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도착한 후, 배준우는 바로 회의하러 갔다.고은영이 채 못 뜬 목도리를 뜨려고 다시 집어 들었을 때, 낯선 번호로 전화 걸려 왔다. 배준우의 여동생, 배지영의 전화였다!배지영은 아래층 커피숍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배준우의 친동생이니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그럼 5분만 기다려요.”"네”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배지영이 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배준우와 합의 결혼이었기 때문에 사적으로 그녀와 접촉할 일도 없었다.카페에 도착했을 때, 창문 앞에 자리한 배지영이 한 눈에 보였는데, 그녀는 아주 잘 어울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그녀의 우아한 자태와 잘빠진 몸매는 아주 아름다웠다.고은영은 그녀에게 다가가 정중히 말했다.“지영 씨.”인사를 건네는 고은영의 모습에 배지영은 살짝 멈칫하다 바로 온화한 미소로 그녀를 맞아 주었다.“여기 앉으세요.”“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배준우의 맞은편에 앉았고, 배지영은 미리 주문한 커피를 그녀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어떤 걸 좋아하실지 몰라서 아무거나 주문했어요.”커피를 마시기 위해 만나는 게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어요?”고은영은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날 만큼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배지영이 어떻게 대화를 본론으로 이끌지 생각 중이던 차에 고은영이 직접적으로 물은 것이다. 그녀도 말을 돌릴 필요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배지영은 숨을 쉬며 말했다.“엄마가 다음 달에 잠깐 돌아올거예요.”“.....”고은영은 순간 멍해졌다. 유청?그녀는 그동안 배준우 곁에 있으면서도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있었다.알고 보니 몇 년 동안 계속 외국에 있었다!그녀는 배준우 곁에서 3년 동안 일했는데 그의 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배준우도 어머니를 만나러 간 적이 없었다!그런데 갑자기 돌아온다고 하자 고은영은
배지영은 핸드백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고은영 앞에 내밀었는데 백지수표였다.“이건?”고은영이 물었다.“오빠가 천의를 손에 넣으면 이 수표를 가지고 떠나요. 원하는 만큼 액수 적어요!”“......”역시 달랐다. 전에 량일과 량천옥보다 스케일이 훨씬 컸다.역시 본처의 자식은 스케일도 남다르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다소 난처해했다. 그녀와 배준우 사이의 계약도, 그가 천의를 손에 넣으면 바로 끝나기 때문이다.그래서 지금, 이 수표를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왜요?”고은영이 움직이지 않자, 배지영이 더욱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아니, 지영 씨 이건 좀 아니죠?”“그럼, 정말 평생 배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고 싶은 거예요? 그건 불가능하다는 거 잘 알고 있잖아요!”배지영이 더욱 무거운 목소리 말했다. 마치 고은영에게 헛된 꿈을 꾸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순간 고은영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커피인 걸 알고는 바로 뱉어냈다.그리고 그녀의 이 무의식적인 행동에 배지영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배지영의 표정을 보고 고은영은 서둘러 수습하며 말했다.“미, 미안해요. 전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정말 짜증 나는 상황이였기에 배지영은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아무튼 어떤 상황인지 전 이미 다 말했어요.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떠날 수 있기를 바라요.”말하고 배지영은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떴다.고은영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저기, 지영 씨...”“난 량천옥이 아니에요!”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배지영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순간 그녀를 잡고 있던 고은영의 손이 굳어졌다.고은영에게 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팔을 뿌리치고 떠났다.고은영은 원래 수표를 배지영에게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모습에 고민하는 표정으로 수표를 집어 들었다.이 배씨 집안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이 모양인지? 다들 성질이 너무 더럽다.이런 걸 보니 고은
“나 실장님이 왜 동영 그룹을 떠나? 월급이 낮아서?”“아니, 너 잊었어? 나태웅은 천락 그룹의 CEO니까 천락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야.”“......”부자들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하긴, 그녀가 이해할 필요도 없다.하지만 안지영이 말이 맞다. 나태웅이 천의의 일을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건 그녀들에겐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였다.고은영은 생각하다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괜찮아, 안심해. 천의 일은 일주일 안에 끝날 거야.”“일주일?”“응. 나 방금 배씨 본가에 갔다 왔어.”“그래, 그럼 다행이고. 나 정말 깜짝 놀랐어!”일주일안에 끝난다는 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배준우다. 장항 프로젝트를 손에 넣은 이상, 당연히 천의도 량천옥의 손에 오래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뺏어오려고 할 것이다.“량천옥 쌤통이야 . 이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거야!"안지영이 말했다.그녀는 정말 량천옥이 끔찍하게 싫었다.량천옥은 전에 안씨 집안과도 협력하고 싶어, 그녀의 아버지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다만 아쉽게도 그녀의 수법이 안지영의 아버지에게 먹허지 않았다.그래서 량천옥도 어떻게 해볼 기회가 없었다.고은영은 량천옥이 어떻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관심은 온통 자신과 뱃속의 아이에게만 있었다.“아무튼 일주일이야!”고은영이 말했다.도망가면 그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 두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의논했었다.도망을 가는 것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좋아!”안지영이 말했다.정말 좋은 소식이다. 