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집사를 쳐다보았다. 집사가 자기를 교체해 버릴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제대로 조사한 거 맞아?무슨 일인지 아직 파악도 안 된 채 이러다니!나 집사는 고은영의 언짢은 듯한 말투에,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의 규칙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일절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사모님이 방금 오셔서 아직 여기 사람들을 잘 모르세요.”“그 뜻은 혜나가 해고된다는 말인가요?”“네, 사모님!”나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혜나는 굳은 얼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세나랑 미나는요?”혜나의 태도에 나 집사의 얼굴은 더욱 엄숙해졌다.“지금도 사모님 앞에서 실랑이를 하고 싶은 거냐?”“전 실랑이를 벌이려는 게 아니라, 단지 걔들도 저처럼 해고되는지 묻는 것뿐이에요!”“그런,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나 집사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내가 묻는다면요?”고은영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사모님?”“세나와 미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고은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혜나가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 건 다 자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한마디 정도 더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녀의 질문에 나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먼저 문제를 일으킨 건 혜나입니다. 그래서 세나와 미나는 계속 일을 하게 될 겁니다.”“그럼, 집사님 뜻은, 제가 직접 가서 혼냈어야 했단 말인가요?”“사모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고은영의 말에 나 집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어제 나 집사의 야무지고 세련된 모습에 사리 분별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안 그러면 란완에서 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배준우의 안목도 매번 정확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일부러 이런 사람을 고용했을 수도. 배준우의 깊은 뜻을 고은영 같은 애송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있는 나
고은영도 예전에 직장에 있을 때 억울함을 참은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답답하진 않았다.방금 나 집사가 이런 결정하기 전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화나긴 해도, 생각해 보면 다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화낼 가치가 없죠.”혜나의 말에 고은영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멘탈이 정말 강하시네요!”“별로 가치 없는 사람한텐 화내지 않는 게 좋아요. 자기 몸만 상하죠 뭐.”하긴 사실이다!전에 조보은이 매번 자신을 화나게 할 때마다 고은영도 이렇게 생각했다.화낼 게 뭐가 있어? 다들 별로 가치도 없는 사람인데!“자, 일어나서 과일 차 좀 마셔요. 제 솜씨 맛 좀 보세요.”“혜나 씨가 끓인 거예요?”“네, 다 과일 그 자체의 달콤함이에요, 설탕은 하나도 안 넣었어요, 몸에도 좋은 차에요.”혜나가 차를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말에, 고은영은 더 맛보고 싶었다.전에 의사가 임신했을 땐 설탕을 적게 먹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고은영은 혜나가 과일 차를 끓였다고 했을 때, 당연히 설탕을 넣고 만들었을 줄 알았다.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은은한 달콤함과 과일 본연의 맛이 잘 어우러져서 편안한 맛이었다.“맛있어요.”고은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모님, 좋아하시면 한 그릇 더 드세요. 나머지는 따뜻하게 데워서 도련님께 드릴게요.”“단 거 좋아해요?”고은영은 궁금했다.“너무 단 건 싫어하시는데, 이 정도 단 건 드세요.”고은영은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전에 배준우가 하원에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란완으로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아니면 그의 입맛을 이렇게 잘 파악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방금 나 집사 때문에 망쳤던 기분이, 혜나의 과일 차 한 그릇으로 순식간에 풀렸다.요즘 고은영은 식욕이 꽤 좋았다.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과일 차 두 그릇을 순식간에 마셨다.그녀가 마지막 한 모금을 다 마셨을 때, 배준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네.”“어때? 좀 익숙해?”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배준우는 그녀가 애써 밝은 척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나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요?”배준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현재, 나 집사는 방금 혜나와 갈등이 생겼던 두 도우미를 심문하는 중이었다.그는 배준우가 이렇게 묻자, 고은영이 이미 배준우에게 모든 걸 말해줬다고 생각했다.“세나와 미나가 사모님을 돌보는 혜나와 갈등이 생겼습니다.”지금 배준우는 사무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고 있다.나 집사의 말에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럼, 그 도우미 둘 다 해고하세요!”“도련님, 아직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그런 결정은 내리면 부적절하지 않은지요?”둘 다 해고하라는 배준우의 말에 나 집사가 놀란 듯이 물었다.배준우는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뭐가 잘못됐어요? 둘 다 집사님 친척입니까?”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위압감에 나 집사는 등에 식은땀이 났다.“아니요, 물론 아닙니다. 잘못된 게 없습니다.”나 집사가 재빨리 말했다.“만약 여주인조차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면, 해고당할 사람은 집사님이 될 겁니다!”“네, 죄송합니다, 도련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나 집사는 겁에 질린 듯 바로 사과했다.사실 그는, 어제 배준우가 고은영을 란완으로 데리고 왔을 때, 고은영이 배준우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아차렸다.다만, 그녀의 위치가 이미월보다 높을 줄을 몰랐다.이미월이 해외에 있는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의 곁에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니 누가 고은영이 이미월의 자리를 추월했다는 걸 알 수 있겠나!지금 이미월도 강성에 있는데...!순간, 자신이 방심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때, 세나와 미나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나 집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집사가 전화를 끊은 동시에, 모든 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나 집사는 굳은 얼굴로 그녀들을 쳐다보며 말했다.“짐 싸고 나가!”