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보이는 면만 믿지 말고 뭐든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법이니까. 점점 가라앉는 배준우의 안색을 본 장선명은 여전히 단호했다."설령 그 여자가 천의를 고은영한테 넘겼더라도,""그것만으로는 그 친 딸이 고은영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어. 뭐든지 증거가 있어야지."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친자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량천옥의 입장으로 생각해봐도, 딸과 떨어진지 꽤나 오랜 시간이 됐는데 대체 어떻게 고은영을 자신의 딸로 인정한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그 사이에 어떤 일을 겪었을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동안 배준우는 이 생각만으로도 매우 힘들게 지내왔다.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마치 큰 돌에 부딪힌듯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장선명은 그런 그를 달래주었다. "네 말도 맞아.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을 내가 어떻게 다 알겠어.”"그러니까. 량천옥이 무슨 근거로 고은영을 자신의 딸이라고 인정하는건지 그건 너도 잘 모르잖아.""그래도 최소한 친자 감정은 해보지 않았을가?""..."그러네.량천옥은 치밀한 사람이었기에 결코 허술하게 자신의 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차라리 네가 직접 알아봐. 그 여자가 정말로 친자 감정을 하긴 했는지."만약 량천옥이 정말 친자 감정이 아닌 개인의 추측으로 고은영을 받아들인거라면,배준우는 장선명의 말대로 더이상 의심을 거두기로 했다. "일단 먼저 알아내.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확인하지? 네 와이프는 이미 도망 갔고.” 그 말을 들은 배준우는 다시 무너졌다. 자신이 갑자기 관계를 끝내자고 말을 내뱉은 탓에 고은영이 속상하여 도망 간게 아닌가 싶었다.고은영의 입장으로는 이런 일을 태어나서 처음 겪어봤기에 틀림없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안지영이 그러더라고. 그 여자가 도망 간건 네가 아이를 빼앗을까 봐 두려워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겁도 많은 고은영이 자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만약 정말로 고은영의 뒤에서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량천옥이 아닐가?의심이 든 배준우는 곧바로 R국으로 향하여 알아보기로 했다.그런데 그 결과, 얻어낸 단서는 없고 도리여 고은영의 실종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마침 R국에 있던 량일은 진청아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급히 량천옥에게 다시전화를 걸어 즉시 돌아오라고 하였다.하지만 량천옥은 오늘 밖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비록 천의를 놓아버리긴 했지만, 그녀는 결코 이렇게 쉽게 비지니스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R국에 온 후로, 놀라운 속도로 인맥을 넓혀 다시금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량일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즉시 서둘러 돌아왔다."대체 무슨 일이에요? 배준우의 비서가 왜 어머니한테 전화한거예요?""그냥 평범한 인사를 한거긴 한데, 뭔가 의도야 있겠지."심상치 않은 상황에 량천옥은 뭔가 께름칙했다.곧이어 강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배준우한테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건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져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그렇게 량천옥은 결국 고은영과 배준우가 이혼하고, 고은영이 실종된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쾅!"량천옥은 잔뜩 화가 나 전화를 깨부셨다.량일은 한쪽 켠에서 이 모든걸 듣고 있었었다."은영이가 왜 없어져? 역시나 배준우가 괴롭힌거지?" 량일마저 조급해났다.너무나도 크게 놀란 량천옥은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이렇게 난장판이 될 줄은 몰랐다.R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유청 그 여자 때문이야. 그 여자가 은영이 정체를 알아낸거야." 량천옥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전에는 어느 정도 유청에게 조그마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자식의 행복을 바라지는 못할 망정,손자를 임신한 며느리를 아예 쫓아내다니. "설마 내가 쫄아서 물러난거라고 생각한건가?" 