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었어요.”배준우는 그렇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서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안지영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배준우를 정말 재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이놈이 자기 와이프가 가출한 며칠 동안 다 내 돈으로 먹고살았는데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니야?”“역시 이래서 그 새끼랑 친구구나?”안지영이 욕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태웅이었다.하지만 이내 장선명과 배준우도 친구인 것이 떠올라 함부로 욕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지금 배준우의 태도는 무슨 뜻이지? 앞으로 나한테 은영이을 만나지 말라는 건가? 은영이와 내 우정이 어떤 우정인데? 우리는 절대 깨지지 않는 우정이라고. 배준우가 만나지 말라고 하면 만나지 않을 줄 알아? 3일 안에 은영이가 분명 날 찾아올 거야.’안지영은 배준우가 정말 인간관계를 잘 처리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은영과 안지영이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이니 그를 도와 안지영이 고은영에게 한마디만 해주면 그도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중재자가 있는데도 배준우는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안지영을 화나게 만드는 걸 보면 그는 정말 고은영과 평생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닐까?‘오늘은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니.’한편 차 안에 있는 나태웅의 안색은 이미 심각하게 어두워 보였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드리더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어젯밤에 안지영이 밤새도록 그랜드 마운틴에 있었다고 했지?”앞에서 차를 운전하던 왕여는 나태웅의 위험한 말투를 듣고 핸들을 잡은 손을 끊임없이 떨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그 말이 떨어지자 차 안의 공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어젯밤 서향 별장을 떠난 뒤에 바로 장선명이 있는 그랜드 마운틴으로 가서 밤새도록 있었다고? 안지영은 정말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나태웅은 생각할수록 너무 화가 나서 결국 핸드폰을 들어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문자 내용은 길지 않았지만 안
그녀들은 배씨 가문 남자들에게서 완전한 무관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랑천옥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본 량일은 그녀에게 우유 한 잔을 건넸다.“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량천옥은 뻣뻣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고은영이 자기를 바라보던 공포가 가득한 눈빛뿐이었다.예전에 고은영에게 저질렀던 잔혹한 행동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마치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그리고 이것들은 량천옥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다.“이렇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네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량일은 랑천옥의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보고 걱정하며 말했다.량천옥은 깊은 한숨을 쉬며 눈물이 핑 돌았다.량일이 말했다.“배씨 가문의 남자들이 어떤 놈들인지 너도 잘 알잖아. 기분이 좋을 때는 여자를 아기처럼 예뻐해 주다가 매정할 때는 얼마나 무자비한지. 넌 정말 은영이가 배준우의 옆에 있어도 안심할 수 있겠어?”량일이 보기에는 지금 당장 고은영과 배준우가 화해하더라도 량일과 량청옥은 완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배준우는 바람둥이였고 그 나쁜 본성이 다음 세대에게 유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랑일의 말은 역시 량천옥에게 효과가 있었다.‘그래 내가 쓰러지면 안 돼. 배준우가 은영이한테 잘해준다고 해도 내가 쓰러지면 안 돼. 만약 내가 쓰러진다면 배준우가 또 은영이를 괴롭힐 때 은영이에게는 의지할 곳도 사라질 거야.’량일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량천옥은 우유를 받아 마셨다.그 모습을 본 량일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량천옥이 우유를 다 마시는 걸 본 량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은영이가 곧 아이를 낳을 것 같더구나. 너도 이제 할머니가 되겠네?”그리고 량일도 증조 외할머니가 되는 것이었다.‘외할머니’라는 단어에 찌푸리고 있던 량천옥의 미간에서 자기도 모르게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수년 동안 자기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항상 자기는 젊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녀들에게 고은영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오직 고은영의 목에 있는 몽고점뿐이었다.세상에는 우연이 그리 많지는 않았고 이런 우연은 극히 드물었다.하지만 안전하게 하려면 그래도 친자 검사는 하는 것이 맞았다.량일은 전에 자기도 모르게 고은영의 일에 너무 민감했던 것 같아 량천옥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해?”어쨌든 량천옥의 딸이었기에 지금 이 일은 량천옥 본인의 의사에 달렸다. 방금 량천옥은 순간 멈칫했었지만 지금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흔들었다.“필요 없어요. 내 딸이에요. 내 감은 절대 틀리지 않았어요.”그녀는 친자보고서가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은영이 그녀를 원할지 원하지 않을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그리고 고은영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친자보고서는 그녀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량천옥이 하지 않겠다고 하자 량일도 동의했다.결국 량일의 외손녀이기도 했기에 그녀도 자기가 핏줄을 못 알아봤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럼 하지 말자.”김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이런 큰일은 그래도 친자 검사를 받아 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모녀 사이에 엮인 것은 이익뿐만이 아니었고 재산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이는 그가 모시는 주인의 일이었기에 더 토를 달 수가 없었다.량천옥은 거의 고민도 하지 않고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하지만 량천옥이 모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진씨 가문 쪽이었다. 