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천옥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량일도 덩달아 심각한 얼굴이었다. “왜 그래? 설마 진짜...? ““엄마, 사람 시켜서 알아봐 줘요!”량천옥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너...!”“알아봐야 해요! 꼭 샅샅이 빠짐없이 다 알아봐 줘요!”량천옥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그동안 배준우와의 싸움에 매달려 배항준의 행적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량천옥의 모습에 량일은 조급해졌다.“아니, 너... 진짜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는 거냐?”량천옥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녀를 쳐다봤다.량일은 숨이 막혔다. 계속해서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니 말이다. 배준우와 고은영의 일도 지금 코앞에 닥쳤는데,배항준의 문제까지 생기다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예전에 배항준은 량천옥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지금 량일이 불안한 것도 이것이다.“일단, 배준우랑 고은영 일부터 처리하자!”“네, 알아요!”량천옥은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량일은 고은영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그녀가 가자마자 배항준이 돌아왔다.비록 주름이 가득한 늙은 얼굴이지만, 정신은 아주 맑아 보였다.량천옥은 애써 화를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젯밤에 어디에 갔어요?”신발을 벗고 있었던 배항준이 살짝 멈칫했다.그의 온몸의 냉기가 순식간에 응결되어, 차가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뜻이야?”“어르신은 내 남편이에요.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그럼 왜 나한테 전화 안 해?”량천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배항준의 위엄 넘치는 모습에, 작게 나마 있었던 용기도 와르르 무너졌다.그들은 처음부터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배항준이 위압적인 모습을 보일 때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분명히 그의 아내지만, 그의 부하취급을 받으며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량천옥의 억울해하는 모습에 배항준은 겉옷을 땅에 팽개치고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차갑게 량천옥을 흘겨보며 무거운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차가운 말을 뱉어버렸다.“지금 네가 어떤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지 상관 안 해. 지금,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의 결혼을 막아야 해. 알겠어?”량천옥은 배항준의 차가운 말투에 더욱 서러웠다.배항준은 이마를 만지더니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며 돌아섰다.량천옥도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면,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동안 지켜왔던 장항 프로젝트를, 이렇게 놔줘야 한다니.배준우에게 뺏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은영, 배준우!”왜, 내 인생에 이렇게 태클을 거는 거야! 왜!왜 자꾸 내 일에 끼어드는 거야!량천옥은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었다.그녀는 바로 량일에게 전화를 걸었다.량일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고은영 당장 죽여버려요, 사라지게 하란 말이에요!”량천옥은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량일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어르신이 장항 프로젝트에 구희를 끌어 들인대요!”구희는 배항준이 가장 믿는 사람이다. 그가 비록 장항 프로젝트를 량천옥에게 맡기고, 동영 그룹을 배준우에게 넘겼다 해도 아직 많은 일에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그가 지금 자기 사람을 시켜 이 일을 처리하려고 하니, 당장 고은영, 그 골칫거리를 처리해 버리지 않으면 장항 프로젝트를 반드시 뺏기게 될 것이다.량일은 배항준이 구희를 끌어 들였다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배항준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굴 줄은 몰랐다.“그래, 알았어!”“꼭 사라지게 만들어야 해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요.”량천옥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이것저것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은영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알았어!”량일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량천옥은 아직도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방금 큰 자극을 받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란완 리조트.고은영은 햇빛 방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햇빛 방은 아주 나른한 느낌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혜나는 그
