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자기에게 그런 숨 막힐듯한 느낌을 주는 건 한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든 량일을 고은지 일로 자기에게 협박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량일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은영은 굴하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고는 이어서 말했다.“제가 보기엔 사모님께 그럴 능력까지는 없는 걸로 보이는데요?”“이 망할 계집애가!”량일은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그녀의 모든 직위와 권리는 모두 배씨 집안에 의지해서 얻은 것이라 당연히 그런 능력까지는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그녀 앞에서 적나라하게 말하며 그녀를 모욕하다니!량일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고은영에게 끼얹었다.고은영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에 뒤집어썼다.그러나 량일의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모습에 고은영은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머리를 넘기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량일을 쳐다보며 말했다.“내 말이 맞나보네요.”“너......”량일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지금 고은영의 모습은 조금 딱했다. 커피에 젖어 머리가 다 산발이 되었다. 그녀가 젖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자, 목덜미 부위의 갈색 모반이 량일의 눈에 들어왔다.찰나의 순간, 량일의 시선이 그녀의 뚜렷한 모반에 꽂혔다!“너......!”그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나 말이 입가에 닿았을 때 멈추고는, 담담하게 고은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원래 분노에 가득 찼던 얼굴이 점점 더 하얗게 질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너, 너.....”뭐지?량일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을 가쁘게 쉬었다.량일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고은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태도에 놀라서 그러는 건가?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량일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은 량천옥보다도 더 미쳐 보였다. 그런데 어떻게......?“너, 너...!”량일은 너라는 단어만 반복했다.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손을 떨며 자기 가방을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와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배준우가 뿜어내는 어두는 기운 때문에 다들 두 사람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기에 지금 고은영의 모습을 정확히 본 사람은 없었다.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샤워해.”“네, 알겠어요.”고은영은 휴게실로 걸어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은 뒤에야 자신이 입은 옷 외에 다른 옷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왜 항상 조심성이 없을까 .....!고은영은 자신이 너무 답답해 똑바로 바라보기도 싫었다.꾸물거리며 화장실에서 20여 분을 보낸 후에야 어쩔 수 없이 화장실 문을 조금만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배준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막막했다.배준우가 들어왔을 때, 그녀가 발가벗은 몸으로 침대로 뛰어가는 걸 보았다.뛰는 뒷모습이 귀여워 보였다.“뭐하는 거야?”배준우가 갑자기 소리를 내자, 침대로 뛰어가고 있던 고은영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배준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저, 저.......”뭐?고은영은 머리가 완전히 하얘져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배준우는 완전히 얼어붙은 그녀의 모습에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빨리 침대로 안 가?!”고은영은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놀라 얼른 몸을 돌려 침대로 뛰어들었다.그러나 발가락이 카펫에 걸리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침대 위로 넘어졌다.고은영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고은영은 두 팔을 벌려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의 허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배준우의 품속에 안기게 되었다.“........”정적이 흘렸다. 지금 고은영이 발가벗은 상태라, 두 사람의 몸이 모두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고은영은 배준우의 부자연스러운 숨소리를 들었다.“대, 대표님......”고은영은 얼굴이 빨개져 더듬거리며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특히 배준우의 신체 변화를 느낀 순간, 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에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두 손으로 배준우의 가슴을 밀치는
배준우는 자기 품속에 안긴 뽀얀 피부의 그녀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 올라갔다.“추워?”“아니, 그게요...”고은영은 부끄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여기 네 옷 없어.”“그러니까 대표님 옷을 빌리는 거잖아요.”방금 옷을 벗었을 때 옷 뒤가 온통 커피로 뒤덮였단 걸 알았다. 오늘 흰색 패딩을 입었는데심지어 속옷에도 조금 스며들었다. 그러니 스웨터나 패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바지도 마찬가지다.아무튼 오늘 입은 모든 옷에 다 묻었다고 보면 된다.배준우가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정말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배준우는 그녀를 이불 속에 집어넣었다.고은영은 이불로 자기 몸을 돌돌 감쌌다.마치 번데기 같은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웃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부끄러운 줄은 아나보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배준우는 부끄러워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더는 놀리지 않고 돌아서서 옷을 가지러 갔다.고은영은 헐렁한 옷들을 다 걸치자, 배준우가 드라이기를 가져왔다. 그녀가 드라이기를 받으려고 할 때, 배준우는 그녀를 앉히며 말했다.“가만히 앉아있어.”“대표님, 바쁘지 않으세요?”고은영이 중얼거리며 물었다.배준우는 보통 오후에 가장 바쁘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머리를 말려준다고?배준우는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며 물었다.“그 여자가 무슨 말 했어?”량일이 고은영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했다.“우리 언니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다 그 여자가 한 짓이래요.”고은영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지가 가뜩이나 어렵게 사는데, 거기다 량일이 그녀의 일을 방해하는 걸 생각하자 고은영은 더욱 화가났다.너무나도 독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직접 그렇게 말했다고?”고은영은 직접 휴대폰을 열어 량일에게서 받은 문자를 배준우에게 보여줬다.그 문자를 본 순간 배준우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러