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나 집사의 말에 세나와 미나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나 집사는 자리를 떴다.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미월 아가씨를 돌봐줬다고 뭐라고 된 줄 알아?”미나가 세나를 째려보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 너도 같이 그랬잖아? 왜 이제 와서 다 내 탓으로 돌려?”“네가 사모님 얘기 꺼냈잖아!”“너...”“빌어먹을, 내가 바보같이 네 맞장구를 쳐주다니!”미나가 세나를 매섭게 밀치며 말했다.란완 리조트 도우미가 전 강성 시내의 도우미 중 월급이 가장 높다. 일반 도우미의 2배다.그리고 고은영이 오기 전엔 할 일도 별로 없어서 매우 수월했다.강성 전 도시에 이렇게 수월하고 월급까지 높은 일자리는 여기밖에 없다.그런데 지금 말 두 마디 잘못해서, 직장까지 잃게 됐다.미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가 되었다. 자세히 따져보면 고은영이 딱히 미움 받을 일을 한 적도 없었다.세나도 잔뜩 화난 얼굴로 말했다.“여기서 네가 제일 재수 없어!”두 사람은 서로 악담 주고받으며 몸싸움까지 벌이려 했다. 그러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 의해 제지를 당해 싸움을 그쳤다.세나도 워낙 거만한 성격이라, 이미 벌어진 일이니,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짐을 싸고 나갔다.하지만 미나는 여전히 나가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기가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 억울해하고 있었다.그러다 결국 고은영을 찾아갔다.고은영은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 조보은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 짜증이 난 상태인데 혜나와 싸웠던 미나가 자신을 만나려 한다는 말에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싫어요!”“네!”혜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미나에게 고은영의 뜻을 전했다.미나는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은영은 더욱 짜증 났다.혜나는 비교적 똑똑하고 눈치가 빨랐고, 게다가 란완에서 한동안 일을 했으니 저 사람들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집사도 아니니 당연
병원 시점.량일은 이미 직접 병원에 왔다. 조보은에게 10억을 더 주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모두 20억이다.20억, 그녀가 무슨 수를 쓰든 고은영을 데리고 떠나길 바랐다.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조보은을 직접 감시하러 온 것이다.조보은은 20억이라는 말을 듣고 숨이 넘어갈 뻔했다!하지만 오늘 내로 일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에,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20억이라는 숫자가 그녀에게 아주 유혹적이었지만, 고은영을 데리고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전화를 여러 통 한 것이다. 하지만 고은영은 한 통도 받지 않았다.결국 량일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다.“량 사모님께서 무슨 일로?”고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시간 줄 테니 병원으로 달려와. 아니면 네 엄마 죽을지도 몰라!”협박하듯 말했다.마치 고은영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조보은이 죽게 되는 것처럼 말했다.“저한테 그 여자가 납치됐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고은영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량일은 전혀 흔들림 없는 고은영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셈이지!”“왜요?”고은영이 물었다.“지금 당장 강성을 떠나!”“그 여자를 납치한 거랑 내가 강성을 떠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고은영이 담담히 물었다.조보은도 통화하고 있는 량일의 옆에서 숨을 죽이고 고은영의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럼, 안 오겠단 말이냐?”량일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이 빌어먹을 계집애, 강성을 잠시 떠나 있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왜 꼭 맞서야만 하는데!“안 가요!”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량일도 고은영에 대해 조사한적이 있으니, 고은영과 조보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럼 고은지는? 고은지도 별 상관이 없어?”량일은 더 이상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조보은으로는 안 된다고?고은지라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량일은 그녀를 병원으로 불러내지 못한다면, 그녀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사실 병원에 오기 전에 하원 별장에 갔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젯밤 하원에 돌아가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람을 시켜 조사하게 했지만, 조금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아마도 배준우가 그녀를 숨겨놓았다고 생각했다.정말 그렇다면 정말 문제가 복잡해진다.“그것도 량 사모님과 상관없잖아요?”량일의 어디 있냐는 말에 고은영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어제 그녀와 배준우가 하원에 돌아가지 않은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묻는지?무슨 뜻일까?설마 어제 교통사고가 량일과 관련이 있는 걸까?순간, 고은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량일이 뭐라고 말도 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물었다. “어제 교통사고도 당신 짓이에요?”량일이 아니면 량천옥일 거라고 생각했다.량일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어떻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럼, 왜 어디 있냐고 물어요? 내가 하원에 없는 거 알고 물어보는 거 아니에요?”고은영의 말에 량일은 숨이 막혔다!고은영이 보통이 아니란 건 진작에 알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배짱에 적응되지 않았다.말만 잘하는 줄 알았지만, 눈치도 이렇게 빠를 줄이야.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한 상태였다.“오늘 배준우가 혼자 회사에 갔잖니!”“그것뿐이에요?”“아니면?”량일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겠다고 느꼈다.그녀의 숨 막히는 질문에 더는 상대하기 버거웠다.량일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죄를 짓는구나!지금 량일은 세상에 인과응보가 존재한다고 더더욱 믿게 되었다.어떤 일은, 한 번 저지르면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 된다.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량천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량일은 겨우 숨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떻게 처리됐어요?”량천옥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량일은 량천옥이 배항준과의 대화가 불쾌하게 끝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넌 이 일을 상관하지 마.
