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그룹으로 바로 간다고?지금 이 두 사람이 만난다면 안 좋은 꼴을 볼 것이 뻔했다.하지만 나태웅이 계속 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왕여는 서둘러 그를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나태웅이 가는 와중에 장선명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안지영은 그가 보내준 밥을 먹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안열은 안지영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커피 한잔 드세요. 오늘 정오에 못 쉬실 것 같아서요." "네, 고마워요!"이제는 힘든 일만이 남아있다. 지금 그녀에게는 쉴 시간이 없다. 동지운의 야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그녀는 줄곧 일에 쫓길 것이다."그 사람이 시간을 얼마나 줬어요?" 안지영이 안열에게 물었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계속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너무나 아쉬웠다.안지영은 확신했다. 장선명은 안열에게 일정 시간을 줬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안열 역시 숨기지 않았다. “한 달이요.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해요.”그러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어쨌든 한 달 동안 안열만 있다면 충분했다.그리고 하늘그룹의 일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기에 이번 달 안에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한다.두 사람은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밖에서 주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실장님, 지금 지영 씨 만나기엔 어려우세요!”“비켜!”나태웅의 차갑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지영과 안열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내 안열은 차분하게 말했다. "다른 일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텐데, 이 일은 혼자 해결하셔야겠네요.""그러게요."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안열, 이게 그녀의 약점이었다.과거 장선명을 탐했던 여자들을 그녀가 처리하는 것이 특히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결국 나태웅이 안으로 들이닥쳤고, 안열은 그 옆으로 걸어 나왔다.나태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는데 장선명의 사람을 보자 자연스레 표정은 더욱 싸늘해졌다.다행히 안열에게 화를 내지
“당신이 나와 아버지를 공항으로 호송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보낸 건 절대 우리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겠죠.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많은 인원을 보낸 이유도 장선명이 나랑 당신이 같이 도망가는 거라고 오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나요? 아버지가 그를 나쁜 놈이라고 오해해서 미워하길 바랬던 거죠?안지영은 한 마디, 한 마디로 나태웅이 이전에 꾀한 속셈들을 낱낱이 밝혀냈다.그녀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이 문제의 근원이 도대체 무엇에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나태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안지영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도 알아야 해. 나는 당신이 장선명과 함께 있는 것을 원치 않았어!"그는 마침내 마음 속 가장 깊이 담아 둔 말을 꺼냈다. 그동안 그가 벌인 모든 일들은 안지영과 장선명을 헤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 말에 안지영은 실소했다. "하하하.. 예전부터 그렇게 알고 싶었던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그녀가 감정적으로 격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리분별은 못 하는 편은 아니었다.이제 모든 것이 확실 해졌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안지영의 냉소적인 눈빛을 마주한 나태웅은 순간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걸까? 그가 묻는 것은 안지영의 의견이었다."그래서라니요? 제 아버지는 병원에 계시고, 언제 깨어나실지 몰라요. 근데 우리 사이에 뭘 더 어쩌겠어요?”그래서라니?정말 기가차는 질문이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온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졌다.안진섭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그와 안지영 사이에는 큰 벽이 생긴 것이다.원래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거리는, 이제...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았다."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안지영은 지금 나태웅을 영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나태웅이 소리쳤다. "안지영 씨, 장
배준우에게 말했다. “이거 한 번 봐봐!”그러자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직접 확인해 보던가!" 배지영이 차갑게 말했다.배준우는 봉투를 집어 들기도 싫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병원에서 가져온 검사 보고서 꺼내 바로 책상 밑 금고에 넣었다.배지영은 서류에 '검사 보고서'라고 적힌 걸 보고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왜 그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금고에 넣었는지만 궁금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자신이 가져온 봉투를 보며 화난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그 여자의 정체가 이 서류에 나와있어!”그 여자란, 고은영을 가리켰다.배항준은 고은영이 배준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쭉 침묵을 지켰다.고은영은 배준우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임신으로 인해 지금 그들이 계획한 모든 일들은 잠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정체라고?"배준우의 말투가 조금 차가워졌지만 여전히 봉투를 열어 보지는 않았다.이를 본 배지영은 직접 봉투를 펼쳐 안에 들어있는 서류들을 꺼내고는 배준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봐, 고은영에 대한 것들이라고!"