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인 신이 나서 말했다.“지영아 왔어? 나...”“천천히 가.”배준우는 엄숙하게 말했다.고은영은 깜짝 놀라더니 오만하게 말했다.“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나 아직 당신 용서한 거 아니에요.”배준우는 순간 용서하지 않았다는 한마디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있던 고은영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라 집사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배준우가 몇 번이고 굴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지금 이 순간 그는 고은영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 라 집사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배준우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저 계집애가.”고은영은 이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날 용서 안 해? 뭘 하고 싶은 건데? 자기가 하나님이라도 되겠다는 거야?’라 집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사모님께서 이번에 돌아오시고 성격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셨습니다.”“뭐가 좋아져요?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라 집사가 고은영의 성격이 좋아졌다고 말하자 배준우는 참을 수 없었다.그는 지금 고은영의 성격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고 혼란스러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라 집사는 그런 배준우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말했다.“그래도 전보다 좋아 보여요. 전에는 무슨 일이든지 다 조심하시고 너무 우울하게 지내셨잖아요.”‘우울’이라는 두 글자에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라 집사를 바라보았다.라 집사가 말을 이었다.“지금은 아주 좋아 보여요. 이래야 살아 있는 사람 같죠.”전에 고은영은 모든 일에 관해 배준우의 말을 들었다. 약간의 반항심은 있어도 배준우의 눈빛 한 번에 바로 수그러들었다.하지만 지금은 감히 말대꾸까지 했다.사실 이건 좋은 현상이었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말해야 그녀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라 집사의 말을 듣던 배준우는 예상 밖으로 반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다시 안지영을 만난 고은영은 바로 그녀와 포옹했다.“지영아
‘이건 좀 너무하잖아? 뭐가 재앙이 따로 없다는 거야?’장선명은 결국 전화로 안지영을 대신 변호하기 시작했다.“너 정말 배은망덕한 사람이네. 지영이 아니었으면 네 여자하고 아이는 그동안 밖에서 모두 육명호의 돈을 썼을 거야.”그리고 육명호가 없었다면 고은영은 굶었을 수도 있었다.안지영이 배준우를 대신해 그의 와이프와 아이를 돌봐주었는데 감사하다는 한마디가 없는 것은 너무 경우가 없다고 생각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래서 올 거야? 안 올 거야?”“가야지. 어떻게 안 가겠어? 지금 바로 갈게.”배준우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신호음을 들은 후에야 왜 나태웅에게 전화하지 않고 장선명에게 했는지 후회했다.안지영과 고은영은 이번에 겨우 며칠 동안 헤어져 있었을 뿐이지만 꼭 붙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한 시간 뒤에 장선명이 도착했을 때도 두 사람은 여전히 방 안에서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장선명은 배준우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말했다.“내가 저 방에 들어가서 안지영을 데리고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그들은 고은영이 바로 안지영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고 두 사람을 같은 방에 남겨둘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에 배준우는 정말 화가 났다.그는 방금 방에 올라갔었지만 고은영이 안에서 문을 잠갔다.이건 진심으로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해 화나게 하려는 심산이 아니고 또 뭐가 있을까?배준우는 옆에 있던 라 집사를 쳐다보며 말했다.“가서 두 사람 불러와요.”“네.”라 집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혜나가 위층에 올라갔다가 혼자서 바로 내려왔다.이에 배준우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는 걸 보고 라 집사가 물었다.“사모님께서 뭐라고 하셨어?”“사모님께서 식사할 때 다시 불러달라고 하셨어요.”혜나는 공손하게 말했지만 배준우를 불만스럽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밥까지 안지영하고 같이 먹겠다는 거야?’장선명은 배준우의 불만은 눈치채지도 못하고 옆에 있던 라 집사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주방에 두 사람분 더 준비해달라고 전해주세
원래부터 불만이 가득했던 배준우의 얼굴은 이제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은영아 밀크티나 떡꼬치 같은 건 적게 먹어야지. 너 이제 임산부야.”안지영도 입맛이 없다는 고은영의 말에 그녀가 만하고성에서 카드 결제를 했던 음식점들의 이름이 떠올랐다.밖에 음식들은 대부분 조미료를 많이 넣어 맛이 진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담백한 걸 먹으면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안지영이 무의식적으로 말한 한마디에 다이닝룸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장선명은 뭔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서는 두 번 정도 헛기침하며 안지영에게 말했다.“지영아 얼른 먹어. 우리 또 할 일도 있잖아.”“무슨 일인데요?”안지영은 이유도 모르고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장선명이 말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 말을 이었다.“난 오늘 오후에 은영이하고 쇼핑하려고요.”‘곧 은영이가 아이를 낳을 텐데 절친인 내가 아기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 줘야지 않겠어?’이미 배준우가 준비한 선물을 그녀들은 방금 위층에서 봤었다.하지만 너무 평범했고 전혀 그녀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배준우의 안색이 또다시 어두워졌다.이번에는 장선명이 배준우의 불쾌함을 직감하며 재빠르게 말했다.“오늘 시간 없어. 다음 날로 약속 잡아.”한두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도 배준우는 이미 터질 것 같은데 만약 안지영이 오후까지 시간을 뺏어버린다면 안지영에게는 상대해야 할 적이 한 명 더 늘어날 것이다.바로 배준우였다.“오늘 우리 다른 일 없었잖아요?”하지만 안지영은 생각이 단순했고 오직 고은영의 옆에 있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장선명은 다급하게 테이블 아래로 안지영의 다리를 살짝 건드리며 슬쩍 눈치를 주었다.안지영은 그가 다리를 건드리자 무의식적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장선명이 말했다.“내가 일이 있어. 날 믿어.”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정도로 분명하게 눈치를 줬는데 아무리 그녀라고 어떻게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수가 있을까?안지영은 일부러 배준우의 눈치를 보며 허허 웃었다.“나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이번
