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최근 배준우가 진씨 가문에게 하는 걸 보고 고은영과 안지영은 더욱 겁을 먹었다.만약 나태웅이 조사하지 않았다면 아마 두 사람은 이 일을 끝까지 숨겼을 것이다.배준우는 그동안 고은영이 자기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바보...”“.......”나태웅은 말문이 막혔다.바보...?겨우 바보라고? 연인들이 서로 장난할 때나 쓰는 호칭을?배준우의 이런 모습에 나태웅은 고은영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 일에 관한 결과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그럼, 은영씨는?”나태웅이 또다시 물었다.“안지영이 비밀 지키는건 확실하지?”“응.” 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모른척해”아직 그녀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뜻이다.“그래, 알았어.”아무튼, 이미 조사 결과를 그에게 알려주었으니 나태웅이 할 일은 끝난 셈이다.그가 무슨 게획인지는.......!나태웅이 나가려고 할 때, 배준우가 말했다.“내일 어느 병원에 가는지 알아보고, 그 의사에게 봉투 주면서 말해.....”뭐라고 말하라고?나태웅은 그 짧은 시간에 이미 계획을 다 세운 배준우의 모습에 고은영이 너무 비참해지지 않기만 기도했다.원래 좀 겁이 많고 소심한 데다, 이 일로 인해 더 해질까 걱정됐다.........한편, 고은영은 안지영이 이미 자기 비밀을 다 떠벌려버렸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심지어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다!그녀는 아직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숨겨야 할지 막막했다. 배준우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안지영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떨리는 마음으로 검진을 받았다.“전에는 회사 건강검진을 일 년에 한 번 받지 않았어? 지난번 검진후 아직 일 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왜 또 하는 거야?”“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회사는 복지가 좋으니까 일 년에 두 번 하는 거지.”다른 부서에서도 말하고 있었다.“갑자기 건강검진이라니, 우리한테서 무슨 건질 정보가 있나?”농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모르게 해!”“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나태웅은 너무 궁금했다.그는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너무 심하게 할까 봐 걱정됐다.고은영 같은 겁쟁이에게 너무 심하게 하면 그녀가 너무 놀라서 잘못될까 봐 두려웠다.“고은영 담이 얼마나 큰지 시험해 보려고.”“......”그녀가 지금껏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도 심장 떨리는 일인데 그녀의 담력을 시험해 본다고?하지만 고은영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는 건, 그가 이 아이를 원한다는 뜻이다.........고은영은 오후 내내 마음을 졸였다.나태웅이 그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에도 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그래서 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었다.하지만 퇴근길에 그녀는 계속 조심스레 배준우의 안색을 살폈다.“뭘 봐?”배준우는 그녀의 볼을 문지르며 물었다.“지금 기분이 어때요?”“내가 화낼까봐 무서워?” 왜?”배준우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애써 침을 삼키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자주 기분이 안 좋으시니까.”그녀가 어찌 감히 오후 건강검진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지난번 남성 사건 이후 고은영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그녀는 오늘 안지영이 다 안배했다고 했고 배준우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내일 꼭 병원에 가서 처리하겠다고 생각했다.배가 점점 나오고 있으니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대표님, 저 내일 휴가 내고 싶어요.”고은영 한참 머뭇머뭇하다 드디어 말했다.그러고는 긴장하며 배준우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가 어렵게 입을떼어 말하자배준우의 눈에는 웃음기가 스쳤다.그는 자기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재밌었다.“휴가? 뭐 하러 가는데?”“저희 언니가 이혼해서 언니 보러 가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전만 시간 주시면 갔다 올게요.”오전에?그리고 안지영의 말한 대로, 수술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 자기랑 크게 한바탕 싸운다고? 감히?그녀가 무슨 계획을
