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은 배준우가 진씨 가문이 더 이상 이 문제를 조사하는 걸 막았지만 그 자신은 반드시 이 문제를 똑똑히 조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어떤 것도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두지 않는 성격이었다.게다가 이 문제는 고은영과 관련된 일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하지만 지금 배준우도 어떻게 이 두 보고서의 결과가 같을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량천옥과 진씨 가문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진청아는 이 결과가 고은영과 량천옥 그리고 진씨 가문의 친자 확인 검사라는 걸 알고 첫 반응은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조작했을 수도 있었다.아니면 검사 시스템이 고장 난 것일까?진청아는 배준우가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심각하게 말했다.“가서 알아볼까요?”그녀가 보기에는 누군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하지만 누가 그렇게 겁도 없이 감히 배준우의 앞에서 그런 조작을 할 수 있을까?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다시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피우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량천옥하고 진씨 가문의 과거에 관해 모든 걸 조사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누군가 조작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모두 가능성이 있었기에 당연히 조사를 해 봐야 했다.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배준우가 말했다.“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알지?”진청아가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디서부터 조사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배준우의 옆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기에 진청아는 배준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대표님을 서포트하는 일이었기에 모든 면에서 실수를 제거하는 것은 비서의 필수 업무 능력이었다.이제 친자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는지는 그리고 량천옥과 진씨 가문이 과거에 연관성이 있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했다.“가 봐.”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청아는 검사 보고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뒤 서재를 나갔다. 이런 물건은 함부로 밖에 갖고 나갔다가 만약 어떤 사고가 생긴다면 당연히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비밀리에 조사하라는
이제 그녀는 예전처럼 배준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예전에 배준우가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녀를 그렇게 대했고 그녀는 그때 겁에 질려 있었다.배준우는 삐져서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반박했다.“그건 안 돼.”장난을 치지 말라니 인생이 이렇게 긴데 그가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고은영을 데리고 방에 돌아온 그는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서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고은영이 너무 작고 부드러웠기에 이렇게 아껴주는 걸로도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은영이 말했다.“하지 마요.”배준우가 혹시라도 이성을 잃고 달려들까 봐 고은영은 그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밀어냈다.배준우는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무서워? 내가 또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예전에는 항상 그랬잖아요.”고은영은 억울한 듯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배준우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예전에?’과거에 관해 이야기하면 그는 당시 고은영이 그를 바라보던 두려운 눈빛을 보면 괴롭히지 않을 수 없었다.“됐어요. 방금 준우 씨 여동생한테서 전화 왔었어요.”고은영은 더 이상 그가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그녀의 한마디에 웃고 있던 배준우의 얼굴이 굳어졌다.“배지영?”“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배지영의 말을 꺼내자 그녀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배준우는 순간 고은영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침대 옆에 앉아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말 했어?”고은영은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아이를 가든 하우스에서 키우라고 하더라고요. 미리 말하는데 난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고은영은 뒤에 말에 더욱 힘을 주어 강조했다.배준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고은영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어차피 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보기 드물게 그녀가
량천옥이 집에 돌아왔을 때 량일은 아기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신발과 장갑을 손에 들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량일은 돋보기를 쓰고 있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편하게 마음 놓고 한 번도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앉아서 예전에 만지기 싫어하던 바늘과 실을 손에 들고 있어도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너무 작은데 아기가 신을 수 있어요?”량천옥은 량일에게 물었고 량일이 대답했다.“아기가 아직 작으니까 당연히 신을 수 있지.”량천옥은 아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당시 량천옥이 고은영을 낳았을 때 그녀가 안아볼 시간도 없이 다른 사람이 바로 데려갔었다.배씨 가문에 들어간 뒤로 량천옥은 모든 정력을 권력을 잡는 것에 썼다.배윤을 낳았을 때도 그녀는 돌봐줄 시간이 없었고 배윤이 한 달이 되자마자 바로 산후 도우미에게 맡겼다.지금 생각하면 량천옥이 옆에 있든 없든 아이들은 모두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량일은 아무 말도 없는 량천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도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지?”량천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얘기를 해요. 난 은영이를 쳐다보지도 못하겠어요.”그녀는 눈을 감으며 고통스러운 눈빛을 숨겼다.량일이 말했다.“차리라 기회를 잡아서.”“안 돼요.”량천옥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배씨 가문에 있는 수년 동안 그녀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지만 고은영의 일에 관해서는 정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량일은 그런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다.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이어서 말했다.“사실을 모를 때는 우리가 보낸 아기용품들을 쓸 수도 있겠지만 만약 사실을 알게 된다면.”만약 고은영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나약해 보여도 성질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현재 량천옥은 자기가 보낸 물건을 외손주가 쓰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그 외에는 감히 더 바랄 수
