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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Author: 송언희
누구보다도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서,

고은지는 나태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서둘러 우산을 펴고 학교로 들어갔다.

지금 이 시각, 학교에는 경비원만이 남아있었다.

양 선생은 조희주를 경비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긴 채 이미 퇴근까지 한 상황이었다.

아이의 손에는 만두 하나가 들려있었다. 아마도 경비원이 준 것 같았다.

"희주야."

"엄마."

그제서야 엄마를 만난 아이는 울먹였다.

몹시 마음이 아파난 고은지는 재빨리 아이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엄마가 왔잖아."

그때 40대 정도로 보이는 경비원이 나타났다.

그는 고은지를 보고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 당신 같은 것들이 부모가 되는건지... 일이 아무리 바빠도 아이를 챙겨야지! 지금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도 없는데!”

"죄송합니다. 비가 너무 세게 내려서 오는 길에 좀 늦었습니다. 저희 아이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은지는 경비원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녀의 상황이 이해가 되기도 했던 경비원은 더이상 뭐라 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도 자신을 버리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가.

“얼른 애 데리고 돌아가세요. 방금 밖에서 넘어져서 몸이 다 젖었어요.”

심지어 조희주의 몸이 젖었다는 말을 듣고는 고은지는 더욱 마음이 아파났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바지가 크게 젖어있었다.

경비원 아저씨는 그런 아이가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봐 난로를 켜주기도 했다.

고은지는 다시 한번 경비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서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 조희주에게 입혔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학교에서 걸어나오는 순간,

학교 앞에는 여전히 나태현의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태현은 아이와 함께 나오는 고은지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고은지는 한 손으로는 우산을 쓰고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안쓰러워 보였다.

이게 바로 위대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곧이어 그녀는 아이를 안고 차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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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47화

    딸조차 무서워한다는 말을 하자 더욱 마음이 아파난 고은지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마. 하늘이 무너져도 엄마가 네 옆에서 널 지켜줄거야.”아이의 친부에 대해서 여전히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지만 고은지는 단단한 멘탈로 여태 버텨왔다. 다른 사람들은 조희주의 존재를 부정하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만약 아이의 친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동네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버티지 못하고 진작 아이를 데리고 떠났을 것이다.그렇게 어떻게든 무슨 일이 있어도 딸을 잘 지켜내고 싶었다."응, 난 엄마 믿어."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사다난했던 하루에 피곤했던 고은지는 아이를 달래주었다."오늘 저녁에는 대충 먹고, 내일 주말이니까 엄마가 너한테 맛있는 것 좀 해줄까?""좋아."기특하게도 조희주는 결코 편식하지 않는 아이었다.게다가 엄마가 혼자서 키운 아이라 그런지, 딸은 세상에 대해서 이미 많이 알게 되었고 한순간에 철도 많이 들었다.전에 조씨 집안에서 지낼 때, 조희주는 자주 떼를 쓰며 일부러 편식까지 하며 소란을 피웠었다.그런데 놀랍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는 크게 변화하였고, 그 변화를 알아챈 고은지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얼마 후, 두 모녀는 집에 도착했다.이때 마침 고은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은영아.""얼굴 상처는 괜찮아?"하루동안 혼란스러운 일을 겪었던 고은영은 너무 정신이 없어 고은지에게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고은지가 그런 그녀를 위로해줬다. "안심해. 나는 괜찮아. 그냥 살이 좀 벗겨졌을 뿐이야."사실 그녀의 입가에는 멍이 들었고 목덜미에는 긁힌 자국도 있었다.다행히 오늘은 안지영이 도와주기도 했고 조보은도 이미 심하게 다친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일이 이 정도로 끝날 수가 있었다. "다행이야. 희주는 어때?"“별 문제 없으니까 안심해.”"내일 내가 가봐도 돼?""그래, 와.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고은영이 온다는 말을 들은 고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48화