고은영이 어리벙벙해하는 모습에 진 씨 아주머니 얼굴에 웃음기가 좀 더 짙어졌다.혹시 도련님이 좋아하는 것도 그녀의 이런 어리벙벙한 귀여운 모습일까?“오늘 저녁 메뉴는 다 도련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해 달라고 한 것들이에요. 사모님의 입맛에 맞춰서요.”배준우가 직접 전화해서 메뉴를 정했다고?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고은영은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배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다 됐어요. 얼른 도련님 불러오셔서 식사하세요.”“네. 제가 이거 나를게요.”고은영은 접시 하나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배준우는 소파에 앉아 통화하고 있었다.그는 담배를 피우려고 집었다가 다시 도로 넣었다.그러고는 고은영이 주방에서 나오는 걸 보고 전화를 끊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이런 일 하지 마.”그는 말하면서 고은영이 든 접시를 받아서 들었다.고은영은 의아한 듯 배준우를 쳐다봤다.처음 보는 배준우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왜 갑자기.... 자상하게 구는 거야?왜 이러지? 배준우 답지 않았다. 혹시 접시를 떨어뜨릴까봐 그러나?“이거 비싼 접시예요?”“뭐?”배준우는 접시를 밥상 위에 올려놓고는 고은영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많이 비싼 접시냐고요?”“무슨 문제 있어?”“아니요.”배준우가 대답하지 않자, 고은영도 더 물어보지 않았다.진 씨 아주머니는 재빨리 모든 반찬을 밥상에 올렸다.고은영은 자기가 좋아하는 마라소고기를 보니 순간 식욕이 생겼다.“아주머니, 오늘 저녁 반찬 너무 좋은데요. 저녁에도 뭘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원래 저녁에는 항상 간단하게 먹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세 가지나 더 많았다.“도련님이 전화하셔서 사모님이 점심을 제대로 못 드셨다고, 많이 준비하라고 해서요.”점심 메뉴는정말 별로였다!고은영은 어렸을 때부터 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 형편이 넉넉치 않아 죽을 먹어야 할 때가 많았다.어쩌면 어릴 때 너무 질리도록 먹어서 지금 더 먹기 싫어하는 것일 수도.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진승연을 시집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바로 그녀였다!진승연은 입으로 화가 난다고 말했지만, 행동으로 옮길 용기는 없었다.이미월의 마음엔 온통 억울함뿐이었다.“승연아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나중에 꼭 갚을게!”진승연은 이 지경에 이 지경에 이미월 보니 마음이 아팠다.원래는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어야 할 사람이 지금은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다.“여기, 이거 다 가져!”진승연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현금을 전부 이미월에게 주었다.이미월은 진승연이 자신의 손에 쥐여준 몇 십만 원을 보고는 기가 찼다.“승연아, 너...”고작 몇십만 원을....?순간, 이미월은 서러운 감정이 들었다.“언니도 알잖아. 우리 아빠가 내 카드 다 끊어버린거.”진승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이미월을 쳐다봤다.이게 바로 진승연이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다.어디로 도망가든 돈이 필요하니 말이다.그래서 지금 그녀도 빈털터리나 마찬가지다...!이미월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지금 진승연도 썩 나은 처지는 아니니 말이다.지금 노빈과 결혼할 위기에 처한 데다 돈까지 없으니 말이다.그리고 모든 악의 근원인 고은영은 지금 배준우 곁에서 아주 잘살고 있으니이미월은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지금 그녀의 얼굴엔 살기가 가득했다.진승연은 놀란 얼굴로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언니...”“이 모든 건 고은영이 자초한 거야!”이미월은 완전히 폭발했다.그녀의 고래고래 소리지는 모습에 진승연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연약하고 부드러운 사촌 언니가 아닌 거 같았다.이렇게 살기 가득한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진승연도 고은영이 원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맞아! 다 그 계집애 짓이야!”배준우 앞에서 우쭐대던 고은영의 모습이 생각났다.그녀만 아니었다면 진가도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진가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그 바보 같은 노빈에게 시집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승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지금 진씨 집안이 이 지경이 된 건 다 이미월 때문인데그녀 얼굴이 다시 보고 싶을까?