고은영의 말을 듣고 나니 안지영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점심에 같이 밥 먹을래?”"그래.”안지영이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강성에 있을 날도 많지 않으니, 있는 동안이라도 안지영을 자주 보고 싶었다.나중에 정말 떠나게 된다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랐다.........두 사람은 점심 약속을 잡고는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수표를 들고 다시 회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배준우의 낯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온몸에서는 무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말을 마친 고은영은 애써 억지웃음을 지었다.“아가씨는 우리의 계약에 대해서 모르니 천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떠나고 싶어요!”“……”“아가씨에게 이럴 필요 없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냥 가버려서 아예 붙잡을 수가 없었어요!”이번에 고은영도 배지영의 성격을 똑똑히 알았다.전에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부드러운 모습이 전형적인 명문가의 아가씨 기질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만나고 나서야 그녀는 사귀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배준우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인데 고은영이 떠난다고 하니 바로 폭발해 버렸다.그는 차갑게 고은영을 흘겨보며 말했다.“떠나고 싶다고?”그의 말에 말실수를 한 거는 아닐지 하는 생각에 고은영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그게 아니라, 저희가..”“고은영, 똑똑히 들어. 이번 생은 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 마!”배준우는 차갑게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졌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말이 이해되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것은 그녀가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협박당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그녀의 생명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 그가 왜 자기에게 화를 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배준우는 화가 단단히 났고 고은영이 멍하니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더욱 차가워진 말투로 말했다.“들었어?”“아니, 이것은…”“못 알아들었어?”배준우는 벌떡 일어나 위험스럽게 고은영에게 다가갔고 지금 이 순간 남자에게 위험을 느낀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그녀의 뒷걸음에 더욱 화가 난 배준우는 그녀의 매끄러운 허리를 덥석 잡아 자기 품으로 세게 끌어당겼다.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고은영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고 옴짝달짝 못 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배준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휴게실로 걸어갔다
고은영의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본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고 그 미소에서는 더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이제 알아들었어?”“네?”“……”그 순간, 배준우는 고은영이 단지 감정에 둔감한 사람이 아니라 아예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연애 한 번도 안 해봤어?”그러자 고은영은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네!”“너한테 잘해준 남자도 없었어?”“네!”그렇게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는데 누군가 그녀에게 잘해줬을 리 만무했다.혹시 배준우가…순간 고은영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떠올랐지만, 이내 부정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어쩐지.”배준우는 그녀를 놓아주고는 몸을 뒤집어 일어섰다.어제와 그저께 이성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 그는 이 여자를 제대로 혼내줬을 것이다.고은영도 따라서 몸을 일으키며 자기 옷을 정리했다.그때 배준우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천의 프로젝트가 끝나도 넌 떠날 수 없어!”이번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그의 말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천의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그녀는 억울한 듯 배준우를 보며 말했다.“왜, 왜요?”아직도 이유를 묻는 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바로 폭발해 버렸다.“혼자서 잘 생각해 봐!”그녀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배준우는 혼자 진정하고 싶어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버렸고, 휴게실에는 고은영 혼자 남았다.그녀는 여전히 깜짝 놀라 멍해 있었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오늘 출근했는데 나태웅이 천락그룹으로 돌아간 후 그녀에게 많은 일거리를 찾아줬기에 지금 고은영과 점심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쁜 상황이었다.“은영아, 나 점심에 못 갈 것 같아.”안지영은 지금 너무 바빴다. 그녀는 나태웅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태웅에게 큰 신세를 진 게 있어서 속으로 화만 낼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손잡이는 그가 쥐고 있다!다른 사람이 그