    영문을 모르던 고은지는 궁금했다."무슨 일인데 그래?"갑자기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는 진지하게 얘기를 꺼내는 고은영의 모습을 본 그녀는내심 불안했다.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듯 했다.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물었다."언니 6년 전 결혼식 때 말이야, 전날 밤 결혼식 호텔에서 묵었던거 기억해?""그럼, 기억하지!"“근데 그 날, 조영수는 그 호텔에 가지 않았어.” "뭐, 뭐라고?" 고은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순식간에 얼굴색은 하얗게 질려버렸다.조영수가 호텔에 온 적이 없다고?결혼식 전날 밤, 방에 들이닥쳤던 그 사람은 조영수가 아니었던거야? 그럼 누구지? 크게 놀란 고은지의 안색을 본 고은영은 겨우 입을 열었다."언니도 알다시피 그때 조영수의 결혼은 집안의 압박 때문이었어. 그래서......"맞아, 그랬었지!사실 두 사람은 양측 집안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혼인 관계를 맺은 것이었다. 진여옥은 애초에 자신의 아들인 조영수가 강성에서 장가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고은지가 외지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못해 받아들였고, 조보은은 마침 조영수가 강성 사람이라는 것이 맘에 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우왕좌왕 결혼식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태 어머니의 말이라면 뭐든 다 잘 듣던 조영수가 대체 왜 그랬을가? 사실 그의 마음 속에는 고은지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고 나서도 줄곧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다.조영수가 호텔에 찾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나서야 고은지는 뭔가를 깨달았다. "그럼 그날 밤 내가 만난 사람은 대체 누구야?" 고은지는 덤덤하게 물었다.과거에 대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그녀는 이렇게 된 이상 6년전의 그날 밤의 진실을제대로 알고 싶었다.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몰라. 하지만 언니가 기어코 알아내고 싶다면 인차 알아낼 수 있어.” 진청아에게 도움을 청하면 이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날 밤 호텔에 드나든 모든 사람들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49화

    어느덧 닭은 먹음직스럽게 잘 익혀졌고,고은지는 또 두 가지 반찬까지 준비하여 대접했다. 조희주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순순히 먹고 있었다. 그런데 고은지가 갑자기 닭다리하나를 그릇에 넣었주자,철이 든 아이는 눈치를 보고는 닭다리를 다시 고은지에게 건네주었다."엄마랑 이모가 먹어. 이건 너무 커서 난 못 먹어!"당연히 못 먹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였다.그런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은지는 마음이 좀 아팠다."희주야, 넌 지금 한창 클 때야. 얼른 먹어."그리고는 또 다시 닭다리를 딸의 그릇에 넣어주었다.하지만 아이의 고집은 얼마나 센지!바로 그때, 고은영이 재빨리 말했다."희주는 이거 먹고, 이모가 엄마한테 닭다리 줄게. 이모 뱃속에 있는 아기가 닭고기 싫어하거든.” 조희주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은지를 바라보기만 했다.고은지는 그런 고은영을 말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동생으로서는 언니가 잘 챙겨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으니까.그제서야 고은지는 울컥한 마음으로 닭고기를 한 입 먹었다."얼른 먹어.""응." 그러자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냠냠 먹기 시작했다.점심을 다 먹고 난 후, 조희주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고은지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다.자신의 어리석음이 아이를 이렇게까지 해친 것 같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고은영은 그런 그녀를 달래주었다. "울지 마 언니. 응?""은영아, 그 남자 꼭 찾아줘!"이 순간만큼은, 고은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무슨 일이 있든 반드시 그 남자를 찾으려 마음 먹었다.그러자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꼭 찾아낼거야."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는 고은지의 모습을 처음 본 고은영도 스스로 자책했다.그날 밤 난 왜 그 방에 가 보지 않았을까? 난 왜 소홀했을가? ......얼마 뒤, 오후 4시가 되었고, 고은영은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고은지는 그녀에게 저녁까지 해 주고 싶었지만 고은영은 사양했다. 언니에게 조금이라도 혼자서 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50화

