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하라는 조보은의 말에 서정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나도 전에 엄마가 경찰서에 잡혀갔을 때, 고은영이랑 사이가 틀어졌어.”이건 서정우가 낮은 소리로 공손히 말해도 돈을 뜯어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서정우가 겉으론 인정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론 고은영과 사이가 틀어진 걸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그녀야말로 부자다.큰누나보다 훨씬 돈이 많다.매번 큰 누나가 돈을 내놓지 못할 때, 고은영에겐 분명히 돈이 있었다.“전에 돈 달라고 했었어?”서정우의 말에 조보은은 충격받았다.그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고은영에 관한 보도를 보지 못했으면, 그녀를 잊고 살 뻔했다.그리고 그동안 서정우에게 돈을 대준 사람도 고은지뿐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럴 줄이야...!서정우는 머리를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큰누나한테 그런 능력이 어디 있어, 전에 큰누나한테 돈이 없을 땐 다 고은영한테서 받았다!”“모두 얼마 받았어?”“아마 1000만 원 정도 될 거야!”서정우는 생각하며 말했다.조보은은 그 숫자를 듣자마자 속으로 욱했다.곧바로 베개를 움켜쥐고 서정우에게 던지며 말했다.“그런데, 왜 집에 와서도 돈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고은영이 돈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동영 그룹에 들어가기 전에도 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줄이야.순간, 조보은은 온갖 후회가 몰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기 곁에서 키울 걸...조보은의 화가 자신을 향하자, 서정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그러자 조보은은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너 때문에 용산 집도 다 팔았는데. 이제 돌아가면 어디 가서 살래? 다시 촌으로 돌아갈래?”이건 그녀가 계속 고은영에게 강성의 집을 달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당시 촌에서 이사 나오면서, 앞으로 더 잘 살 거라고, 절대 고향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쳤다.하지만 이 신세가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그때 큰소리쳤던 걸 생각하면 지금 더욱 마음이 졸여졌다.“지금 고은영 얘기하고 있잖아요? 왜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가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서준호에게 소리 질렀다.“휴대폰 가져와!”“내 번호도 이미 차단 당했어!”“가져와!”조보은은 이미 완전히 인내심을 잃은 상태다.서정우와 서준호가 뭐라고 하든,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서준호는 그녀의 막무가내에 못 이겨 핸드폰을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조보은은 서준호의 핸드폰을 서정우에게 건네며 말했다.“계속 걸어!”“아빠 말이 맞아요. 이 번호도 차단 당했어요.”“빨리 걸라니까!”조보은은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했다.다들 왜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만 많이 지껄이는 거야?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서정우는 조보은의 호통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진짜 차단 당했어요.”서정우는 조보은에게 전화를 건넸다.조보은은 정말 차단당한 걸 확인하니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지금 세 사람 다고은영과 통화 불가한 상태다.“은지한테 전화해.”조보은은 한참 생각하다 고은지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그리고 서정우가 반응도 하기 전에 덧붙여 말했다.“은지더러 은영이한테 전화하라고 해.”서정우는 깜짝 놀랐다.“큰 누나더러 둘째 누나한테 전화하라고 하라고?”“그래, 아니면 은지가 우리한테 10억 가져다주겠어?”고은영이라는 돈줄이 생겼으니, 더 이상 고은지를 괴롭히지 않았다.지금은 오로지 고은영에게서 돈을 뜯어낼 생각뿐이었다.서정우도 그녀의 뜻을 알아들었다.“네, 알겠어요.”그리고 서둘러 고은지에게 전화 걸었다.고은지는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다. 지금쯤 이미 퇴근했을 시간이다.고은지는 퇴근 후 금방 집에 돌아와, 음식을 해 먹으려는데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발신 번호를 보니 서정우였다. 그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조영수와 이혼 후, 그녀도 많은 생각이 풀렸다. 