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담배를 피우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그는 량천옥이 지금 강제로 담을 뛰어넘어야 하는 처지라고 생각했다. 전에 량천옥이 F국에 갔을 때, 박씨 가문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그런데 박씨 가문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박윤은 바보가 아닌데 말이다! 설령 이번에 그녀의 뜻대로 된다 해도, 나중에 지금 진씨 가문을 벗어나는 것보다 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박씨 가문에서 그러겠대?”배준우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누르며 물었다.“아직 대답은 안 했어. 지금 그 여자가 계략을 꾸미고 있는 거지.”역시 예상대로였다!박씨 가문이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배준우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량천옥이 박씨 가문과 한 배를 타려고 한다고?박씨 가문이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지 의문이다.그리고 박설희, 박씨 가문의 장녀. 박씨 가문처럼 백 년의 역사를 지닌 가문이 어찌 출신을 보지 않을 거라 말인가?그녀는 정말 자기가 무슨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는데, 박씨 가문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이런 규율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량천옥이 그런 제안을 해오면, 당연히 가장 먼저 배씨 집안 모든 것을 조사해 볼 것이다.그러면 그녀가 저질렀던 추악한 짓들이, 그녀의 계획을 방해할 것이다.“어떤 계략을 꾸미고 있는데?”“천의 주식 2%를 약혼 예물로 한대.”천의...!지금 F국에서 번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것 역시 량천옥의 손에 있다.장풍 프로젝트는 천의 소유의 일부 프로젝트일 뿐이다. 량천옥은 장항 프로젝트를 배준우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천의 주식 지분 2%를 예물로 주면서까지 박씨 가문 장녀 박설희를 배준우와 결혼시키려 했다.“허, 영감은 알아?”배준우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량천옥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모를 거야. 아마 알았으면 이렇게 평화롭지 않겠지!”사실이다. 배항준은 동영 그룹을 배준우에게 뺏겼을 때, 한동안 성격이 괴팍해 졌었다.만약 량천옥이 천의 지분을 함부로 내주려 하
“어제 조보은이 고은영을 만나지 못했대. 만약 만났다면 오늘의 결과는 달라졌을 거야.”어제일을 말하지 않으면 모를까 또 어제 일을 언급하니, 량천옥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럼, 이제 어떡해요? 고은영이 진짜 그 여자를 만나러 갈까요?”량천옥은 불만스럽게 말했다.그녀는 고은영도, 조보은도 그냥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조보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고은영에 대한 혐오가 더욱 커졌다.그녀는 이런 딸을 키워낸 엄마도 그저 그런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량일은 불안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그래서 지금 방법을 생각해야 해. 고은영이 조보은을 만나게 할 방법.”량천옥도 조보은과 고은영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만약 정상적인 모녀 사이였다면, 이번에 조보은이 강성에 왔을 때, 고은영의 집에서 지냈을 것이다.비록 인테리어를 채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기본은 다 되어있으니, 바닥이 이불을 깔고 자도 괜찮았다.그러나 고은영은 조보은이 그녀의 집에 가겠다고 제안했을 때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이런 관계이니, 두 사람을 서로 만나게 하는 것도 큰 도전이다.량천옥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고은영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해야 해요. 아니면 장항 프로젝트를 진짜 이대로 뺏길 수도 있어요.”“박씨 집안은 뭐래?”“아직 대답이 없어요!”박씨 가문 얘기가 나오니 량천옥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지금 박씨 가문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니, 배준우와 고은영의 결혼을 더더욱 막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진씨 가문을 완전히 건드리는 격이 된다.그녀의 말에 량일의 안색도 더욱 어두워졌다.“그래, 알았어.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고은영의 일을 말하는 거다.회사 일은 그녀가 기껏해야 량천옥을 도와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지, 많이 관여하지는 않았다.그러니 박씨 가문 일에도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꼭 잘 처리해야 해요.”량천옥이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응.” 량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무슨 생각이라도
량천옥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량일도 덩달아 심각한 얼굴이었다. “왜 그래? 설마 진짜...? ““엄마, 사람 시켜서 알아봐 줘요!”량천옥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너...!”“알아봐야 해요! 꼭 샅샅이 빠짐없이 다 알아봐 줘요!”량천옥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그동안 배준우와의 싸움에 매달려 배항준의 행적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량천옥의 모습에 량일은 조급해졌다.“아니, 너... 진짜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는 거냐?”량천옥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녀를 쳐다봤다.량일은 숨이 막혔다. 계속해서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니 말이다. 