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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작가: 송언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1 11:34:53
라면을 냄비에 넣자마자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고은영의 전화였다.

“응, 은영아.”

“조보은이 언니한테 전화 갔어?”

고은영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아니, 서정우가.”

고은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병원으로 오라고 했어?”

“난 안 갈 거야!”

고은지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척하면 척이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

고은지의 대답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오래?”

“별 큰일도 아닌 걸로 입원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안지영이 그리 심하게 때리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쪽에서 이렇게 오버하는 건 그녀를 병원에 오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조보은이 지금 어떤 상태이든, 지금 절대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도 알아!”

고은지가 대답했다.

잘 알기 때문에, 그쪽에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혹은, 이미 포기해 버렸을 수도.

다 포기해버려서, 조보은이 아무리 뭐라 해도 꿈쩍하지 않는 것 일수도.

“알겠어, 일단 끊어. 나 금방 퇴근해서 지금 좀 뭐 먹으려고.”

“응!”

고은지의 말에 고은영도 더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고은지는 전화를 끊고 재빨리 라면을 냄비에서 건져 냈다.

빨리 움직였는데도, 라면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끓이기 귀찮아 그냥 대충 먹었다.

란완 리조트 시점.

하루 종일 피곤했던 고은영은 고은지와 통화를 끝낸 후, 그대로 침대 머리에 기대어 잠들어 버렸다.

배준우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가 이불도 덮지 않고 침대 머리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배준우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도우미를 쳐다보았다.

도우미도 배준우가 문을 여는 순간, 고은영이 침대 머리에 기대어 자는 모습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지금 배준우가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해고당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다행히도 배준우가 아무 말도 없이 시선을 거뒀다.

그는 고은영을 안고 침대에 제대로 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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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와서 쓸모없는 아들 대신 아내를 다시 데려가려고 그러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장선명은 화가 나 머리가 지끈거렸다.상대방은 이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할아버지, 지영이가 나태범한테 끌려갔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못난 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전화기 너머 장성현의 말투가 변하며 바로 장선명을 질책했다.“나씨 가문이 먼저 부끄러운 짓을 한 거예요. 저는 바로 나씨 가문으로 갈 테니 할아버지로 빨리 오세요.”장선명을 더 이상 장성현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내가 안 가면?”장성현은 어린아이들 일로 인해 자신까지 나서는 건 체면이 상한다고 여겼다.‘나태범이 정말 손자며느리를 데려갔단 말인가? 정말 부끄러운 것도 정도껏 해야지.’“그럼 어른한테 손댈 수밖에 없겠죠.”“너... 너 잠깐 기다려라.”장성현은 그 말을 듣고 급히 답했다.장씨 가문이 비록 어두운 쪽 일을 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선은 있었다.특히 가풍이 엄격한 편이었는데 장성현은 아이들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최소한의 선은 지킬 수 있게 했다.그런데 장선명이 어른을 때리겠다고 하니 장성현도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목적을 달성한 장선명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더 빨리 가.”“네.”구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속도를 더욱 높였다.구이준은 도심에서 차선을 변경해 가며 시속 100킬로까지 높였다.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가면서 그는 많은 운전자들에게 욕설을 듣기도 했다.그 사이 안지영은 이미 나태범의 사람들과 나씨 가문 본가에 도착해 있었다.대나무 숲과 조용히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법도 했지만 지금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안지영은 나태범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나태범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냉담하게 말했다.“너랑 장선명은 어울리지 않으니 결혼식은 취소해.”안지영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비웃는 듯한 눈길로 나태범을 바라보았다.직접 듣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을 것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1화

