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전화를 받은 후 고은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고은지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은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많이 놀랐다.“이 집이 진짜 네 집이야?”“응.” 고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전에 키를 받으러 올 때까지만 해도 집은 텅 비어있었다.인테리어를 하니 집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고, 그녀는 자기 집이 이렇게 고급스럽게 꾸며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집이 크네, 몇 평이야?”고은지가 감탄하며 말했다. “50평이야!”그렇지 않아도 돈이 없었을 때 큰집까지 장만하느라 그녀는 수중에 있는 돈을 모조리 써 버리고말았기에 고은지는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고, 고은영이 이렇게 큰 집을 살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조보은이 이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돼!”조보은 얘기를 하니, 고은지는 순간 두 사람 모두 그녀의 친딸이 아닌 것이 생각났다.하여 더 이상 그녀가 이곳에 와서 행패 부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뻔뻔함으로 따지면 조보은을 따라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새로운 환경 때문에 불안해하던 조희주도 집안 인테리어에 매료된 듯했다.배준우는 블랙과 화이트 조합을 좋아하지만, 인테리어는 고은영의 취향대로 했다.오렌지와 화이트 컬러의 조합으로 된 소파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커튼 역시 밝은 색상으로 맞췄다!“가전제품이 구전하니, 난 걱정을 덜었어.” 고은영은 웃으면서 얘기했다.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이만 돌아가. 제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오늘 내가 같이 있을까?” 고은영은 고은지가 걱정되었다.오늘 많은 일을 겪었기에 그녀는 마음이 차마 놓이지가 않았다.고은지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고은영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알기에, 그녀는 고은영의 호의를 마다하고 집으로 보냈다.그녀는 이미 충분히 고은영에게 많은 폐를 끼쳤고, 게다가 오늘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녀도 혼자서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알았어,
한참 동안, 어색함 속에 고요함이 흘렀다.고은영은 작은 얼굴을 배준우의 품에 묻고 감히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배준우는 그녀의 턱을 쥐고 머리를 들어 올렸고, 고은영은 눈을 꼭 감았다.그녀의 작은 얼굴은 이미 빨갛게 물들었다.“간덩이가 부었군, 감히 나를 놀려?” 배준우는 살며시 웃었다.하지만 그의 심오한 웃음에 고은영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다.“눈 떠!”배준우가 말했다.“전 졸려서 이만 잘래요.”“어떻게 잘 건데?” 배준우의 야유하는 말속에 분명 다른 뜻이 담겨 있었다.“바, 바로 잘 건데요?”“바로 자? 어떻게?” 배준우 웃음 속의 야유는 더욱 깊어졌고, 곧 바로 그녀에게 거칠게 키스했다.순간 숨 막히는 것을 느낀 고은영은 의식적으로 발버둥 쳤다.하지만 그녀가 몸부림칠수록 배준우는 그녀를 더 꽉 품에 안았다.그의 몸은 몹시나 뜨거웠고, 밤새도록 그녀와 뜨겁게 사랑을 나눴다.……란완리조트.고은영은 시종일관 배준우의 극진한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고은지는 천붕지열의 인생을 맛보게 되었다.오늘 많이 놀라서 그런지, 조희주는 고은지 품에서 이미 깊이 잠들었다.자신과 꼭 닮은 작은 얼굴을 보며, 고은지는 조희주가 자신의 아이가 틀림없음을 직감했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 아이는 조영수의 아이가 아닌데,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이지?고은지는 머리를 쥐어짜도 도무지 그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아이는 이미 5세가 되었고, 5년 전의 일을 그녀가 어찌 다 기억하겠는가?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남자는 절대로 없었다!천붕지열을 맛본 고은지는 온밤 잠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에 고은영이 찾아왔다.그녀는 고은지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아침에 그녀가 병원에 가야 한다고 배준우에게 얘기했었고, 배준우는 그녀에게 영문을 물었다.그녀가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자, 배준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사람을 시켜
”……”그렇지 않아도 숨이 막혔던 그녀가 이 결과를 듣자 더욱 숨을 쉴 수가 없었다.그녀의 친딸이다, 친딸이 맞다고 했다!눈물이 그녀 자신도 모르게 왈칵 흘러내렸다. 고은영은 그녀를 안았고, 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이 순간 검사 결과와 관련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아이가 고은지의 딸은 맞지만, 조영수의 아이는 아니다. 지금 고은지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눈치이다.고은영은 사람을 잘 위로하지 못하는 성격이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로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이건 무슨 상황이지, 왜 이렇게 되었지? 내가 죄인이네!” 고은지는 고통스러워하면서 얘기했다.그녀는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전에 조씨 가문에 있을 때, 조보은 때문에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많은 억압을 받았다.조씨 가문 역시 조보은 때문에 그녀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그녀는 늘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결국엔 그녀가 조씨 가문에 큰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 되지 않았는가! “울지마, 그만 울어!”“은영야, 난 진짜로 그 사람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없어, 진짜야!”지금 고은지는 미칠 것만 같았다.비록 지금은 조영수와 이혼했지만, 딸에겐 입이 열 개라도 뭐라 할 말이 없게 되었다.그녀 자신도 이것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있으니.고은영: “다시 잘 생각해 보면 뭐가 떠오르지 않을까?”조희주의 친부가 조영수가 아닌 것이 작은 일은 아니니.고은지는 지금 멘탈이 붕괴되었다: “난 몰라, 진짜로 모른다고… 나도 지금 열심히 회상하고 있어.”아무리 애써 회상해도,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큰 일이다!지금 고은영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저 가만히 고은지 옆을 지켜주었고,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그녀의 정서가 조금 안정되었다.조희주는 잠에서 깼고, 멍하니 방문 앞에 서 있었다.진여옥에게 겁을 먹어서인지, 아이는 정서
