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영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 사이의 혼약은 오래 전부터 이미 결정된 일이었어.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당장 혼약을...""그래서, 뭐?""진씨 가문의 다른 남자 아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오빠랑 진유경 말고는 당장 혼약을 맺을 사람이 없어.”막무가내로 몰아가는 배지영의 모스에 배준우는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진씨 가문인데 뭐 어쩌라고?"진씨 가문이 혼약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배씨 가문이 무조건 해줘야 되는건 아니기에 배준우 또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넌 일단 가.”그는 더 이상 배지영한테서 구구절절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보아하니 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은 확실히 보기 보다 쉬운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배지영은 생각보다 단호한 배준우가 답답했다. "오빠!""당장 나가!"배준우가 크게 호통 쳤다."엄마가 전에 말한거 벌써 잊었어? 엄마가 돌아오고 나면 오빠랑 진유경 사이의 혼약은 바로 진행시킬거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하루 빨리 고은영이랑 헤어져.” "우리가 헤어질 것 같아?""뭐라고?!" 배지영은 어이가 없어져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 정말 그 여자를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야?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아무것도 잘난게 없는 고은영이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든다는 거지?"엄마한테 전해. 우린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고은영은 이미 임신도 했다고!""..."임신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배지영은 순간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듯 했다.임신? 고은영이 임신했다고?어쩐지 고은영이 전보다 조금 살이 찐듯 싶었다.그저 살 찐 줄만 알았는데 임신이었다니!그것도 오빠 아이를 가졌다니."임신?" 배지영은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그래.”배지영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발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화가 나 뭐라도 욕하고 싶었지만, 단호하기만 한 배준우의 모습에 그녀는 감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그녀의 무례한 태도에 마음 같아서는 침을 마구 뱉고 싶었지만, 굳이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은영은 다시 말을 아꼈다.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은영의 태도에 배지영은 더욱 화가 나 콧방귀를 뀌며 자리를 떠났다.배준우의 아이를 임신까지 한 상황에 배지영은 더이상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서로 갈 길을 갔다.고은영은 회사로 다시 돌아왔는데, 마침 사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배준우는 물건을 잔뜩 들고 들어오는 고은영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기숙사에 갔었어?""네. 잠시동안은 기숙사에 살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그 방은 다른 직원한테 넘겨줘도 될 것 같아요."그녀가 여태 짐 정리를 하지 못해서 그동안 그 방에는 아무도 들어가서 살지 않았었다.다행히 남은 물건이 많지도 않아 고은영이 직접 가서 물건을 들고 온 것이다.이때,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땅에 떨어졌다. 그 것은 바로 목걸이었다.그러자 고은영이 직접 몸을 구부려 주웠고 배준우는 순간 그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에 시선이 쏠렸다. 정교한 디자인이 한눈에 보아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언뜻 봐도 남성에서 만들어진 목걸이는 아닌 것 같았다.할 말을 마친 고은영이 다시 사무실을 나서려 하자 배준우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왜요?""이리 와봐."그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갑자기 무슨 일이에요?"그러자 배준우가 손을 뻗었다."가져 와봐.""뭘요?""목걸이.""아, 네."그러자 고은영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목걸이를 배준우에게 건넸다.머릿속에는 순간 남성에서 배준우가 이 펜던트 목걸이를 책상 위에 내던지던 그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배준우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난동을 부렸다. 그 모습에 고은영은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어딘가 모르게 이끌리는 이 목걸이에 관심이 생긴 배준우는 손에 들고 자세히 훑어보았다.펜던트는 그저 평범한 은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디자
바로 전날, 안지영은 장선명과 함께 예복을 고르고는 약혼 날자을 3일 후로 정했다. 또한 청첩장까지 준비해서 서로 나눠가졌다.안지영은 준비한 청첩장을 모두 자신의 동료들에게 건넸다.왕 사장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조만간 휴가 내겠네?""네. 일주일 정도는 휴가 낼 것 같아요."장선명의 입장에서는 비록 두 사람이 가짜 약혼이긴 하지만, 장씨 가문에게는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특히나 할아버지가 의심을 하면 안되니까.그리하여 아무리 가짜 약혼이라도 그들은 신혼 여행까지 가려고 했던 것이였다.왕 사장은 안지영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면서 맡겨진 일을 최대한 잘 안배하라고 당부했다.한편 대표 사무실에서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을 본 나태웅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그러자 눈치를 챈 왕여는 조심스레 말했다."여기 장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직접 보내온 청첩장입니다.""직접 보냈다고?" 왕여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왕여의 말투를 듣고는 무엇인가를 알아챘다.