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배준우는 애초에 량천옥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목격한 그 여자를 찾아내야만 했다.그런데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가까이에 있던 고은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크게 놀랐다.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녀를 찾아내기만 하면 바로 죽이려 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온 그는 결혼할 생각을 한 적도 없었기에 결혼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은영을 만나고 나서는 처음으로 한 여자와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 다."아, 목 말라."배준우가 고은영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지자 잠에서 깬 그녀는 얼떨결에 몸을 뒤척이며 목이 마르다고 중얼거렸다.배준우는 얼른 가서 물을 따르고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너무 피곤한지 그의 품에 안겨 다시 잠에 들었다.그녀에 곁에 더 있고 싶었지만 피그스에 가 있느라 보름이란 시간을 지체한 배준우는 밀린 업무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자리를 비켜 회사로 향했다. 그는 떠나기 전에 집사에게 고은영을 부탁 하였다."만약 12시까지 일어나지 않으면 깨워서 밥 먹게 해줘.""알겠습니다.""그리고 얼큰한 국 좀 끓여줘. 요즘 많이 피곤했을거야.""네, 완벽하게 준비할 테니까 안심하세요." 집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또한 그 전까지 배준우가 한 여자에게 이렇게나 관심을 갖는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 셈이었다.그렇게 배준우는 회사에 도착했고 아침 일찍 회사에 미리 도착해 있었던 진청아는 꽉 찬 오늘의 일정들을 보고하였다. 잠시 후에 첫 일정인 오전 회의가 열렸는데 갑자기 배준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청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사장님, 괜찮으세요?" 배준우가 애써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명치가 심하게 아파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병원 가자!"회의실은 순식간에 웅성대기 시작했다.진청아는 크게 놀랐다. "사, 사장님
배준우가 없으니, 그녀도 식욕이 없었다.혜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물었다. “혹시 아직 피곤하세요?”“왜?”“괜찮으시면 식사하시고 배 대표님께 음식을 전달 드리면 어떨까 해서요.”배준우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자는 소리를 듣고 고은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자!”“하지만 아침도 아직 안 드셨는데, 일단 뭐 좀 드셔야죠. 제가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알았어!”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녀는 순식간에 식사를 마무리했다.고은영은 식사를 하며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두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배준우는 바쁜지 받지 않았다.그러자 고은영은 바로 진청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청아는 현재 배준우와 함께 병원에 있었다.그녀는 고은영의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배 대표님, 사모님 전화입니다.”그러자 배준우가 바로 대답했다. “병원에 있다고 말하지 마.”그들은 방금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배준우의 고통이 너무 심했기에 우선 수액을 맞기로 했다. 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들어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사모님.”“청아 씨, 배 대표 밥 먹었어? 아직 안 먹었으면 내가 음식 좀 가져갈게.”고은영이 배준우에게 식사를 배달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진청아는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찼다. 하지만 그는 진청아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진청아는 그의 뜻을 알아채고 고은영에게 말했다. “배 대표님께서는 오늘 오후에 접대가 있으셔서 현재 회사에 계시지 않습니다.”“접대가 있다고? 그럼 그 사람 술 못 마시게 해줘.”순간 고은영은 배준우가 접대를 간다는 얘기를 듣고 속으로 조금 실망했다.그러니 그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그녀는 진청아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진청아는 배준우를 보고 말했다. “사모님께서 신경 쓰이시나 봅니다.”“그러게.”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싱글맘인 진청아는 이러
장선명도 정오가 되자 안지영에게 점심을 전달해주었다. 푸짐한 점심을 먹으며 안지영이 말했다. "요즘 안 바쁘시나요?""내가 낮에 바쁠 일이 뭐가 있겠어? 밤에나 바쁘지!"하긴, 장선명 같은 사람들은 밤에 나갈 일이 많을 것이다."그럼 낮에는 쉬셔야겠네요?"안지영이 보기엔 장선명 같은 사람이라면 최소 오후 3시나 4시쯤엔 잠자리에 들 것 같았다. 그의 경우에는 낮에 많이 자 둬야 한다.하지만 장선명은 뜻밖에도, "네가 이렇게 고생시키는데 내가 어떻게 자겠냐?”라고 했다. “...”듣다 보니 점점 화가 나 안지영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아졌다. “어차피 제 일이니 그렇게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말투에는 웬지 모를 가시가 돋아 있었다.“네가 내 약혼자니까 네 고민이 나의 고민이야."그는 약혼자라는 세 글자를 매우 강조하며 말했다. 이에 안지영은 그에게 약간의 의지가 되며 알게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장선명이 사과했다. “지영아, 내가 미안해. 이번 일은 정말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그 때 교통사고에서 장선명과 나태웅의 태도는 매우 달랐다. 장선명은 그와 달리 도피를 선택하지 않았다.이번 실수가 좀 크긴 했지만,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을 지고, 자신의 잘못만 인정하면 되었다. 그의 사과는 진심이었기에 안지영의 기분이 좀 나아졌다. "흥, 사과한다고 제가 용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나를 쉽게 용서한다면 그게 비정상이겠지." 장선명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녀가 자신을 계속 만나주기만 하면 다행이었다.한편, 지금 그녀는 나태웅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안진섭은 아직도 병실에 누워있는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이 모든 일을 자초한 나태웅이 원망스럽고원, 그 때 필사적으로 자신을 쫓아온 장선명이 미웠지만 장선명과 나태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선명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나태웅은 지금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나태웅을 떠올리자, 마침 왕여의 전화가 걸려왔다.