고은영은 핸드폰으로 조희주에게 햄버거를 배달 시켜주었다.어린아이는 줄곧 고은지의 품에 몸을 숨겼다.짧은 시간에 그녀는 부모의 이혼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했다.어린아이에게 이보다 더 잔혹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배달 음식이 도착한 후, 조희주는 먼저 닭다리 하나를 고은지에게 건네주었다. “엄마, 드세요.”고은지가 자신을 버릴까 봐 아이는 불안해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 많이먹어.”딸의 불안해하는 모습에 고은지는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졌다.조영수와 이혼했어도, 만약 조희주가 그의 친딸이었으면, 아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생활했을 것이다.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이모, 드세요.”고은지 먹지 않자, 아이는 닭다리를 고은영에게 건네주었다.고은영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 “이모 안 먹어도 돼, 희주가 많이 먹어.”다들 먹지 않는 것을 본 조희주는 더욱 소심해졌다.고은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앉으면서 닭고기를 건네주었다.“먹어도 돼, 괜찮아.”고은지의 위로 하에 조희주는 그제서야 먹기 시작했고,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조용하게 먹었다.아이의 변화는 아주 컸다. 전에 병으로 아팠을 때도 아이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이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저녁 8시가 되어서 고은영은 그린빌에서 나왔다.고은영이 떠나기 전에 고은지가 그녀에게 얘기했다. “제부에게 5년 전의 일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 좀 해도 될까?”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그녀는 도무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어찌 되었든 그녀의 기억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지금 조영수가 조희주의 친부가 아니니, 어떻게든 그때의 일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언니는 희주의 친부를 찾고 싶어?”“적어도 어떤 놈이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이 얘기를 하고 고은지는 잠시 하던 얘기를 멈추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조희주를 돌
배준우는 고은영과 함께 식탁으로 가면서 물었다.도우미는 따뜻한 수건을 건네주었고, 배준우는 손을 닦은 후 수거 쟁반에 놓았다.고은지 얘기에 고은영은 눈가에 슬픔이 가득 서린 채 고개를 저었다.“상황이 좋지 않아요…”하루 사이에 두 건의 친자 확인서를 받았으니, 이것은 정말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왜?”“주희가 언니 전남편 딸이 아니래요. 언니도 지금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당신 5년 전에 있던 일을 한번 알아봐 주는 건 어때요? 아니다, 6년 전이네요!”주희가 이젠 다섯 살이 되었으니, 임신은 6년 전에 했을 것이다.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처형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른다고?”“네, 그래서 지금 언니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요.” 고은영은 답답해했다.고은지도 모르는 일을 얘기하자니 그녀도 뭐라고 더 얘기하는 것은 난감했다.그날 밤에 배준우가 그녀를 가진 후, 그 역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 않았던가?그래서 이런 일은, 가끔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배준우 역시 같은 생각을 했고, 머리를 끄덕였다.“내가 알아봐 줄게.”“그럼 조용히 알아봐 줘요. 다른 사람은 모르게.” 고은영은 한마디 덧붙였다.배준우는 웃었다. “하하.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까 봐 그래?”“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요!”그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그저 일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혹시 소식이 새어 나갈까 봐 걱정될 뿐이었다.고은지 현재 상황은 아주 엉망이다. 조희주는 학교도 가야 하고, 이런 일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바보야!” 배준우는 그녀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가끔은 영리하다가 또 이럴 땐 그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고은영은 불안한 눈빛으로 배준우를 보았다!고은지 얘기를 끝내고, 이젠 자신과 관련된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배준우의 야유하는 눈빛을 보니 그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진짜로 골치 아픈 일이 많아졌다고 생각이 들
배준우는 또 4통의 전화를 받았다!하나같이 안지영이 맞선을 보려고 한 일을 얘기했고, 하늘그룹을 건드리지 않으면 바로 시집가겠다고 했다는 얘기도 했다. 바로 시집을 간다고? 이렇게나 호탕하단 말인가!안지영이 안씨 가문을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알 수 있었다.배준우는 이 얘기를 그대로 나태웅에게 전달했다. 그 시각 나태웅과 나태현은 회사에서 미팅 중이었다.….회의실.배준우의 전화를 받은 후 나태웅의 안색은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미팅이 끝날 때까지 회의실은 감히 숨도 내쉴 수 없을 만큼 긴장한 기류가 감돌았다.미팅이 끝난 후에 나태현이 나태웅에게 물었다. “동영그룹에서 나왔는데도 배준우가 아직도 너한테 수시로 연락해?” 나태현은 책상 위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다른 일 때문이야!”“몇 년동안 넌 충분히 그를 많이 도와줬어.” 가끔 나태현은 동생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난감했다.또한 그 일 때문에 형제는 몇 년간 서로 서먹서먹하게 지냈고, 태도 역시 냉랭했다.나태웅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일어서서 회의실을 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는 나태현의 눈빛에는 냉랭함이 스쳐 지났다.