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가문은 여태 량천옥만 천의를 포기하면 무조건 자신들의 손에 다시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 문제가 아니었다."제 명의로요?" 처음 듣는 사실에 고은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량천옥이 날 얼마나 싫어하는데 어떻게 천의를 내 명의로 두었다는 거야? 고은영이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줄 알았던 배지영은 더욱 화가 났다."여태 몰랐다는 뻔한 거짓말은 하지 마요.""정.. 정말 몰랐어요!"고은영은 억울한 표정으로 배지영을 바라보았다. 고은영은 어쩐지 배지영이 오늘따라 이렇게 막무가내였나 싶었는데, 바로 천의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런데, 대체 어떻게 내 명의로 된거지?배지영은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고은영이 답답하기만 했다.지분까지 양도를 받아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말인가. "믿든 안 믿든 그건 아가씨가 알아서 판단하세요. 하지만 전 정말 이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어요.""몰랐어도 괜찮아요. 이제라도 알았으니 빨리 천의를 오빠 명의로 넘겨요."배지영은 뻔뻔하게 제안했다.그녀는 량천옥이 떠난 틈을 타 하루라도 빨리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자신의 친 어머니가 다시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량천옥이 이렇게 사고를 치고 빠르게 도망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배지영의 제안에 고은영은 뜻밖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겠어요."원래도 천의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딱히 가질 마음도 없었다.배지영은 생각보다 눈치 빠른 고은영의 모습에 마침내 화를 좀 가라앉히고는 제대로 본색을 드러냈다."저희 어머니께서 딱 사흘 후면 바로 돌아오실거예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잘 알죠?""..."사흘?이렇게나 빨리?고은영이 대답하려는 순간, 사무실 입구에서는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체 뭘 알아야 되는데?""...""..."언제 벌써 회의가 끝나고 나타났는지 두 사람은 그의 인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은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기업이 우리 가문도 아니고 어떻게 아예 바깥 사람한테 넘겨질 수가 있겠어?배지영이 계속해서 선을 넘는 발언을 하자 배준우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어머니가 돌아오시면 언니한테도 좋을 건 없어. 그러니까 오빠가 알아서 빨리 처리해.”"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당연히 오빠 명의로 넘겨야지!"배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누구의 명의로 하든 어찌 됐든 고은영의 명의로 하는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량천옥이 막무가내로 벌인 일 때문에 현재 모든 책임은 배항준한테 넘어간 상황이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오게 되면 괜히 까다롭게 이 일에 연루될가봐 불안하기도 했다.노발대발하는 배지영의 모습을 보고도 배준우는 덤덤했다. 하지만 배지영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배준우가 답답하기만 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너가 이렇게까지 조급한건 단지 천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그러자 배지영의 얼굴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그 여자가 강성을 떠난것도 애초에 다 네 계획이었나 봐?""...""그런데 그 여자가 떠나고 나서 이런 후과가 있을 줄은 몰랐나 봐?" 배준우가 날카롭게 물었다.그 깊은 눈빛으로 배지영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었다.그의 말에 배지영은 순간 허무함을 느꼈다."함부로 말하지 마! 그 여자가 스스로 떠난게 왜 내 계획이야?!""그래?"하지만 배준우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 했다.배지영은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몹시 떨려지기 시작했다.원칙대로라면 량천옥은 여태 배씨 가문에서 받아온 모든 것들을 전부 돌려내야 했다.배준우는 원래 그녀를 배씨 가문에서 직접 쫓아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런데 배지영이 이렇게까지 조급해하는걸 봐서는, 암암리에 량천옥을 제대로 쫓아내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배지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겨우 입을 뗐다."지금 그게 중요해..? 천의나 빨리 뺏어오라고."지금 그녀는 무엇보다도 천의가 하루 빨리 배씨 가문에 돌아오는
배지영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 사이의 혼약은 오래 전부터 이미 결정된 일이었어.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당장 혼약을...""그래서, 뭐?""진씨 가문의 다른 남자 아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오빠랑 진유경 말고는 당장 혼약을 맺을 사람이 없어.”막무가내로 몰아가는 배지영의 모스에 배준우는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진씨 가문인데 뭐 어쩌라고?"진씨 가문이 혼약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배씨 가문이 무조건 해줘야 되는건 아니기에 배준우 또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넌 일단 가.”그는 더 이상 배지영한테서 구구절절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보아하니 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은 확실히 보기 보다 쉬운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배지영은 생각보다 단호한 배준우가 답답했다. "오빠!""당장 나가!"배준우가 크게 호통 쳤다."엄마가 전에 말한거 벌써 잊었어? 엄마가 돌아오고 나면 오빠랑 진유경 사이의 혼약은 바로 진행시킬거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하루 빨리 고은영이랑 헤어져.” "우리가 헤어질 것 같아?""뭐라고?!" 배지영은 어이가 없어져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 정말 그 여자를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야?