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가 그녀와 여기에 오자고 한 것이, 결국엔 모두 계략이었던 것이었다.이렇게 되면, 그가 국외에 있는 것까지 모두 손에 넣는 날은 머지않아 올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 역시 200억 원의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겠지?몇 년 지나야 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앞당겨 질 듯싶었다!고은영은 마음속으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배항준이 량천옥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 미안해하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배준우는 전혀 더 이상 대화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프로젝트를 인계받으면, 바로 결혼식을 취소하죠!”“먼저 결혼을 취소하지 않고?” 그의 말에 배항준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그는 지금 아들에게 완전히 정복당하고 말았다!진짜로 호랑이 새끼이다.단지 몇 년을 보지 못했을 뿐인데, 아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시 그의 옆으로 돌아왔을 땐, 이젠 더 이상 아들을 정복할 수가 없었다.배항준은 이런 느낌을 싫어했다. 사랑하는 아들이니, 뭐라 얘기할 수도 없었다.“나와 당신 사이는, 신뢰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잖아요!”배준우는 이 얘기하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고은영의 손을 잡고 바로 나갔다.나가면서 그는 이어서 얘기했다. “저와 이 사람 결혼식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승낙하신 거면, 서둘려 주세요.”배항준은 이미 화가 많이 난 상태이다!배준우와 고은영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그가 모를 리가 있나?알기 때문에, 그가 지금처럼 이렇게 조급해하는 것이다!“이 불효자식!”감히 자신을 위협하다니.자기 아들에게 위협당하는 것은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량천옥은 눈물을 흘리며 배항준을 바라보았다, “그 프로젝트 진짜로 준우에게 줄 것입니까?”량천옥은 내키지 않았다.비록 배씨 가문의 재산이고, 배항준과 그의 전처가 함께 이룬 것이지만, 그녀가 M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자신만 알고 있다.하지만 지금 산골 여자 하나 쫓아내려다 프로젝트를 잃을 상황에 처했다.배
그는 아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넌 준우가 저 여자를 진짜로 사랑한다고 생각해? 진짜로 사랑해서 저 여자랑 결혼한다고 생각하냐고?”“그럼 아닌가요?”“저들은 계약 결혼이야!” 배항준은 수심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이 일에 대해, 사전에 조사를 마쳤고, 배준우과 고은영이 계약 결혼이기에 더욱 골치가 아팠던 것이다.“고은영을 처리하면, 또 다른 고은영이 있을 거고, 저 자식을 이걸로 단념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량천옥 역시 고은영과 배준우는 계약 결혼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여 그녀 역시 고은영을 처리하면 해결 될 문제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내키지 않았다. 그녀가 그동안 기울인 심혈을 생각하면, 이렇게 뺏기는 것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먼저 내주지 뭐!”“그럼 전부 준우에게 주면, 윤은 어떻게 해요?” 량천옥은 속상해 하며 배항준을 보았다.배윤은 그녀가 배항준을 위해 낳은 아들이다. 현재 고등학생이다.그녀가 국외 프로젝트를 온 힘을 다해 지키는 이유는 아들 때문이었다.그녀는 한번도 배항준 앞에서 재산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에는 실로 다른 방법이 없었다!배윤의 얘기에 배항준의 눈가에 다정함이 묻어났다.만약 하느님이 배준우를 빚을 받으러 보냈다면, 그가 중년에 얻은 작은아들은 한번도 그의 속을 썩이지 않았다.배항준이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것을 본 량천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르신도 알고 계시잖아요. 준우는 윤을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만약 배준우가 모든 것을 손에 넣게 되면, 그러면 배씨 가문에 그들 모자가 있을 자리가 남아 있을까?당연히, 없을 것이다!이 생각하고 있으니, 그녀는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그는 배준우가 외국에까지 손을 뻗는 것을 막고 싶었다.배항준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 나한테도 계획이 있으니!”이 문제에 대하여, 배항준 역시 오래전에 생각했었다. 배준우가 어찌 배윤을 동생으로 생각하겠는가?량천옥과 연관된 사
역시나 딸들이 더 너그럽고, 부모를 더 챙긴다.배지영도 량천옥을 증오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이렇게 변한 건 다 량천옥에게 현혹당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지금 배씨 가문의 많은 재산이 아직 배항준 손에 있으니.그녀는 아버지가 배준우에게 화가 나서 그 많은 재산을 다 량천옥과 배윤에게 물려줄까 두려웠다.“지영아.”“응.”“넌 앞으로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마. 응?”배준우의 말투에서 그녀를 안쓰러워하는,게 느껴졌다.그는 자기 여동생의 이런 성격이 어떻게 왔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도 어렸을 때 천진난만했다......!하지만 오랫동안 그녀가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그도 다른 오빠들처럼 자기 여동생을 예뻐하고 잘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웃을 줄도, 애교를 부릴 줄도 몰랐다.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혼자서 묵묵히 삼키고, 옆 사람에겐 그 힘든 감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다.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꽃다운 나이에, 그녀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량천옥은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아, 엄청 교활한 여자야.”배지영은 여전히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도 알고 있어?”배준우의 표정이 찌그러졌다.보아하니, 배지영도 간단한 인물은 아닌듯하다.조금 전의 일을 바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응, 알아. 오빠가 이번에 너무 서두르면 그 여자가 조급해서 무슨 짓 할지도 몰라.”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만약 정말로 그녀를 조급하게 만든다면, 무슨 짓이든 할 여자다.“그럼 다 부숴버릴까?”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그는 모든 걸 망가뜨리더라도 그 여자에게는 절대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건 엄마가 힘들게 이뤄놓으셨던 것들이야.”배지영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이때, 배준우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그동안은 어머니의 것이니까 차마 망가뜨릴 수가 없었다.만약 다른 것이었다면 진작에 부숴버렸을 텐데 말이다.“됐어. 일단 알겠어.”배준우은 더