    안지영이 캘리포니아반도를 막 벗어나자마자 그녀의 차는 갑작스럽게 멈춰야 했다.앞좌석 운전기사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얼굴이 굳어졌다.“아가씨.”“무슨 일이에요?”안지영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물었다.갑작스러운 급브레이크로 인해 그녀는 앞좌석 등받이에 부딪힐 뻔했다.당연히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 모두 좋을 리 없었다.운전기사가 답하기도 전에 앞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얼굴을 확인한 운전기사는 아연실색하며 입을 열었다.“나씨 가문 사람들입니다.”“뭐라고요?”‘나씨 가문 사람들? 나태웅은 장선명과 같이 있는 거 아니었나?’안지영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나씨 가문 사람들이 안지영의 차에 다가왔다.그 사람들이 안지영이 있는 쪽 문을 열기 전에 운전기사는 재빨리 문을 잠갔다.그는 후진하여 벗어나려 했지만 그제야 차가 완전히 포위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아가씨, 얼른 선명 도련님한테 연락하세요. 이 사람들 전부 나태범 산하 사람들이에요.”나태범의 사람이라는 말에 안지영은 아연실색했다.나태범이 직접 보낸 사람이라면 이는 일부러 안지영을 겨냥한 행동임이 분명했다.‘결국 나태웅과의 일이 어른들에게까지 번지고 말았구나.’“아가씨, 저희 회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직접 따라나서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까요?”밖에 있던 사람은 차 문이 열리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그 평온함 속에서도 확고하고 단호한 태도가 묻어났다.안지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젠장! 왜 다들 나를 협박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절대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을 거야!’운전기사는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러나 전화가 연결되기도 전에 안지영은 화가 난 얼굴로 차 문을 열고 당당히 차에서 내렸다.“아... 아가씨!”운전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큰일 났네. 성격이 또 올라왔네.’운전기사는 장선명의 사람이었다.안지영이 장선명과 함께한 이후로 그녀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10화

    ‘여자를 갖고 논다고? 도련님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밤에 발생했던 일들도 도련님 모르게 벌어졌던 일인데... 일을 조사해 범인을 밝혀냈을 때 그 범인은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지.’“구이준.”“네.”구이준이 앞으로 나섰다.“웨딩드레스는 킹덤 타운으로 보냈어?”“네. 다 수선해서 보냈습니다.”그 말을 듣고 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태웅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지영이가 직접 입어보고 고른 웨딩드레스야.”이 말은 나태웅의 위협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나태웅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 차갑게 굳었고 장선명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음울해졌다.“그럼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지?”“너도 예상하던 답 아니야?”장선명이 싸늘하게 웃으며 답했다.언제 장성명이 위협을 받아들였던가.나태웅은 이런 방식으로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이전에 안지영을 찾아가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위해 그녀와 헤어질 것으로 믿는다면 나태웅은 장씨 가문을 너무 만만히 본 것이다.장씨 가문 사람들은 이런 위협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아니었다.“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지영이를 빼앗아 간다면 나도 인정하지.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우릴 헤어지게 하려는 거라면 나뿐만 아니라 강성 전체가 너희 나씨 가문을 경멸할 거야.”말을 마친 장선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더 이상 나태웅과 할 이야기가 없었다.태연하고 무서울 것 없는 장선명의 모습은 나태웅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장선명은 두 발짝 걸어 나가다 무언가 떠오른 듯 멈춰 섰다.“참, 하늘그룹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늘그룹이 없어져도 나는 안지영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할 방법은 많아. 하지만 너는? 지영이는 널 지금보다 더 원망할 거야.”‘안지영이 자신을 미워하더라고 나도 같이 미워하게 만들겠다고? 도대체 무슨 논리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자기 판단이 흐린 것처럼 지영이도 반쯤 정신을 놓았다고 생각하는 건가?’장선명은 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9화

    3분 후, 나태웅과 장선명이 마주 앉았다. 겉보기엔 평온해 보였지만 현장의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각자 담배 두 개비씩 피울 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진이훈과 구이준은 몸이 굳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장선명이 세 번째 담배를 꺼내려는 순간 나태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래서 조건이 뭔데?”나태웅과 시간을 소모하려던 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조건?”또렷한 말투로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나태웅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지금까지 병원에서 아픈 척한 것도 모두 안지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바보같이 순진한 안지영만이 진지하게 나태웅이 정말 미친 건지 아닌 건지 고민하고 있었다.“그 여자가 널 미워하게 만들지 마.”나태웅은 이를 악물고 하나하나 힘줘 말했다.장선명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 나를 미워해야 하지?”장선명이 흥미롭게 물었다.안진섭과 얼마간 관계가 있을 뿐, 장선명은 다른 방면에서 안지영에게 잘못한 건 없었다.“하늘그룹이 너 때문에 없어진다면 널 미워할 거야. 날 미워하듯 널 미워하게 되는게 네가 진정 원하는 거야?”나태웅이 날카롭게 물었다.하지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장선명은 나태웅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하늘 그룹이 나 때문에 없어진다고? 나태웅 말고 그런 짓을 할 사람이 누가 있다고.’장선명은 담배를 담뱃갑에 도로 넣었다.“그렇다면 지영이는 널 미워하겠지?”“난 상관없어. 어차피 이미 미워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영이와 계속 함께하려 한다면...”나태웅은 잠시 말을 멈췄다.고개를 들어 장선명을 바라본 순간 그의 시선에는 어느 때보다도 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나태웅은 싸늘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영이와 계속 함께하려 한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 하늘그룹을 부숴버릴 거야. 그렇게 돼도 지영이가 너랑 무사히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진이훈과 구이준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나태웅이 말을 마친 순간 현장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8화

