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45화

Author: 송언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4-20 18:00:00
사실 배준우는 애초에 량천옥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목격한 그 여자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가까이에 있던 고은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크게 놀랐다.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녀를 찾아내기만 하면 바로 죽이려 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온 그는 결혼할 생각을 한 적도 없었기에 결혼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은영을 만나고 나서는 처음으로 한 여자와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 다.

"아, 목 말라."

배준우가 고은영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지자 잠에서 깬 그녀는 얼떨결에 몸을 뒤척이며 목이 마르다고 중얼거렸다.

배준우는 얼른 가서 물을 따르고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너무 피곤한지 그의 품에 안겨 다시 잠에 들었다.

그녀에 곁에 더 있고 싶었지만 피그스에 가 있느라 보름이란 시간을 지체한 배준우는 밀린 업무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자리를 비켜 회사로 향했다.

그는 떠나기 전에 집사에게 고은영을 부탁 하였다.

"만약 12시까지 일어나지 않으면 깨워서 밥 먹게 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큰한 국 좀 끓여줘. 요즘 많이 피곤했을거야."

"네, 완벽하게 준비할 테니까 안심하세요."

집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그 전까지 배준우가 한 여자에게 이렇게나 관심을 갖는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 셈이었다.

그렇게 배준우는 회사에 도착했고 아침 일찍 회사에 미리 도착해 있었던 진청아는 꽉 찬 오늘의 일정들을 보고하였다.

잠시 후에 첫 일정인 오전 회의가 열렸는데 갑자기 배준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청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배준우가 애써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명치가 심하게 아파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병원 가자!"

회의실은 순식간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진청아는 크게 놀랐다.

"사, 사장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46화

    배준우가 없으니, 그녀도 식욕이 없었다.혜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물었다. “혹시 아직 피곤하세요?”“왜?”“괜찮으시면 식사하시고 배 대표님께 음식을 전달 드리면 어떨까 해서요.”배준우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자는 소리를 듣고 고은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자!”“하지만 아침도 아직 안 드셨는데, 일단 뭐 좀 드셔야죠. 제가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알았어!”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녀는 순식간에 식사를 마무리했다.고은영은 식사를 하며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두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배준우는 바쁜지 받지 않았다.그러자 고은영은 바로 진청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청아는 현재 배준우와 함께 병원에 있었다.그녀는 고은영의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배 대표님, 사모님 전화입니다.”그러자 배준우가 바로 대답했다. “병원에 있다고 말하지 마.”그들은 방금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배준우의 고통이 너무 심했기에 우선 수액을 맞기로 했다. 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들어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사모님.”“청아 씨, 배 대표 밥 먹었어? 아직 안 먹었으면 내가 음식 좀 가져갈게.”고은영이 배준우에게 식사를 배달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진청아는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찼다. 하지만 그는 진청아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진청아는 그의 뜻을 알아채고 고은영에게 말했다. “배 대표님께서는 오늘 오후에 접대가 있으셔서 현재 회사에 계시지 않습니다.”“접대가 있다고? 그럼 그 사람 술 못 마시게 해줘.”순간 고은영은 배준우가 접대를 간다는 얘기를 듣고 속으로 조금 실망했다.그러니 그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그녀는 진청아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진청아는 배준우를 보고 말했다. “사모님께서 신경 쓰이시나 봅니다.”“그러게.”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싱글맘인 진청아는 이러

    Last Updated : 2024-04-21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47화

    장선명도 정오가 되자 안지영에게 점심을 전달해주었다. 푸짐한 점심을 먹으며 안지영이 말했다. "요즘 안 바쁘시나요?""내가 낮에 바쁠 일이 뭐가 있겠어? 밤에나 바쁘지!"하긴, 장선명 같은 사람들은 밤에 나갈 일이 많을 것이다."그럼 낮에는 쉬셔야겠네요?"안지영이 보기엔 장선명 같은 사람이라면 최소 오후 3시나 4시쯤엔 잠자리에 들 것 같았다. 그의 경우에는 낮에 많이 자 둬야 한다.하지만 장선명은 뜻밖에도, "네가 이렇게 고생시키는데 내가 어떻게 자겠냐?”라고 했다. “...”듣다 보니 점점 화가 나 안지영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아졌다. “어차피 제 일이니 그렇게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말투에는 웬지 모를 가시가 돋아 있었다.“네가 내 약혼자니까 네 고민이 나의 고민이야."그는 약혼자라는 세 글자를 매우 강조하며 말했다. 이에 안지영은 그에게 약간의 의지가 되며 알게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장선명이 사과했다. “지영아, 내가 미안해. 이번 일은 정말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그 때 교통사고에서 장선명과 나태웅의 태도는 매우 달랐다. 장선명은 그와 달리 도피를 선택하지 않았다.이번 실수가 좀 크긴 했지만,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을 지고, 자신의 잘못만 인정하면 되었다. 그의 사과는 진심이었기에 안지영의 기분이 좀 나아졌다. "흥, 사과한다고 제가 용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나를 쉽게 용서한다면 그게 비정상이겠지." 장선명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녀가 자신을 계속 만나주기만 하면 다행이었다.한편, 지금 그녀는 나태웅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안진섭은 아직도 ​​병실에 누워있는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이 모든 일을 자초한 나태웅이 원망스럽고원, 그 때 필사적으로 자신을 쫓아온 장선명이 미웠지만 장선명과 나태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선명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나태웅은 지금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나태웅을 떠올리자, 마침 왕여의 전화가 걸려왔다.