이 강성에서 량천옥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할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지금까지 친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량천옥이 그만큼 고은영이 본인의 딸이라고 확신한다는 의미였다.그리고 진유경과 배준우의 일을 이제 진씨 가문에서도 반대하는데 량천옥이 이렇게 잔인한 방법까지 써가며 고은영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량천옥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미안하지만 도련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못 알아듣겠는데요? 도련님 무슨 뜻이에요?”“당신.”진정훈은 화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두 손에 주먹을 꽉 쥐었다.량천옥은 일어나서 진정훈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었다.“그 계집애가 내가 일부러 차로 쳤다고 하던가요?”“그럼 아닙니까?”진정훈은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량천옥도 비웃음을 날렸고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무거우면서도 서로를 조롱하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이어서 량천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진유경이 이 정도 이해력은 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이 차 사고로 진유경이 제대로 교훈을 얻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인정하는 건가요?”진정훈의 말투가 위험하게 울려 퍼졌다.량천옥이 말했다.“뭘 인정해요? 진유경이 차를 너무 빨리 몰아서 난 실수로 부딪혔어요. 게다가 난 제일 먼저 경찰에 신고해서 진유경을 병원에 데려다줬어요. 난 모든 절차를 합법적으로 진행했고 도덕적으로도 사고가 난 진유경을 그저 지켜보고 있지만 않았어요.”순간 진정훈은 할 말을 잃었다.‘이 여자가 정말.’량천옥은 몸을 돌려 다시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더욱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교통경찰이 확인하더니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진유경이 다쳤으니까 난 더 이상 진유경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진유경의 병원비 전부를 부담했어요. 그런데도 도련님은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요?”진정훈은 말문이 막힌 채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량천옥을 바라보았다.량천옥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진정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진윤은 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차는 부앙 소리를 내며 량천옥의 집 앞을 다급하게 떠나갔고 이곳에서 아무런 충돌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사라졌다.진정훈은 입가에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습하고 신음을 냈다. 그는 화가 나서 운전하고 있는 진윤에게 소리를 질렀다.“형 미쳤어?”‘이 형이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그 순간 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급회전하며 바로 중심 거리로 달려갔다.진정훈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관성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고 머리가 차 유리창에 부딪혀 갑자기 큰 충격을 받았다.진정훈은 마음속의 분노가 더욱더 불타올랐다.진윤은 그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전에 너한테 한 말은 그냥 흘려버린 거야?”“내가 오늘 온 건 그 계집애 때문이 아니라고.”진정훈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더니 방금 맞은 자리에서 더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그리고 현재 량천옥도 고은영이 정말 자신의 딸인지 검사를 하지 않았고 그들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그런데 진정훈이 고은영 때문에 량천옥을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 량천옥을 찾아가서 뭐라고 할까?그 미친 여자에게 진정훈이 알아듣게 말할 수나 있을까?진윤이 말했다.“그럼 뭐 때문인데?”고은영 때문에 량천옥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는 말에 진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진정훈이 말했다.“량천옥이 차로 유경이를 치었어.”진정훈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형은 내가 고은영 때문에 량천옥한테 따지러 갔다고 생각해? 내가 따질 게 뭐가 있어?”그는 량천옥과 말다툼하느라 입이 아팠는데 진윤에게 맞아 더 아팠고 화가 났다.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분노는 아까보다 조금 가라앉았다.진윤은 량천옥이 고은영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 뒤로 뭔가 실수할까 봐 두려웠다.이 민감한 시기에 진씨 가문과 량천옥은 만남을 갖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다.그래서 진윤은 진정훈이 량천옥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나오라고 했다.그는 진유경