사무실에 돌아온 나태웅은 바로 안지영에게 전화 걸었다.그녀는 아마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 맞선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 “나 대표님.”“어디야?”“지금 맞선보고 있어요.” 안지영은 난감한 듯 얘기했다.그녀의 말투에는 의기소침함이 묻어났다.하루 동안이나 맞선을 보았지만, 그녀는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상대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들은 분명 배준우와 친분이 있고 도움 요청할 수 있는 상대이다. 그들 목숨을 내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배준우를 두려워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들은 배준우와 사이가 좋았다. 혹 자신이 그 정도로 예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생각할수록 안지영은 멘붕이 왔다.안지영이 맞선을 본다는 얘기에, 나태웅은 화를 겨우 참으면서 손목시계를 보았다.그 순간 화가 분출했고,
”엉엉…!” 안지영은 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참 울고 나서 눈물을 닦으니 또 다시 의욕이 살아났다!나태웅이 내일은 무조건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고 하니, 오늘밤엔 꼭 적합한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그렇다면 지금의 맞선 상대를 어떻게든 꼭 잘 설득해야 한다.안지영은 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다시 기운을 찾고 레스토랑에 들어와 보니, 자리에는 사람이 가고 없었고, 웨이터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안지영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 하고 웨이터에게 물었다. “여기 있던 분은 어디 가셨나요?”안지영을 본 웨이터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 조금 전 여기 계시던 분이 계산하시고 먼저 가셨습니다.” “……”설마, 이렇게 그냥 갔다고?다들 배준우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가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배준우의 이름만 듣고 바로 핑계 찾아 떠났고, 이 사람은 아예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물, 불 가리지 않고 덥석 매달릴 정도로 귀찮은 여자로만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비록 현재 상황에서 그렇게 하고 싶지만, 결국 안지영은 레스토랑에서 나왔다!핸드백에서 리스트를 꺼냈고, 모두 배준우와 사이가 가까운 사람들이었다.펜으로 체크한 사람은 이미 맞선을 본 상대이고, 배준우와 사이가 제일 좋은 사람들이기에 지금 다른 사람을 찾으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안지영은 또 한 번 리스트를 훑어보았고, 육범수와 장선명의 이름을 보게 되었다.육범수는 여자 친구가 있으니 장선명이 그 중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였다.또다시 안지영의 전화를 받은 장선명은 조금 놀란 말투로 물었다. “한번 만나자고?”“네,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안지영은 전화로 얘기했다.한편 장선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손목시계를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배준우가 혹시 당신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었나요?”“그는 나쁜 놈입니다!”안지영은 더 이상 자신의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사람인가? 자기 마누라가 임신했는데 그녀에게 그 책임을
”이것이 당신이 말한 본론 입니까?” 장선명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사실 안지영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지만 애써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으려고 노력했다.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얘기했다. “장 대표님은 외부를 충분히 놀라게 할만할 물건을 소유하고 계시지요. 만약 당신의 아내가 조금만 행동을 조심하지 않는다면, 장 대표님 역시 목숨이 위태로워지실 수 있습니다.”그 말인즉, 장선명은 여자를 선택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였다. 이 얘기를 들은 장선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안지영을 보았고, 감추고 있었던 흉악한 눈빛이 스쳐지나갔지만 돌아서니 그 눈빛은 사라졌고, 건방지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래요?”“장씨 어르신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늘 장 대표님 혼사에 대하여 걱정하셨죠. 지금은 적합한 상대도 없으신 것 같고.”“그럼, 당신이 그 적합한 상대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장선명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참 재미있는 여자이다. 분명 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으면서 겉으론 엄숙한 표정으로 자신과 거래를 하고 있다.그녀는 준비하고 왔지만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이는 결코 아무 여자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어르신에게 예쁨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고, 당신이 하는 일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안지영이 말했다.“……”“저와 결혼하시면, 당신을 성가시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성가시게 하지 않는다는 말에 장선명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가 몇 년 동안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여자는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어르신이 그의 결혼을 재촉하는 것 역시 사실이였다.그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날이 건강이 나빠진다는 소식에 그도 더 이상 적합한 사람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안지영의 말이 맞았다. 아직은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이 여자 오늘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이로군!“그럼, 당신 조건은 무엇인가요?” 잠시 생각하던 장선명은 웃으면서 안지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