점심 식사 후.고은영은 안지영과 함께 고은지에게 가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고은지가 먼저 린완리조트로 전화를 걸어왔다.전화로 고은지는 그녀에게 말했다.“나 오후에 바빠. 우리 다음에 만나자. 너도 금방 돌아왔는데 일단 잘 쉬어.”“응 알겠어.”고은지가 바쁘다는 말에 고은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희주 일은 어떻게 됐어? 다 처리했어?”전에 희주가 전학을 간다고 했을 때 마침 고은영에게 문제가 생겼었다.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고은지가 말했다.“며칠 뒤에 희주 데리고 이름 바꿔주러 가려고.”조희주는 조영수의 딸아 아니었기에 더 이상 조영수의 성을 따를 필요가 없었다.희주의 아빠가 누군지 몰랐지만 이제 조영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그래서 먼저 고은지의 성을 따르게 하려고 한다.“그렇게 해.”이 순간 고은영은 조희주가 전학을 간 새로운 학교의 환경이 어떤지 몰랐지만 이미 전학을 갔다는 말에 조금 안심했다.그리고 이름도 바꾸는 것이 맞았다.두 자매는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안지영은 고은지를 만나러 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고은영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없었기에 결국 포기했다.모두 떠나기를 기다린 배준우는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한편 장선명과 안지영은 린완리조트에서 나왔다.장선명은 안지영을 꾸짖었다.“넌 왜 배준우를 화나게 하지 못해서 안달이야?”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오늘 안지영이 얼마나 집요했는지. 전에 자기가 배준우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완전히 잊어버린 것처럼 배준우의 심기를 슬쩍슬쩍 건드렸다.안지영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누가 이렇게 은영이를 괴롭히래요?”장선명이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 일은 우리 병원 탓이라고. 그런데도 넌 왜 그렇게 배준우 탓을 하는 거야?”“아무리 결과가 잘못 나왔다고 해도 어떻게 은영이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장선명은 안지영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차라리 태교라는 명목으로 은영
“너 먹는 거 조심 안 하지?”“먹고 싶은 걸 어떻게 해요? 준우 씨가 뭘 어쩔 건데요?”배준우의 거친 말투를 듣고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이에 배준우는 더욱 화가 났다.이제야 배준우는 고은영이 밖에서 나쁜 것을 정말 많이 배워왔다는 것을 완벽하게 깨달았다.특히 간덩이가 어지간히 커진 것이 아니었다.배준우는 돈으로도 이제 고은영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 세상에 그녀가 무서워할 것이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너무 화가 난 배준우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을 꼬집었다.“으윽.”고은영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그녀는 바로 작은 얼굴을 가리더니 또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뭐 하는 거예요?”‘내 얼굴은 왜 잡아당겨? 이렇게 하면 아프다는 걸 모르는 거야?’배준우는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또 말대꾸할 거야?”“난 그냥.”고은영은 말하다 말고 배준우가 또 손을 뻗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하려던 말을 참았다.하지만 이제 고은영은 배준우를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굴하지 않고 말했다.“듣고 싶지 않으면 듣지 마요.”이제 고은영은 말대꾸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배준우에게 목소리를 낮춰 부드럽게 말하면서 굽신거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배준우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그녀는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배준우는 기가 차서 입을 열었다.“너.”하지만 고은영이 작은 얼굴을 꼭 가리고 있는 모습에 그는 결국 마음속의 화를 스스로 껐다.그는 이제 이 계집애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무도 배준우를 보고 고은영에게 나쁜 짓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아마도 고은영은 밖에서 자극적인 음식들을 먹는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집에 돌아온 뒤 생수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오후가 되면 낮잠에서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실 뿐 다른 때는 거의 물컵을 만지지 않았다.그녀에게 생수를 마시라고 강요하면 그녀는 생수를 뱉어냈다.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컵을 건넸을 때 고은영이 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사람들은 모두 너무 놀라서 턱이 바닥에 떨어질 지경이었다.라 집사가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드시고 싶으신 음식이 뭐죠?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나가 있어요.”라 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준우는 차갑게 한마디를 뱉어냈다.그는 지금 다른 사람에게 맵기와 당도의 조절을 안심하고 맡길 수 없었다.그도 예전에는 조미료에 대해 너무 까다롭지 않았지만 지난번 오진으로 간암을 판정을 받은 뒤로는 먹는 것에도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점심도 저녁도 먹지 않은 고은영이 많이 배고플까 봐 배준우는 서둘렀다.배준우는 그녀에게 비빔국수를 해주려고 냉장고에 있던 오이를 꺼내 얇게 썰었다.