진정훈은 진씨 본가로 돌아온 뒤 줄곧 어떻게 하면 고은영의 머리카락을 구해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어젯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그도 당시에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덕분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한 흰색 인영이 그에게로 다가왔다.진정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진유경은 이미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오빠 할머니가 나한테 보내신 선물은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 듣다 보면 마치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진유경은 충격을 받았다.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빛에는 공포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너무 빨라서 진정훈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러고 나서 진정훈은 기쁘고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응, 만약 이변이 없다면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것 같아.”그들은 수년 동은 그 아이를 찾는 것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엄마는 당시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병원 문 앞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그 아이가 반드시 살아있다고 늘 믿어왔다. 그저 잘살고 있느냐 힘들게 살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그래도 그들은 결코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그래? 너무 잘 됐다. 누가야?”진유경은 웃으며 물었고 꽤 기쁜 모습이었다.진정훈은 바로 고은영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결과 나오면 다시 얘기할게.”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고 여동생의 몸에 있는 특징에 대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얘기해줬지만 그들 중 누구도 흉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에 진정훈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그동안 그들은 수도 없이 실망했었다.이번에는 하늘이 함께 하셔서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랐다.진유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서둘러. 아빠가 아시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진정훈은 ‘응’하고 대답하며 앞으로 나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진유경은 감춰지지 않는 진정훈의 부드러움을 보면서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비록 둘째 오빠는 그동안 그녀에게 언제나 잘해줬고 그녀는 항상 그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순간 진유경은 진정훈의 눈에서 친여동생과 자신의 차이를 보았다.여동생이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그는 벌써 이렇게 들떠 있었다.만약 그 여동생을 정말 찾게 된다면 이 진씨 가문에 정말 그녀의 위치가 남아 있을까?“맞다. 배준우가 그 시골 계집애를 찾았대. 오빠 나 어떡해? 난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진유경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씨 가문이 친딸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유경은 지금 이 순간
요즘 여자들은 재벌 가문에 속하고 싶어 아들을 낳은 엄마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바보 같은 헛된 꿈을 꾼다.하지만 재벌 가문에 엄마의 신분이 안 좋은 아이들은 몇 명 없었다. 오히려 그 아이들의 옆에는 엄마가 없다. 재벌 가문의 혼인에는 서로의 이익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단순히 아이에게 의지해 자기에게 속하지 않는 것을 바라면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할 것이다.진유경이 보기에 배씨 가문에서는 고은영의 아이만 남겨두고 엄마의 자리는 비워둘 생각인 것 같았다.그녀는 아이의 존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직접 아이를 키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옆에서 진정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여전히 자기 할 말만 했다.“오빠가 나 도와줄 거지? 그리고 나 이제 어리지 않아. 결혼할 때도 됐잖아.”그녀는 더 이상 배준우를 한순간도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전에 량천옥이 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의 혼인을 반드시 성사하겠다고 장담해서 그녀는 모든 희망을 량천옥에게 걸었었다.하지만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량천옥에게 이런 문제가 생길 줄 누가 알았을까?‘내가 그런 쓰레기 같은 여자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당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안주인의 자리를 꿰찬 량천옥은 결국 진정한 재벌 집 사모님이 아니었던 거야. 또 그런 수단을 사용한 여자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진정훈은 끝도 없이 말하는 진유경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하고 싶다면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 배준우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왜 안 어울린다는 거야? 오빠 전에는 이런 말 없었잖아?”전에 배준우가 갑자기 결혼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 모두 불만스러워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그저 그녀가 배준우의 와이프가 되는 사실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고 했었다.그런데 왜 지금 태도가 바뀐 걸까?진유경의 억울해하는 눈빛을 보고 진정훈은 조금 머리가 아팠다.그는 그저 한마디 툭 던졌다.“아이까지 있는 남자