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아무것도 잘난게 없는 고은영이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든다는 거지?"엄마한테 전해. 우린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고은영은 이미 임신도 했다고!""..."임신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배지영은 순간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듯 했다.임신? 고은영이 임신했다고?어쩐지 고은영이 전보다 조금 살이 찐듯 싶었다.그저 살 찐 줄만 알았는데 임신이었다니!그것도 오빠 아이를 가졌다니."임신?" 배지영은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그래.”배지영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발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화가 나 뭐라도 욕하고 싶었지만, 단호하기만 한 배준우의 모습에 그녀는 감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그녀의 무례한 태도에 마음 같아서는 침을 마구 뱉고 싶었지만, 굳이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은영은 다시 말을 아꼈다.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은영의 태도에 배지영은 더욱 화가 나 콧방귀를 뀌며 자리를 떠났다.배준우의 아이를 임신까지 한 상황에 배지영은 더이상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서로 갈 길을 갔다.고은영은 회사로 다시 돌아왔는데, 마침 사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배준우는 물건을 잔뜩 들고 들어오는 고은영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기숙사에 갔었어?""네. 잠시동안은 기숙사에 살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그 방은 다른 직원한테 넘겨줘도 될 것 같아요."그녀가 여태 짐 정리를 하지 못해서 그동안 그 방에는 아무도 들어가서 살지 않았었다.다행히 남은 물건이 많지도 않아 고은영이 직접 가서 물건을 들고 온 것이다.이때,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땅에 떨어졌다. 그 것은 바로 목걸이었다.그러자 고은영이 직접 몸을 구부려 주웠고 배준우는 순간 그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에 시선이 쏠렸다. 정교한 디자인이 한눈에 보아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언뜻 봐도 남성에서 만들어진 목걸이는 아닌 것 같았다.할 말을 마친 고은영이 다시 사무실을 나서려 하자 배준우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왜요?""이리 와봐."그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갑자기 무슨 일이에요?"그러자 배준우가 손을 뻗었다."가져 와봐.""뭘요?""목걸이.""아, 네."그러자 고은영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목걸이를 배준우에게 건넸다.머릿속에는 순간 남성에서 배준우가 이 펜던트 목걸이를 책상 위에 내던지던 그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배준우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난동을 부렸다. 그 모습에 고은영은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어딘가 모르게 이끌리는 이 목걸이에 관심이 생긴 배준우는 손에 들고 자세히 훑어보았다.펜던트는 그저 평범한 은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디자
바로 전날, 안지영은 장선명과 함께 예복을 고르고는 약혼 날자을 3일 후로 정했다. 또한 청첩장까지 준비해서 서로 나눠가졌다.안지영은 준비한 청첩장을 모두 자신의 동료들에게 건넸다.왕 사장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조만간 휴가 내겠네?""네. 일주일 정도는 휴가 낼 것 같아요."장선명의 입장에서는 비록 두 사람이 가짜 약혼이긴 하지만, 장씨 가문에게는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특히나 할아버지가 의심을 하면 안되니까.그리하여 아무리 가짜 약혼이라도 그들은 신혼 여행까지 가려고 했던 것이였다.왕 사장은 안지영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면서 맡겨진 일을 최대한 잘 안배하라고 당부했다.한편 대표 사무실에서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을 본 나태웅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그러자 눈치를 챈 왕여는 조심스레 말했다."여기 장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직접 보내온 청첩장입니다.""직접 보냈다고?" 왕여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왕여의 말투를 듣고는 무엇인가를 알아챘다.자신의 대표님이 안지영한테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태 나태웅이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혀왔는지는 왕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나름 교활한 방법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안지영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효과로 장선명과의 약혼까지 만들어냈다.난감한 상황에 왕여도 어쩔 바를 몰라 했다.오래동안 대표님의 손바닥에 있었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이젠 탈출을 해버렸으니 왕여는 가슴을 졸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게다가 안지영 씨도 회사 내부에 꽤나 많은 청첩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약혼식은 바로 3일 후고요."3일 후라면 주말이기에 일부러 주말이라는 좋은 날짜를 골라 많은 손님을 접대하려는 것 같았다. 나태웅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안지영을 불러와."왕여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고는 얼른 뒤돌아 사무실을 떠났고, 곧바로 청첩장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수많은 축하 인