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배준우는 혜나에게 비빔국수를 고은영에게 가져다주라고 한 뒤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쟁반을 받아 든 혜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라 집사가 한마디 했다.“빨리 가져다드리지 않고 뭐해?”“아. 네.”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비빔국수에는 달걀 하나까지 들어 있었다.그녀들은 배준우가 요리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만든 비빔국수를 보니 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혜나는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이때 위층에서 고은영은 안지영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배에서 꼬르륵 소리나. 진짜 너무너무 배고파.”고은영의 억울한 목소리에 안지영이 말했다.“배준우가 너 밥도 안 줘?”“밥이야 주지. 근데 맛이 없어.”“란완리조트 셰프님 솜씨는 흠잡을 데 없이 맛있을 텐데 네가 반찬 투정하는 거네. 너한테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네가 만하고성에서 먹은 음식들 나는 감히 배준우한테 알려주지도 못하겠어.”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매운 튀김? 그게 임산부가 먹을 음식이니? 디저트도 그렇고 밀크티도 임산부가 먹으면 안 좋은 음식들이잖아.”“네, 네가 어떻게 내가 먹은 음식들을 알고 있는 거야?”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안지영
혜나는 비빔국수를 들고 들어왔다.“사모님.”“어.”“빨리 일어나 보세요. 비빔국수 갖고 왔어요.”고은영은 비빔국수라는 말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가 벌떡 소파에 일어나 앉는 것을 본 혜나는 그릇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고은영은 이미 향긋한 냄새를 맡았고 비빔국수 위에 올려져 있는 달걀을 본 순간 바로 식욕이 돋았다.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었기에 입맛이 시시각각 변했다.요즘에는 특히 매운 음식이 당겼다.“얼른 드셔보세요.”혜나의 말에 고은영이 물었다.“네가 만든 거야?”방금 아래층에서 배준우는 이것도 저것도 먹지 말라며 잔소리했었다.그런 상황에서 배준우 모르게 비빔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고은영은 한 입 맛을 본 순간 바로 속이 편해졌다.혜나가 말했다.“이건 대표님이 만드신 거예요.”고은영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혜나를 바라보았다.혜나가 말을 이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이 아무것도 드시지 않는 걸 보고 걱정 되셔서 얼른 사모님께 드리라고 만드셨어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요리할 줄 안다는 건 알고 있었다.전에 하원 별장에서 배준우는 그녀가 한 요리가 맛없다며 자기가 직접 요리를 했었다.그 뒤에는 진씨 아주머니가 도와주셨었다.하지만 오늘 고은영은 배준우가 본인이 반대했던 요리를 직접 그녀에게 해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너무 맛있어.”고은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먹었다.달걀 후라이도 완벽했다.헤나는 고은영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지셨죠?”“응.”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배준우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사라졌다.그 시작 배준우는 그의 친엄마인 유청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전화 속에서 유청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그에게 물었다.“그래도 네 여동생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니?”오후에 경찰은 배지영이 매수한 양아치들이 만하고성에 갔었다는 증거를 들고 그녀를 찾아왔었다.유청은 경찰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
핸드폰 반대편에서 유청이 다시 말을 하기도 전에 배준우가 먼저 말했다.“바빠서 먼저 끊을게요.”“잠깐만.”유청은 배준우가 자기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보고 당황했다.그녀는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너 설마 진심은 아니지?”‘지영이한테 따끔한 교훈만 남겨주려는 거겠지 설마 정말 감옥에 보내기야 하겠어?’유청이 자기 아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배지영과 고은영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배준우가 배지영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오랜 세월 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유청의 초조함을 직면한 배준우는 차가운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내가 진지한지 안 진지한지 그게 중요한가요?”“너.”“지영이도 본인이 한 일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책임져야죠. 그리고 저도 아주 진지하게 제 아내를 책임질 거고요.”유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니까 날 위해서 한다는 그 행동들 뭘 해야 하는지 뭘 하면 안 되는지 똑바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배준우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유청에게 다시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진지? 파멸? 도대체 얼마나 의도가 불분명한 사람이면 이런 말을 입 밖으로 할 수 있는 걸까?’배준우의 눈은 차가움으로 빛났고 그 차가움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도 담겨 있었다.머릿속에는 해외에서 지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만약 본인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자식을 이 정도로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다음날.안지영은 고은영을 보러 왔고 자연스럽게 배준우로부터 매우 불만스러운 시선을 받았다.안지영은 화가 났지만 직접적으로 불만스러운 그의 눈빛을 마주하지는 못했다.“나 은영이 보러 왔는데요.”그래도 배준우가 란완리조트의 주인이었기에 안지영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배준우는 그녀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보는 건 괜찮은데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시죠.”안지영은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