전에 자신이 도와준다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이 집을 점점 파괴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라면을 냄비에 넣자마자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이번엔 고은영의 전화였다.“응, 은영아.”“조보은이 언니한테 전화 갔어?”고은영이 직접적으로 물었다.“아니, 서정우가.”고은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병원으로 오라고 했어?”“난 안 갈 거야!”고은지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두 사람의 대화는 척하면 척이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은지의 대답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너도 오래?”“별 큰일도 아닌 걸로 입원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안지영이 그리 심하게 때리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쪽에서 이렇게 오버하는 건 그녀를 병원에 오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중요한 건, 조보은이 지금 어떤 상태이든, 지금 절대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나도 알아!”고은지가 대답했다.잘 알기 때문에, 그쪽에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혹은, 이미 포기해 버렸을 수도.다 포기해버려서, 조보은이 아무리 뭐라 해도 꿈쩍하지 않는 것 일수도.“알겠어, 일단 끊어. 나 금방 퇴근해서 지금 좀 뭐 먹으려고.”“응!”고은지의 말에 고은영도 더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고은지는 전화를 끊고 재빨리 라면을 냄비에서 건져 냈다.빨리 움직였는데도, 라면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끓이기 귀찮아 그냥 대충 먹었다.란완 리조트 시점.하루 종일 피곤했던 고은영은 고은지와 통화를 끝낸 후, 그대로 침대 머리에 기대어 잠들어 버렸다.배준우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가 이불도 덮지 않고 침대 머리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배준우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도우미를 쳐다보았다.도우미도 배준우가 문을 여는 순간, 고은영이 침대 머리에 기대어 자는 모습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게다가 지금 배준우가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해고당할까 봐 두려웠다.그런데 다행히도 배준우가 아무 말도 없이 시선을 거뒀다.그는 고은영을 안고 침대에 제대로 눕
이 밤!조보은 일가는 불안 속에서 온밤을 지샜고, 고은영은 푹 잘 잤다.배준우는 생각할수록 밤새 자지 못했다.고은영이 일어났을 때, 배준우는 이미 창문 앞 의자에 앉아있었다.비록 멀리 떨어져 앉아있었지만, 고은영은 그의 감정을 바로 알아챘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배준우도 그녀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깼어? 잘 잤어?”약간 의미심장한 태도로 말했다.고은영도 이미 완전히 잠에서 깬 상태라, 그의 말투에 숨은 뜻을 바로 알아챘다.다만, 그녀는 왜 아침부터 그가 화가 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네, 잘 잤어요. 대표님은요?”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별로!”“...” 아니, 왜...!어젯밤엔 어색해서 잘 못 자겠다더니, 푹 자고 일어난 고은영의 모습에 배준우는 어이가 없었다.그렇게 푹 자 놓고, 나중에 코까지 골아 놓고!백 어르신도 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 코를 고는 것도 임신 중의 여자들이 겪게 되는 변화 중 하나이다.그녀가 하도 코를 고니 배준우는 다른 방에서 자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기를 꼭 안고 자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있어야 했다.고은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배준우에게 다가갔다.“무슨 고민거리 있어요?”“아니!”“네? 그럼, 왜 못 주무셨어요?”고은영은 배준우가 무슨 고민거리가 있어서 못 잤다고 생각했다.고민거리가 없으면, 왜 못 잔 거지?“네가 너무 시끄러워서!”“제가 시끄럽다고요? 저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고은영은 억울했다.그리고 바로 겁에 질린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 “설마 제가 또 몽유병이...?”고은영은 전에 인터넷으로 몽유병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었다.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몽유병 때문에, 잠결에 밤에 나가서 돌아다니거나 하는 일들이 많았다.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침대에 눕는다!모든 과정이 무의식중에 벌어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별로 피곤하게 느
