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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한편 오후가 된 시각,

량일이 갑자기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어 아래층에서 만나 같이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

사실 고은영은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괜히 거절했다가 그 성질머리가 가만 있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고은영이 방에서 걸어나오는 순간, 마침 회의실에서 나오는 배진우랑 마주쳤다.

"량일이 저랑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요.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녀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량일이 갑자기 고은영을 찾자 배진우는 기분이 뭔가 찝찝했다.

"가지 마."

배진우는 량일이 고은영을 괴롭히려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천의 쪽에서는 량천옥이 갖은 수단을 써가면서 배진우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배항준의 협박에도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량천옥이었다.

"알겠어요, 안 갈게요. 그 여자가 이따가 올라와서 소란 피워도 내 탓하지 마요."

어차피 만나고 싶지 않던 상황에 더 잘 됐다고 생각했다.

새침한 표정을 짓는 고은영의 모습을 본 배진우는 귀엽다는 듯이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안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고은영을 꽈악 끌어안고는 쉴새없이 뽀뽀를 해댔다.

이젠 이러한 스킨십이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처음만큼의 설레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배진우는 여전히 그녀의 체온, 그리고 그녀의 향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무슨 생각해?”

배진우는 눈을 낮추고는 아무 말도 않는 고은영을 흘겨보았다.

고은영은 갑자기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그녀는 평생 그 누구에게도 가족의 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 눈 앞의 배진우가 가족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현실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면 그녀는 마음이 쓰라렸다.

"앞으로 평생 당신 곁에 있어도 될까요?"

고은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배진우의 표정이 점점 풀렸다.

그러고는 고은영을 자신의 다리에 앉혀놓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평생 같이 하고 싶다고? 왜?"

배진우의 역질문에 크게 당황한 고은영은 말을 더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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