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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고은영은 량천옥의 광기를 경험해 봤기에 이제 와서는 정말 어떻게 량천옥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고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

“은영아 나는.”

“그리고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사실 저희 사이에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량천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심호흡을 했다.

‘나와 은영이 사이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관계일까? 그럼 우리 사이에는 어떤 말이 적합하지?”

“나도 알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너의...”

여기서 말을 멈춘 량천옥은 고은영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의 엄마라고? 내가 딸이라고? 량천옥이라는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나?’

그동안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저질렀던 일들 때문에 고은영이 얼마나 상처받고 마음 아파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네 말이 맞아. 우리 지금은 이런 얘기하지 말자.”

량천옥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통스러운 가슴을 억눌렀다.

그동안 그녀는 계속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

량천옥은 이 순간 고은영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덕을 쌓는 것이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이 순간 량천옥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량천옥이 그 많은 악행을 저지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자기 친딸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입맛이 별로 없어 대충 음식을 먹었다.

고은영이 억지로 먹는 모습을 본 량천옥은 다시 걱정하며 물었다.

“입맛에 안 맞니?”

“아니에요.”

고은영이 고개를 젓자 량천옥이 말했다.

“고은지 때문에 그러니? 걱정하지 마. 매칭에 성공하면 내가 꼭 기증해 줄게. 그리고.”

량천옥은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다시 고은영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고은지한테 맞는 골수를 찾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곧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매칭 검사를 받을 테니까 곧 일치하는 골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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