“아니요. 필요 없어요.”지금 이 말에 비하면 량천옥이 아까 했던 말은 정말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량천옥의 단호한 말을 들은 진유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배씨 가문에서 버림받은 사모님인 량천옥이 자기를 이만큼 직접적으로 거절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이제 량천옥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텐데 이전보다 동맹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만약 진씨 가문이 량천옥을 도와준다면 그녀는 다시 배씨 가문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었다.이렇게 중요한 관계성에 대해 그녀는 모르는 걸까?진유경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먼저 말했다.“내가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뚜뚜’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진유경의 눈빛은 분노로 번쩍였다.그녀는 핸드폰을 쥔 손에 어찌나 힘을 꽉 주었는지 순간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한편 전화를 끊은 량천옥은 갑자기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심지어 전에 자기가 이런 사람들과 어울렸다는 사실조차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그들도 위선적이었지만 량천옥은 그들보다 훨씬 더 위선적이었다.지금에서야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니 그녀는 그때의 자신이 정말 우스웠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은 분명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웃으며 대했다.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즐기고 있었다.“진유경이 뭐래?”옆에 있던 량일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씨 가문과 량천옥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전에 량천옥은 배씨 가문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히기 위해 진씨 가문을 끌어들였다.지금 량천옥은 이미 배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진씨 가문과의 관계를 장악하고 있어도 별로 쓸모가 없었다.량천옥이 말했다.“뭐 다른 할 말이 있겠어요? 진유경의 속셈은 오직 배준우뿐이죠.”“그럼 너도 조심해. 진유경은 정말 사악한 계집애니까.”량일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진유경이라면 그녀도 전에 몇 번 봤었는데 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진유경은 정말 감
배준우는 이어서 말했다.“우리한테 계약서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그렇다. 두 사람은 애초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도 않았고 종이로 된 계약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은영이 이에 반박하며 말했다.“그렇든 아니든 그건 결국 당신이 결정하는 거잖아요.”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이건 모두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다시는 이 계집애와 계약서 얘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이는 후회할 퇴로조차 거의 막혀버린 셈이다.“내가 잘못했어.”설명해야 할 모든 것은 설명했고 이제 배인호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잘못을 인정해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그를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그날 배준우는 그녀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그를 만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었던 고은영은 절망했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뒤에 앉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착하지. 그만 슬퍼하자. 그때는 나도 널 생각해서 그런 거였어.”이 말을 하며 배준우는 한숨을 쉬었다.그 누구도 그가 병원에서 관련 검사 보고서를 받았을 때 첫 반응이 자기가 없으면 고은영은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가 있을 때는 그녀를 난감하게 만드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가 사라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힐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여전히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고은영을 보고 배준우는 계속 달래며 말했다.“인제 그만 화 풀고 병원에 가서 진료받자. 응?”어젯밤 돌아오는 길에서 그는 계속 감정적인 고은영을 보고 그녀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몰래 의료팀을 대기시켰다.밖에서 며칠 동안 도망 다니면서 먹으면 안 좋은 음식까지 잔뜩 먹었으니 배준우는 정말 걱정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많이 힘들었는지 차에서 바로 잠들 줄은 몰랐다.“검사 안 해도 돼요.”“검사받아야지. 어떻게 검사를 안 받을 수 있어?”배준우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고
고은영인 신이 나서 말했다.“지영아 왔어? 나...”“천천히 가.”배준우는 엄숙하게 말했다.고은영은 깜짝 놀라더니 오만하게 말했다.“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나 아직 당신 용서한 거 아니에요.”배준우는 순간 용서하지 않았다는 한마디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있던 고은영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라 집사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배준우가 몇 번이고 굴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지금 이 순간 그는 고은영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 라 집사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배준우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저 계집애가.”고은영은 이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날 용서 안 해? 뭘 하고 싶은 건데? 자기가 하나님이라도 되겠다는 거야?’라 집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사모님께서 이번에 돌아오시고 성격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셨습니다.”“뭐가 좋아져요?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라 집사가 고은영의 성격이 좋아졌다고 말하자 배준우는 참을 수 없었다.그는 지금 고은영의 성격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고 혼란스러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라 집사는 그런 배준우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말했다.“그래도 전보다 좋아 보여요. 전에는 무슨 일이든지 다 조심하시고 너무 우울하게 지내셨잖아요.”‘우울’이라는 두 글자에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라 집사를 바라보았다.라 집사가 말을 이었다.“지금은 아주 좋아 보여요. 이래야 살아 있는 사람 같죠.”전에 고은영은 모든 일에 관해 배준우의 말을 들었다. 약간의 반항심은 있어도 배준우의 눈빛 한 번에 바로 수그러들었다.하지만 지금은 감히 말대꾸까지 했다.사실 이건 좋은 현상이었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말해야 그녀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라 집사의 말을 듣던 배준우는 예상 밖으로 반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다시 안지영을 만난 고은영은 바로 그녀와 포옹했다.“지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