자신의 대표님이 안지영한테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태 나태웅이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혀왔는지는 왕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나름 교활한 방법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안지영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효과로 장선명과의 약혼까지 만들어냈다.난감한 상황에 왕여도 어쩔 바를 몰라 했다.오래동안 대표님의 손바닥에 있었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이젠 탈출을 해버렸으니 왕여는 가슴을 졸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게다가 안지영 씨도 회사 내부에 꽤나 많은 청첩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약혼식은 바로 3일 후고요."3일 후라면 주말이기에 일부러 주말이라는 좋은 날짜를 골라 많은 손님을 접대하려는 것 같았다. 나태웅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안지영을 불러와."왕여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고는 얼른 뒤돌아 사무실을 떠났고, 곧바로 청첩장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수많은 축하 인
"뭐라고요?"협력을 안 하겠다고?이게 말이 돼? 협력을 하는데 그 상대까지 가려야 된다니. 그래도 상대가 무려 정씨 그룹인데 대체 왜 거절하는거지?하지만 나태웅은 단호했다."내 말 못 알아들었어?""아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세요? 대체 왜 협력을 안 하는건데요?""내가 협력하기 싫다면 안 하는거지. 그 이유를 굳이 지영 씨한테 설명해야 돼?”그의 뻔뻔한 태도에 안지영은 화가 났다.이유? 당연히 필요하다. 자신의 실적 문제와 연관되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반드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멋대로 갑질하는 대표가 꼴보기 싫었지만 일개 직원일뿐인 안지영은 그저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짐이나 정리하고 있어. 내일 출장가야 하니깐."처음 듣는 출장 소식에 안지영은 크게 놀라 하마터면 침을 내뱉을 뻔했다."출장이요? 어디로 가는데요?""유럽.""무려 외국이네요?" 안지영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왜? 무슨 문제 있어?""당연히 있죠."유럽으로 출국하는거라면 비행기 시간만 해도 적어도 하룻밤은 걸릴게 뻔하다.게다가 출장 업무로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다. 갑작스런 출장 업무에 안지영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나태웅은 자신에게 따박따박 대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더욱 단호하게 굴었다."이건 회사 업무야!"그는 어떻게든 안지영과 장선명의 약혼을 깨고 싶었다.“죄송하지만 저 휴가 낼겁니다.”"그건 내가 허락하지 않을건데.""..."안지영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눈 앞의 이 대표라는 사람이 원망스럽기만 했다."저 무조건 약혼해야 돼요!"나태웅은 이전에 안지영과 배준우의 갈등을 만들고 싶지가 않아 그녀더러 얼른 남자를 찾아 시집가라고 권유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걸 가로막을 이유는 더이상 없었다. 가벼운 일도 아니고 무려 약혼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허락 안 해줄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지영의 마음 속 기도에도 나태웅은 강경하게 나섰다. "매우
나태웅은 휴가를 허락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안지영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엄연히 말하면, 자신의 소속인 판매부의 직속 상사는 나태현이였다.그래서 안지영은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휴가 신청서를 쓰고는 바로 나태현을 찾아갔다.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비서처에 앉아있던 고은지를 발견하고는 바로 인사를 했다. "언니!"고은지 또한 안지영에 대해 잘 알고있다. 전에 고은영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들도 있었고, 평소에 고은영을 잘 챙겨주는 절친 중 한 명이라 항상 고맙기도 했다. 특히 저번에 회사 입구에서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도 안지영 한 명 뿐이라 그녀에 대한 인상이 더더욱 좋아졌다. "언니, 혹시 부서 바꿨어요?"전에 상무부에서 일하던 고은지는 무슨 이유인지 비서처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러자 고은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전에 같이 일하던 양하가 사직해서 상무부 팀장이 날 비서처로 안배했어. ” 대표 비서인 양하가 사직한 사실에 대해서 안지영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어떻게 사직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태현의 심기를 건든 듯 했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다 똑같은걸까?인정 사정 없는 냉정한 태도...마침 화상 회의를 마친 나태현은 안지영이 찾아온걸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휴가 신청이라고? 이 정도는 너희 부서 팀장도 결재할 수 있는 일이잖아.""아, 저 좀 길게 휴가를 내려고요. 약혼에, 신혼 여행까지 합쳐서 적어도 열흘 동안은 회사에 못 올 것 같아서요."회사에는 확실한 규정이 있고, 직원이 10일 이상의 휴가를 신청하려면 대표의 서명이 필요했다.특히 안지영과 같은 판매부 직원은 부서 팀장이 마음대로 결재할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약혼한다는 말을 들은 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약혼 축하해."그리고는 바로 휴가 신청서에 서명했다."대표님, 정말 감사드립니다."덕분에 그녀의 마음속에 계속 있었던 응어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나태웅이 아무리 허락 안 해도 뭐 어쩌겠어? 안지영
