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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못하는 게 아니라!”

“못해서 그런 게 아니면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불안한 마음도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배준우가 바로 이어서 말했다.

“그럼, 일머리가 아예 없는 거지.”

“......”

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

설마?

이렇게 심한 말을?

예전의 비서들에게 밀리는 것도 모자라, 새로 온 사람들한테도 밀리다니.

순간, 고은영의 얼굴엔 억울함이 가득했다.

그런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화가 난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또 무슨 일 있어?”

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이제 일하러 갈게요.”

말하고는 휴게실로 걸어갔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된 휴게실을 보니 더 울고 싶었다.

열심히 일했는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했는데, 일머리가 전혀 없다는 말을 듣다니.

이때, 전화가 울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고은영은 휴게실 베란다로 가서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량일이야!”

수화기 너머에서 중년 여자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가 량천옥의 엄마라는 걸 바로 알았다.

어제 배준우한테서 량천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들었으니, 대충 무슨 의도로 전화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고은영은 그녀가 량천옥을 배항준과 결혼시킨 것도 그렇고, 수시로 배씨 가문에 드나드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반감이 들었다.

“무슨 일인데요?”

고은영이 다소 차가운, 공손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말투로 물었다.

량일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점심 12시, 동영그룹 1층 커피숍에서 기다릴게.”

고은영보다도 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저 만나려고요?”

“왜? 그럴 용기가 없니?”

고은영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할 말인지?

량일의 이런 태도에, 고은영은 량천옥이 왜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배항준과 결혼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량일 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니, 교양이라곤 기대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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