지난 보름 동안 배지영과 배윤은 줄곧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천의를 준 것이 배항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는 걸 믿지 않았었다.그래서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친듯이 알아보았고, 그 결과, 정말로 무언가를 알아낸 것이다. 배준우가 계속 대답을 하지 않자 배지영이 말했다. “량천옥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아이가 있었어. 딸 말이야.”“...”이 말을 들은 그의 눈빛은 몹시 싸늘해졌다. 그는 배지영을 위협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지난 몇 년 동안 양천옥과 양일은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 그 아이를 찾지 않았어.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고은영이 나타나 그들 곁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래서 고은영이 양천옥의 딸이라는 거지?" “그래!”배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준우의 표정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어두웠는데, 한
고은영은 그렇게 꾹 참고 배준우가 돌아오기만을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배준우가 회사에서 오지 않고 외박을 했다는 것이다. 고은영은 아침에 일어나 흐트러짐 없는 배준우의 이불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씩씩대며 휴대폰을 들고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응답이 없었다. "아직도 안 받는다고?!"이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어제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이럴까? 고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진청아에 전화했다.진청아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배 대표가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바빴던 거야?" 고은영은 불만을 억누르며 약간의 원망 섞인 말투로 물었다.돌아오지 않았으면서 전화조차 없었다니!전화기 반대편 진청아는 말 하기를 머뭇거리는 듯 하자 고은영이 다시 물었다. "말해 줄 수 없어?"“사모님, 좀 있으면 누군가가 찾아갈 거예요."“어? 누가?”"보시면 알 거예요. 이제 막 일어나셨을 텐데 아침부터 드세요." 진청아는 고은영이 이제 막 일어났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아침 식사 후 정신을 차리고 회사에 가기로 결심했다. 혜나는 그녀가 씻는 것을 도와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고은영이 제일 좋아하는 계란죽을 아침으로 준비했고,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다른 반찬들도 맛이 훌륭했다."몇 개 싸서 나중에 회사로 보내줘." "알았어요." 혜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계속 멍한 상태로 밥을 먹었다. 배준우가 밤새도록 문자 한 통 없었고, 돌아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머리에 맴돌았다. 식사를 반쯤 했을 무렵, 양복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한 남자가 서류가방을 들고 들어왔다.라 집사는 그를 보자마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진 변호사
"전부터 긴가민가 했는데, 역시나 계약이었네요. 저런 여자가 어떻게 대표님 옆에 설 자격이 있겠어요!”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라 집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조용!"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라 집사는 차마 갈피를 잡지 못했다.자연스레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함부로 떠들기 시작했다.두 시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고소하다는 듯 고은영을 노려 보았다.그리고 고은영 역시 이러한 조롱 속에 점차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였고, 여전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주보고 있는 진 변호사를 바라보며 멍하니 물었다. "당신, 지금 뭐라고 한거죠?" 계약? 파혼? 진 변호사는 방금 한 말을 반복하지 않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셨으니 대표님도 함부로 대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란완리조트는 지금부로 고은영 씨의 소유가 될 것이고, 대표님께서는 파혼 수수료 1억을 지급하실 겁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파혼?그러니까 파혼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이다. 배준우가 이혼을 하겠다고 한 게 맞았다.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했던 거짓말쟁이는 결국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고은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훗날 고은영 씨가아이를 출산하실 시 자신이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하셨습니다. 출근을 원하신다면 일 자리를 알아봐 준다고도 하셨습니다. 좋은 자리로 준비해 주실 겁니다."진 변호사는 계속해서 설명을 했지만, 고은영은 지금 어떠한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배준우가 이혼을 원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헤어지지 않는 걸로 합의를 본다 해도,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예전의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긴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
