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몇 번이고 량천옥을 따로 만났었는데, 그럴때마다 그녀는 량천옥이 고은영을 괴롭히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당시에 량천옥은 그녀를 괴롭힌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 이상하기도 했었다.그녀뿐만 아니라 량일도 똑같았다!“말했던 적 있지?”“네, 말했었어요. 변한것 같애요!” 안지영은 등골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량천옥이 고은영의 친엄마라고?친엄마라니......!그동안 량천옥과 배준우의 관계를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소름이 쫙 돋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안지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그녀는 갑자기 고은영이 더 안쓰러워졌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은영이랑 배준우씨가 건너지 못할 강을 앞에 두고 있는 거잖아? 그렇게 순진한 아인데, 하늘은 왜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어제부터 지금까지 진짜 전화도 안 왔어?” 장선명은 계속 고은영의 행방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기 바빴다. 비록 안지영은 고은영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이미 표현했지만, 그는 정확하게 하기 위해한 번 더 묻고 싶었다.어쨌든 지금 배준우 쪽은 다급해서 미칠 지경이니까 말이다. 그러자 안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짜 안 했어요. 저 못 믿어요?”“널 못 믿는 게 아니라. 정말 알았으면 해서 그런 거야!”“......”안지영은 정말 다급해졌다.이번에 고은영이 집을 나가 버리고 정말 그녀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다급히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 저 편에서는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차가운 말만 들릴 뿐이었다.고은영에게 쉴 새 없이 전화를 거는 그녀의 모습을 본 장선명이 말했다. “배준우도 오전 내내 전화를 걸고 있는데, 진작부터 꺼져있었어!”“그럼 지금 빨리 찾으러 가요!” 안지영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이 바보가 이번에는 자기한테까지 숨겼다는 사실에 화가 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사실 고은영은 안지영까지 자기 때문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고은영은 배준우가 안지영을 찾아가 그녀의 행방을 물을 것을 알고 있었기
장선명이 보기에 배준우와 량천옥은 원수지간이고, 고은영에게 이미 마음이 있는 상태라면 반드시 참으려 했을 것이다. 그는 어떤 일에도 사적인 감정을 끌어들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그들이 아는 배준우라면, 이번 일은 고은영과 량천옥은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맞았다.그럼 또 다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안열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안지영에게 말했다. “곧 회의해를 해야 합니다.”“아, 네!” 안지영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고은영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바로 뛰쳐나가 그녀를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의 일도 처리하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몸을 일으킨 순간, 그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또 장선명에게 말했다.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뭐를?”“사람 시켜서 고은영을 찾아주세요. 그리고 찾아도 배 대표님께서 모르게 해요!”장선명은 그녀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안지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안지영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바보가 지금 도망간 건 자기가 대표님이랑 틀어지고 대표님이 아이를 빼앗아갈까 봐 그런 거예요.”이 바보가 아무리 바보 같아도 사실 많은 걸 신경 쓰고 있다고요.그 당시에 아무리 아이를 지우라고 말해도 그녀는 원치 않았다. 게다가 가족애도 강한 그녀이기에 그녀는 아이를 계속 자기 곁에 두려고 할 것이다.만약 배준우가 아이를 원한다고 해도, 그녀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건 무서워서 도망간 거 아닌가?고은영을 잘 알고 있는 안지영이기에, 고은영이 이번에 도망간 것은 정말 아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절대 대표님께서 알아서는 안 돼요.” 안지영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은영의 일에 더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그녀가 지금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건 장선명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장선명과 배준우가 아주 친하다
그러자 장선명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대체 무슨 말이야? 정말 아이가 문제냐니?”여자의 배는 아주 소중한 존재이고, 아이를 낳기전엔 그 아이의 엄마도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지! 이게 무슨 말인가!지금 배준우의 강경한 말투는 단지 책임을 지겠다는 거지, 빼앗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건가?“아이를 낳고 나면 다시 얘기해 보는 건 어떠냐? 그런 말은 어떤 여자라도 함부로 믿지 않을 거야.” 장선명이 끙끙댔다.이와 같은 일을 예전에 그는 직접 본 적이 있었다.5년 전, 자신의 큰 형인 장서경이 죽자 집안 사람들이 임신한 형수한테 아이를 지우라고 난리를치자 형수는 그만 화가 나서 해외로 떠나 버렸다.결국 지난 2년 동안 조카를 놓지 못해 목숨 걸고 형수를 쫓아다녔다.그의 조카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귀엽고 착한 아이였기에 큰 형이 왜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했는지 알 것 같었다. 그렇게 큰 형도 예전에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딸 바보가 되었다.하지만 배준우는 지금 그와 이런 얘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단지 하루라도 빨리 고은영을 찾아내고 싶었다. 결국 장선명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으니,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만 끊을게!”“......”이렇게 끊는다고?정씨 어르신 쪽에 있던 배준우가 정씨 어르신에게 고은영이 사라진 사실을 전하자 어르신의 낯빛이 순시간에 어두워졌다.아무리 배씨 가문의 계승자를 마주하더라도, 그는 정중하게 굴지 않았다. “자네 그 당시에 나한테 은영이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지 않았는가? 겨우 이렇게 돌본 겐가? 대채 왜 도망간 것이냐 말이다!”자신이 아끼는 그녀가 도대체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한 건지 배준우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준우는 정씨 어르신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그의 낯빛도 좋지는 않았다. 침묵이 계속 된 후 배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 안 왔나요?”“안 왔다네!” 정씨 어르신은 생각도 하지