고은영은 컵을 받아 들고, 물 절반을 마신 뒤에야 마음속의 공포가 조금 가라앉았다.“또 감기 걸렸어?”“그런 것 같아요!”고은영은 서둘러 대답했다.그녀는 지금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그가 말만 하면...!그의 대화 리듬에 따라가기 어려워진다.고은영은 이 마지막 순간에 그동안 공들였던 탑이 무너질까 너무 두려웠다.배준우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며 말했다.“음, 열은 없는데.”“가끔 열이 안 날 때도 있어요.”배준우는 그렇게 그녀가 거짓말하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다. 고은영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전혀 알지 못하고 계속해서 거짓말하려고 애쓰고 있다. 배준우와의 관계가 끝날 때, 이 거짓말도 끝낼 생각이었다.아침 식사 때.나태웅이 왔다.그러자 배준우가 고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늘 넌 출근하지 말고 여기 있어!”“네.”그녀는 평소 같으면 여기 있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오늘 아침 배준우의 그 말들 때문에 지금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지금 그녀는 그저 서둘러 배준우와 떨어져 있고 싶었다.만약 오늘 아침 같은 그런 대화가 더 오고 간다면, 고은영은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그녀가 쉽게 알겠다고 하자,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무슨 일 있으면 나 집사 찾아.”“네, 알겠어요!”나 집사는 어제 한 무리의 도우미를 데리고 밖에서 그들을 맞이했던 집사다.얼추 50대쯤 되어 보이는데, 정신력은 아주 대단했다.배준우를 마주할 땐 세상 공손하고, 도우미들을 마주할 땐 얼굴에 위엄이 넘친다.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며 물었다.“저, 량천옥, 그리고 그 집 사람들 란완 리조트가 대표님 것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아니, 몰라.”“네!” 어쩐지!만약 량천옥이 란완 리조트가 배준우의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 감히 배준우와 싸울 엄두도 못 냈겠지!란완 리조트는 10년 전에 완공됐다. 모두가 란완 리조트 주인의 권세에 대해 의논하고 있
아침 식사 후, 배준우는 나태웅과 함께 떠났고, 나 집사는 고은영 전용 도우미들을 안배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모두 배준우가 고은영을 어떻게 대하는지 아주 잘 보았다. 그러니 감히 그녀 앞에서 조금의 공손하지 않는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여전히 눈치 없이, 그녀 뒤에서 그녀를 욕하는 사람도 있긴 했다.“촌에서 올라온 아가씨라고 들었어. 그냥 도련님의 비서 일을 했었다고 하던데!”“그 기사 나도 봤어.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니까. 어떤 수단으로 그랬는지, 참!”“그니까, 미월 아가씨가 돌아왔는데도 자리를 내주지 않잖아, 뻔뻔하게!”“뻔뻔하다고 욕할 수도 없어. 촌에서 기어 나와서 이런 재벌이 걸려드니까, 기회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겠지!”“근데 잘난 구석은 있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 전에 내가 미월 아가씨를 돌볼 땐, 미월 아가씨가 도련님을 위해 국도 끓여주고, 그랬는데.”고은영은 햇볕을 쬐러 나가려고 방에서 나왔는데, 복도 모퉁이에서 수군거리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를 돌보는 도우미는 햇볕을 쬐러 나가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서둘러 가서 그녀의 겉옷을 챙겼다.옷을 가지고 고은영 곁에 오니, 그들이 고은영 뒷담화 하는 소리를 들었다.도우미는 순식간에 굳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고은영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제가 가볼게요!”말하고는 바로 그들에게 다가갔다.모퉁이에 있는 두 도우미가 아직도 막 신나게 말하고 있었다.그러다 고은영 전용 도우미가 눈앞에 나타나자, 두 사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혜나야, 네가 어떻게...?”짝!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따귀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자리에 서있던 고은영도 깜짝 놀랐다.혜나의 갑작스러운 따귀에, 맞은 도우미도 뒤늦게 반응하며 충격 받은 얼굴로 혜나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날 때려? 나 집사님한테 말할 거야!’“그래, 가서 집사님한테 네가 사모님을 뒤에서 어떻게 씹었는지 샅샅이 다 얘기해!”“우, 우린...!”짝!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한 번 따