아무리 출장 업무라 하더라도 사전 통보없이 유럽으로 출국하는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안지영은 장선명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 소식에 왕여는 놀랐다."휴가를 냈다고요?""네, 사인까지 다 받았어요.""정말 나태현 대표님께서 허락했다는 말인가요?""네. 제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줄 아세요?" 왕여는 이 소식을 어떻게 나태웅한테 전해야 할지 난감했다."더이상 할 말 없으면 끊죠. 저 지금 좀 바빠서."말이 끝나자마자 안지영은 왕여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때 비행기 탑승 안내 방송이 울리기 시작했고, 나태웅은 점점 조급해졌다.왕여는 조마조마하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대표님.""어디까지 왔대?" 사실 어느 정도 대충 예상이 갔던 나태웅은 이미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왕여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이미 휴가를 냈다네요.""휴가? 누가 허락한건데?!"나태웅은 언성을 높이며 화냈다. 약혼 휴가면 틀림없이 긴 휴가일텐데 부서 팀장이 제 멋대로 허락을 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나태현 사장님이십니다.""..."나태웅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할까요?"기어코 휴가를 내서 장선명과 약혼하겠다는 건가?장씨 가문에 들어서면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저렇게 대담한거지.나태웅은 어떻게든 안지영을 막으려고 마음 먹었다."다시 전화해." “네? 그런데 나 대표님께서 이미 다 허락까지 하셨는데요…”이미 휴가까지 제출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공항으로 부르는건 많이 늦었다. 하지만 나태웅은 단호했다."지금 당장 공항으로 오지 않으면 안씨 가문의 수안 프로젝트는 꿈도 꾸지 말라고 전해.” 수안 프로젝트는 그동안 강성시의 많은 부동산들이 쟁탈하고 있는 프로젝트였다.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뜻밖에도 그저 평범한 안씨 가문의 손에 넘어갔기에 안지영에게도 엄청 중요했다. 그러자 왕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오늘 밤까지 안지영이 공항에 오지 않으면
생각보다 잘 즐기고 있는 안지영의 모습에 장선명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 10시 반까지 놀다가 같이 집에 가자."그러자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때, 누군가로부터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역시나 왕여였다.안지영은 나태웅이 또 협박을 하려고 연락을 한거라 예상했다.한 기업의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할 줄도 모르다니!"일단 받아. 안 받으면 어떻게 성질을 부릴지도 모르잖아.” 장선명은 웃으며 불안한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안지영은 도무지 나태웅이 왜 자신한테 이렇게까지 집착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진저리가 났지만 장선명의 말대로 일단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보기로 하였다."여보세요?""방금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만약 지영 씨가 지금 공항에 서둘러 오지 않는다면, 하늘 그룹의 수안 프로젝트는 바로 취소할거라고요.”"뭐라고요?"수안 프로젝트... 그게 뭐지?안지영은 그동안 하늘 그룹에서 일해본 적도 없었던 탓에 아버지는 여태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 공유를 해주지도 않았다.그리하여 그녀는 예비 상속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룹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다소 어리둥절해하는 안지영의 말투에 왕여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더이상 모른 척하지 마세요. 알다시피 대표님께선 뭐든지 말한대로 진행하시는 분입니다.” 이건 분명히 협박이었다.그런데, 고작 출장 한번 안 간다고 굳이 이렇게 직원을 협박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대표님께서 이미 저의 휴가 신청서를 결제해주셨는데, 왜 굳이 저한테 출장을 강요하시는거죠?”안지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제대로 따지기 시작했다.수안 프로젝트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걸로 자신을 위협하려는 나태웅의 모습이 그저 기가 차기만 했다."지금 지영 씨랑 휴가를 내고 안 내고를 따지려는게 아니에요.” 사실 왕여도 이 상황이 난감하기만 했다. 어찌 됐든 안지영은 규정대로 휴가를 냈으니까 이
나태웅이 갑자기 정신이 나간듯이 자신을 위협하길래, 안지영은 꽤나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인줄 알았다.하지만 아버지한테서 확인을 받았으니 그녀는 더이상 무서울게 없었다."누가 너를 위협했냐고?" 안진섭이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물었다.자신의 딸이 집도 안 들어오고 대체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으니 두번 다시는 이런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싶지가 않았다.더불어 그로 인해 자신의 회사가 좋지 않은 일에 휩쓸리는건 더더욱 용납할 수가 없었다."역시 미친 놈이었어. 아버지께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하시니까 전 안심할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잠깐만.""또 무슨 일인데요?""너랑 장씨 가문은......""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리고 약혼식 당일에도 오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전부 가짜잖아요."안지영은 다소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아버지가 자신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가짜인 약혼에 마음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약혼식이든 결혼식이든 그게 가짜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니까.뿐만 아니라, 안지영은 굳이 자신의 아버지가 약혼식에 참석해서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딸의 마음을 알 리 없던 안진섭은 그녀의 태도에 단단히 폭발하였다."너 정말 장선명이랑 약혼하려는거야?!""네. 할거예요!""난 반대야!"안진섭은 단호했다."..."아버지의 뜻밖의 반대에 안지영은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제가 이미 말했잖아요. 어차피 가짜일 뿐이니 조금만 참으세요.”그녀는 애써 화를 참고 아버지를 달래주었다.하지만 안진섭은 도저히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정말 다른 선택은 없었던거니?"그는 안지영이 모든 일을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면 다 쉬운 줄 알지만, 만약 두 사람이 언젠가 헤어지면 이혼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텐데.안진섭은 자신이 귀하게 키운 딸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했다. 살아가는 길이 어려울거라고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