“...” 하늘그룹으로 바로 간다고?지금 이 두 사람이 만난다면 안 좋은 꼴을 볼 것이 뻔했다.하지만 나태웅이 계속 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왕여는 서둘러 그를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나태웅이 가는 와중에 장선명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안지영은 그가 보내준 밥을 먹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안열은 안지영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커피 한잔 드세요. 오늘 정오에 못 쉬실 것 같아서요." "네, 고마워요!"이제는 힘든 일만이 남아있다. 지금 그녀에게는 쉴 시간이 없다. 동지운의 야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그녀는 줄곧 일에 쫓길 것이다."그 사람이 시간을 얼마나 줬어요?" 안지영이 안열에게 물었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계속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너무나 아쉬웠다.안지영은 확신했다. 장선명은 안열에게 일정 시간을 줬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안열 역시 숨기지 않았다. “한 달이요.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해요.”그러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어쨌든 한 달 동안 안열만 있다면 충분했다.그리고 하늘그룹의 일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기에 이번 달 안에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한다.두 사람은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밖에서 주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실장님, 지금 지영 씨 만나기엔 어려우세요!”“비켜!”나태웅의 차갑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지영과 안열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내 안열은 차분하게 말했다. "다른 일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텐데, 이 일은 혼자 해결하셔야겠네요.""그러게요."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안열, 이게 그녀의 약점이었다.과거 장선명을 탐했던 여자들을 그녀가 처리하는 것이 특히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결국 나태웅이 안으로 들이닥쳤고, 안열은 그 옆으로 걸어 나왔다.나태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는데 장선명의 사람을 보자 자연스레 표정은 더욱 싸늘해졌다.다행히 안열에게 화를 내지
“당신이 나와 아버지를 공항으로 호송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보낸 건 절대 우리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겠죠.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많은 인원을 보낸 이유도 장선명이 나랑 당신이 같이 도망가는 거라고 오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나요? 아버지가 그를 나쁜 놈이라고 오해해서 미워하길 바랬던 거죠?안지영은 한 마디, 한 마디로 나태웅이 이전에 꾀한 속셈들을 낱낱이 밝혀냈다.그녀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이 문제의 근원이 도대체 무엇에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나태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안지영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도 알아야 해. 나는 당신이 장선명과 함께 있는 것을 원치 않았어!"그는 마침내 마음 속 가장 깊이 담아 둔 말을 꺼냈다. 그동안 그가 벌인 모든 일들은 안지영과 장선명을 헤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 말에 안지영은 실소했다. "하하하.. 예전부터 그렇게 알고 싶었던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그녀가 감정적으로 격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리분별은 못 하는 편은 아니었다.이제 모든 것이 확실 해졌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안지영의 냉소적인 눈빛을 마주한 나태웅은 순간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걸까? 그가 묻는 것은 안지영의 의견이었다."그래서라니요? 제 아버지는 병원에 계시고, 언제 깨어나실지 몰라요. 근데 우리 사이에 뭘 더 어쩌겠어요?”그래서라니?정말 기가차는 질문이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온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졌다.안진섭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그와 안지영 사이에는 큰 벽이 생긴 것이다.원래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거리는, 이제...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았다."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안지영은 지금 나태웅을 영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나태웅이 소리쳤다. "안지영 씨, 장
배준우에게 말했다. “이거 한 번 봐봐!”그러자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직접 확인해 보던가!" 배지영이 차갑게 말했다.배준우는 봉투를 집어 들기도 싫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병원에서 가져온 검사 보고서 꺼내 바로 책상 밑 금고에 넣었다.배지영은 서류에 '검사 보고서'라고 적힌 걸 보고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왜 그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금고에 넣었는지만 궁금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자신이 가져온 봉투를 보며 화난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그 여자의 정체가 이 서류에 나와있어!”그 여자란, 고은영을 가리켰다.배항준은 고은영이 배준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쭉 침묵을 지켰다.