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천옥은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가 않았던 그녀는 다시 상자를 들고 걸어갔다."오늘 이 문 나서면 다시는 돌아올 생각은 하지도 마."가출? 맘대로 해.하지만 량천옥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근데 내가 가출하는거 너한테도 나쁘지 않은 일 아니야?”배씨 가문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는 어떤 일에 부딪혀도 치욕을 참고는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짊어졌었다.배항준이 자신을 어떻게 괴롭히든, 그녀는 항상 묵묵히 참아왔다.그러나 이번에는 제대로 끝장을 내고 싶었다.원래도 조용했던 배씨 가문은... 이젠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화가 난 배항준은 손에 든 물건을 냅다 땅에 내리쳤다."쾅!"수백만 원짜리 골동품 꽃병들이 산산조각 나버렸다.옆에서 지켜보던 집사와 하인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그렇게 량천옥은 아예 집을 떠나버렸다.......이튿날이 돼서야, 배준우는 이 소식을 접했다.평소에는 항상 고은영을 데리고 배씨 가문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혼자서 집으로 찾아갔다.데리고 오지 말라고 할 때는 같이 오더니, 데리고 오라 하니까 이번엔 혼자 온거라니! 밤새 화가 채 가시지 않았던 배항준은 다시 머리가 아파졌다. 집에는 배윤도 있었고, 모처럼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늘 배준우가 어떻게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배준우는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꺼냈다."천의 때문에 나를 찾아온거야?"그는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떠보았다. 량천옥이 천의를 갑자기 고은영의 손에 넘긴 것 자체가 배씨 가문에게 있어서는 큰 사건이니까 말이다. 배준우의 무덤덤한 모습에, 배항준과 배윤은 어이가 없었다.이때 배항준이 입을 열었다."변호사한테 서류들을 준비하라고 하고 고은영한테 거기다 사인하라고 해."이것이 바로 그가 밤새 생각해낸 최후의 해결 방안이었다.천의는 량천옥이 일으켜세운 것은 맞지만, 배씨 가문의 돈을 쓴 것이기에 절대 빼앗기고 싶지가 않았다.심지어 천의는 현재 M국에서도 시가 2조를 자랑하고 있었
소문을 접한 배윤과 배항준은 어안이 벙벙했졌다.글쎄 배준우가 고은영을 지키려고 할 줄이야… 이대로라면 고은영의 손에서 천의를 뺏어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설마 량천옥이 이 상황을 예상한건가? 일부러 배준우를 이용하려고 고은영에게 천의를 준건가? 정말 독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배준우는 자리를 떠났고,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배항준은 배윤을 매섭게 노려보며 화를 냈다."거 봐, 이게 다 네가 애초에 사업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후과라고.” "아버지, 그게 무슨...""네가 일찍이라도 철이 들었더라면, 천의는 진작에 네 명의로 되어 있었을거야. 아니면 어떻게 그런 여자의 손에 들어갈 수가 있겠어?"량천옥이 여태 천의를 키워온건 애초에 배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그런 것은 사실이었다.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건 아버지가 전부터 계속 형한테 천의를 주겠다고 고집 부린 영향도 있잖아요." 게다가, 어찌 보면 배항준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서 미움을 산 이유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배윤은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복수를 하면서 자신까지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안 그래도 짜증 나는 상황에서 배윤이 따박따박 대들자 배항준은 더이상 상대하기도 귀찮았다.......그렇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배씨 가문 전체는 순식간에 혼란스럽게 변했다.그리고 량천옥은 이 혼란 속에서도 배항준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고 재빨리 강성을 떠났다.......하지만 정작 고은영은 이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배지영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에도 그녀는 어리둥절했다."언니, 저희 아래층에서 만나요.""아가씨, 굳이 저희가 만날 필요 있을까요? 결국 저랑 준우 씨의 일은 아가씨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에요.""...""제대로 얘기를 하려면 이 일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가요?"이 일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배준우
배지영이 말한대로, 고은영은 순수해보이긴 해도 절대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고은영은 배지영이 자신을 찾아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말했듯이, 이 일에 있어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배준우 뿐이었다."더이상 할 말 없으면 먼저 끊을게요.""잠깐만요!"고은영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배지영이 급히 불렀다.이쯤 되면 배지영도 더이상 고은영이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이 여자, 정말 만만치 않은 여자야.곧이어 배지영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물었다."오빠는 지금 회의하고 있어요?""네.""그럼 제가 언니 찾으러 올라갈게요."배준우가 아직 회의 중이라는 말에 배지영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은 어떻게든 고은영을 만나 이 일을 해결하려 했다.근데 자신의 착각이였는지 아니였는지, 고은영에게는 확실히 전보다 많은 변화가 생겼다.예전에는 줄곧 모두에게 공손했던 그녀가 지금은 아예 배씨 가문의 사모님 행세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가? 설마 아예 작정하고 오빠 곁에 남아 있으려는건가?순간 배지영의 얼굴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그렇게 전화를 끊은 지 5분 만에 배지영이 정말로 찾아왔다.배준우가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한편, 고은영은 조용히 그를 위한 목도리를 짜주고 있었다.그녀의 손놀림은 누가 봐도 초보처럼 보였다.배지영은 곧바로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 두리번거렸다.이때 고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계속 망설일거예요? 준우 씨 회의가 곧 끝날텐데."그러자 배지영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곧바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내뱉었다."이렇게 하면 평생 배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거예요? 량천옥이 이런 짓을 벌인건 단지 저희 아버지한테 복수하려고 그런거예요."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뜨개질을 멈추고는 물었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복수라니? 량천옥이 뭘 어쨌다고?그녀는 며칠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지만, 단지 량천옥이 요즘 줄곧 배준우