고은영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전화를 끊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머리 속은 “윙윙”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는 정오를 지나 오후까지 소파에 멍하게 앉아 있었고, 배준우는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고서야 고은영은 자신이 배준우와 정말로 끝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몸에 힘이 없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를 지켜보던 혜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사모님, 울지 마세요. 산모가 울면 아이에게 좋지 않아요."하지만 고은영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배준우가 자신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생각만 할 뿐었다. 적어도 그 순간들 만큼은 가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역시 우리의 결혼은 이제 단순 계약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근데 왜 이제와서 계약이 된 것일까? “흑, 흑…”고은영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흐느껴 울었다. 그러자 혜나가 물었다. “기사님에게 회사까지 데려다달라고 해서 대표님한테 직접 물어보시는 게 어때요?" "진 비서가 그 사람이 다시는 날 보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 사람이 보지 않겠다고 하면 상대가 만나러 가면 되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혜나는 고은영이 정말 안타까웠다.이제 임신 7개월차이지만 배준우 쪽에서 헤어지자고 하면 그녀는 억지로라도 헤어져야 했다.이건 너무 무책임한거 아닌가?비록 자신이 모시는 대표님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혜나는 반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임산부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 사람을 만나러 가도 되는 걸까?"고은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혜나를 바라보았다.이전에는 그녀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대표님은 여전히 사모님의 남편이신걸요."상황이 어떻든 확실하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혜나가 거듭 강조하는 것을 듣자, 고은영 역시 제대로 된 해명을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계속 함께 할 수
"물어볼 필요도 없어!"사실 그들이 지금 온 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배준우는 항상 모든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심사숙고했다.그런 그가 관계를 끝내자고 제안했고,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니.. 그녀가 여기에 온 것은 자기 자신 얼굴에 먹칠하는 짓일 뿐이었다.쓸쓸해하는 고은영을 보며 혜나는 더욱 괴로워했다. "그럼 돌아가요.."이미월을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마주했으니 고은영도 여자로써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묻고 싶었던 수많은 질문들도 이제는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아졌음이 틀림 없었다. 란완리조트로 돌아온 고은영은 계약서에 서명을 한 뒤 집사에게 건넸다. “진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와서 가져가라고 하세요!” “사모님!”라 집사 역시 괴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연히 그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이전에 배준우가 고은영을 아끼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이 변화했고 마침내 동행할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만하자고 난리를 피우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은영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나와 턱까지 흘러내려갔다.결국 고은영은 아무 말없이 돌아서서 위층으로 올라갔다.라 집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혜나는 따라가고 싶었지만 라 집사에게 제지당했다. "잠시 혼자 있게 해 드려라!"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과 대표님께서 정말 이혼하시는 걸까요? 서류에 대표님께서이미 서명했잖아요…!”“...”아침에 진 변호사가 가져온 이혼 서류에는 배준우의 서명이 이미 되어 있었다.혜나는 더욱 안타까워했다. "변호사에게 꼭 서류를 넘겨줘야 하나요?" "잠깐만!" 만약, 내일 두 사람이 화해한다면?라 집사는 순간 생각했다. 혹시 배준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오늘이 지나고 후회하는 건 아닐까?라고. 그러나 배준우의 주변 사람이라면 배준우가 한 평생 무엇인가에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무실 안.장선명은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량천옥 딸 맞아? 그럴 리가 없는데?"고은영과 량천옥은 전혀 닮지 않았고, 성격도 딴판이었다.그녀가 정말 량천옥의 딸이라면, 량천옥과 닮지는 않았어도 그렇게까지 담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배준우에게 소심한 비서가 있다는 사실은 상류층 전체가 알고 있을 것이다.배준우는 짜증스럽게 담배 한 모금을 들이켰다. "나는 단지 량천옥 때문에 이혼한 게 아니야!" "그럼 뭐 때문인데? 그 사람이 너한테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장선명은 충격을 받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더니 역시 속으로 여자가 자신과 급이 맞는지 아닌지 따지고 있었단 말인가?그렇다면 이건...!배준우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눈을 감았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예민함과 위태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정말 이해가 안 돼. 이제 와서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다니.. 양천옥이 조금 밉긴 하지만 그 사람 딸은 너에게 해가 될만한 어떤 짓도 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너도 그 사람을 좋아하잖아, 그치?"좋아한다고?이 말에 배준우의 가슴이 저려왔다.예전의 그는 사랑을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은영이 나타난 뒤, 배준우는 자신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았어, 알았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나가서 술이나 마시자. 마시다 보면 현실에서 도피할 수도 있고, 네 내면의 진실을 보게 될 수도 있어."시간은 벌써 저녁 7시가 넘었기에 장선명은 배준우를 데리고 나왔다.이럴 때는 실컷 취한 뒤 잠에 들어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때 일어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장선명은 진윤과 육범수도 불렀다. 배준우는 지금 같이 즐겨줄 친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네 사람은 밤새 술을 들이켰다. 결국 새벽까지 마시다가 매직의 룸에서 잠에 들었다.바로 그때, 누구의 전화인지, 휴대폰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