그런데“그 계집애가 그런 거야?”량천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고은영을 만나고 돌아왔으니 그녀 때문이라 생각했다.고은영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 생각했다.량일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량천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량천옥도 몹시 당황하여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량일의 곁으로 다가갔다.손을 뻗어 량일의 팔을 잡았다.“엄마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량일은 흐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량천옥은 그녀가 이렇게 슬퍼하면서 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량일의 얼굴에서는 처음보는 짙은 슬픔이 있었다. “말 좀 해봐요,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량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량천옥은 더 급해졌다.량일은 두 손을 내려놓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량천옥을 바라보았다.량천옥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랐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량일은 숨을 거칠게 쉬며 말했다.“그 아이, 아직도 기억하니?”“......”순간 머리가 멍해졌다.량일을 걱정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완전히 굳어졌다.'아이'라는 두 글자에 세상이 무너질듯한 느낌이 들었다.“무슨 소리예요?”“기억하는 거지? 그렇지?”량일은 목이 메었고, 량천옥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순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그녀가 어떻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 그건 그녀가 평생 돌이키기 싫은 아픔인데 말이다.그런데, 지금 갑지기 왜 그 얘기를......?“설마.. 그 애를 만났어?”잠시 뒤, 량천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말하면서도 그녀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그녀의 머리는 지금 완전히 백지상태가 되었다.량일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을 치며 말했다.“죄를 지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죄를 지었다고!”“엄마, 뭐 하는 거예요!?”량천옥은 량일을 제지하며 말했다.량일은 마음이 아팠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진짜 그 애를 본 거예요?!”
량일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량천옥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어디서 봤는데요?”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는 그녀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 아이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막상 진짜로 알게 될까 봐 겁나기도 했다.량일은 더는 말하지 않고 슬픈 눈으로 량천옥을 바라보기만 했다.“제발 말 좀 해요!”량천옥은 마음이 다급해졌다.그러자 량일이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알아서 뭐 하게? 말하면 찾아서 배씨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자신 있어?”“......”량천옥의 얼굴도 점점 더 창백해져 갔다.하긴, 알아도 뭘 할 수나 있을까?지금의 그녀는 이미 예전의 량천옥이 아니다. 지금의 그녀는 강성 도시 재벌가의 사모님이다.그리고 그 아이는 그녀의 오점이 될 것이다!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는...“그래도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예요?”량일은 다시 침묵했다.그녀의 태도에서 그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량일은 그 당시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게 가장 좋은 선택인지 결정하고는 바로 실행했다. 그리고 모든 아픔을 뱃속으로 삼켰다. ........회사 시점.배준우가 고은영의 머리를 다 말려준 후, 고은영은 휴게실을 잠깐 정리했다.그리고 배준우가 준 널찍한 옷을 입고 사무실로 갔다. 지금 사무실에는 배준우 혼자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고은영이 옷을 불편해하는 모습에 배준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따가 옷 가져올거야. 많이 불편해?”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니 정말 불편했다.“저 정말 휴게실만 정리하면 되나요?”비록 회사 사람들 눈엔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 많은 업무를 볼 필요가 없다고 보이지만고은영은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진짜 사모님이 아니라, 똑같이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는 걸.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자신의 업무가 적어져서 매우 불안했다.“왜? 심심해?”“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네가 할 일이 있을