배준우와 고은영의 일도 지금 코앞에 닥쳤는데,배항준의 문제까지 생기다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예전에 배항준은 량천옥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지금 량일이 불안한 것도 이것이다.“일단, 배준우랑 고은영 일부터 처리하자!”“네, 알아요!”량천옥은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량일은 고은영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그녀가 가자마자 배항준이 돌아왔다.비록 주름이 가득한 늙은 얼굴이지만, 정신은 아주 맑아 보였다.량천옥은 애써 화를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젯밤에 어디에 갔어요?”신발을 벗고 있었던 배항준이 살짝 멈칫했다.그의 온몸의 냉기가 순식간에 응결되어, 차가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뜻이야?”“어르신은 내 남편이에요.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그럼 왜 나한테 전화 안 해?”량천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배항준의 위엄 넘치는 모습에, 작게 나마 있었던 용기도 와르르 무너졌다.그들은 처음부터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배항준이 위압적인 모습을 보일 때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분명히 그의 아내지만, 그의 부하취급을 받으며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량천옥의 억울해하는 모습에 배항준은 겉옷을 땅에 팽개치고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차갑게 량천옥을 흘겨보며 무거운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차가운 말을 뱉어버렸다.“지금 네가 어떤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지 상관 안 해. 지금,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의 결혼을 막아야 해. 알겠어?”량천옥은 배항준의 차가운 말투에 더욱 서러웠다.배항준은 이마를 만지더니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며 돌아섰다.량천옥도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면,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동안 지켜왔던 장항 프로젝트를, 이렇게 놔줘야 한다니.배준우에게 뺏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은영, 배준우!”왜, 내 인생에 이렇게 태클을 거는 거야! 왜!왜 자꾸 내 일에 끼어드는 거야!량천옥은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었다.그녀는 바로 량일에게 전화를 걸었다.량일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고은영 당장 죽여버려요, 사라지게 하란 말이에요!”량천옥은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량일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어르신이 장항 프로젝트에 구희를 끌어 들인대요!”구희는 배항준이 가장 믿는 사람이다. 그가 비록 장항 프로젝트를 량천옥에게 맡기고, 동영 그룹을 배준우에게 넘겼다 해도 아직 많은 일에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그가 지금 자기 사람을 시켜 이 일을 처리하려고 하니, 당장 고은영, 그 골칫거리를 처리해 버리지 않으면 장항 프로젝트를 반드시 뺏기게 될 것이다.량일은 배항준이 구희를 끌어 들였다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배항준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굴 줄은 몰랐다.“그래, 알았어!”“꼭 사라지게 만들어야 해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요.”량천옥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이것저것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은영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알았어!”량일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량천옥은 아직도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방금 큰 자극을 받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란완 리조트.고은영은 햇빛 방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햇빛 방은 아주 나른한 느낌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혜나는 그
혜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집사를 쳐다보았다. 집사가 자기를 교체해 버릴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제대로 조사한 거 맞아?무슨 일인지 아직 파악도 안 된 채 이러다니!나 집사는 고은영의 언짢은 듯한 말투에,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의 규칙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일절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사모님이 방금 오셔서 아직 여기 사람들을 잘 모르세요.”“그 뜻은 혜나가 해고된다는 말인가요?”“네, 사모님!”나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혜나는 굳은 얼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세나랑 미나는요?”혜나의 태도에 나 집사의 얼굴은 더욱 엄숙해졌다.“지금도 사모님 앞에서 실랑이를 하고 싶은 거냐?”“전 실랑이를 벌이려는 게 아니라, 단지 걔들도 저처럼 해고되는지 묻는 것뿐이에요!”“그런,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나 집사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내가 묻는다면요?”고은영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사모님?”