고은영은 배준우의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아주 여유롭게 지냈다.배준우가 하루에 여섯 끼씩 밥을 먹였기에 고은영은 산후조리를 하며 점점 더 피부가 하얘지고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얼굴이 좋아졌다.그동안 량천옥은 사람을 보내 아기 물건과 고은영의 보약을 계속 가져왔다.하지만 고은영은 아무것도 몰랐다.이른 아침 고은영을 위해 주방에서는 몸보신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다.고은영도 그런 것들에 대해 몰랐기에 그냥 주방에서 해주는 대로 맛있게 먹었고 얼마나 진귀한 음식들인지 몰랐다.한 달 동안 배준우는 란완리조트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오늘은 고은영의 산후조리가 끝나는 날이었기에 배준우는 그녀를 데리고 회사에 가고 싶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아기를 데리고 가도 돼요?”배준우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를 밖에 데리고 나가도 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는 순간 잠자리를 두고 싸우던 날이 떠올랐다.고은영은 아기가 보고 싶어 밤에 배준우가 잘 때면 몰래 일어나서 아기를 안아 침대로 왔다.배준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그럼 나도 안 갈래요.”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 계집애가 정말.’배준우는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사모님. 대표님하고 함께 병원에 다녀오세요. 지금 모유 수유도 안 하는데 굳이 아기를 데리고 갈 필요는 없어요.”고은영은 보름 동안 계속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모유가 줄어들더니 결국 없어졌다.고은영은 배준우를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했다.“한 달 동안 준우 씨하고 있었으니까 아기하고 같이 있으면 안 돼요?”배준우와 옆에 있던 도우미들은 할 말을 잃었다.‘분명 대표님께서 집에서 사모님과 함께 있어 준 건데?’눈을 뜨고 거짓말을 하는 건 고은영을 이길 사람이 없었다.고은영은 중얼거리며 배준우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더욱 초롱초롱하게 빛났다.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그럼 데리고 가자.”이제부터 배준우에게는
배준우는 서류봉투를 직접 열어 안에 있는 서류를 꺼냈다. 단 몇 페이지에 불과한 서류들이었지만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 들어오기 전에 일어난 모든 과거가 아주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나태웅이 떠나기 전에 데려온 진청아는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진청아는 지난 수년 동안의 모든 과거를 아주 자세하게 조사했다.서류를 전부 읽은 뒤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청아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 량천옥하고 그 남편은 결혼하지 않은 거야?”진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량일 여사님께서 상대가 가난한 화가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하셨습니다.”반대한 이유까지 찾았다니 진청아는 정말 치밀한 사람이었다.“그 남자는?”진청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류에는 적히지 정확하게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 남자의 말이 나왔을 때 제3자의 관점에 있는 진청아는 뭔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량천옥 여사님께서 임신 5개월째에 량일 여사님이 데려가셨고 그 뒤로 량천옥과 그 남자분은 다시 만나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계속 량천옥 여사님을 찾으셨고 마침 찾은 그날 량천옥 여사님께서 배씨 가문에 시집을 오셨습니다. 그 남자분은.”여기까지 말한 진청아는 멈칫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봤고 진청아는 고개를 숙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남자분은 배씨 가문 저택 문 앞에서 돌아가셨습니다.”배준우는 진청아의 말을 듣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차가운 분위기가 잠시 깨졌다.진청아가 말을 이었다.“이 사실들을 량천옥 여사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하지만 량일이 아이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서 그동안 량일과 자주 트러블이 었었다고 합니다.”‘트러블이 있었다고?’배준우는 순간 머릿속에 당시 집에서 자주 싸우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떠올랐다.모두 량천옥과 량일이 언쟁하는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애정이 깊은 모녀 사이로 비쳤지만 사실 집에서 어떤 사이인지 배준우는 그 누구보다
“꼭 계량해서 먹여요. 틀리지 말고.”량천옥은 걱정하며 당부했고 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명심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량천옥은 몇 가지를 더 당부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고은영이 나타나서 도우미가 들고 있던 물건을 뺏어 들었다.그런 다음 물건을 다시 량천옥의 품에 던져줬다.원래는 평화롭고 조용하던 복도가 갑자기 폭발한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뿜어냈다.고은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량천옥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도우미도 깜짝 놀랐다.“사모님.”그 당황한 말투가 고은영을 더욱 자극했고 결국 그녀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고은영은 량천옥에게 분노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다.량천옥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은영과 두 눈이 마주치는 찰나에 고은영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원래도 가슴이 철렁했는데 그 눈빛을 마주하자 이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은영아.”“그건 뭐죠?”고은영은 차갑게 물었다.량천옥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고은영은 직접 겪었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은영은 량천옥이 뭔가를 도우미에게 전해주는 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이 여자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고은영의 방어적인 질문을 들은 량천옥은 심장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예전에 그녀가 고은영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던 것만큼 지금은 뼈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량천옥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내가 널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하니?”량천옥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이에 경계하고 있던 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아니 지금 이게 뭐야? 꼭 내가 량천옥을 괴롭히는 것 같잖아? 무슨 뜻이지? 지금은 또 수단을 바꾼 건가? 이건 너무 이상한데? 자지가 나쁜 사람이면서 날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오랫동안 참아온 량천옥은 고은영이 계속 자기를 두려워하는 태도에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