갑자기 한가해지니 그녀도 익숙하지 않았다.“일단 먼저 휴게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네, 알겠어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더는 배준우를 방해하지 않고 휴게실로 돌아갔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녀가 나간 뒤에도 배준우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고은영이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고은지에게서 전화가 왔다.고은지는 내일부터 천락그룹에 출근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비록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알고 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기뻤다.“잘됐다! 언니!”“나 이 100만 원 다시 너한테 돌려줄게, 나 이제 직장 구했으니까 돈 안 줘도 돼.”“취직하고 인턴기간도 있고, 월급도 한 달 뒤에 받으니까 일단 언니가 갖고 있어.”“나도 돈 조금은 있으니까, 정말 괜찮아. 너 다시 가져.”고은지는 계속 돌려주겠다고 했다.하긴, 요 2년 동안, 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서정우에게도 적지 않은 돈을 주었다.지금 고은지는 자기 힘으로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전에도 고은영이 강성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은지는 따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었다. “그래, 알겠어.”고은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고은영도 그녀의 마음을 존중했다.“그럼, 필요하면 말해.”“응, 알겠어.”고은지가 대답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오후 내내고은영은 배준우가 일거리를 안배해 주길 기다리다 못해 결국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어차피 상하원에서 배준우의 침대서 함께 잔적이 있으니, 지금 그의 침대에서 잔다고 해도 그가 별로 개의치 않아 할 것 같았다.하지만, 한 참 잘 자다가 또 다시 전화 벨소리에 깨어났다.그녀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버튼을 누르고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네가 내려올래, 아니면 내가 올라갈까?”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지금 차림새 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그녀가 머뭇거리는 소리에 조보은의 태도는 점점
배준우가 휴게실로 들어왔다.얼굴이 새빨개진 고은영을 보면서, 그녀가 이렇게까지 수줍어할 줄 아는 사람인지 처음 안 표정을 지었다.량천옥이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다른 사람을 대할 땐 당당하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느낌을 주지만 배준우 앞에서는 연약하고 겁 많고 수줍은 그런 사람이다.배준우가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나 찾았어?”“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왜 찾았어?”고은영은 여전히 긴장한 얼굴이었다!“응?”고은영은 그제야 아까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생각났다.“저기, 조보은이 지금 문 앞에 왔대요. 행패 부리려나 봐요!”“응, 알고 있어!”“이미 알고 있었다고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조보은이 방금 전화 왔는데 이미 알고 있다고?아마 아까 말하고 바로 보안팀에게 대비하라고 말한 모양이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곧 끌려갈 거야.”“누구한테 끌려가요?”“당연히 경찰이지, 내가 뭐 깡패라도 불렀을까 봐?”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소리 내 웃을 뻔했다. 하긴 배씨 가문이라면 그런 방식을 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배씨 집안이 강성에서 어떤 위치인지, 배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고은영은 너무 잘 알고 있다.그렇기에 그가 이전에 만났던 그 사람들로부터 그녀는 바로 눈치챘다.고은영의 걱정 가득한 모습에 배준우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내가 걱정 돼?”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누가 대표님을 걱정해요!”고은영은 배준우 걱정은 정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조보은이 이러는 이유는 순전히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이다.다른 사람이면 모를까하필 조보은이 이러니 일전 한 푼도 주기 싫었다.“내가 조급해할까 봐 걱정은 안돼?”배준우는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장난스레 그녀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고은영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대답 하지 않았다.그러자 배준우가 웃으며 물었다.“안 그래?”고은영은 대답을
배준우가 물었다.“왜? 싫어?”“......”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고은영은 여기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지금 배준우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건 좋아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와 엮이는 게 싫었다.그날 밤 강성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공포스러웠다.“알았어, 안 놀릴게.”마치 어린아이처럼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더 묻지 않았다.그녀를 천천히 침대에 눕히고 시계를 보며 말했다.“오늘 미팅 있어서 늦게 퇴근할 것 같애.”“네, 알겠어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만족한 듯 웃으며 몸을 돌려 대기실을 나갔다.배준우가 나간 뒤, 고은영은 놀란 심장을 쓰다듬었다.아니, 대표님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오늘 벌써 두번째로.... 그것도 맨정신에....왜 자꾸 뽀뽀하는 거지?진짜 부부도 아닌데, 왜...?고민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서정우의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서정우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고은영, 네가 감히? 너 이러면 천벌 받아!”“......”서정우의 분노와 함께 전화기 너머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니, 아마도 경찰이 온 듯했다.천벌?서정우의 입에서 천벌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참 우스웠다.서정우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소리 질렀다.“너 네가 지금 돈 많은 남자 만났다고 눈에 뵈는 게 없지?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말하는데? 네가 뭘 말하는데?”고은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서정우가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고은영은 아주 우스웠다.고은영의 말에 바로 서정우의 기세가 눌렸다.그리고 조보은의 목소리로 들려왔다.“내가 내 딸 찾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난 잘못한 거 없어, 근데 니들이 왜 나를 잡아가, 이거 놔, 이거 놔!”서정우는 더 말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을 버리고 조보은에게 달려갔다.그러나 서준호가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가지 마!”서정우는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