량일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정체가 드러난 순간 고은영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량일이 한 켠에서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한편, 량천옥은 수없이 전화를 걸어 고은영을 찾도록 명령했다.그 와중에 조보은이 전에 고은영을 괴롭힌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접하고는 사람들을 시켜 한바탕 혼쭐을 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강성 전체는 지금 고은영을 찾느라 완전히 혼란스러웠다.요 며칠 줄곧 마음이 편치 않은 고은지는 일 할때마다 빈번히 실수를 하기도 했다.틈만 나면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메시지도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은지 씨, 이거 틀렸잖아. 대표님이 알면 또 얼마나 혼내겠어?"진비서가 서식 한장을 고은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전에 한번도 그런 적 없던 고은지는 자신이 범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발견하고는 당황했다. 진비서는 말을 이어갔다."요 며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네?"비서부에서도 어느 정도 눈치 챘다.고은지는 요즘 줄곧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늘 같은 실수도 처음이 아니었다.천락 그룹은 직원 업무에 대해서도 엄격한 요구가 있었다.그런데 만약 고은지가 계속하여 이렇게 실수를 한다면 언제든지 바로 해고될 가능성도 있었다.고은지는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잘 수정하겠습니다.""난 괜찮은데, 대표님한테 걸리지 않게 조심해. 고치고나서 다시 바쳐."고은지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몸을 돌리고나면 다시 머릿속에는 고은영만 가득했다.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아무리 그래도 나한테는 뭐라도 알려줬어야지.다시금 표를 고치고는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나태현은 차가운 얼굴로 그저 앉아 있기만 했다.고은지는 조심스레 수정한 표를 건넸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걱정돼?""어쨌든 제 여동생이니까, 저......" 고은지는 더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요 며칠 꾸게 되는 꿈도 온통 고은영이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장면들이었다.고은지는 마음 같아선 아이를 친구에게 맡기고는 홀로 나가서 고은영을 찾고 싶었다. 그리하여
하루 아침에 동생을 잃은 요즘, 고은지는 하루 하루를 어둠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온통 절망과 무기력으로만 가득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태현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니 그녀는 큰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대표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그나저나 이 도표는 또 잘못 작성했네."고은지의 인사에도 나태현은 무덤덤하게 업무 실수를 다시 한번 지적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겁니다. 절대요."이런 대표님이 있는 한, 그녀는 소처럼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 먹었다. "얼른 가봐!""감사합니다."고은지는 재빨리 서류를 들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나태현의 도움 덕에 그녀는 마침내 마음이 좀 편해졌다.......그렇게 며칠이 또 지났고,하루 이틀이면 찾을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어느새 벌써 나흘째가 되었다.안지영도 조급해났다.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안열에게 물었다."아직도 은영이에 대한 소식은 없어?""방금 도련님께서 찾아오셨는데, 사모님께 드릴 점심 식사만 챙겨왔고 고은영 씨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으셨습니다."그 말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안지영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이 바보...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는거야."배준우가 그렇게 무서웠던거야?아무리 그래도 그 상황에 왜 나한테 말 한 번 안해준거지? 왜 나에 대한 믿음이 없는거지?"고은영 씨는 줄곧 사모님을 걱정해왔어요. 사모님께서 요즘 유독 바쁘시니 굳이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으셨어요."사실이었다.지난번 남성에서 있은 일을 배준우에게 숨긴게 들킨 후로는, 배준우가 안지영을 자주갈구기도 했다.그리하여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든 안지영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고은영의 그 마음을 알고도, 안지영은 더욱 마음이 아파났다."그래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적어도 살아있는지 아닌지는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오히려 무소식이 희소식일지도 몰라요. 아직 버틸만 하고 도움이 필요 없으니까 연락이 없는게 아닐가요?"안열도 불확실