“세나와 미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고은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혜나가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 건 다 자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한마디 정도 더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녀의 질문에 나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먼저 문제를 일으킨 건 혜나입니다. 그래서 세나와 미나는 계속 일을 하게 될 겁니다.”“그럼, 집사님 뜻은, 제가 직접 가서 혼냈어야 했단 말인가요?”“사모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고은영의 말에 나 집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어제 나 집사의 야무지고 세련된 모습에 사리 분별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안 그러면 란완에서 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배준우의 안목도 매번 정확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일부러 이런 사람을 고용했을 수도. 배준우의 깊은 뜻을 고은영 같은 애송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있는 나
고은영도 예전에 직장에 있을 때 억울함을 참은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답답하진 않았다.방금 나 집사가 이런 결정하기 전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화나긴 해도, 생각해 보면 다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화낼 가치가 없죠.”혜나의 말에 고은영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멘탈이 정말 강하시네요!”“별로 가치 없는 사람한텐 화내지 않는 게 좋아요. 자기 몸만 상하죠 뭐.”하긴 사실이다!전에 조보은이 매번 자신을 화나게 할 때마다 고은영도 이렇게 생각했다.화낼 게 뭐가 있어? 다들 별로 가치도 없는 사람인데!“자, 일어나서 과일 차 좀 마셔요. 제 솜씨 맛 좀 보세요.”“혜나 씨가 끓인 거예요?”“네, 다 과일 그 자체의 달콤함이에요, 설탕은 하나도 안 넣었어요, 몸에도 좋은 차에요.”혜나가 차를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말에, 고은영은 더 맛보고 싶었다.전에 의사가 임신했을 땐 설탕을 적게 먹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고은영은 혜나가 과일 차를 끓였다고 했을 때, 당연히 설탕을 넣고 만들었을 줄 알았다.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은은한 달콤함과 과일 본연의 맛이 잘 어우러져서 편안한 맛이었다.“맛있어요.”고은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모님, 좋아하시면 한 그릇 더 드세요. 나머지는 따뜻하게 데워서 도련님께 드릴게요.”“단 거 좋아해요?”고은영은 궁금했다.“너무 단 건 싫어하시는데, 이 정도 단 건 드세요.”고은영은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전에 배준우가 하원에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란완으로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아니면 그의 입맛을 이렇게 잘 파악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방금 나 집사 때문에 망쳤던 기분이, 혜나의 과일 차 한 그릇으로 순식간에 풀렸다.요즘 고은영은 식욕이 꽤 좋았다.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과일 차 두 그릇을 순식간에 마셨다.그녀가 마지막 한 모금을 다 마셨을 때, 배준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네.”“어때? 좀 익숙해?”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배준우는 그녀가 애써 밝은 척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나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요?”배준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현재, 나 집사는 방금 혜나와 갈등이 생겼던 두 도우미를 심문하는 중이었다.그는 배준우가 이렇게 묻자, 고은영이 이미 배준우에게 모든 걸 말해줬다고 생각했다.“세나와 미나가 사모님을 돌보는 혜나와 갈등이 생겼습니다.”지금 배준우는 사무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고 있다.나 집사의 말에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럼, 그 도우미 둘 다 해고하세요!”“도련님, 아직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그런 결정은 내리면 부적절하지 않은지요?”둘 다 해고하라는 배준우의 말에 나 집사가 놀란 듯이 물었다.배준우는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뭐가 잘못됐어요? 둘 다 집사님 친척입니까?”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위압감에 나 집사는 등에 식은땀이 났다.“아니요, 물론 아닙니다. 잘못된 게 없습니다.”나 집사가 재빨리 말했다.“만약 여주인조차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면, 해고당할 사람은 집사님이 될 겁니다!”“네, 죄송합니다, 도련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나 집사는 겁에 질린 듯 바로 사과했다.사실 그는, 어제 배준우가 고은영을 란완으로 데리고 왔을 때, 고은영이 배준우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아차렸다.다만, 그녀의 위치가 이미월보다 높을 줄을 몰랐다.이미월이 해외에 있는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의 곁에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니 누가 고은영이 이미월의 자리를 추월했다는 걸 알 수 있겠나!지금 이미월도 강성에 있는데...!순간, 자신이 방심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때, 세나와 미나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나 집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집사가 전화를 끊은 동시에, 모든 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나 집사는 굳은 얼굴로 그녀들을 쳐다보며 말했다.“짐 싸고 나가!”