단지 협력일 뿐인데 일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안지영이 보기에 고은영처럼 성실한 아이를 이렇게 곤경에 빠뜨리는 건 너무 부도덕한 짓이었다.그래서 안지영은 나태웅을 찾아가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나태웅은 오늘 막 천락그룹으로 돌아와서 오전 내내 회의했다. 그리고 지금 막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안지영이 보였다.“무슨 일이야?”나태웅은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저기, 은영이 일로 물어볼 게 있어요.”“……”그는 오전 내내 힘들게 일해서 피곤한 지금 그녀가 천락 직원의 신분으로 동영그룹 사람의 일을 물어보니 어이가 없었다.나태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지금 이게 맞다고 생각해?”“지금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질 겨를 없어요!”그러자 안지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녀는 지금 목숨을 걸었고 오늘 반드시 똑똑히 물어봐야 했다.이미 이성을 잃은 안지영의 행동에 나태웅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안지영은 그가 내뿜은 위험한 기운에서 위압감을 느꼈지만, 지금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예요? 배 대표님은 왜 계약조차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천의 프로젝트 끝나면 은영이 떠나도 된다고 하셨잖아요?”“난 모르는 일이야!”안지영의 질문에 나태웅은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그러나 안지영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아니... 이건 너무 부도덕한 행위 아닌가요?”안지영도 다급해져서 물었다.‘모른다’는 한마디가 주는 후과는 엄중하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나태웅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영 씨, 지영 씨는 지금 천락그룹의 사람이란 걸 잊지 마. 지금 이 신분으로 동영그룹 사람을 관여하는 게 옳은 것 같아?”“은영이가 저한테 한 말은 그냥 동영그룹 사람으로 간단하게 끝날 얘기가 아니에요. 그리고 애당초 쟤가 은영이를 회사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 않나요?”이런 생각에 안
안지영은 자기가 어떻게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온 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전화기 속 그녀는 끊임없이 고은영을 위로했다.“우리 현실을 똑바로 보자. 지금 속은 거라고.”“..”“울지 마,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어. 그냥 재수 없었다고 치자!”“휴, 나도 지금 감히 널 도울 수가 없어. 전에 널 회사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배 대표가 너처럼 업무 능력이 낮은 사람을 비서로 두겠다고 했을 때부터 네가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만만하게 보고 그랬던 것 같아!”“그때부터 계략을 세웠을지도 모르지.”안지영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고 지금은 재수 없었다 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계속 고은영을 설득했다.그때 고은영이 말했다.“나 실장님은 또 기억 안 나신대?”“그냥 다 모른다고 했다니까!”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지나쳤기에 안지영은 약간 견딜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말할 것도 없었다!지금은 안지영과 고은영 모두 멍해졌다.“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야?”“그게 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지!”그러니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배준우나 나태웅이나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고은영은 초조해 났다.“그럼 나 이제 어떡해?”“도망가면 안 돼?”안지영은 약간 망설이더니 물었고 그녀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 사람이 이혼을 해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도망가?”“그러니까 지금 너에게 억지를 부리는 거야?”안지영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당당한 강성의 제일 명문가가 사기 결혼이라니!“……”고은영은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득을 보려고 억지를 부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얻는 건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배준우에게 쓸 시간이 많지 않았다.벌써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고 계속 그의 곁에 있다가는 분명 들통날 것이다.고은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왔고 애당초 배준우와 했던 계약이 너무 후회
배준우는 감정에 대한 고은영의 둔감한 반응이 처음에는 어쩔 수 없다가도 이제는 화가 날 지경이었다!“그 여자를 놀릴 시간도 별로 없는데 제대로 놀려줘야지.”배준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이제 곧 고은영의 배가 불러올 테고, 더군다나 그들의 결혼식도 가까운 시일 내에 치러야 했다.“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취미가 생긴 거야?”나태웅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보기에 이전의 배준우는 차가운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었고 무엇이든지 직설적으로 처리했다.그가 회사의 수많은 사람을 자른 것도 그의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은 차가운 성격 때문이다.그러나 고은영의 일에서는 그는 이미 며칠 동안 사람을 놀려왔다.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태웅이 덧붙였다.“경고하는데 그 여자는 견디지 못할 거야. 놀라서 도망가기 전에 적당히 해!”“그 여자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어?”“정말 도망가면 찾기 힘들지도 몰라!”고은영의 그 머리로 찾기 힘든 곳으로 도망간다고?나태웅이 배준우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안지영이 다시 그의 사무실 문 앞에 나타났다.그녀는 방금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망설이는 모습이었다.그때 나태웅이 말했다.“들어오기 싫어?”“들어가요, 들어가!”안지영은 얼른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자리에 앉지 않고 그저 두 손을 맞잡은 채 나태웅을 바라봤다.나태웅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망설이는 그녀의 눈빛과 마주했고, 이 사람이 정말 안진섭이 아끼는 안 씨 가문의 아가씨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아마 강성 전체가 안진섭이 이 외동딸을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외동딸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도 경험을 쌓으라고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에서는 제멋대로인 아가씨의 모습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혹시 고은영과 오래 지내다 보니 바보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뭘 보는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