정 씨 어르신이 자리를 떠난 후,배준우의 주위는 매우 혼란스러웠다.고은영을 찾기 위해 많은 부하들을 파견시켰고, 심지어 그 또한 직접 나서서 공항으로 가 고은영의 행방을 찾아보기도 했다.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진청아는 온 하루 그의 곁을 따라다니며 우울해있는 그를 걱정하였다. 비서로서도 꽤나 난감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준우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아직도 소식이 없어?"진청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습니다.”그녀 또한 틈만 나면 전화를 걸어 물었지만 전해온 소식은 없었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했지만,그들은 여전히 고은영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지 못했다. 소식을 접한 나태웅도 발 벗고 나섰다."우리 쪽에서도 이미 사람들을 파견시켜서 찾고 있어.""필요 없어." 배준우는 시큰둥히 말했다.피그스에서의 교통사고를 겪은 후로부터 배준우는 그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나태웅은 그걸 알 리가 없었다."만약 피그스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시 한번 고은영한테 일어난다면 난 절대 가만 있지 않을거야."그제서야 눈치 챈 나태웅은, 자신의 이 호의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들었다. 하지만 피그스에서 있었던 일은 단지 사고였다니까...게다가 그때 장선명이 쫓아간 책임도 있는데,왜 나한테만 이렇게 사나운거야?하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단호했다."너는 안지영이나 신경 써."그동안 나태웅은 줄곧 배준우를 부러워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꾸리는 가정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그런데 지금은 모든걸 다 잃게 됐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된 일인걸까?그동안 멀쩡히 잘 지내던 사람이.많은 것이 궁금했지만 나태웅은 더이상 묻지 않았다.곧이어 그는 착잡한 마음으로 동명 그룹에서 나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전화를 꺼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두 번, 세 번 시도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나태웅의 안색은 점점 나빠졌다.결국 기어코 하늘 그룹을 찾아갔다.
순간 나태웅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얼굴마저 새파랗게 질렸다.피그스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자신의 탓으로 몰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뜻밖에도 아예 고소까지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너...!"그는 눈앞이 어두워졌다.이때 마침 장선명이 나타났고, 안지영이 고소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새끼 호랑이도 송곳니를 드러내면 매우 사나웠다."앞으로 할 말 있으면 내 변호사를 찾아가서 이야기해." 안지영은 차갑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나태웅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안지영은 무자비하게 그를 따돌렸다.그 순간, 나태웅은 자신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둘이 사이가 가까워지기도 전에 바로 소송의 지경에 이르렀는데, 앞으로 더이상 희망이 있기나 한걸가? 더이상 할 말 없던 안지영은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이때, 나태웅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흐뭇하게 웃는 장선명을 발견하였다.안 그래도 침울했던 나태웅의 기분은 어두 가라앉았다. "고소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순간 나태웅은 마음 속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바로 주먹을 휘둘러 장선명의 얼굴을 박으려는 순간,장선명은 잽싸게 받아쳤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벌써 잊었나봐? 나한테 손을 대면 너한테 좋을 일이 없을텐데.”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나태웅은 어쩔 수 없이 주먹을 다시 내리고는 자리를 떴다.장선명은 여전히 얄미운 말투로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가장 좋은 변호사를 찾아서 너를 고소하고야 말거야."끝없는 유치함에 나태웅은 더욱 화가 났다.어느새 안지영은 사무실 입구에 서서 두 사람의 신경전을 보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장선명은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약 올릴 필요 있어요?""당연히 지영 씨를 위해서 그러는거죠. 다른 사람이면 진작에 신경도 안 썼어요."안지영은 장선명에게 이러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점심은 먹었어요?"오늘은 너무 바빴던 나머지, 안지영은 점