배준우는 아까 고은영에게 살쪘다고 해서 그녀가 제대로 먹지 않은 줄 알았다.“아무 맛도 없어요.” 고은영이 말했다.식당은 고급스러웠지만 맛은 그냥 그런 듯했다.배준우는 요즘 고은영의 입맛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최근에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했다...!“담백한 게 몸에 좋아.”배준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막연하게 배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준우가 이런 것까지 관여할 줄 몰랐다.평소에는 상관도 안 했으면서.그녀는 더 서러웠다.임신한 탓인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면 마음속으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배준우가 또 한 번 물었다.“아직도 안 먹어?”“네.”그의 무뚝뚝한 말투에 고은영은 더욱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싶은데, 배준우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해서 지금 죽집에 와있으니 말이다.당연히 배준우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마음속으론 여전히 서운하고 억울했다.그래도 배준우를 화나게 할까 봐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돌렸다.“아가씨는 학교 안 다니세요?”“응, 천재야. 조기 졸업했어.”사실, 고은영도 어릴때 공부를 꽤 잘했다.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그녀는 할머니가 고생하시면서 자신의 학비를 대주는 모습에 항상 열심히 공부했다.그러나 할머니는 그녀 옆에 오래 있어 주지 못하고, 중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그녀의 곁을 떠났다.할머니 생각만 하면 마음이 찡했다!“지영이는 너처럼 그렇게 밝은 성격이 아니야. 좀 소심하지.”자기 여동생 말이 나오자, 배준우는 한숨을 쉬었다.배지영은 친구도 별로 없었다.그래서 고은영의 밝고 활발한, 마치 작은 토끼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여자라면 저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요? 전 이해가 잘 안되네요.”그녀는 비록 가난했지만, 학교에서 친구는 많았다.안지영과 그녀는 기숙사 내에서 가장 친한 사이였다.물론,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쁜 것도 잠시, 고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건강검진 얘기만 나오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왜?”“아무것도 아니에요.”고은영은 다시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다.요즘 그녀는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배준우도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듯 웃으며 말했다.“회사 사람들 건강하라고 건강검진 하는 거야.”“네, 다 저희를 위한 거겠죠.”고은영은 전혀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안지영에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계속 배준우와 함께 있어서, 전화를 걸 기회가 없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점심 식사가 끝나니 벌써 오후 한 시가 넘었다!두 사람이 회사로 돌아왔을 때 의료진들이 이미 와 있었고, 많은 직원이 이미 검진을 받고 있었다.고은영은 비상계단으로 가서 재빨리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영아,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의료진들이 이미 다 와 있어.”고은영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이 아예 생각나지 않았다.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그녀와 함께 긴장했을 안지영은 지금 아주 홀가분해졌다.“괜찮아. 안심하고 검사받아. 내가 다 안배해 놨어.”“네가 다 안배했다고?”고은영은 다 안배해 놨다는 안지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회사 내부의 일에 함부로 손 쓸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안지영이 다 안배해놨다고 말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응, 안심하고 해. 괜찮아. 내가 다 손썼으니까, 넌 그냥 가서 검사받으면 돼.”어차피 나태웅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두려울 것이 없었다,“어떻게 한 거야?”안지영의 자신 만만한 말투에 고은영은 오히려 불안했다.“그건 상관할 필요 없어. 넌 그냥 안심하고 가서 건강검진만 받으면 돼!”너무도 당당한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전화를 끊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 다 안배한 거 맞지?”“그래!”“아무 문제 안 생기는 거지?”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너무 두려웠다. 들키면 큰일이라 정확히 확인하고 싶었