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나 집사의 말에 세나와 미나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나 집사는 자리를 떴다.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미월 아가씨를 돌봐줬다고 뭐라고 된 줄 알아?”미나가 세나를 째려보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 너도 같이 그랬잖아? 왜 이제 와서 다 내 탓으로 돌려?”“네가 사모님 얘기 꺼냈잖아!”“너...”“빌어먹을, 내가 바보같이 네 맞장구를 쳐주다니!”미나가 세나를 매섭게 밀치며 말했다.란완 리조트 도우미가 전 강성 시내의 도우미 중 월급이 가장 높다. 일반 도우미의 2배다.그리고 고은영이 오기 전엔 할 일도 별로 없어서 매우 수월했다.강성 전 도시에 이렇게 수월하고 월급까지 높은 일자리는 여기밖에 없다.그런데 지금 말 두 마디 잘못해서, 직장까지 잃게 됐다.미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가 되었다. 자세히 따져보면 고은영이 딱히 미움 받을 일을 한 적도 없었다.세나도 잔뜩 화난 얼굴로 말했다.“여기서 네가 제일 재수 없어!”두 사람은 서로 악담 주고받으며 몸싸움까지 벌이려 했다. 그러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 의해 제지를 당해 싸움을 그쳤다.세나도 워낙 거만한 성격이라, 이미 벌어진 일이니,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짐을 싸고 나갔다.하지만 미나는 여전히 나가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기가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 억울해하고 있었다.그러다 결국 고은영을 찾아갔다.고은영은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 조보은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 짜증이 난 상태인데 혜나와 싸웠던 미나가 자신을 만나려 한다는 말에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싫어요!”“네!”혜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미나에게 고은영의 뜻을 전했다.미나는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은영은 더욱 짜증 났다.혜나는 비교적 똑똑하고 눈치가 빨랐고, 게다가 란완에서 한동안 일을 했으니 저 사람들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집사도 아니니 당연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장선명의 태도는 아주 결연했다. 나태웅이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킹덤 타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배준우는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안지영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안지영은 이미 나태웅 때문에 화가 극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런 나태웅을 위해 장선명을 말리라고? 왜? 안지영의 태도는 장선명과 같았다.그런 안지영의 태도를 본 배준우는 나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주었다.나태웅도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었다.모든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장선명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면 서탑의 프로젝트를 너한테 줄게.”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내가 약혼녀를 팔아넘길 사람으로 보여요?”“...”“백서의 프로젝트도.”“내가...”장선명은 화가 났다.하지만 장선명이 화를 쏟아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장선명의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장선명은 어리둥절해져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그래요. 호탕해서 좋네요. 받아들일게요.”“안지영!”장선명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제 가세요.”“...”장선명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그깟 돈에 안지영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영은 흔쾌히 자신을 팔아넘겼다.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의 허락을 받은 나태현과 배준우는 다 한숨을 돌렸다.나태현이 일어서서 나태웅을 향해 얘기했다.“가자.”하지만 나태웅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안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난도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런 나태웅을 본 나태현은 얼른 일어나 나태웅을 끌어갔다.“가자니까.”이러고 있다가는 더 큰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나태웅은 나태현에게 거의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안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영이 왜 허락하는 거지? 왜 장선명 대신 결정하는 거지? 안지영이 장선명의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자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배준우는 일단 품속의 고은영부터 다독였다.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웅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넘보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모르겠지.’배준우는 나태웅이 안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졌다. 그러니 이렇게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배준우는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먼저 자. 난 늦게 돌아올 거니까.”“지영이 일 때문이에요?”고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나태웅이 킹덤 타운에 갔대. 