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량천옥의 광기를 경험해 봤기에 이제 와서는 정말 어떻게 량천옥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고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은영아 나는.”“그리고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사실 저희 사이에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량천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심호흡을 했다.‘나와 은영이 사이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관계일까? 그럼 우리 사이에는 어떤 말이 적합하지?”“나도 알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너의...”여기서 말을 멈춘 량천옥은 고은영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나의 엄마라고? 내가 딸이라고? 량천옥이라는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나?’그동안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저질렀던 일들 때문에 고은영이 얼마나 상처받고 마음 아파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네 말이 맞아. 우리 지금은 이런 얘기하지 말자.”량천옥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통스러운 가슴을 억눌렀다.그동안 그녀는 계속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량천옥은 이 순간 고은영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소위 말하는 덕을 쌓는 것이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이 순간 량천옥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량천옥이 그 많은 악행을 저지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자기 친딸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결국 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입맛이 별로 없어 대충 음식을 먹었다. 고은영이 억지로 먹는 모습을 본 량천옥은 다시 걱정하며 물었다.“입맛에 안 맞니?”“아니에요.”고은영이 고개를 젓자 량천옥이 말했다.“고은지 때문에 그러니? 걱정하지 마. 매칭에 성공하면 내가 꼭 기증해 줄게. 그리고.”량천옥은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다시 고은영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나도 고은지한테 맞는 골수를 찾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곧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매칭 검사를 받을 테니까 곧 일치하는 골수를 찾을 수 있을 거야.”량
이전에 량천옥이 얼마나 미친 것처럼 행동했는지 고은지도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었다.그런데 그런 여자가 갑자기 고은영에게 잘해준다는 것이 고은지는 걱정되어 고은영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려 했는데 사실을 듣고 나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량천옥이 정말로 네 엄마라고?”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친자 확인도 했으니까 거짓은 아니겠지.”고은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배준우는 뭐라고 안 해?”안지영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다들 가장 먼저 떠오른 걱정이 고은영과 배준우의 관계였다.량천옥이 배준우의 새엄마였기 때문이다.지금은 배씨 가문을 떠났다고 그래도 그동안 량천옥이 배준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준우 씨는 괜찮은데 지금은 내가 량천옥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량천옥의 얘기를 꺼내자면 예전에는 고은영이 배준우와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량천옥은 정말 싫어했다.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마치 몰락한 귀부인처럼 매우 불쌍한 모습을 보였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지 마. 그거 별거 아니야.”이 점에서 고은지는 더 개방적으로 생각했다.고은영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저녁이 되어 고은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란완리조트로 돌아왔다.고희주는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희주는 고은영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소파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왔다.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벌려 고희주를 안아주려고 했지만 고희주는 그녀로부터 1미터 정도는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이모 미안해.”그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우면서도 애처롭게 느껴졌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왜? 갑자기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내가 오늘 엄마 앞에서 울면 안 됐는데 엄마가 걱정할 말은 하지 말아야 했
고은영이 중얼거렸다.“아기는 어디 갔어요?”“도우미가 데려갔어.”“그럼 내가 가서 좀 보고 올게요.”아기가 방금까지 잘 놀고 있었는데 배준우가 그녀와 조금이라도 놀게 두지 않으니 고은영은 너무 화가 났다.고은영은 정말 아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 최근 몇 날 며칠을 고은지 때문에 아이 곁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두 걸음 정도 옮겼을 때 허리 쪽에서 갑자기 힘이 느껴졌다.고은영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러고 나서 그녀는 침대 위로 던져졌다.“아니 준우 씨 또 읍.”아직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준우가 강하게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이게 뭐야? 어젯밤에도 날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더니 지금 또?’고은영은 정말 울고 싶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남자의 눈에 얼마나 매혹적으로 보이는지 몰랐다.그녀의 눈빛 하니만으로도 배준우는 바로 자제력을 잃었다.고은영은 흐느끼며 배준우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전혀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렇게 배준우와 함께 고은영은 깊은 밤의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완전히 지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배준우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정말 나빠요.”고은영은 울먹이며 말했다.그녀는 배준우가 남성에서 있었던 그날 밤 일을 무의식적으로 복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젯밤 그 일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정말 그녀를 거칠게 대했다. 마치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것 같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가볍게 키스하며 말했다.“내일은 병원에 가지 마.”“응? 왜요?”고은영은 몽롱한 상태로 배준우의 목소리에 담긴 이상한 기색을 이해하지 못했다.배준우가 말했다.“요즘 일이 좀 있으니까 너 혼자서 란완리조트를 나가지 마. 병원에는 민초희가 돌보고 있으니까 문제없어.”“무슨 일인데요?”배준우의 일이 있다는 말에 고은영은 바로 경계했다.배준우가 말했다.“큰 일은 아니니까 긴장하지 마.”그녀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해놓고 이런 긴장
