보여야 할 정도로?”소파에 단정히 앉은 김서준의 얼굴은 김재원보다 차분하고 우아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보고 낮은 목소리로 그를 바로잡았다.“강미연은 권세에 의탁한 여자가 아니고 권모술수를 쓰는 정치인으로 Y국 황실을 쉽게 흔들 수 있는 사람이니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자기를 좀 그만 깍아 내려.”“강미연이 국내에서 지위가 없다고 해서 육시준도 그렇나요? 우리가 왜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LK그룹의 반대편에 서야 하죠?”“육시준 같은
김 씨 어르신의 추측이 맞았다. 고성그룹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심지어 그들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고정남이 먼저 입을 열어 두 젊은이의 결혼식을 제안하고 두 그룹끼리 혼담을 맺도록 했다.이 일은 아주 수월하게 결정되었다.곧 소문이 퍼졌다.김씨 집안은 여전히 강미연에게 자신들의 태도를 보여 주고 싶어 했다.고정남은 이런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주영은 유명인이고 인기도 많은 편이다.갑작스런 결혼 소식은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뭐야? 대스타도 결국엔 재벌가에 시집가는 거야? 최연소 대상 여배우도 예외는 아닌가 보네.”“윗댓 무슨 소리 심? 우리 주영이는 고성그룹의 아가씨예요. 자기가 재벌인데 굳이 재벌가에 목적을 가지고 시집갈 필요가 있나요?”“저희가 알고 있는 고성그룹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고성그룹이에요. 제 여신의 이복언니예요!”“혼인 상대는 김씨 집안의 그 바보 도련님이라고요! 바보 도련님! 고성그룹의 소리 없는 전쟁. 여러분은 눈치채셨나요?”“강릴리 그년은 염치도 없나? 남의 가정을 파탄 낸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 주영이 한테 까지 손을 대?”“윗댓 말이 심하시네요! 우리 공주님이 뭘 했는데요? 증거 있어요?”“뻔하잖아요? 고주영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겠죠! 회장 자리에 앉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본모습이 드러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물려받는다는 컨셉이나 내세우고. 정말 뻔뻔해요!”“증거를 대세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막말하지 마시고요. 당신 때문에 사람들이 고주영한테 비호감이 될 것 같네요!”“...”이 기간 동안 여 팀장의 고된 노력 끝에 릴리는 최고 이사 자리를 굳혔고 온라인상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하지만 고주영도 오랜 세월 동안 연예계에서 분투해 왔는지라 인기가 보통이 아니다.이렇게 갑자기 결혼 소식이 전해지고 심지어 상대는 김씨 집안의 바보 도련님이니 팬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래서 분노의 화살을 고성그룹의 ‘외부인’에게로 돌렸다.바로 릴리다.두 사람의 팬들은 인터넷상에서
심수정은 고주영이 슬퍼하는 것 같아서 연신 위로하고 절대 그녀를 얼떨결에 시집가게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고주영은 한참이 지나도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차갑게 말했다.“저 피곤해요.”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후 고주영은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눈 밑에 약간의 원한이 스쳤다.‘내 어머니는 왜 강미연이 한 것처럼 나를 무조건 편애하지 못하는 거야?’로열 엔터와 고성그룹의 홍보팀도 모두 그녀의 편이 아니다. 게다가 릴리도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다. 여론이 가장 뜨거울 때 사실을 폭로할 수도 있다.고주영은 성신영처럼 멍청하지 않다. 상대방이 더 유리한 분야에서 도발하고 싶지는 않다.여론이라는 길은 통하지 않으니 그녀는 이 길을 걷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고주영도 그 천한 모녀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한다. 국내는 Y국과 달리 모두가 그들 강씨 가문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고주영은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조 아저씨,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만나 뵐 수 있을까요?”...인터넷에는 여론과 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하지만 릴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릴리도 만족할 줄 안다.목적을 달성했으니 명성 따위는 상관없다.사람은 욕심이 너무 과해서는 안 된다. 그 후로 며칠 동안 릴리는 똑같은 동선을 반복했다. 회사와 집 사이를 뛰어다녔다. 각종 회의를 하느라 바쁘거나 전문 지식을 배우느라 바빴다.이미 충분히 힘든 줄 알았는데 아직 시작뿐이었다.강유리와 육시준의 신혼여행이 시작된 후 임강중은 LK그룹 쪽에도 약간의 에너지를 쏟았다.그러니 릴리는 더욱 허둥지둥해졌다.“임 비서! LK그룹에서 잘리지 않았나요? 당신이 왜 자초해서 그 쪽 일을 처리해 주고 있는 거죠?”