배씨 가문은 여태 량천옥만 천의를 포기하면 무조건 자신들의 손에 다시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 문제가 아니었다."제 명의로요?" 처음 듣는 사실에 고은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량천옥이 날 얼마나 싫어하는데 어떻게 천의를 내 명의로 두었다는 거야? 고은영이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줄 알았던 배지영은 더욱 화가 났다."여태 몰랐다는 뻔한 거짓말은 하지 마요.""정.. 정말 몰랐어요!"고은영은 억울한 표정으로 배지영을 바라보았다. 고은영은 어쩐지 배지영이 오늘따라 이렇게 막무가내였나 싶었는데, 바로 천의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런데, 대체 어떻게 내 명의로 된거지?배지영은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고은영이 답답하기만 했다.지분까지 양도를 받아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말인가. "믿든 안 믿든 그건 아가씨가 알아서 판단하세요. 하지만 전 정말 이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어요.""몰랐어도 괜찮아요. 이제라도 알았으니 빨리 천의를 오빠 명의로 넘겨요."배지영은 뻔뻔하게 제안했다.그녀는 량천옥이 떠난 틈을 타 하루라도 빨리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자신의 친 어머니가 다시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량천옥이 이렇게 사고를 치고 빠르게 도망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배지영의 제안에 고은영은 뜻밖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겠어요."원래도 천의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딱히 가질 마음도 없었다.배지영은 생각보다 눈치 빠른 고은영의 모습에 마침내 화를 좀 가라앉히고는 제대로 본색을 드러냈다."저희 어머니께서 딱 사흘 후면 바로 돌아오실거예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잘 알죠?""..."사흘?이렇게나 빨리?고은영이 대답하려는 순간, 사무실 입구에서는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체 뭘 알아야 되는데?""...""..."언제 벌써 회의가 끝나고 나타났는지 두 사람은 그의 인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은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기업이 우리 가문도 아니고 어떻게 아예 바깥 사람한테 넘겨질 수가 있겠어?배지영이 계속해서 선을 넘는 발언을 하자 배준우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어머니가 돌아오시면 언니한테도 좋을 건 없어. 그러니까 오빠가 알아서 빨리 처리해.”"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당연히 오빠 명의로 넘겨야지!"배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누구의 명의로 하든 어찌 됐든 고은영의 명의로 하는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량천옥이 막무가내로 벌인 일 때문에 현재 모든 책임은 배항준한테 넘어간 상황이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오게 되면 괜히 까다롭게 이 일에 연루될가봐 불안하기도 했다.노발대발하는 배지영의 모습을 보고도 배준우는 덤덤했다. 하지만 배지영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배준우가 답답하기만 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너가 이렇게까지 조급한건 단지 천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그러자 배지영의 얼굴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그 여자가 강성을 떠난것도 애초에 다 네 계획이었나 봐?""...""그런데 그 여자가 떠나고 나서 이런 후과가 있을 줄은 몰랐나 봐?" 배준우가 날카롭게 물었다.그 깊은 눈빛으로 배지영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었다.그의 말에 배지영은 순간 허무함을 느꼈다."함부로 말하지 마! 그 여자가 스스로 떠난게 왜 내 계획이야?!""그래?"하지만 배준우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 했다.배지영은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몹시 떨려지기 시작했다.원칙대로라면 량천옥은 여태 배씨 가문에서 받아온 모든 것들을 전부 돌려내야 했다.배준우는 원래 그녀를 배씨 가문에서 직접 쫓아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런데 배지영이 이렇게까지 조급해하는걸 봐서는, 암암리에 량천옥을 제대로 쫓아내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배지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겨우 입을 뗐다."지금 그게 중요해..? 천의나 빨리 뺏어오라고."지금 그녀는 무엇보다도 천의가 하루 빨리 배씨 가문에 돌아오는
배지영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 사이의 혼약은 오래 전부터 이미 결정된 일이었어.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당장 혼약을...""그래서, 뭐?""진씨 가문의 다른 남자 아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오빠랑 진유경 말고는 당장 혼약을 맺을 사람이 없어.”막무가내로 몰아가는 배지영의 모스에 배준우는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진씨 가문인데 뭐 어쩌라고?"진씨 가문이 혼약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배씨 가문이 무조건 해줘야 되는건 아니기에 배준우 또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넌 일단 가.”그는 더 이상 배지영한테서 구구절절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보아하니 진씨 가문과 배씨 가문은 확실히 보기 보다 쉬운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배지영은 생각보다 단호한 배준우가 답답했다. "오빠!""당장 나가!"배준우가 크게 호통 쳤다."