고은영은 배준우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임신으로 인해 지금 그들이 계획한 모든 일들은 잠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정체라고?"배준우의 말투가 조금 차가워졌지만 여전히 봉투를 열어 보지는 않았다.이를 본 배지영은 직접 봉투를 펼쳐 안에 들어있는 서류들을 꺼내고는 배준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봐, 고은영에 대한 것들이라고!"지난 보름 동안 배지영과 배윤은 줄곧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천의를 준 것이 배항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는 걸 믿지 않았었다.그래서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친듯이 알아보았고, 그 결과, 정말로 무언가를 알아낸 것이다. 배준우가 계속 대답을 하지 않자 배지영이 말했다. “량천옥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아이가 있었어. 딸 말이야.”“...”이 말을 들은 그의 눈빛은 몹시 싸늘해졌다. 그는 배지영을 위협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지난 몇 년 동안 양천옥과 양일은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 그 아이를 찾지 않았어.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고은영이 나타나 그들 곁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래서 고은영이 양천옥의 딸이라는 거지?" “그래!”배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준우의 표정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어두웠는데, 한
고은영은 그렇게 꾹 참고 배준우가 돌아오기만을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배준우가 회사에서 오지 않고 외박을 했다는 것이다. 고은영은 아침에 일어나 흐트러짐 없는 배준우의 이불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씩씩대며 휴대폰을 들고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응답이 없었다. "아직도 안 받는다고?!"이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어제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이럴까? 고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진청아에 전화했다.진청아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배 대표가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바빴던 거야?" 고은영은 불만을 억누르며 약간의 원망 섞인 말투로 물었다.돌아오지 않았으면서 전화조차 없었다니!전화기 반대편 진청아는 말 하기를 머뭇거리는 듯 하자 고은영이 다시 물었다. "말해 줄 수 없어?"“사모님, 좀 있으면 누군가가 찾아갈 거예요."“어? 누가?”"보시면 알 거예요. 이제 막 일어나셨을 텐데 아침부터 드세요." 진청아는 고은영이 이제 막 일어났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아침 식사 후 정신을 차리고 회사에 가기로 결심했다. 혜나는 그녀가 씻는 것을 도와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고은영이 제일 좋아하는 계란죽을 아침으로 준비했고,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다른 반찬들도 맛이 훌륭했다."몇 개 싸서 나중에 회사로 보내줘." "알았어요." 혜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계속 멍한 상태로 밥을 먹었다. 배준우가 밤새도록 문자 한 통 없었고, 돌아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머리에 맴돌았다. 식사를 반쯤 했을 무렵, 양복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한 남자가 서류가방을 들고 들어왔다.라 집사는 그를 보자마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진 변호사
"전부터 긴가민가 했는데, 역시나 계약이었네요. 저런 여자가 어떻게 대표님 옆에 설 자격이 있겠어요!”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라 집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조용!"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라 집사는 차마 갈피를 잡지 못했다.자연스레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함부로 떠들기 시작했다.두 시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고소하다는 듯 고은영을 노려 보았다.그리고 고은영 역시 이러한 조롱 속에 점차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였고, 여전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주보고 있는 진 변호사를 바라보며 멍하니 물었다. "당신, 지금 뭐라고 한거죠?" 계약? 파혼? 진 변호사는 방금 한 말을 반복하지 않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셨으니 대표님도 함부로 대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란완리조트는 지금부로 고은영 씨의 소유가 될 것이고, 대표님께서는 파혼 수수료 1억을 지급하실 겁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파혼?그러니까 파혼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이다. 배준우가 이혼을 하겠다고 한 게 맞았다.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했던 거짓말쟁이는 결국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고은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훗날 고은영 씨가아이를 출산하실 시 자신이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하셨습니다. 출근을 원하신다면 일 자리를 알아봐 준다고도 하셨습니다. 좋은 자리로 준비해 주실 겁니다."진 변호사는 계속해서 설명을 했지만, 고은영은 지금 어떠한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배준우가 이혼을 원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헤어지지 않는 걸로 합의를 본다 해도,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예전의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긴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