“너, 몸 팔았어?”고은영은 한숨은 크게 들이쉬었다.그리고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그저 제발 아니기만을 빌었다.만약 안지영이 정말 그랬다면 그녀 역시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고은영의 이런 멍청한 질문에 안지영은 그녀의 이마를 한 대 쳐주고 싶었다.안지영의 아니라는 말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정말 괜찮은 거 맞지?”고은영은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여러 번 확인했다.“그래, 빨리 가봐. 그리고 나 바쁘니깐 일단 끊어.”안지영은 말은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아직도 멍하니 서서 안지영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자신 만만한 목소리....!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그래도 안지영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고은영은 긴장한 마음을 안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한편, 배준우 사무실에서, 나탱웅은 담배를 피우며 배준우를 쳐다보고 있었다.“확실해, 고은영이야!”나태웅도 여전히 범인이 고은영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그동안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계속 배준우 곁에 있었던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안지영이 또 뭐라고 했어?”“네가 은영 씨한테 그렇고 그런 짓을 했다던데, 그런데 은영 씨가 너 무서워서 말 못하고 있었다던데!”순간, 배준우이 얼굴빛이 확 가라앉았다!“그렇게 말했다고?”하지만 나태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다.“은영 씨 성격을 보면, 안지영 말이 맞는 것 같아!”나태웅의 말에 원래 어두웠던 배준우이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사실 그도 그 날밤 일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는 건 아니었다.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가 계속 반항하고 있었던 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야?”나태웅이 배준우에게 물었다.“......”어떡하지?그동안 량천옥 쪽 사람 짓 인줄 알아서 사람을 찾으면 어떻게 처벌할 건지 생각해 놓고 있긴 했지만, 지금 완전 예상 밖 인
게다가 최근 배준우가 진씨 가문에게 하는 걸 보고 고은영과 안지영은 더욱 겁을 먹었다.만약 나태웅이 조사하지 않았다면 아마 두 사람은 이 일을 끝까지 숨겼을 것이다.배준우는 그동안 고은영이 자기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바보...”“.......”나태웅은 말문이 막혔다.바보...?겨우 바보라고? 연인들이 서로 장난할 때나 쓰는 호칭을?배준우의 이런 모습에 나태웅은 고은영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 일에 관한 결과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그럼, 은영씨는?”나태웅이 또다시 물었다.“안지영이 비밀 지키는건 확실하지?”“응.” 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모른척해”아직 그녀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뜻이다.“그래, 알았어.”아무튼, 이미 조사 결과를 그에게 알려주었으니 나태웅이 할 일은 끝난 셈이다.그가 무슨 게획인지는.......!나태웅이 나가려고 할 때, 배준우가 말했다.“내일 어느 병원에 가는지 알아보고, 그 의사에게 봉투 주면서 말해.....”뭐라고 말하라고?나태웅은 그 짧은 시간에 이미 계획을 다 세운 배준우의 모습에 고은영이 너무 비참해지지 않기만 기도했다.원래 좀 겁이 많고 소심한 데다, 이 일로 인해 더 해질까 걱정됐다.........한편, 고은영은 안지영이 이미 자기 비밀을 다 떠벌려버렸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심지어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다!그녀는 아직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숨겨야 할지 막막했다. 배준우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안지영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떨리는 마음으로 검진을 받았다.“전에는 회사 건강검진을 일 년에 한 번 받지 않았어? 지난번 검진후 아직 일 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왜 또 하는 거야?”“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회사는 복지가 좋으니까 일 년에 두 번 하는 거지.”다른 부서에서도 말하고 있었다.“갑자기 건강검진이라니, 우리한테서 무슨 건질 정보가 있나?”농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모르게 해!”“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나태웅은 너무 궁금했다.그는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너무 심하게 할까 봐 걱정됐다.고은영 같은 겁쟁이에게 너무 심하게 하면 그녀가 너무 놀라서 잘못될까 봐 두려웠다.“고은영 담이 얼마나 큰지 시험해 보려고.”“......”그녀가 지금껏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도 심장 떨리는 일인데 그녀의 담력을 시험해 본다고?하지만 고은영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는 건, 그가 이 아이를 원한다는 뜻이다.........고은영은 오후 내내 마음을 졸였다.나태웅이 그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에도 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그래서 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었다.하지만 퇴근길에 그녀는 계속 조심스레 배준우의 안색을 살폈다.“뭘 봐?”배준우는 그녀의 볼을 문지르며 물었다.“지금 기분이 어때요?”“내가 화낼까봐 무서워?” 왜?”배준우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애써 침을 삼키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자주 기분이 안 좋으시니까.”그녀가 어찌 감히 오후 건강검진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지난번 남성 사건 이후 고은영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그녀는 오늘 안지영이 다 안배했다고 했고 배준우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내일 꼭 병원에 가서 처리하겠다고 생각했다.배가 점점 나오고 있으니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대표님, 저 내일 휴가 내고 싶어요.”고은영 한참 머뭇머뭇하다 드디어 말했다.그러고는 긴장하며 배준우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가 어렵게 입을떼어 말하자배준우의 눈에는 웃음기가 스쳤다.그는 자기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재밌었다.“휴가? 뭐 하러 가는데?”“저희 언니가 이혼해서 언니 보러 가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전만 시간 주시면 갔다 올게요.”오전에?그리고 안지영의 말한 대로, 수술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 자기랑 크게 한바탕 싸운다고? 감히?그녀가 무슨 계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