    Last Updated : 2024-04-22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48화

    “...” 하늘그룹으로 바로 간다고?지금 이 두 사람이 만난다면 안 좋은 꼴을 볼 것이 뻔했다.하지만 나태웅이 계속 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왕여는 서둘러 그를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나태웅이 가는 와중에 장선명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안지영은 그가 보내준 밥을 먹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안열은 안지영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커피 한잔 드세요. 오늘 정오에 못 쉬실 것 같아서요." "네, 고마워요!"이제는 힘든 일만이 남아있다. 지금 그녀에게는 쉴 시간이 없다. 동지운의 야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그녀는 줄곧 일에 쫓길 것이다."그 사람이 시간을 얼마나 줬어요?" 안지영이 안열에게 물었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계속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너무나 아쉬웠다.안지영은 확신했다. 장선명은 안열에게 일정 시간을 줬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안열 역시 숨기지 않았다. “한 달이요.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해요.”그러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어쨌든 한 달 동안 안열만 있다면 충분했다.그리고 하늘그룹의 일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기에 이번 달 안에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한다.두 사람은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밖에서 주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실장님, 지금 지영 씨 만나기엔 어려우세요!”“비켜!”나태웅의 차갑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지영과 안열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내 안열은 차분하게 말했다. "다른 일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텐데, 이 일은 혼자 해결하셔야겠네요.""그러게요."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안열, 이게 그녀의 약점이었다.과거 장선명을 탐했던 여자들을 그녀가 처리하는 것이 특히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결국 나태웅이 안으로 들이닥쳤고, 안열은 그 옆으로 걸어 나왔다.나태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는데 장선명의 사람을 보자 자연스레 표정은 더욱 싸늘해졌다.다행히 안열에게 화를 내지

    Last Updated : 2024-04-23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49화

    “당신이 나와 아버지를 공항으로 호송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보낸 건 절대 우리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겠죠.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많은 인원을 보낸 이유도 장선명이 나랑 당신이 같이 도망가는 거라고 오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나요? 아버지가 그를 나쁜 놈이라고 오해해서 미워하길 바랬던 거죠?안지영은 한 마디, 한 마디로 나태웅이 이전에 꾀한 속셈들을 낱낱이 밝혀냈다.그녀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이 문제의 근원이 도대체 무엇에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나태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안지영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도 알아야 해. 나는 당신이 장선명과 함께 있는 것을 원치 않았어!"그는 마침내 마음 속 가장 깊이 담아 둔 말을 꺼냈다. 그동안 그가 벌인 모든 일들은 안지영과 장선명을 헤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 말에 안지영은 실소했다. "하하하.. 예전부터 그렇게 알고 싶었던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그녀가 감정적으로 격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리분별은 못 하는 편은 아니었다.이제 모든 것이 확실 해졌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안지영의 냉소적인 눈빛을 마주한 나태웅은 순간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걸까? 그가 묻는 것은 안지영의 의견이었다."그래서라니요? 제 아버지는 병원에 ​​계시고, 언제 깨어나실지 몰라요. 근데 우리 사이에 뭘 더 어쩌겠어요?”그래서라니?정말 기가차는 질문이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온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졌다.안진섭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그와 안지영 사이에는 큰 벽이 생긴 것이다.원래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거리는, 이제...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았다."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안지영은 지금 나태웅을 영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나태웅이 소리쳤다. "안지영 씨, 장

    Last Updated : 2024-04-2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50화

    배준우에게 말했다. “이거 한 번 봐봐!”그러자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직접 확인해 보던가!" 배지영이 차갑게 말했다.배준우는 봉투를 집어 들기도 싫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병원에서 가져온 검사 보고서 꺼내 바로 책상 밑 금고에 넣었다.배지영은 서류에 '검사 보고서'라고 적힌 걸 보고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왜 그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금고에 넣었는지만 궁금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자신이 가져온 봉투를 보며 화난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그 여자의 정체가 이 서류에 나와있어!”그 여자란, 고은영을 가리켰다.배항준은 고은영이 배준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쭉 침묵을 지켰다.고은영은 배준우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임신으로 인해 지금 그들이 계획한 모든 일들은 잠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정체라고?"배준우의 말투가 조금 차가워졌지만 여전히 봉투를 열어 보지는 않았다.이를 본 배지영은 직접 봉투를 펼쳐 안에 들어있는 서류들을 꺼내고는 배준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봐, 고은영에 대한 것들이라고!"지난 보름 동안 배지영과 배윤은 줄곧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천의를 준 것이 배항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는 걸 믿지 않았었다.그래서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친듯이 알아보았고, 그 결과, 정말로 무언가를 알아낸 것이다. 배준우가 계속 대답을 하지 않자 배지영이 말했다. “량천옥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아이가 있었어. 딸 말이야.”“...”이 말을 들은 그의 눈빛은 몹시 싸늘해졌다. 그는 배지영을 위협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지난 몇 년 동안 양천옥과 양일은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 그 아이를 찾지 않았어.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고은영이 나타나 그들 곁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래서 고은영이 양천옥의 딸이라는 거지?" “그래!”배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준우의 표정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어두웠는데, 한

