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자기 품속에 안긴 뽀얀 피부의 그녀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 올라갔다.“추워?”“아니, 그게요...”고은영은 부끄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여기 네 옷 없어.”“그러니까 대표님 옷을 빌리는 거잖아요.”방금 옷을 벗었을 때 옷 뒤가 온통 커피로 뒤덮였단 걸 알았다. 오늘 흰색 패딩을 입었는데심지어 속옷에도 조금 스며들었다. 그러니 스웨터나 패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바지도 마찬가지다.아무튼 오늘 입은 모든 옷에 다 묻었다고 보면 된다.배준우가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정말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배준우는 그녀를 이불 속에 집어넣었다.고은영은 이불로 자기 몸을 돌돌 감쌌다.마치 번데기 같은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웃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부끄러운 줄은 아나보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배준우는 부끄러워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더는 놀리지 않고 돌아서서 옷을 가지러 갔다.고은영은 헐렁한 옷들을 다 걸치자, 배준우가 드라이기를 가져왔다. 그녀가 드라이기를 받으려고 할 때, 배준우는 그녀를 앉히며 말했다.“가만히 앉아있어.”“대표님, 바쁘지 않으세요?”고은영이 중얼거리며 물었다.배준우는 보통 오후에 가장 바쁘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머리를 말려준다고?배준우는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며 물었다.“그 여자가 무슨 말 했어?”량일이 고은영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했다.“우리 언니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다 그 여자가 한 짓이래요.”고은영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지가 가뜩이나 어렵게 사는데, 거기다 량일이 그녀의 일을 방해하는 걸 생각하자 고은영은 더욱 화가났다.너무나도 독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직접 그렇게 말했다고?”고은영은 직접 휴대폰을 열어 량일에게서 받은 문자를 배준우에게 보여줬다.그 문자를 본 순간 배준우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러
그런데“그 계집애가 그런 거야?”량천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고은영을 만나고 돌아왔으니 그녀 때문이라 생각했다.고은영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 생각했다.량일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량천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량천옥도 몹시 당황하여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량일의 곁으로 다가갔다.손을 뻗어 량일의 팔을 잡았다.“엄마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량일은 흐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량천옥은 그녀가 이렇게 슬퍼하면서 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량일의 얼굴에서는 처음보는 짙은 슬픔이 있었다. “말 좀 해봐요,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량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량천옥은 더 급해졌다.량일은 두 손을 내려놓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량천옥을 바라보았다.량천옥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랐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량일은 숨을 거칠게 쉬며 말했다.“그 아이, 아직도 기억하니?”“......”순간 머리가 멍해졌다.량일을 걱정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완전히 굳어졌다.'아이'라는 두 글자에 세상이 무너질듯한 느낌이 들었다.“무슨 소리예요?”“기억하는 거지? 그렇지?”량일은 목이 메었고, 량천옥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순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그녀가 어떻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 그건 그녀가 평생 돌이키기 싫은 아픔인데 말이다.그런데, 지금 갑지기 왜 그 얘기를......?“설마.. 그 애를 만났어?”잠시 뒤, 량천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말하면서도 그녀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그녀의 머리는 지금 완전히 백지상태가 되었다.량일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을 치며 말했다.“죄를 지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죄를 지었다고!”“엄마, 뭐 하는 거예요!?”량천옥은 량일을 제지하며 말했다.량일은 마음이 아팠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진짜 그 애를 본 거예요?!”