전화를 끊은 량일은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조보은을 쳐다봤다.“오늘 데려갈 수 있어요?”“그럼요. 안심하세요. 꼭 그래야죠!”조보은이 어찌 감히 못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무려 20억이다!무슨 일이 있어도, 고은영을 데려가야 했다.“좋아요. 분명히 말했어요. 점심시간 전에, 고은영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요!”량일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고은영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오늘 회사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방금 고은영의 태도를 보면 뭐라고 해도 안 나올 게 분명했다.그래서 빨리 어디 있는지 알아내서 데려가야 한다.“네, 그럼 사모님께 부탁하겠습니다.”조보은이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대신 고은영을 찾아주겠다는데, 고마울 따름이었다.사람만 찾으면 데리고 가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량일은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조보은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고은영 그 계집애가 진짜 돈이 되긴 하네?”처음 2억에서, 지금의 20억까지!“지금보다 가격을 더 올려줄 수도 있을까요?” 서정우는 탐욕에 가득 찬 눈으로 조보은을 쳐다보았다.방금 20억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그는 귀를 의심했다.고은영이 이렇게 값이 가는 줄 몰랐다.20억이라니!어느 정도의 액수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큰 숫자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20억만 받으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조보은은 그런 서정우를 째려보며 말했다.“오늘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말 못 들었어? 고은영의 값어치는 오늘까지야!”“그럼 우리도 흥정할 수 있잖아요.”“일단 고은영을 손에 넣고 흥정해야지!”조보은이 말했다.지금 사람도 못 찾았는데, 뭘 갖고 흥정을 하겠는가!결국 산속의 참새인 셈이다!재벌가의 사모님이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보은은 이번에 똑똑히 알게 되었다.지금 량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은영을 강성에서 떠나게 해야 한다.그들은 고은영이 강성을 떠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량일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감정을 가라앉힌 후 핸드폰을 꺼냈다. 량천옥의 전화였다.“여보세요!”“지금 어디까지 진행됐어요?”량천옥이 초조하게 물었다.방금 병원에서 통화를 했는데, 또 전화를 걸어오다니!“지금 사람 시켜서 고은영 찾고 있어. 조보은 쪽도 다 안배했고. 넌 끼어들지 마.”량천옥이 눈을 감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날, 손수 그 아이를 눈바람 속에 놓아...!그때 그녀도 무척 무섭고 두려웠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매번 그 날만 생각하면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확실히 찾을 수 있어요?”량일의 말에 량천옥은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량일도 그녀의 조급함을 느끼고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무슨 일 있어?”“방금 어르신이 전화 한 통 받고 나갔는데, 여자 목소리였어요!”량천옥은 마음이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다.량일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느꼈다.량일이 대답도 하기 전에 량천옥이 이어서 말했다.“바깥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 분명해요!”“일단 침착해! 네가 생각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잖아.”“그럼 어떤데요? 요즘 집에도 잘 안 들어온단 말이에요!”의심의 문이 열리면, 그 의심은 맹수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릴 것이다.량천옥은 지금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량일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지금 모든 일이 다 꼬여버려서, 어느 쪽에 신경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량일은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일단 서두르지 마. 응?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고은영이야!”사실 량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다만, 그녀는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려 했고, 머릿속으로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빠르게 계산했다.배항준이 진짜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도...!조강지처조차도 버릴 수 사람이 얼마나 무정한 사람인지는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량천옥의 미모에 반해 전 부인과 이혼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젊고 예쁜 여자를 위해 량천옥과 이혼하지 못할까?량일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