엄마가 전에 말한거 벌써 잊었어? 엄마가 돌아오고 나면 오빠랑 진유경 사이의 혼약은 바로 진행시킬거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하루 빨리 고은영이랑 헤어져.” "우리가 헤어질 것 같아?""뭐라고?!" 배지영은 어이가 없어져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 정말 그 여자를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야?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아무것도 잘난게 없는 고은영이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든다는 거지?"엄마한테 전해. 우린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고은영은 이미 임신도 했다고!""..."임신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배지영은 순간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듯 했다.임신? 고은영이 임신했다고?어쩐지 고은영이 전보다 조금 살이 찐듯 싶었다.그저 살 찐 줄만 알았는데 임신이었다니!그것도 오빠 아이를 가졌다니."임신?" 배지영은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그래.”배지영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발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화가 나 뭐라도 욕하고 싶었지만, 단호하기만 한 배준우의 모습에 그녀는 감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그녀의 무례한 태도에 마음 같아서는 침을 마구 뱉고 싶었지만, 굳이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은영은 다시 말을 아꼈다.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은영의 태도에 배지영은 더욱 화가 나 콧방귀를 뀌며 자리를 떠났다.배준우의 아이를 임신까지 한 상황에 배지영은 더이상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서로 갈 길을 갔다.고은영은 회사로 다시 돌아왔는데, 마침 사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배준우는 물건을 잔뜩 들고 들어오는 고은영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기숙사에 갔었어?""네. 잠시동안은 기숙사에 살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그 방은 다른 직원한테 넘겨줘도 될 것 같아요."그녀가 여태 짐 정리를 하지 못해서 그동안 그 방에는 아무도 들어가서 살지 않았었다.다행히 남은 물건이 많지도 않아 고은영이 직접 가서 물건을 들고 온 것이다.이때,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땅에 떨어졌다. 그 것은 바로 목걸이었다.그러자 고은영이 직접 몸을 구부려 주웠고 배준우는 순간 그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에 시선이 쏠렸다. 정교한 디자인이 한눈에 보아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언뜻 봐도 남성에서 만들어진 목걸이는 아닌 것 같았다.할 말을 마친 고은영이 다시 사무실을 나서려 하자 배준우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왜요?""이리 와봐."그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갑자기 무슨 일이에요?"그러자 배준우가 손을 뻗었다."가져 와봐.""뭘요?""목걸이.""아, 네."그러자 고은영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목걸이를 배준우에게 건넸다.머릿속에는 순간 남성에서 배준우가 이 펜던트 목걸이를 책상 위에 내던지던 그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배준우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난동을 부렸다. 그 모습에 고은영은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어딘가 모르게 이끌리는 이 목걸이에 관심이 생긴 배준우는 손에 들고 자세히 훑어보았다.펜던트는 그저 평범한 은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디자
바로 전날, 안지영은 장선명과 함께 예복을 고르고는 약혼 날자을 3일 후로 정했다. 또한 청첩장까지 준비해서 서로 나눠가졌다.안지영은 준비한 청첩장을 모두 자신의 동료들에게 건넸다.왕 사장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조만간 휴가 내겠네?""네. 일주일 정도는 휴가 낼 것 같아요."장선명의 입장에서는 비록 두 사람이 가짜 약혼이긴 하지만, 장씨 가문에게는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특히나 할아버지가 의심을 하면 안되니까.그리하여 아무리 가짜 약혼이라도 그들은 신혼 여행까지 가려고 했던 것이였다.왕 사장은 안지영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면서 맡겨진 일을 최대한 잘 안배하라고 당부했다.한편 대표 사무실에서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을 본 나태웅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그러자 눈치를 챈 왕여는 조심스레 말했다."여기 장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직접 보내온 청첩장입니다.""직접 보냈다고?" 왕여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왕여의 말투를 듣고는 무엇인가를 알아챘다.자신의 대표님이 안지영한테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태 나태웅이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혀왔는지는 왕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나름 교활한 방법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안지영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효과로 장선명과의 약혼까지 만들어냈다.난감한 상황에 왕여도 어쩔 바를 몰라 했다.오래동안 대표님의 손바닥에 있었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이젠 탈출을 해버렸으니 왕여는 가슴을 졸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게다가 안지영 씨도 회사 내부에 꽤나 많은 청첩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약혼식은 바로 3일 후고요."3일 후라면 주말이기에 일부러 주말이라는 좋은 날짜를 골라 많은 손님을 접대하려는 것 같았다. 나태웅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안지영을 불러와."왕여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고는 얼른 뒤돌아 사무실을 떠났고, 곧바로 청첩장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수많은 축하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