    Last Updated : 2024-04-25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51화

    고은영은 그렇게 꾹 참고 배준우가 돌아오기만을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배준우가 회사에서 오지 않고 외박을 했다는 것이다. 고은영은 아침에 일어나 흐트러짐 없는 배준우의 이불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씩씩대며 휴대폰을 들고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응답이 없었다. "아직도 안 받는다고?!"이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어제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이럴까? 고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진청아에 전화했다.진청아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배 대표가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바빴던 거야?" 고은영은 불만을 억누르며 약간의 원망 섞인 말투로 물었다.돌아오지 않았으면서 전화조차 없었다니!전화기 반대편 진청아는 말 하기를 머뭇거리는 듯 하자 고은영이 다시 물었다. "말해 줄 수 없어?"“사모님, 좀 있으면 누군가가 찾아갈 거예요."“어? 누가?”"보시면 알 거예요. 이제 막 일어나셨을 텐데 아침부터 드세요." 진청아는 고은영이 이제 막 일어났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아침 식사 후 정신을 차리고 회사에 가기로 결심했다. 혜나는 그녀가 씻는 것을 도와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고은영이 제일 좋아하는 계란죽을 아침으로 준비했고,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다른 반찬들도 맛이 훌륭했다."몇 개 싸서 나중에 회사로 보내줘." "알았어요." 혜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계속 멍한 상태로 밥을 먹었다. 배준우가 밤새도록 문자 한 통 없었고, 돌아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머리에 맴돌았다. 식사를 반쯤 했을 무렵, 양복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한 남자가 서류가방을 들고 들어왔다.라 집사는 그를 보자마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진 변호사

    Last Updated : 2024-04-26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52화

    "전부터 긴가민가 했는데, 역시나 계약이었네요. 저런 여자가 어떻게 대표님 옆에 설 자격이 있겠어요!”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라 집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조용!"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라 집사는 차마 갈피를 잡지 못했다.자연스레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함부로 떠들기 시작했다.두 시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고소하다는 듯 고은영을 노려 보았다.그리고 고은영 역시 이러한 조롱 속에 점차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였고, 여전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주보고 있는 진 변호사를 바라보며 멍하니 물었다. "당신, 지금 뭐라고 한거죠?" 계약? 파혼? 진 변호사는 방금 한 말을 반복하지 않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셨으니 대표님도 함부로 대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란완리조트는 지금부로 고은영 씨의 소유가 될 것이고, 대표님께서는 파혼 수수료 1억을 지급하실 겁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파혼?그러니까 파혼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이다. 배준우가 이혼을 하겠다고 한 게 맞았다.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했던 거짓말쟁이는 결국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고은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훗날 고은영 씨가아이를 출산하실 시 자신이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하셨습니다. 출근을 원하신다면 일 자리를 알아봐 준다고도 하셨습니다. 좋은 자리로 준비해 주실 겁니다."진 변호사는 계속해서 설명을 했지만, 고은영은 지금 어떠한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배준우가 이혼을 원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헤어지지 않는 걸로 합의를 본다 해도,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예전의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긴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

    Last Updated : 2024-04-26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653화

    고은영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전화를 끊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머리 속은 “윙윙”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는 정오를 지나 오후까지 소파에 멍하게 앉아 있었고, 배준우는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고서야 고은영은 자신이 배준우와 정말로 끝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몸에 힘이 없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를 지켜보던 혜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사모님, 울지 마세요. 산모가 울면 아이에게 좋지 않아요."하지만 고은영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배준우가 자신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생각만 할 뿐었다. 적어도 그 순간들 만큼은 가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역시 우리의 결혼은 이제 단순 계약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근데 왜 이제와서 계약이 된 것일까? “흑, 흑…”고은영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흐느껴 울었다. 그러자 혜나가 물었다. “기사님에게 회사까지 데려다달라고 해서 대표님한테 직접 물어보시는 게 어때요?" "진 비서가 그 사람이 다시는 날 보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 사람이 보지 않겠다고 하면 상대가 만나러 가면 되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혜나는 고은영이 정말 안타까웠다.이제 임신 7개월차이지만 배준우 쪽에서 헤어지자고 하면 그녀는 억지로라도 헤어져야 했다.이건 너무 무책임한거 아닌가?비록 자신이 모시는 대표님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혜나는 반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임산부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 사람을 만나러 가도 되는 걸까?"고은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혜나를 바라보았다.이전에는 그녀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대표님은 여전히 사모님의 남편이신걸요."상황이 어떻든 확실하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혜나가 거듭 강조하는 것을 듣자, 고은영 역시 제대로 된 해명을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계속 함께 할 수

    Last Updated : 2024-04-27

Latest chapter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6화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5화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4화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3화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2화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1화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0화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9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8화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