혜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집사를 쳐다보았다. 집사가 자기를 교체해 버릴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제대로 조사한 거 맞아?무슨 일인지 아직 파악도 안 된 채 이러다니!나 집사는 고은영의 언짢은 듯한 말투에,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의 규칙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일절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사모님이 방금 오셔서 아직 여기 사람들을 잘 모르세요.”“그 뜻은 혜나가 해고된다는 말인가요?”“네, 사모님!”나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혜나는 굳은 얼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세나랑 미나는요?”혜나의 태도에 나 집사의 얼굴은 더욱 엄숙해졌다.“지금도 사모님 앞에서 실랑이를 하고 싶은 거냐?”“전 실랑이를 벌이려는 게 아니라, 단지 걔들도 저처럼 해고되는지 묻는 것뿐이에요!”“그런,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나 집사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내가 묻는다면요?”고은영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사모님?”“세나와 미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고은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혜나가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 건 다 자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한마디 정도 더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녀의 질문에 나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먼저 문제를 일으킨 건 혜나입니다. 그래서 세나와 미나는 계속 일을 하게 될 겁니다.”“그럼, 집사님 뜻은, 제가 직접 가서 혼냈어야 했단 말인가요?”“사모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고은영의 말에 나 집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어제 나 집사의 야무지고 세련된 모습에 사리 분별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안 그러면 란완에서 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배준우의 안목도 매번 정확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일부러 이런 사람을 고용했을 수도. 배준우의 깊은 뜻을 고은영 같은 애송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있는 나
고은영도 예전에 직장에 있을 때 억울함을 참은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답답하진 않았다.방금 나 집사가 이런 결정하기 전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화나긴 해도, 생각해 보면 다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화낼 가치가 없죠.”혜나의 말에 고은영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멘탈이 정말 강하시네요!”“별로 가치 없는 사람한텐 화내지 않는 게 좋아요. 자기 몸만 상하죠 뭐.”하긴 사실이다!전에 조보은이 매번 자신을 화나게 할 때마다 고은영도 이렇게 생각했다.화낼 게 뭐가 있어? 다들 별로 가치도 없는 사람인데!“자, 일어나서 과일 차 좀 마셔요. 제 솜씨 맛 좀 보세요.”“혜나 씨가 끓인 거예요?”“네, 다 과일 그 자체의 달콤함이에요, 설탕은 하나도 안 넣었어요, 몸에도 좋은 차에요.”혜나가 차를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말에, 고은영은 더 맛보고 싶었다.전에 의사가 임신했을 땐 설탕을 적게 먹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고은영은 혜나가 과일 차를 끓였다고 했을 때, 당연히 설탕을 넣고 만들었을 줄 알았다.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은은한 달콤함과 과일 본연의 맛이 잘 어우러져서 편안한 맛이었다.“맛있어요.”고은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모님, 좋아하시면 한 그릇 더 드세요. 나머지는 따뜻하게 데워서 도련님께 드릴게요.”“단 거 좋아해요?”고은영은 궁금했다.“너무 단 건 싫어하시는데, 이 정도 단 건 드세요.”고은영은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전에 배준우가 하원에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란완으로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아니면 그의 입맛을 이렇게 잘 파악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방금 나 집사 때문에 망쳤던 기분이, 혜나의 과일 차 한 그릇으로 순식간에 풀렸다.요즘 고은영은 식욕이 꽤 좋았다.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과일 차 두 그릇을 순식간에 마셨다.그녀가 마지막 한 모금을 다 마셨을 때, 배준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네.”“어때? 좀 익숙해?”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배준우는 그녀가 애써 밝은 척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나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요?”배준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현재, 나 집사는 방금 혜나와 갈등이 생겼던 두 도우미를 심문하는 중이었다.그는 배준우가 이렇게 묻자, 고은영이 이미 배준우에게 모든 걸 말해줬다고 생각했다.“세나와 미나가 사모님을 돌보는 혜나와 갈등이 생겼습니다.”지금 배준우는 사무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고 있다.나 집사의 말에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럼, 그 도우미 둘 다 해고하세요!”“도련님, 아직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그런 결정은 내리면 부적절하지 않은지요?”둘 다 해고하라는 배준우의 말에 나 집사가 놀란 듯이 물었다.배준우는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뭐가 잘못됐어요? 둘 다 집사님 친척입니까?”