릴리는 책상에 기대앉아 금방이라도 떠나갈 임강준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임강준은 온화하고 공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육 사장님은 제 능력을 처음으로 알아봐 주신 분입니다. 사장님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저는 언제든지 도와드릴 것입니다.”릴리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강준을 바라보았다.임강준은 당황해서 부자연스럽게 넥타이를 정리하며 물었다. “제가 뭘 잘못 말했나요? 아니면 혹시 이런 식사 자리가 불편하신가요? 켈슨이 대신해서 가게 할 수 있습니다.”“아니요. 지금 이렇게 소통하고 있는 게 너무 좋아요! 그 인공지능 같은 말투 좀 바꿔주세요. Loosen up! 오케이?”“오케이.”“무슨 일 생기면 콜해요. 빠이.”임강준은 손짓을 했다. “???”역시 고급 AI답게 터득력은 막강하다.모드 전환이 아주 빠르다.임 비서가 없는 첫 회의는 비교적 순조로웠고 릴리는 그를 자를 날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생각했다.회의가 끝난 후 켈슨은 릴리와 함께 식사 자리에 가자고 자진해서 왔다.차 안.릴리가 물었다.“임 비서가 당신을 보낸 건가요?”릴리는 임강준이 대화할 때 식사 자리가 불편하면 켈슨을 대신 보내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네. 임 비서가 당신은 화를 참는 데는 소질이 없다고 했습니다.”켈슨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릴리는 눈꼬리가 실룩거리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흘끗 보았다.‘이런 일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나?’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임강준은 잘못 추측했다. “일전에 공개됐던 제 개인 계정에 왜 그렇게 많은 불평이 있었을까요?”켈슨은 갑자기 받은 질문에 약간 당황했다. “임 비서의 추측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참지 못하고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을 테니까요.”“아니죠. 그 자리에서 울분을 터뜨리지 못하니까 온라인상에서 미친 척 한 거죠. 그리고 이건 제가 천대받는 데에도 경험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요.”“...”켈슨은 릴리를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그다지 믿지 않는다.으레 으스대며 거만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익숙해서 그녀가 화를 참는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다.그러나 룸에 들어서자 릴리의 상냥한 태도는 상대방의 냉랭한 표정을 풀리게 했다.그리고 겸손하게 의견을 받아들였
‘비서?’릴리는 자기가 천대를 받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자기 사람이 무시당하는 것은 참지 못한다. 릴리는 처음으로 그에게 반박했다. “조 사장님, 이분은 저희 고성그룹의 대표시고 금융계에서도 유명합니다. 나이가 드신 건가요 술을 많이 드신 건가요. 이것도 모르세요?”조 사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릴리의 부드럽고 순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릴리의 속마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그녀는 태도가 성실하고 표정이 진지해 보이지만 사실 그 눈에는 공손함과 겸손함이 없었다.고주영 말대로 이 계집애는 만만하지가 않다.“내 안목을 의심하는 건가?”그는 차가운 목소리와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그럴 리가요?”대답을 하면서 릴리는 탁자 위의 술병을 집어 자신의 술잔에 보탠 다음 그를 향해 살짝 들어 올렸다.“켈슨은 성격이 직설적이고 술자리의 규칙을 잘 모릅니다. 만약 실례가 된 점이 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릴리는 여전히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였다.릴리는 술 한 잔을 비우고 여러 번 거절당한 계약을 다시 꺼냈다.“고성그룹과 조운그룹은 수년간 함께 일해서 윈윈했습니다. 이번 재계약은 당신들의 이윤을 원래보다 3포인트 더 올려서 성의를 표했습니다.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서명해 주세요.”말투에는 겸손함이 좀 줄어들고 강인함이 좀 더 많아졌다.인내심이 바닥날 조짐이다.조 사장은 얼굴의 웃음도 옅어졌다.그는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비서가 이 상황을 보고 급히 ‘선의’의 주의를 주었다. “둘째 아가씨, 철이 없으시군요! 술도 다 못 마셨는데 왜 이런 흥을 깨는 말을 꺼내십니까?”“괜찮다. 아직 젊고 모르는 게 많으니 이해한다. 어른으로서 잘 가르쳐야 할 의무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계약서에 서명을 해도 앞으로의 협력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또 말을 돌리자 릴리는 눈동자가 더 차가워졌다.잠깐 핸드폰을 힐끗 쳐다보고 침묵했다.그는 릴리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냉소를 했다.‘계집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