량일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량천옥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어디서 봤는데요?”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는 그녀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 아이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막상 진짜로 알게 될까 봐 겁나기도 했다.량일은 더는 말하지 않고 슬픈 눈으로 량천옥을 바라보기만 했다.“제발 말 좀 해요!”량천옥은 마음이 다급해졌다.그러자 량일이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알아서 뭐 하게? 말하면 찾아서 배씨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자신 있어?”“......”량천옥의 얼굴도 점점 더 창백해져 갔다.하긴, 알아도 뭘 할 수나 있을까?지금의 그녀는 이미 예전의 량천옥이 아니다. 지금의 그녀는 강성 도시 재벌가의 사모님이다.그리고 그 아이는 그녀의 오점이 될 것이다!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는...“그래도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예요?”량일은 다시 침묵했다.그녀의 태도에서 그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량일은 그 당시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게 가장 좋은 선택인지 결정하고는 바로 실행했다. 그리고 모든 아픔을 뱃속으로 삼켰다. ........회사 시점.배준우가 고은영의 머리를 다 말려준 후, 고은영은 휴게실을 잠깐 정리했다.그리고 배준우가 준 널찍한 옷을 입고 사무실로 갔다. 지금 사무실에는 배준우 혼자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고은영이 옷을 불편해하는 모습에 배준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따가 옷 가져올거야. 많이 불편해?”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니 정말 불편했다.“저 정말 휴게실만 정리하면 되나요?”비록 회사 사람들 눈엔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 많은 업무를 볼 필요가 없다고 보이지만고은영은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진짜 사모님이 아니라, 똑같이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는 걸.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자신의 업무가 적어져서 매우 불안했다.“왜? 심심해?”“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네가 할 일이 있을
갑자기 한가해지니 그녀도 익숙하지 않았다.“일단 먼저 휴게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네, 알겠어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더는 배준우를 방해하지 않고 휴게실로 돌아갔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녀가 나간 뒤에도 배준우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고은영이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고은지에게서 전화가 왔다.고은지는 내일부터 천락그룹에 출근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비록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알고 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기뻤다.“잘됐다! 언니!”“나 이 100만 원 다시 너한테 돌려줄게, 나 이제 직장 구했으니까 돈 안 줘도 돼.”“취직하고 인턴기간도 있고, 월급도 한 달 뒤에 받으니까 일단 언니가 갖고 있어.”“나도 돈 조금은 있으니까, 정말 괜찮아. 너 다시 가져.”고은지는 계속 돌려주겠다고 했다.하긴, 요 2년 동안, 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서정우에게도 적지 않은 돈을 주었다.지금 고은지는 자기 힘으로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전에도 고은영이 강성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은지는 따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었다. “그래, 알겠어.”고은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고은영도 그녀의 마음을 존중했다.“그럼, 필요하면 말해.”“응, 알겠어.”고은지가 대답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오후 내내고은영은 배준우가 일거리를 안배해 주길 기다리다 못해 결국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어차피 상하원에서 배준우의 침대서 함께 잔적이 있으니, 지금 그의 침대에서 잔다고 해도 그가 별로 개의치 않아 할 것 같았다.하지만, 한 참 잘 자다가 또 다시 전화 벨소리에 깨어났다.그녀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버튼을 누르고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네가 내려올래, 아니면 내가 올라갈까?”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지금 차림새 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그녀가 머뭇거리는 소리에 조보은의 태도는 점점
배준우가 휴게실로 들어왔다.얼굴이 새빨개진 고은영을 보면서, 그녀가 이렇게까지 수줍어할 줄 아는 사람인지 처음 안 표정을 지었다.량천옥이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다른 사람을 대할 땐 당당하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느낌을 주지만 배준우 앞에서는 연약하고 겁 많고 수줍은 그런 사람이다.배준우가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나 찾았어?”“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왜 찾았어?”고은영은 여전히 긴장한 얼굴이었다!“응?”고은영은 그제야 아까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생각났다.“저기, 조보은이 지금 문 앞에 왔대요. 행패 부리려나 봐요!”“응, 알고 있어!”“이미 알고 있었다고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조보은이 방금 전화 왔는데 이미 알고 있다고?아마 아까 말하고 바로 보안팀에게 대비하라고 말한 모양이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곧 끌려갈 거야.”“누구한테 끌려가요?”“당연히 경찰이지, 내가 뭐 깡패라도 불렀을까 봐?”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소리 내 웃을 뻔했다. 하긴 배씨 가문이라면 그런 방식을 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배씨 집안이 강성에서 어떤 위치인지, 배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고은영은 너무 잘 알고 있다.그렇기에 그가 이전에 만났던 그 사람들로부터 그녀는 바로 눈치챘다.고은영의 걱정 가득한 모습에 배준우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내가 걱정 돼?”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누가 대표님을 걱정해요!”고은영은 배준우 걱정은 정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조보은이 이러는 이유는 순전히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이다.다른 사람이면 모를까하필 조보은이 이러니 일전 한 푼도 주기 싫었다.“내가 조급해할까 봐 걱정은 안돼?”배준우는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장난스레 그녀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고은영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대답 하지 않았다.그러자 배준우가 웃으며 물었다.“안 그래?”고은영은 대답을