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위압감에 나 집사는 등에 식은땀이 났다.“아니요, 물론 아닙니다. 잘못된 게 없습니다.”나 집사가 재빨리 말했다.“만약 여주인조차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면, 해고당할 사람은 집사님이 될 겁니다!”“네, 죄송합니다, 도련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나 집사는 겁에 질린 듯 바로 사과했다.사실 그는, 어제 배준우가 고은영을 란완으로 데리고 왔을 때, 고은영이 배준우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아차렸다.다만, 그녀의 위치가 이미월보다 높을 줄을 몰랐다.이미월이 해외에 있는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의 곁에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니 누가 고은영이 이미월의 자리를 추월했다는 걸 알 수 있겠나!지금 이미월도 강성에 있는데...!순간, 자신이 방심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때, 세나와 미나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나 집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집사가 전화를 끊은 동시에, 모든 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나 집사는 굳은 얼굴로 그녀들을 쳐다보며 말했다.“짐 싸고 나가!”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나 집사의 말에 세나와 미나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나 집사는 자리를 떴다.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미월 아가씨를 돌봐줬다고 뭐라고 된 줄 알아?”미나가 세나를 째려보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 너도 같이 그랬잖아? 왜 이제 와서 다 내 탓으로 돌려?”“네가 사모님 얘기 꺼냈잖아!”“너...”“빌어먹을, 내가 바보같이 네 맞장구를 쳐주다니!”미나가 세나를 매섭게 밀치며 말했다.란완 리조트 도우미가 전 강성 시내의 도우미 중 월급이 가장 높다. 일반 도우미의 2배다.그리고 고은영이 오기 전엔 할 일도 별로 없어서 매우 수월했다.강성 전 도시에 이렇게 수월하고 월급까지 높은 일자리는 여기밖에 없다.그런데 지금 말 두 마디 잘못해서, 직장까지 잃게 됐다.미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가 되었다. 자세히 따져보면 고은영이 딱히 미움 받을 일을 한 적도 없었다.세나도 잔뜩 화난 얼굴로 말했다.“여기서 네가 제일 재수 없어!”두 사람은 서로 악담 주고받으며 몸싸움까지 벌이려 했다. 그러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 의해 제지를 당해 싸움을 그쳤다.세나도 워낙 거만한 성격이라, 이미 벌어진 일이니,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짐을 싸고 나갔다.하지만 미나는 여전히 나가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기가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 억울해하고 있었다.그러다 결국 고은영을 찾아갔다.고은영은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 조보은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 짜증이 난 상태인데 혜나와 싸웠던 미나가 자신을 만나려 한다는 말에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싫어요!”“네!”혜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미나에게 고은영의 뜻을 전했다.미나는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은영은 더욱 짜증 났다.혜나는 비교적 똑똑하고 눈치가 빨랐고, 게다가 란완에서 한동안 일을 했으니 저 사람들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집사도 아니니 당연
병원 시점.량일은 이미 직접 병원에 왔다. 조보은에게 10억을 더 주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모두 20억이다.20억, 그녀가 무슨 수를 쓰든 고은영을 데리고 떠나길 바랐다.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조보은을 직접 감시하러 온 것이다.조보은은 20억이라는 말을 듣고 숨이 넘어갈 뻔했다!하지만 오늘 내로 일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에,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20억이라는 숫자가 그녀에게 아주 유혹적이었지만, 고은영을 데리고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전화를 여러 통 한 것이다. 하지만 고은영은 한 통도 받지 않았다.결국 량일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다.“량 사모님께서 무슨 일로?”고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시간 줄 테니 병원으로 달려와. 아니면 네 엄마 죽을지도 몰라!”협박하듯 말했다.마치 고은영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조보은이 죽게 되는 것처럼 말했다.“저한테 그 여자가 납치됐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고은영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량일은 전혀 흔들림 없는 고은영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셈이지!”“왜요?”고은영이 물었다.“지금 당장 강성을 떠나!”“그 여자를 납치한 거랑 내가 강성을 떠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고은영이 담담히 물었다.조보은도 통화하고 있는 량일의 옆에서 숨을 죽이고 고은영의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럼, 안 오겠단 말이냐?”량일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이 빌어먹을 계집애, 강성을 잠시 떠나 있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왜 꼭 맞서야만 하는데!“안 가요!”