생각할수록 동지운이 너무나도 미웠다. 여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안진섭은 항상 그를 챙기며 아껴주었다.그러나 본심은 이렇게나 큰 욕심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마음 같아선 장선명의 말대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안지영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래도 됐거든요.""왜요? 그게 더 빠르고 효과 있을텐데요." "..."일반 사람들이라면 끔찍하게 반응할 법도 한데 장선명은 여전히 그저 덤덤하게 잔인한 방식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놀랍게도 평범한 그의 태도에 안지영은 내심 두렵기도 했다. "아무튼 필요 없다니까요."하지만 단호했던 그녀의 태도에, 장선명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나중에 정 도움이 필요할 때 저한테 얘기해요.""저 몰래 뒤에서 하늘 그룹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마요."안지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심말을 말했다.충동적인 성격을 지닌 장선명이 혹시나 돌발적으로 뭔 짓을 벌일가봐 걱정 됐다. 자신의 곁에 안열이 있는게 안심되긴 했지만, 여전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장선명은 굳어진 표정을 한 안지영을 보며 웃었다."그 말은, 제가 벌이는 일들이 하늘 그룹을 해치는 일이라는거예요?""그건 아니고..." 순간 놀란 안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자신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장선명과의 이 혼약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녀는 잠깐 잊고 있었다.명의상 약혼녀긴 하지만 그의 앞에서 마냥 건방지게 굴 수는 없었다.더이상 하늘 그룹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그나저나, 할아버지는 괜찮으세요? 제가 찾아뵙고 인사라도 드릴가요?"지난번 나태웅이 벌인 일로 인해 강성 전체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그 무엇보다도 장씨 집안의 반응이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참고 있는걸로 봐서는 장선명이 잘 수습해주고 있는 듯 했다. 안지영의 질문에 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찾아뵈야죠."그러자 안지영은 심장이 덜컥 내
요즘 유독 바빴던 안지영은, 장선명이 선뜻 건네는 도움을 거절하지는 않았다.장씨 집안과 엮인 일이었기에 그녀는 비교적 안심하고 장선명에게 맡겼다.......한편 나태웅은 잔뜩 화가 난 채 회사로 돌아왔고, 왕여는 바로 눈치를 채고는 다가갔다."대표님!”"지금 당장 하늘 그룹의 전체 내부 상황들을 정리해놔. 퇴근하기 전에 무조건 해놔.""..."퇴근하기 전까지?왜 이렇게 하늘 그룹에 관심이 많은거지? 이젠 아예 도와주기라도 하는건가?설마 안지영이 부탁한건 아니겠지?왕여는 단단히 사랑에 빠진 나태웅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는데 말이다."네. 바로 준비할게요." 그렇게 왕여가 자리를 떠났고,사무실에 혼자 남은 나태웅은 매서운 눈빛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한편 그 시각,배준우는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시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지는 듯 했다. 어젯밤 새벽 2시, 고은영이 란완 리조트를 떠난 이후로 그는 줄곧 멘붕의 상태에 있었다.지금까지 알아낸 단서로는 그녀가 차를 타고 공항 고속도로에까지 올랐지만 비행기를 타고 떠난 기록은 없었다.그게 마지막 정보였다."공항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비행기는 타지 않았다고?" 배준우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진청아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예상하는 바로는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비행기표를 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다른 사람의 정보라면 누구 거를? 설마 고은지?하지만 둘의 얼굴은 전혀 닮지 않아 엄격하게 검사 절차를 뚫기는 어렵다고 생각됐다.아니, 그러면 비행기도 안 탈거면서 공항 고속도로는 왜 오른거지?혹은 공항 고속도로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간건 아니겠지?공항 쪽 cctv에서는 그녀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므로 고은영은 아마도 아직 강성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컸다. "사람들을 다 동원시켜서 서둘러 찾아내!"배준우는 조급해났다.이 여자 대체 어디 있는거야?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
장선명이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마침 배준우가 잔뜩 화를 내며 누군가의 전화를 끊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얼핏 들린 얘기만 봐도 그 상대는 배준우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나이를 먹고도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은거야?”장선명의 인기척에 배준우의 안색은 금세 누그러졌고, 손에 든 담배를 꺼버렸다."안지영한테는 전화 안 해도 되겠어?"그는 내심 고은영과 안지영이 서로 몰래 연락이라도 했으면 했다. 이미 정씨 어르신과 고은지 쪽은 모두 조사를 마쳤지만, 그들 또한 아직 고은영으로부터 전화를 받지 못했다.만약 안지영조차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영영 찾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이러다가 정말 홀로 밖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라도 당하게 될가봐 걱정됐다.장선명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아니야. 고은영도 지금 안지영이 누구보다도 바쁘단걸 잘 알아. 그래서 일부러 더욱 연락을 하지 않을거야.""..."그 말을 들은 배준우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러게 너도 참, 왜 하필 이때 이혼하려고 하는거야?""그리고 그 여자가 정말로 량천옥의 딸이 맞는지 아닌지, 그건 확실하게 알아냈어?"이렇게 큰 일은 충분한 확인을 거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배준우는 점점 초조해지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오히려 장선명에게 반문을 하였다."네가 보기엔 량천옥이 어떤 사람인데?""교활하고 악랄하지만, 그 와중에도 모든 일에 매우 신중한 사람.""네 말이 맞아. 신중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지. 보통 그녀의 손을 거쳐가는 일들이라면 거의 아무런 착오도 없었어."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하게 태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엄청 똑똑했다.어떠한 상황에서든지 그 흐름을 읽으면서, 사회의 트렌드에 맞춰 살아가는 그야말로독한 여자였다. 량천옥은 몇년간 배씨 집안에서 살면서 천의를 만들어내고는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그 여자가 천의를 고은영에게 넘겨준 이 사실만으로도 배지영이 한 말이 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