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서 장선명과 동거 중이거든.”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았다.안지영을 향한 나태웅의 집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 놓인 안지영을 떠올린 고은영이 얘기했다.“나도 같이 갈게요.”“그러지 마. 같이 가 봤자 싸우는 모습만 보고 올 텐데.”“...”고은영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장선명과 안지영은 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거기에 궁지에 몰린 나태웅까지 더해지면...“그래요. 그럼 난 안 갈게요.”고은영이 대답했다.고은영은 약간 맥이 빠졌다.고은지는 오늘 이미 천락 그룹에 출근했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배준우가 킹덤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거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태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북극보다도 춥고 무거웠다.장선명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옆에 앉아 있었다.나태웅은 다른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에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진이훈도 두 그림자를 보았다.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뒷좌석을 스윽 살피고는 전전긍긍하면서 물었다.“대표님, 돌아갈까요?”‘그러게 내가 오지 말자고 했잖아!’킹덤 타운에 찾아와봤자 창피만 당하고 쫓겨날 것이다.진이훈은 나태웅이 바로 별장으로 쳐들어갈까 봐 걱정되었다.이윽고 차량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훈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태웅은 먼저 차에서 내려버렸다.“...”진이훈은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이윽고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바로 차에서 내렸다.“대표님, 대표님!”진이훈은 나태웅을 꽉 잡았다.이곳은 킹덤 타운이다. 나태웅이 이곳에서 일을 벌여봤자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게다가 장선명의 성격이 어떤지는 강성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 아닌가.장선명은 위험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다.장선명을 건드린 사람에게는 좋은 결말이 없었다.다만 나태웅과 진이훈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장선명이 벌써 돌아왔다는 것이다.나태웅은 원래 안지영과 끝장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었건만, 신나나를 찾으러 간 장선명이 벌써 킹덤 타운에 돌아왔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두 사람은 신나나 때문에 싸우지도 않고 있었다.두 사람의 그림자는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었다.“이거 놔!”나태웅의 명령에도 진이훈은 나태웅을 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꽉 잡았다.그리고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대표님, 안지영 씨는 확실히 장선명 씨의 약혼녀입니다.”안지영과 장선명의 시작이 어찌 되었든, 애원이었는지, 거래였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결국 정상적인 예비부부가 되었다.‘장선명 씨의 약혼녀’라는 말이 나태웅의 신경을 긁었다.진이훈이 아무리 말려도 나태웅은 결국 진이훈을 뿌리쳐냈다.“대표님, 대표님!”나태웅의 세상은 완전히 붕괴하였다. 나태웅은 지금 진이훈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화가 잔뜩 난 채로 킹덤 타운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진이훈의 머릿속은 오직 한마디로 가득했다.‘오늘 이곳에
진이훈은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찾아가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저 여자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너무 화내지 마십쇼. 안지영 씨는 나 대표님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장선명 때문에?”“...”진이훈은 할 말을 잃었다.정확하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씨 가문은 장 씨 가문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야했디.하지만 나태웅의 충동적인 결정 때문에 그것마저도 거품으로 돌아갔다.진이훈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웅은 화가 나면 그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잊는 사람이었다.그 시각.안지영도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장선명은 저녁 열한 시에 들어왔다. 여덟 시에 나갔으니 총 세 시간 동안 밖에 있은 셈이었다.집에 돌아온 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물었다.“왜 화내고 있는 거야?”“나태웅 때문에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안지영의 화를 이만큼이나 돋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태웅이 유일할 것이다.이제야 회사 일 때문에 나태웅에게 제대로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나태웅은 거의 매일 시비를 걸었다.게다가 가장 화가 나는 건, 나태웅 때문에 안지영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다.안지영은 그런 나태웅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이 매일 시비를 걸고 또 자기 아버지까지 끌어들였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신나나 씨는 어때요?”안지영은 나태웅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바로 화제를 돌렸다.나태웅 얘기를 듣던 장선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신나나의 얘기를 꺼내자 장선명의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갔다.“눈가를 3cm 정도 봉합했어. 지금은 병원에 있어.”“그렇게 심각한 일이었어요?”안지영은 아주 놀랐다.클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하지만 신나나는 매직 썬의 에이스로서 인기도 많고 돈벌이도 쏠쏠했다.기씨 가문은 요즘 들어 강성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문이었지만 장씨 가문과