그럼 다음 김영희는 아무런 온기도 없는 시선으로 진정훈을 바라보았다.진정훈의 눈빛도 어두워졌다.진유경은 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열었다.“할머니 하지만 둘째 오빠가.”“앉으라고 했잖아. 이 집에서 나가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야.”“그럼 누구라고 생각하세요?”진정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제 할머니라고 부르지도 않았다.모든 일을 알고 난 뒤 지금 진정훈의 마음속에서 김영희는 비록 어른이긴 했지만 더 이상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김영희는 진정훈의 비웃음 섞인 말투를 듣더니 호흡이 거칠어졌다.“너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감히 네가 날 화병으로 죽게 하려는 거야?”“죽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남을 끌어들이고 자기 며느리조차 제대로 대하지 않는 악한 사람이 어떻게 죽을 건데요?”진유경과 김영희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뒤따라오던 진호영도 진정훈의 무례한 말을 듣고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형. 무슨 말 하는 거야?”‘이게 형이 할 말인가? 이건.’진호영의 목소리를 들은 진정훈의 가슴 속에서는 분노가 불길처럼 솟아올랐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진정훈은 진호영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마치 바보처럼 자기 엄마와 여동생에 대한 모든 감정을 진성택의 첫사랑 딸에게 바쳤다.지금 와서 그 모든 것을 돌아보면 웃음거리일 뿐만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진성택은 진정훈이 돌아온 것을 알고 또 일이 터질까 봐 서둘러 내려왔다.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이 하루 동안 진성택은 진정훈이 모든 것을 알게 됐다고 확신했다.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진정훈이 그런 태도를 보일 리가 없었다.진성택은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 일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진정훈의 무례한 말을 듣자 진성택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이 망나니 자식이 감히 집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하라고 허락했어?”진정택은 가슴을 들썩이며 말했다.그의 말투에서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진호영은 믿을 수
한순간에 김영희는 분노하며 앞에 놓여 있던 컵을 집어 들어 진정훈에게 던졌다.“이 못된 놈 당장 꺼져.”컵은 정확하게 진정훈의 이마에 맞고 떨어졌다.순간 그의 이마에 상처가 나며 피가 줄줄 흘렀다.진호영은 이 광경을 보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형.”“그래도 이제 모두가 당신의 본모습을 보고 진유경과 당신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됐네요?”피를 흘리면서도 진정훈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공격적인 말들을 뱉어냈다.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진정훈이 모두라고 말하는 걸 들은 김영희는 원래 안 좋았던 표정이 더욱 분노로 가득 찼다.진호영과 진유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할머니와 진정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특히 진유경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오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할머니랑 무슨 관계가 있겠어?”“그래. 어떻게 관계가 있겠어?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 자기 친손자를 돌보지 않고 입양한 손녀를 그렇게 잘 돌본 게 말이 되는 걸까?”진유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지어 자기 친손녀 샘플까지 손대면서?”진정훈의 모든 질문은 이 순간 하나같이 공격적이었다.진성택은 계단 입구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외쳤다.“그만해.”“그만해요?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아니면 아버지는 직접 말할 용기도 없으시고 직면할 용기도 없으신 거예요?”“너.”진성택은 너무 화가 나서 눈앞에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이 망나니 같은 놈이 정말 계속.’진정훈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는 온 거실에 울려 퍼졌고 더욱이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김영희도 지금 마음이 편치 않은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그녀의 눈빛은 마치 진정훈을 찢어버리기라도 하듯이 증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또 어쩔 수 없이 참고 있는 듯했다.“지금 당장 서재로 와.”진성택은 진정훈이 더 이상 여기서 헛소리하지 못하도록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진정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진성택을 한 번 바라봤다.그 유달리 싸늘한 눈빛
하지만 최근 진정훈이 진유경에게 보인 태도 변화를 보면 진호영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진성택은 이미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진정훈이 들어오고 뒤따라 진호영이 들어오는 것을 본 진성택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진성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얼마나 더 난리를 치려는 거니?”지금도 진씨 가문은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태였다.오늘 하루 종일 진성택은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윤은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진성택도 진윤이 평생 자기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집안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에 진성택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진윤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이제 진정훈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진성택은 마지막으로 진호영은 모르길 바랐다.