그런데 카드의 계좌번호를 빤히 본 고은영은 순간...얼굴이 굳어졌다.전에 고은영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의 카드가 아예 계정이 해제된 후,당시 고은영은 아직 신분증이 아직 내려오지 않아 할머니의 신분증으로 이 카드를 만든 것이었다.그때 긴박하게 카드를 만든 이후로, 고은영은 오래동안 이 카드를 다시 사용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왜 갑자기 돈이 인출이 된걸가?혹시 다른 카드를 썼다가는 배준우한테 들킬가봐?안지영은 뭔가 감이 잡혔다. 계좌에는 잔액이 3만원 정도만 남아있었고, 이건 당시 고은영이 급하게 돈을 쓴 후 남은 액수였다. 뭔가 눈치 챈 안지영은 재빨리 카드에 1억원을 이체하였다.얼마 후 오후 회의를 마친 후,안열은 안지영의 기분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회의할 때도 전보다는 더욱 몰입하였다.궁금했던 안열은 얼른 다가가 물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봐요?""왜?" "기분이 좋아보이세요.""..."고은영이 아직 스스로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가 있었다.그녀가 정녕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려면 인출 정보를 따라가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지만,안지영은 일단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계속하여 돈을 쓰면서 고은영의 안전 상황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안열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동지운 쪽에서는 여전히 타협할 의향이 없어보이는데 어떡하지?”지금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언제든지 통제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동지운은 그저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을 뿐이니까."안심하세요. 오래 버티지는 못할겁니다."안열이 굳은 어조로 말했다.그 말에 안지영도 많이 안심했다.다행히 안열과 장선명의 도움으로 요즘은 많은 것이 편해졌고, 회사도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나 오후에 병원에 갔다 올게. 넌 따라갈 필요 없어.""알겠습니다." 안열은 고개를 끄덕였다.가까스로 회사를 수습한 안지영은 이 틈에 병원에
장선명은 배준우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작에 이혼을 요구한 사람도 그였고, 량천옥이 낳은 친 딸이 싫다고 한 것도 그였다. 그런데 정작 고은영이 보이지 않자 왜 이렇게까지 조급해하는건지. 대체 진심이 뭔지 궁금했다."설마 안 회장 때문에 그래?" 장선명은 바로 물었다.그러자 안열이 대답했다."요즘 안지영 씨는 줄곧 병원에 가지 않으셨어요. 아마 안 회장과 연관된 일은 아닐거예요.""..."하늘 그룹 내부의 일도 아니고, 안 회장의 일도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좋아한거지?설마, 고은영을 찾은건가?"그래, 알겠어. 틈만 나면 상황 알아봐.""네, 알겠습니다."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장선명은 배준우에게 다가갔다.한편 기성훈은 여전히 끊임없이 고은영의 휴대전화를 위치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데그 순간, 갑자기 한 곳으로 위치가 잡혔다. 그곳은 바로 그린빌이었다.당장 그 곳으로 달려가봤지만 정작 고은영의 그림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설마 핸드폰을 끄고 그린빌에 두고 간건가?장선명은 골치가 아파났다."너무 쉽게 당했네.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어.""아마 이 상황을 다 예상했을거야."배준우는 더욱 초조한 표정을 보였다.이때 기성훈이 말했다."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어요.""뭔데?"그 말을 들은 배준우는 다시 눈빛이 초롱해졌다."만약 은행 카드라도 사용했다면 대체적인 위치라도 알아낼 수 있을거예요.”그러자 장선명의 시선은 배준우에게로 향했다. 배준우라면 그녀에게 카드 하나쯤은 넘겼을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배준우의 눈빛은 흐리멍텅했다.그 모습에 장선명은 말문이 막혔다."네 여자로서 사는게 정말 비참했겠네. 주어진게 아무것도 없고."제3자가 보기에는 고은영이 그동안 마치 배준우로부터 멸시를 당하면서 산 듯한 느낌이 들었다.뭘 선물할지 모르겠다면 적어도 은행카드 한 장은 알아서 쓰도록 줬어야 하는거 아닌가?정말 여간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네.“사모님 본인 은행카드도 괜찮아요. 주민 등록 번호는 아시