    기사의 연락을 받자마자 고은영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왔다. 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량천옥은 그녀를 발견하고도 아무 말 않았다.웬일로 자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는 량천옥의 태도를 확인한 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곧이어 기사가 차문을 열어주었다."타세요, 사모님."사모님이란 세 글자를 어렴풋이 들은 량천옥은 마음이 복잡했다.이전과 같았으면 애초에 벌컥 화를 내고 혼쭐을 냈을 것이다.배항준의 부인인 자신이 멀쩡이 아직 살아있는데, 배준우의 여자를 사모님이라 모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차마 뭐라 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은영이 자신의 딸이니까...어쩌다 둘의 운명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가.차에 오른 뒤, 고은영은 긴장감을 풀고는 잠시 한숨 돌렸다. "차 브레이크 같은건 다 검사해봤어?"비록 량천옥이 자신을 가만히 놔두긴 했지만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익숙치 않았던 고은영은 여전히 내심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다.이 여자가 얼마나 광기 가득한 미친 여자인데, 한시도 방심할 수는 없어!그러자 기사는 고은영을 달래주었다."안심하세요. 오늘 아침 란완에서 떠나기 전에 한번 검사을 마쳤어요. 전 그 후로 줄곧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요."그 말을 들은 고은영도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었다."그래도 돌아가는 길,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해."순간 그녀는 전에 겪었던 교통사고를 떠올렸다.그 날, 택시 기사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괜히 억울한 누명을 쓸게 뻔했다."네, 알겠습니다."평소보다 예민해있는 고은영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사는 매우 느린 속도로 운전하였다.그렇게 그들은 순조롭게 란완으로 돌아왔다.방금 무려 두차례의 국제회의에 참석한 배준우는 안색이 좋지 않은 고은영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른 물었다. "무슨 일이야?""아, 깜짝이야.""어?""량천옥 그 여자, 지금 단단히 미친 것 같아요. 글쎄 오늘 그린빌까지 찾아왔더라고요.왜 그랬겠어요? 당연히 날 죽이려고 그러는거지.”분노가 극에 달하면 눈에 뵈는게 없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51화

    저녁에 배준우는 주방에 고은영을 위한 만두를 준비해 주라고 일러 두었다. 밀가루 음식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 배준우를 위한 스테이크도 주방에서 착실히 함께 준비해둔 건 물론이었다.고은영이 언니의 이야기를 꺼낸 건 한창 저녁을 먹으며 배준우가 와인 한 잔을 즐기던 도중이었다.“언니는 아무래도 6년 전의 그 남자가 대체 누군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정도는 당연히 알아 둬야지.”어떤 여자가 제 아이의 친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상태로 멀쩡할 수 있겠는가? 그런 공허함도 세상에 더는 없을 것이다.누가 됐다고 한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할 터.“그러면 그냥 슬쩍 한번 알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고은영의 말투는 다소 조심스러웠다.그럴만했다. 제대로 알아내기 전까지는 무조건 모든 것이 비밀이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애꿎은 고은지와 조희주 모녀에게 2차 가해가 될 것이다. “걱정하지 마.”저녁을 다 먹고 난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둘을 위한 란완 리조트는 승마장과 수영장은 물론이고, 골프장까지 풀 옵션으로 갖추어져 있는 개인 별장이었다.멀리서 털이 부드럽고 반짝이는 게 언뜻 봐도 잘 관리된 듯한 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은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승마도 하실 줄 아세요?”“응. 아이 낳고 나면 가르쳐 줄게.”낳고 나면, 가르쳐 준다고?마음 한구석이 뭔가 봄바람이 분 양 간지러워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진다.그 둘은 아직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사이였다.미래, 그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당장 그녀 본인조차 어떠한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그러나 불안한 와중에도 미래에 결국 이 남자와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어딘가 떨어진 듯 아파지는 것이었다.란완 리조트 내부에는 잘 가꿔진 정원들도 있었는데, 그 정원 안에는 세상 온갖 곳에서 온 신기한 화초들이 다수 재배되고 있었다. 가까워지지 않았더라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52화