    “내가 대신 가서 혼내줄게. 너는 여자니까 이미지 신경 써야지. 착하지?”“싫어요! 이미지 따위는 필요 없어요.”장선명이 바로 핸드폰의 카메라를 켜서 그녀 앞에 내밀었다.안지영은 핸드폰 속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와 마치 미친 여자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얼어붙었다.그녀가 조용해지자 현장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그 남자 때문에 이런 모습 하려고?”안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젠장, 언제 이런 모습이 된 거지?’특히나 더 참을 수 없는 건, 나태웅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사실이었다.‘그놈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거지?’“집에 가자. 착하지?”장선명은 부드럽게 안지영을 달랬다.옆에 있던 구이준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장선명이 어떤 사람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했다.그가 소유한 유흥 장소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미녀들이 넘쳐났다.여린 타입, 매혹적인 타입, 요염한 타입. 남자들이 환장하는 스타일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또한 유흥가에 들어오는 여자 중 장선명을 유혹하여 인생을 바꾸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많았다.당시 구이준과 안열은 장선명 주위를 얼씬거리는 여자들을 수없이 많이 처리했지만 장선명이 여자들에게 시선을 두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구이준과 안열은 당시 장선명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건지 의심하기도 했었다.예쁜 여자들이 들끓는 곳에서 어떠한 유혹에도 움직이지 않으니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타입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구이준은 안지영을 유심히 보며 생각했다.‘다른 여자들이랑 비교해도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도련님께서 왜 이 여자를 좋아하시는 거지? 화끈한 성격? 아니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호쾌한 모습?’머리를 정리하던 안지영은 헝클어진 머리로 인해 손가락이 끼여버렸고 그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그로 인해 나태웅에 대한 그녀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7화

    고은영은 분노에 휩싸인 채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다.배준우가 간 줄 알았던 그녀는 가게에서 나와 배준우의 차가 원래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화가 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통화를 하고 있던 배준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통화를 마무리했다.“그래. 그렇게 처리하고 끊어.”그는 곧바로 고은영의 부풀어 오른 볼을 살짝 꼬집으며 물었다.“화났어?”고은영이 말하지 않아도 배준우는 알 수 있었다.진성택이 분명히 또 진유경과 관련된 이야기로 그녀를 화나게 한 것이다.“계속 곧 죽을 거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어요.”“도덕적 협박이구나?”배준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성택이 진유경을 편애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양녀를 선택하고 친딸을 외면한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 세심하지 않은 배준우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고은영에 대한 연민이 짙어졌다.고은영은 더 이상 진성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매번 만나면 진유경 이야기뿐이었기 때문이다.배준우가 한숨을 내쉬며 위로했다.“화내지 마. 어차피 너한테 중요한 사람도 아니잖아.”“그래도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그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슴 한구석이 쓰려왔다.‘네 명이 자식이나 낳았으면서 엄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엄마가 나한테 남긴 마지막 사랑마저도 첫사랑의 딸에게 나누려고 하다니...’“저녁에 네 큰오빠네에 가서 밥 먹을까?”“오빠한테 전화 왔었어요?”말 돌리는 데 성공한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응. 아까 너 봤다면서 저녁에 밥 먹자고 하더라고.”“좋아요!”고은영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진정훈과 진윤과 가까워진 후, 고은영은 두 오빠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진성택은 정말 무정했다.아니, 애정은 있었지만 그 대상이 아내와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언제 태현 오빠한테 물어볼 거예요?”“조금 있다 시간 내서 만나러 가려고.”“좋아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은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6화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5화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04화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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