배준우가 물었다.“왜? 싫어?”“......”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고은영은 여기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지금 배준우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건 좋아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와 엮이는 게 싫었다.그날 밤 강성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공포스러웠다.“알았어, 안 놀릴게.”마치 어린아이처럼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더 묻지 않았다.그녀를 천천히 침대에 눕히고 시계를 보며 말했다.“오늘 미팅 있어서 늦게 퇴근할 것 같애.”“네, 알겠어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만족한 듯 웃으며 몸을 돌려 대기실을 나갔다.배준우가 나간 뒤, 고은영은 놀란 심장을 쓰다듬었다.아니, 대표님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오늘 벌써 두번째로.... 그것도 맨정신에....왜 자꾸 뽀뽀하는 거지?진짜 부부도 아닌데, 왜...?고민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서정우의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서정우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고은영, 네가 감히? 너 이러면 천벌 받아!”“......”서정우의 분노와 함께 전화기 너머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니, 아마도 경찰이 온 듯했다.천벌?서정우의 입에서 천벌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참 우스웠다.서정우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소리 질렀다.“너 네가 지금 돈 많은 남자 만났다고 눈에 뵈는 게 없지?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말하는데? 네가 뭘 말하는데?”고은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서정우가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고은영은 아주 우스웠다.고은영의 말에 바로 서정우의 기세가 눌렸다.그리고 조보은의 목소리로 들려왔다.“내가 내 딸 찾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난 잘못한 거 없어, 근데 니들이 왜 나를 잡아가, 이거 놔, 이거 놔!”서정우는 더 말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을 버리고 조보은에게 달려갔다.그러나 서준호가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가지 마!”서정우는
경찰차가 출발했다.서정우와 서준호는 동영그룹 입구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구경꾼들이 다 가자, 경비원이 그들에게 다가갔다.“계속 소란 피울겁니까?”“.....”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조금 전에 소란을 피운 결과를 봤기 때문에 더 소란을 피울 수가 없었다.서정우는 굳은 얼굴로 서준호를 쳐다봤다. 서준호는 고개를 저으며 난처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우린 소란 피우러 온 게 아니에요. 다 그 여편네 주장입니다. 우리와는 상관없어요.”서준호는 비록 도박을 좋아하고, 막 살지만, 아들에겐 늘 진심이었다.서준우는 서준호가 도와주지 않는 게 괘씸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당장 가세요!”경비원이 그들을 쫓아냈다.비록 사모님의 친정 식구들이지만 대표님의 지시가 있으니, 그 지시에 따라야 했다.그래서 배씨 가문 사모님의 아버지와 동생이라 해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가, 갈게요!”서준호는 서둘러 서정우를 끌고 동영그룹을 떠났다.조보은이 소란을 피운 지 30분 만에 경찰이 왔다.원래 제대로 한바탕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서정우, 서준호 두 사람만 남았다.“아까 왜 안 도와줬어요?”서정우는 말하며 서준호의 손을 뿌리쳤다.서정우는 항상 아버지보다 엄마를 더 챙겼다.그는 도박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별로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조보은이 계속했던 말과도 연관이 있었다. 지금 그들이 이토록 가난한 건 다 도박을 좋아하는 서준호 때문이라는 것.그래서 서정우는 마음속으로 항상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다.방금전도 서준호가 조보은이 끌려가는 걸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는 걸 보니 화가 치밀었다.“어떻게 도와줘? 같이 잡혀가?”서준호도 화난 얼굴로 대답했다.조보은의 이런 행동이 서준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걸핏하면 소란을 피우고, 난리를 치는 것 말이다.도시에서까지 그런 짓거리를 하니 말이다!이곳은 강성이다. 그녀가 무턱대고 덤빈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서준호의 대답에 서정우는 더욱
”내가 그딴 걸 신경 쓴다고 생각해?”“고은영, 너 그게 무슨 말이야?”서정우는 다급했다.아까전엔 다 자기 탓이라 해놓고!지금 이 말은 또 무슨 의미야?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아무 뜻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다시는 전화하지마.”“내가 너한테 전화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네 꼴을 보면 나도 역겨워!”“......”“다 우리 엄마 때문이야!”서정우는 분노하자 고은영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내 꼴? 그럼, 예전엔 왜 나한테 전화했는데?”지금 그가 이런 말을 내뱉는건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고은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정우는 자기가 예전에 고은영에게 전화하던 태도를 생각하니, 수치심에 얼굴이 파래졌다.“다 필요 없고, 당장 엄마나 풀어줘!”“내가 잡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풀어줘?”“야 고은영......”“그 사람이 만약 지은 죄가 없다면 알아서 잘 풀려나겠지.”고은영은 냉정하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정우는 전화가 끊기자, 화가 난 나머지 전화를 부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새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의 휴대폰을 보니, 진짜로 부술 용기는 없었다.“그 계집애가 뭐래?”전화를 끊는 모습에 서준호가 물었다.“뭐라고 하겠어요? 그러게, 예전에 좀 잘해주시지, 그러니까 지금 가족이고 뭐고 이렇게 대하는 거 아니에요. 이제 만족하세요?”“무슨 말을 그렇게 해! 지 친엄마도 못 해주는걸 나한테 바래?”서준호는 불만이 섞인 말투로 말했고, 서정우의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했다!방금 고은영이 한 말들을 생각하니, 당장이라고 가서 그녀를 반쯤 죽여놓고 싶었다.고은영과 소통이 안 되자, 서준우는 바로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고은지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는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 있어?”이혼 전, 고은지는 항상 조보은을 걱정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자기의 가정까지 파탄 낸 그녀에게 더 이상의 인내심은 없었다.“큰 누나, 엄마가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