    ”알겠어요, 나갈게요.”도우미가 떠나고, 혜나와 둘만 남자 고은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예전에는 아가씨가 여길 자주 오지 않으셨죠?”“큰 아가씨는 한 번도 오신 적이 없었죠!”그렇구나.아마도 배준우가 그전까지는 본가의 사람들까지, 심지어는 배지영까지 속여가며 지내 왔던 듯싶었다.  배 씨 집안의 그 어느 누구도 이 란완 리조트의 주인이 누군지 몰랐다는 말이니까.배지영은 그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친동생인데도, 그녀까지 모르고 있었다니!고은영은 다시금 마음이 싸하게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가장 가까운 가족임에도 믿을 수 없다니! 배준우라는 남자는 대체 어떠한 삶을 살아온 걸까?홀로 걸어오는 그 길이 얼마나 피폐하고 지쳐 있었을까 걱정이 되었다. 고은영은 슬립 로브 한 장만 걸친 상태로 계단을 내려갔다.한편 소파에 앉아 내려오는 그녀의 모습을 본 배지영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맞춤 제작한 듯한 슬립 로브 한 장이 예전의 고은영에게서는 도무지 숨길 수 없던 촌티를 숨겨 주고 있었다.아니, 단순히 로브 탓일까? 요사이 배준우와 함께 지내온 시간이 짧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든 고은영에게서는 예전과는 다른 어떤 분위기가 풍겼고, 그 귀티 나는 듯한 분위기는 배지영을 약간 불쾌하게 만들었다.“무슨 일이신가요?”소파 맞은편에 앉은 고은영을 가만히 바라보던 배지영이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천의 건도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데, 언니께서도 준비 하고 계시나요?"고은영도 배지영이 말하는 ‘준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난번 카페에서의 둘의 만남에서는 없었던 그 어떤 태도가, 고은영에게 생겨있었다.“저는 아가씨의 오빠가 하자는 대로 할 거예요."그 말을 들은 배지영의 눈썹이 찡그려졌다.지금 배 씨 집안에서는 모두들,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진심이 되었다고 여기고 있었다.그렇다면 천의 건이 마무리되어도, 그들의 사이는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뭐 이런 말을 내게 하고 있는 건가?“그 말은 저희 오빠를 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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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554화

    배지영의 머릿속에서는 당연히 따스하게 고은영을 위로해 주는 배준우라던가, 앙큼한 불여우처럼 그의 품에 안겨서 뭐라 뭐라 조잘댔을 고은영에 대한 상상이 가득차있었지만, 사실 그건 그녀의 완전한 착각이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을 달래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고은영의 성질머리에 화들짝 놀라서 쫓겨 왔을 뿐이니까.그는 그저 1층으로 내려가 혜나를 시켜 침실에 올라가 있으라고 하고, 고은영이 먹을 것을 좀 챙겨 주라고 하느라 시간을 조금 더 썼을 뿐이었다.그러나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했던 배지영은, 오빠가 들어서자마자 깊은 숨을 들이쉬고 재빠르게 말을 시작했다.“엄마가 일주일 뒤에 온다고 했어!”“그래? 돌아오신다고?”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 약간 뜬금없는 말이었다.배지영은 약간 의아해져서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오빠?”“어머니 보고 지금 오지 말라고 말씀드려둬. 여기 지금 상황이 아주 복잡해.”“이미 다 끝난 일인데, 량천옥이 뭐 더 이상 어쩌겠어?”예전이라면 어머니가 귀국하기엔 확실히 상황이 어수선하기는 했다.량천옥이 위세 등등하게 온 배 씨 집안을 장악하고, 온 강성에서도 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귀국해 봤자 본인만 괴로울 뿐이었다.하지만 량천옥이 배 씨 집안에서 쫓겨날 예정인 지금에서야 말이 달라지지!요 몇 년 사이 배지영의 머릿속에서는 어서 빨리 어머니를 귀국시키고, 다시 원래의 그 당당한 사모님으로 복귀시킬 생각뿐이었다.그런데 오빠라는 인간은 대체!화를 못 참는 기색이 역력한 동생을 보며, 배준우가 갸우뚱거렸다.“너는 진짜로 지금 어머니가 돌아올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안 될게 뭐가 있어? 량천옥이 배 씨 집안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응?”쫓겨난다고? 그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하지만 배지영이 저렇게까지 확정 지어 말하다니, 배준우의 눈빛이 깊어졌다.직감이 배지영이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너 무슨 일을 한 거야?”“아무것도 안 했어!”하지만 대답하기 전에 흠칫하는 모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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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5화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4화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3화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2화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1화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0화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9화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8화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7화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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