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량일도 고은영에 대해 조사한적이 있으니, 고은영과 조보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럼 고은지는? 고은지도 별 상관이 없어?”량일은 더 이상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조보은으로는 안 된다고?고은지라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량일은 그녀를 병원으로 불러내지 못한다면, 그녀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사실 병원에 오기 전에 하원 별장에 갔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젯밤 하원에 돌아가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람을 시켜 조사하게 했지만, 조금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아마도 배준우가 그녀를 숨겨놓았다고 생각했다.정말 그렇다면 정말 문제가 복잡해진다.“그것도 량 사모님과 상관없잖아요?”량일의 어디 있냐는 말에 고은영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어제 그녀와 배준우가 하원에 돌아가지 않은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묻는지?무슨 뜻일까?설마 어제 교통사고가 량일과 관련이 있는 걸까?순간, 고은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량일이 뭐라고 말도 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물었다. “어제 교통사고도 당신 짓이에요?”량일이 아니면 량천옥일 거라고 생각했다.량일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어떻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럼, 왜 어디 있냐고 물어요? 내가 하원에 없는 거 알고 물어보는 거 아니에요?”고은영의 말에 량일은 숨이 막혔다!고은영이 보통이 아니란 건 진작에 알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배짱에 적응되지 않았다.말만 잘하는 줄 알았지만, 눈치도 이렇게 빠를 줄이야.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한 상태였다.“오늘 배준우가 혼자 회사에 갔잖니!”“그것뿐이에요?”“아니면?”량일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겠다고 느꼈다.그녀의 숨 막히는 질문에 더는 상대하기 버거웠다.량일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죄를 짓는구나!지금 량일은 세상에 인과응보가 존재한다고 더더욱 믿게 되었다.어떤 일은, 한 번 저지르면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 된다.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량천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량일은 겨우 숨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떻게 처리됐어요?”량천옥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량일은 량천옥이 배항준과의 대화가 불쾌하게 끝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넌 이 일을 상관하지 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
하늘 그룹 앞에서 나태웅이 일을 벌인다면 그건 하늘 그룹의 이미지에 좋지 않았다.안열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밖으로 나갔다.안지영은 짜증이 나서 머리를 확 쥐어뜯었다.응접실에 온 안열은 문을 열자마자 거대한 남자의 그림자를 발견했다.그 일주일 동안 나태웅은 1년의 시간을 보낸 듯했다.그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그래서 나태웅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안열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안열은 빠르게 표정을 숨기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들어가세요.”나태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열을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안열의 곁을 지날 때 시선을 내려 안열을 쳐다보았다.결국 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갔다.하지만 안열은 나태웅의 주변에서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에 놀라서 숨도 쉬지 못했다.나태웅이 사라진 후에야 안열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나태웅이 들어올 때 안지영은 마침 장선명과 통화하고 있었다.통화 내용은 결혼식에 관한 내용이었다.“네, 하얀 장미만 아니면 돼요. 그리고...”거기까지 말한 안지영은 들어온 나태웅을 보면서 의도적인 눈빛으로 얘기했다.“하얀 국화는 절대 안 돼요.”“국화에 트라우마 남은 거야?”전화기 너머의 장선명이 가볍게 웃었다.나태웅도 흘러나온 그 소리를 듣고 장선명이 얼마나 안지영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표정이 굳은 나태웅은 더욱 차가워진 눈빛으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결혼식이니까 당연히 국화는 안 되죠.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 또 나한테 국화를 보낼까 봐 겁나네요.”“그래, 알았어. 감히 우리의 결혼식을 망치려는 사람이 생기면 난 그 사람을 바로 죽여버릴 거야.”“...”안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니, 그저 조심하라는 말이었는데 죽인다는 건... 좀 과하지 않아요?”“그래? 네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을게.”“그래요.”안지영은 들어온 나태웅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었다.나태웅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는 것을 보면서 안지영은 전화기에 대고 얘기했다.“점심때 먹고 싶은 게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