안지영은 화가 나서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다.전화기 너머의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 얘기했다.“안지영, 장선명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본 남자야. 네가 그런 남자의 눈에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아니면, 장선명이 정말 너랑 약혼할 거라고 생각해? 매하리에서 한번 은혜를 입었다고 정말 너를 데리고 일생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도 봐, 장선명은 다른 여자를 위해 너를 버렸잖아!”안지영은 나태웅의 말투가 안지영의 불행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장선명에게 버려진 안지영을 보면서 축하 파티라도 열 사람 같았다.나태웅의 인성을 잘 아는 안지영은 나태웅의 생각도 쉽게 알 수 있었다.‘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하,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장선명 씨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왜 나더러 하주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거예요? 시비를 가리는 눈이 없나 봐요?”“그건 다른 일이잖아!”“뭐가 다른데요! 내로남불 같은 놈.”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말했다.지금의 안지영은 그저 나태웅을 욕할 기회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욕설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전 세계의 욕설을 모아서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도 들었다.나태웅은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안지영, 좋은 말로 할 때 입에서 걸레 빼.”“너나 입에서 걸레 빼세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당신만큼은 죽어도 찾아가지 않을 테니까. 왜 계속 내 눈앞에서 걸리적거리는 거예요! 관종이에요?”“...”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안지영,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선심을 써서 얘기해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쉬지 않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리고, 선명 씨가 신나나 씨 때문에 매직 썬에 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와서 귀띔해 줄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알려줬다고? 이건...’“나태웅 씨, 당신은 장선명이랑 비교하
‘지금 벌인 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친 거 아니야?’안지영은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려고 노력했다.“안지영,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나태웅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안지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다.“내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나태웅,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나태웅에게 괴롭힘당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강성의 사람들은 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줄 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정신병이 대대로 유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안지영을 강성에서 가장 잔인한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그리고 이제는 안지영을 괴롭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선명까지 괴롭히려고 한다.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숨이 턱턱 막혔다.“내가 뭐 하는 거냐고? 뭐 같아 보이는데?”“내가 당신 같은 사람의 속셈을 어떻게 알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아요!”안지영은 짜증이 확 몰려왔다.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안지영, 장선명이 오늘 밤 왜 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어?”“당신이 일을 벌이니까 나간 거잖아요!”안지영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죽이고 싶었다.“신나나 때문에 킹덤 타운을 떠난 거야.”“...”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분노로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안지영은 숨이 점점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난 나머지 제 자리에 서서 몇 바퀴나 돌았다.나태웅에게 뭐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나가지 않았다.아무 대답도 못 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나태웅은 말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장선명은 신나나를 구하러 매직 썬에 간 거야.”나태웅은 일부러 신나나의 이름을 강하게 읽으며 얘기했다.마치 안지영에게, 장선명은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