"뭐라고요?"협력을 안 하겠다고?이게 말이 돼? 협력을 하는데 그 상대까지 가려야 된다니. 그래도 상대가 무려 정씨 그룹인데 대체 왜 거절하는거지?하지만 나태웅은 단호했다."내 말 못 알아들었어?""아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세요? 대체 왜 협력을 안 하는건데요?""내가 협력하기 싫다면 안 하는거지. 그 이유를 굳이 지영 씨한테 설명해야 돼?”그의 뻔뻔한 태도에 안지영은 화가 났다.이유? 당연히 필요하다. 자신의 실적 문제와 연관되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반드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멋대로 갑질하는 대표가 꼴보기 싫었지만 일개 직원일뿐인 안지영은 그저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짐이나 정리하고 있어. 내일 출장가야 하니깐."처음 듣는 출장 소식에 안지영은 크게 놀라 하마터면 침을 내뱉을 뻔했다."출장이요? 어디로 가는데요?""유럽.""무려 외국이네요?" 안지영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왜? 무슨 문제 있어?""당연히 있죠."유럽으로 출국하는거라면 비행기 시간만 해도 적어도 하룻밤은 걸릴게 뻔하다.게다가 출장 업무로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다. 갑작스런 출장 업무에 안지영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나태웅은 자신에게 따박따박 대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더욱 단호하게 굴었다."이건 회사 업무야!"그는 어떻게든 안지영과 장선명의 약혼을 깨고 싶었다.“죄송하지만 저 휴가 낼겁니다.”"그건 내가 허락하지 않을건데.""..."안지영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눈 앞의 이 대표라는 사람이 원망스럽기만 했다."저 무조건 약혼해야 돼요!"나태웅은 이전에 안지영과 배준우의 갈등을 만들고 싶지가 않아 그녀더러 얼른 남자를 찾아 시집가라고 권유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걸 가로막을 이유는 더이상 없었다. 가벼운 일도 아니고 무려 약혼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허락 안 해줄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지영의 마음 속 기도에도 나태웅은 강경하게 나섰다. "매우
나태웅은 휴가를 허락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안지영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엄연히 말하면, 자신의 소속인 판매부의 직속 상사는 나태현이였다.그래서 안지영은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휴가 신청서를 쓰고는 바로 나태현을 찾아갔다.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비서처에 앉아있던 고은지를 발견하고는 바로 인사를 했다. "언니!"고은지 또한 안지영에 대해 잘 알고있다. 전에 고은영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들도 있었고, 평소에 고은영을 잘 챙겨주는 절친 중 한 명이라 항상 고맙기도 했다. 특히 저번에 회사 입구에서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도 안지영 한 명 뿐이라 그녀에 대한 인상이 더더욱 좋아졌다. "언니, 혹시 부서 바꿨어요?"전에 상무부에서 일하던 고은지는 무슨 이유인지 비서처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러자 고은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전에 같이 일하던 양하가 사직해서 상무부 팀장이 날 비서처로 안배했어. ” 대표 비서인 양하가 사직한 사실에 대해서 안지영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어떻게 사직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태현의 심기를 건든 듯 했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다 똑같은걸까?인정 사정 없는 냉정한 태도...마침 화상 회의를 마친 나태현은 안지영이 찾아온걸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휴가 신청이라고? 이 정도는 너희 부서 팀장도 결재할 수 있는 일이잖아.""아, 저 좀 길게 휴가를 내려고요. 약혼에, 신혼 여행까지 합쳐서 적어도 열흘 동안은 회사에 못 올 것 같아서요."회사에는 확실한 규정이 있고, 직원이 10일 이상의 휴가를 신청하려면 대표의 서명이 필요했다.특히 안지영과 같은 판매부 직원은 부서 팀장이 마음대로 결재할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약혼한다는 말을 들은 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약혼 축하해."그리고는 바로 휴가 신청서에 서명했다."대표님, 정말 감사드립니다."덕분에 그녀의 마음속에 계속 있었던 응어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나태웅이 아무리 허락 안 해도 뭐 어쩌겠어? 안지영
아무리 출장 업무라 하더라도 사전 통보없이 유럽으로 출국하는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안지영은 장선명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 소식에 왕여는 놀랐다."휴가를 냈다고요?""네, 사인까지 다 받았어요.""정말 나태현 대표님께서 허락했다는 말인가요?""네. 제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줄 아세요?" 왕여는 이 소식을 어떻게 나태웅한테 전해야 할지 난감했다."더이상 할 말 없으면 끊죠. 저 지금 좀 바빠서."말이 끝나자마자 안지영은 왕여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때 비행기 탑승 안내 방송이 울리기 시작했고, 나태웅은 점점 조급해졌다.왕여는 조마조마하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대표님.""어디까지 왔대?" 사실 어느 정도 대충 예상이 갔던 나태웅은 이미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왕여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이미 휴가를 냈다네요.""휴가? 누가 허락한건데?!"나태웅은 언성을 높이며 화냈다. 약혼 휴가면 틀림없이 긴 휴가일텐데 부서 팀장이 제 멋대로 허락을 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나태현 사장님이십니다.""..."나태웅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할까요?"기어코 휴가를 내서 장선명과 약혼하겠다는 건가?장씨 가문에 들어서면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저렇게 대담한거지.나태웅은 어떻게든 안지영을 막으려고 마음 먹었다."다시 전화해." “네? 그런데 나 대표님께서 이미 다 허락까지 하셨는데요…”이미 휴가까지 제출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공항으로 부르는건 많이 늦었다. 하지만 나태웅은 단호했다."지금 당장 공항으로 오지 않으면 안씨 가문의 수안 프로젝트는 꿈도 꾸지 말라고 전해.” 수안 프로젝트는 그동안 강성시의 많은 부동산들이 쟁탈하고 있는 프로젝트였다.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뜻밖에도 그저 평범한 안씨 가문의 손에 넘어갔기에 안지영에게도 엄청 중요했다. 그러자 왕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오늘 밤까지 안지영이 공항에 오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