"알겠어."감정도 제대로 안 해본거라니.장선명은 전화를 끊고는 바로 배준우에게 소식을 전했다."내가 확인했어. 량천옥은 친자 감정을 한 적이 없대."그 말은 량천옥은 틀림없이 다른 무언가를 근거로 고은영을 자신의 딸로 확신했다는것이다.그러나 그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는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일은 네가 너무 충동적인거 아니야?"“......”"정말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 아니라면?" 량천옥과 얽힌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 배준우는 쉽게 이성을 잃었다. 그가 량천옥을 증오하는건 단지 그녀가 배씨 집안에 시집을 온 이유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숨겨진 더욱 무거운 사실이 있는 것 같았다."아니라면...?""그 여자가 오해한걸 수도 있잖아." 진실이 무엇이든 지금으로선 확신할 수가 없었다. "..."만약 고은영이 정말로 량천옥의 딸이 아니라면, 그것이야말로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하지만 지금은,우선 고은영조차도 찾을 수 없는 이 상황에 배준우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몇번이나 숨을 깊게 들이마셔도 답답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그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일은 너무 충동적이었다."고은영이 량천옥의 친 딸인지 아닌지는 일단 그만 말하고, 이혼까지 한 상황에 굳이 찾으려는 이유가 뭔데?""임신했잖아!"배준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단지 임신한 것 때문에?"장선명은 고작 그 이유일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자신들의 지인에게 직접 소개까지 했었다.그 전에는 여태껏 없었던 일이었다.비록 이미월도 잠깐 나타나긴 했지만, 배준우가 주동적으로 데려 온 것은 아니었다.이미월이 끝없이 집착하면서 찾아온 것이었다. 고은영이야말로 배준우가 주동적으로 누군가에게 소개를 한 첫 번째 여자였다.장선명은 그런 그가 고은영한테 약간의 감정도 없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배준우의 숨결은 여전히 무거웠다."정말 친 딸인지 아닌지 알아내려면 일단은 고은영을 찾아야돼. 감정을 해봐야 된다고.”
경쾌한 말투만 들어도 안열이 말했듯이, 안지영의 기분은 매우 좋아보였다.그러나 장선명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점점 안지영에게로 다가갔다.두 사람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가까워졌고, 당황한 안지영은 시선을 피했다.그러자 장선명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돌렸다."뭐하는 거예요?" 놀란 안지영은 더듬거렸다."솔직하게 말해봐요. 혹시 고은영에 대한 소식을 들은거예요?"그 말에 안지영의 얼굴이 굳어졌다."뭣대로 생각하지 마요.""회사에는 아무 일도 없고, 아버님한테도 아직 좋은 소식은 없던데, 그럼 대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건데요?""기분이 좋긴 무슨.""표정이 다 티 나거든요." "..."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안지영은 얼굴에 다 티가 났다. 하지만 그녀 또한 사실 고은영의 위치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없었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배준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혹여나 배준우가 나쁜 의도를 갖고 고은영을 다치기라도 할가봐. 장선명은 계속하여 안지영을 압박하였다. "고은영이 당신한테 전화라도 했어요?" "아니거든요!""그럼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겠네요?""저한테 전화도 안 했는데, 제가 어떻게 그걸 어떻게 알아요?"고은영이 일단은 알아서 몸을 숨기고 먹고 잘 지내는걸 알고 있던 안지영은 최대한 이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안지영의 부정에도 장선명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렇게 안 믿긴다면 직접 가서 조사라도 해보세요. 저 정말 아무런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요.""그걸 굳이 조사해서 뭐해요?" 결국 장선명은 그녀를 놓아주었다."배 사장님은 지금 뭐하고 계신데요?"혹시나 배준우가 눈치라도 챈건 아닐가 불안했다. "고은영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데, 당연히 어떻게든 찾으려고 하죠.""..." 정말 아이를 뺏어내려는건가?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더욱 더 고은영의 소식을 배준우에게 알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당신도 잘 알잖아요. 이미 임신한 지 7개월이나 넘은 고은영이 혼자서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