그녀 때문에 진승연도 이렇게 됐는데.“큰엄마, 제가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다는거 잘 알아요.”이미월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밖에서 지내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엄마도 지금 재혼을 준비하고 있으니 다시 해외로 나갈 수도 없었다.진승연은 원래 엄마에게 돈을 좀 달라고 하려고 했지만, 그쪽에서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엄마도 자기 사느라 바빴다.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삼촌네 집에 의지하며 살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여기에서 쫓겨나면 그녀는 정말 혼자다.“잘못? 네가 이번에 저지른 일이 잘못했다는 한마디로 만회할 수 있는 일이야?”“알아요, 저도 알아요.”이미월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큰엄마 제발 이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정말 간절히 빌었다.요즘 진씨 가문이 어떤 수모를 겪고 있는데, 이미월이 울면서 빈다고 해도 정원희에겐 통하지 않았다.나“됐어, 울긴 왜 울어? 누가 죽기라도 했어? 재수 없게!”그녀는 누가 그녀 앞에서 우는 걸 정말 싫어한다. 특히 이미월이 우는 건 더!“......”정원희의 말에 이미월, 진승연 두 사람 다 말문이 막혔다.굳은 얼굴로 정원희를 쳐다봤다. 그녀가 이 정도로 잔인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큰엄마!”“큰엄마? 엄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진승연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정원희를 바라보았다.지금까지 자기가 생각해 왔던 엄마의 모습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어떻게 그토록 잔인한 말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못되게 굴 수 있는지!하지만 정원희는 진승연의 시선을 외면하고차가운 눈으로 이미월을 쳐다보며 말했다.“5분 줄 테니까. 당장 나가. 아니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날 원망하지 마.”“어딜 가라고 그래? 언니가 갈 데가 어디 있어!”“왜? 불쌍해? 그때 네가 고은영을 조금이라도 불쌍하게 생각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고은영
진승연과 이미월은 정원희마저 고은영의 편에 서 있을 줄 몰랐다,“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배씨 가문 사모님의 캐리어를 내다 버려?”“그 계집애가 미월이 언니 자리를 뺏었으니까!”“뺏어? 누가 뺏어? 미월이가 준우랑 혼인신고를 했어? 아니면 결혼식을 했어?”“......”정원희는 기가 찼다.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미월을 보며 말했다.“근데 배준우랑 고은영은 이미 혼인신고를 했어. 그러니 그 자리는 당연히 고은영 자리야.”“......”“그러니까 고은영이랑 배준우가 너희한테 어떤 짓을 해도 다 너희가 자초한 거야!”정원희는 무리하게 자기 자식을 감싸는 사람은 아니다.그녀는 북성에서의 일을 듣자마자 진승연을 반쯤 죽여놓고 싶었다. 그런 쓰리기 같은 짓을 한 사람이 자기 딸이라는 게 믿고 싶지 않았다.이토록 날카로은 정원희의 말에도 진승연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 위장 결혼이야!”“위장?”“......”“배준우가 정말 미월이를 좋아하면 위장 결혼을 할까?”이 날카로운 말이 순식간에 진승연과 이미월을 정신 차리게 했다.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마주쳤다!위장 결혼이 아니면?특히 이미월은 지금 느끼는 이 상실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위장 결혼이 아니면 뭔데?설마 배준우가 그 촌에서 온 계집애를 진짜로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건가?“이미월, 내가 너무 모질다고 생각하지 마. 난 이미 할 만큼 했어.”“......”“하지만 너 이번엔 정말 너무했어. 네가 어떤 식으로 배준우를 뺏든 상관 안 해. 근데 넌 우리 승연이를 이용했어...”“아니에요!” 이미월은 바로 부인했다.“아니라고? 뭐가 아닌데?”“......”“승연이는 네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더 이상 승연이 옆에 있지 마.”정원희는 진승연을 이렇게 망친 사람이 이미월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진승연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려가는 이미월의 얼굴을 보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엄마! 언니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마!”“이미월, 네가 말해봐.