“호영아 넌 나가 있어.”진성택이 엄숙한 말투로 말했지만 진호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진정훈과 진성택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 생겨난 불길한 예감이 더욱 선명해졌다.이 집안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진호영이 돌아서기도 전에 진정훈의 비웃음 가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나가? 왜 호영이를 내보내세요?”“진정훈.”“박경숙이 아버지한테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처음부터 그 여자와 결혼하지 않으셨어요?”“그만해.”진성택의 얼굴은 다시 창백해졌다.진호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순간 숨이 막혔다.박경숙이라는 여자의 이름이 조금 익숙했다. 그 순간 진호영은 박경숙이 누구인지 생각해 냈다.박경숙은 김씨 가문의 며느리였고 여러 해 전에 사망했다.진호영이 기억하는 이유는 그 당시 장례식이 너무나도 성대했기 때문이다.진성택의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을 보며 진정훈은 웃음을 터뜨렸다.이 순간 진정훈의 웃음소리에는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만해요? 어떻게 그만할 수 있겠어요? 진성택 당신이 지금 얼마나 역겨운지 알기나 해?”진성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첫사랑의 딸이라니. 그렇게 첫사랑을 사랑했으면
진정훈은 분노에 찬 채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이마에 흐르는 피는 더욱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김영희는 계속 진유경을 달래고 있었다.예전에는 이런 장면을 보면 진정훈은 김영희가 워낙 마음씨가 책해서 자기 친손녀도 아닌 아이를 애지중지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런 장면을 보니 정말 웃겼다. 진유경은 진정훈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놀라서 김영희의 품으로 더 깊이 숨었다.“오빠.”“앞으로 그 호칭을 네 입에서 듣고 싶지 않아.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진정훈의 말을 들은 김영희는 화를 내며 말했다.“이 못된 놈이.”“그리고 여기서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내일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진정훈은 무섭고 차가운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진유경은 그의 차가운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덜덜 떨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김영희에게 물었다.“할머니 오빠가 정말 날 버리는 거예요?”진유경은 자기가 샘플을 건드린 것이 이렇게 큰 후폭풍을 가져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단지 그 아이가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이다.진유경은 이 집을 잃는 것이 두려웠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들을 잃는 것이 두려웠다.“할머니 어떡해요? 오빠가 절 이 집에 두지 않겠대요. 오빠가 정말 날 버렸어요.”진유경은 계속 울면서 이제는 정말 공포에 떨었다‘그 샘플의 주인은 누구야? 대체 누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진유경은 마음속으로 원망하면서 생각했다.비록 아직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진유경은 이미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무서워하지 마. 할머니가 있잖아. 그 녀석은 감히 널 어떻게 하지 못해.”“하지만 오빠가.”여기까지 말한 진유경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진정훈이 김영희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니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존경하지도 않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유경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김영희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괜찮아. 넌 걱
진씨 가문은 지금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고은영 쪽도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량천옥의 일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고은지의 건강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일치한 골수를 기다리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다.게다가 멀리 매하리에 있는 안지영은 부상을 입었다.“윽 아파.”항상 강인했던 안지영은 이 순간 바닥에 주저앉으며 고통에 떨고 있었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다리가 돌에 베어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바로 자기 셔츠를 벗어 그녀의 허벅지에 꽉 묶어줬다.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일사천리로 상처를 처치했다.하지만 다리를 감싸는 응급 처치 과정에서 안지영은 생명을 잃는 것처럼 힘들어했다.“핸드폰에 신호가 없어.”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장선명이 끔찍한 소식을 전했다.장선명은 이번에는 이곳에 관광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위해 왔고 오늘은 팀과 따로 움직였다.안지영과 장선명은 가는 길 내내 지리적 위치를 기록하고 있었다.역시 매하리의 풍경은 정말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안지영은 이런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이 팔려 발밑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요?”그녀는 정말 아팠고 이제는 걷는 것도 할 수 없었다.장선명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해가 지기까지 이제 30분 정도 남아 있었다.방금 안지영이 다치지 않았다면 산에서 내려갈 시간은 충분히 맞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둠 속에서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가야 해.”장선명이 말하자 안지영도 그제야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산속 상황은 그들도 잘 모르지만 밤에는 언제든지 눈이 내릴 수 있는 매하리의 특성상 기온이 현저히 낮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하지만 지금 안지영은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다.그녀가 불쌍한 눈빛으로 장선명을 바라바자 장선명은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업혀.”“근데 선명 씨도 오늘 많이 지쳤잖아요?”안지영은 울먹이며 말했다.오늘 그들은 하루 종일 산을 돌아다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