이미월을 돌봤던 도우미는 고은영이 이미월보다 착하지 않다고, 마음속으로 더더욱 욕하고 있었다.이렇게 심성이 착하지 못한 여주인을, 도련님이 틀림없이 곧 실증 나 할 거라고 생각했다.촌에서 온 사람은 절대 뼛속까지 도시 사람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작은 일도 다 따지는 그녀가 정말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다.혜나는 누군가 처리해줄 거라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화가 수그러들었다.혜나는 다시 그녀들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얼른 가서 짐들 싸. 여기에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말하고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고은영에게 다가갔다.“사모님, 제가 햇빛 방으로 모실게요.”“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혜나는 고은영이 전혀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도련님이 직접 고르신 사모님 답게, 자기감정 관리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다른 일을 하고 있던 도우미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는 즉시 나 집사에게 알렸다.나 집사는 얘기를 듣자마자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와, 두 도우미가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을 보았다.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다.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냐?”그러자 둘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울며 말했다.“나 집사님, 저희 얘기 들어보세요. 혜나는 사모님을 모신 이후로 기세가 등등해져서, 저희를 사람 취급도 안 해요!”그녀의 말에 나 집사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고은영에 대한 인상이 조금 빗나갔다.그러자 나머지 한 명도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저와 세나가 청소를 하고 있는데, 혜나가 올라와서 아무 말도 없이 저를 밀쳐냈어요. 세나는 제 편을 들어준 것뿐이고요.”“혜나가 왜 갑자기 너를 밀쳐?”“저도 몰라요. 아무 말도 없이 밀쳤어요!”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했다.방금 혜나가 자신의 따귀를 때린 걸 생각하자, 화가 치밀었다.지금 당장이라도 혜나를 쫓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나 집사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지만, 더 묻지 않았다.“일하러 가!”“저, 집사 님, 혜나 일은..
배준우는 담배를 피우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그는 량천옥이 지금 강제로 담을 뛰어넘어야 하는 처지라고 생각했다. 전에 량천옥이 F국에 갔을 때, 박씨 가문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그런데 박씨 가문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박윤은 바보가 아닌데 말이다! 설령 이번에 그녀의 뜻대로 된다 해도, 나중에 지금 진씨 가문을 벗어나는 것보다 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박씨 가문에서 그러겠대?”배준우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누르며 물었다.“아직 대답은 안 했어. 지금 그 여자가 계략을 꾸미고 있는 거지.”역시 예상대로였다!박씨 가문이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배준우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량천옥이 박씨 가문과 한 배를 타려고 한다고?박씨 가문이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지 의문이다.그리고 박설희, 박씨 가문의 장녀. 박씨 가문처럼 백 년의 역사를 지닌 가문이 어찌 출신을 보지 않을 거라 말인가?그녀는 정말 자기가 무슨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는데, 박씨 가문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이런 규율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량천옥이 그런 제안을 해오면, 당연히 가장 먼저 배씨 집안 모든 것을 조사해 볼 것이다.그러면 그녀가 저질렀던 추악한 짓들이, 그녀의 계획을 방해할 것이다.“어떤 계략을 꾸미고 있는데?”“천의 주식 2%를 약혼 예물로 한대.”천의...!지금 F국에서 번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것 역시 량천옥의 손에 있다.장풍 프로젝트는 천의 소유의 일부 프로젝트일 뿐이다. 량천옥은 장항 프로젝트를 배준우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천의 주식 지분 2%를 예물로 주면서까지 박씨 가문 장녀 박설희를 배준우와 결혼시키려 했다.“허, 영감은 알아?”배준우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량천옥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모를 거야. 아마 알았으면 이렇게 평화롭지 않겠지!”사실이다. 배항준은 동영 그룹을 배준우에게 뺏겼을 때, 한동안 성격이 괴팍해 졌었다.만약 량천옥이 천의 지분을 함부로 내주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