정원희가 방금 한 그 얘기에, 순간 진승연의 마음은 조금 흔들렸다.하지만, 이미월이 현재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진승연은 그녀를 굳게 믿었다.“그래, 난 알아, 넌 아니라는 것을!”“숙모가……”“엄마 얘기 듣지 말고, 진씨 가문의 일로 조금 어리둥절해서 그래.”이미월은 아직 얘기를 채 하지 못한 채, 진승연이 말을 끊었다.진씨 가문에 일이 생긴 후, 그녀는 자기 엄마가 얼마나 각박하게 변했는지 알고 있었다.그럴수록, 모든 이야기를 다 믿어서는 안 된다.진씨 가문에 일이 생긴 것은, 따지고 보면 고은영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이미월에게 떠넘기고 있었다.“정말 나를 믿어주는 거야?”“내가 언니를 믿지 않으면, 누가 언니를 믿겠어?” 진승연은 이미월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면서 위로의 말투로 얘기했다.이미월은 진승연이 자신을 굳게 믿는 것을 보고, 그제야 마음이 좀 편해졌다.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고마워, 승연아. 정말 고마워.”다행히, 진승연은 그녀를 믿었다!만약 진승연마저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강성에서 진짜로 고립될 것이다.하지만, 진승연은 생각을 하다가 다시 얘기했다. “언니도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듯이, 난 언니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없어……”“……”“어떤 일은 그래도 준우 오빠로부터 시작해야 해!”배준우 얘기를 듣자, 이미월의 안색은 삽시간에 창백해졌다.배준우 사무실에서, 배준우가 했던 그 얘기를 생각하면……!“왜 그래?” 이미월이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안색이 안 좋아진 것을 보자 진승연은 재빨리 그 영문을 물었다.이미월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오늘 있었던 일을 진승연에게 얘기해줬다.그녀는 얘기할수록, 목이 메어왔다!배준우가 그 아이는 자기 아이라고 얘기했다는 말을 듣자, 진승연의 안색은 창백해졌다.“준우 오빠가 진짜로 그렇게 얘기했다고?”한참 침묵이 흐른 뒤, 진승연은 묵묵히 이미월을 바라보았다.이미월은 머리를
”승연아, 나 진짜로 너무 가슴 아파. 그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 나 너무 힘들어!”이미월이 가슴 아프다고 하는 얘기는 사실이다.하지만, 지금 진승연의 마음을 잡으려는 것 역시 사실이다.두 사람이 계속해서 얘기할 때, 가정부가 진승연 방에 들어왔다.그녀는 이미월에게 공손하면서도 강경하게 얘기했다. “이미월 님, 어서 이 방에서 나가주세요!”“아주머니, 당신 이게 무슨 태도입니까?”가정부가 이미월에게 불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진승연은 순간 화가 났다.아주머니 “사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미월 님께서 가실 때가 되었다고. 할 얘기는 이미 분명하게 다 했음에도 이분께서 아직 가시지 않아서요!”얘기를 하면서, 가정부 말투에 약간 비꼬는 말투도 섞여 있었다.이미월이 염치가 없다는 것을 비꼬면서 얘기하고 있었다.이미월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숙모 집에서 자신이 쫓겨나는 상대가 되다니, 그녀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이곳은, 어릴 적부터 집처럼 생각했던 곳인데, 왜……?“언니!” 진승연은 가슴 아파하면서 그녀를 보았다.이미월은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얘기했다. “나 먼저 갈게.”“내가 엄마한테 얘기할게!”“아가씨 잊으셨습니까? 지금 이 방문은 나가실 수 없습니다.”가정부의 어투는 더욱 강해졌다.이 말은 진승연에게 상기시켜 주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자신조차 보호할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을.진승연은 내키지 않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진작 알았더라면, 그녀는 안지영, 정유비처럼 자기 일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역시 어떤 집안이든, 집안 도움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발언권이 없었다.“언니……”“나 먼저 돌아갈게!” 이미월은 진승연에게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그녀는 진승연을 보고 웃었다.이 웃음은 진승연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기필코 고은영을 가만두지 않겠다고.이미월이 계단에서 내려오자, 정원희가 소파에 앉아서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