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제가 또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까?” 안지영은 무너지는 가슴을 겨우 참으면서 얘기했다. 그녀는 인내심 있게 태웅에게 얘기했다!태웅, “커피숍에서 기다릴게.”“네?”“회사 로비에 있는 커피숍, 당신이 오전에 고은영을 만났던 그 자리에서!”안지영 “……”그 얘기를 들은 그녀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지? 그가 어떻게 오전에 고은영을 만난 사실을 알고 있지? 고은영이 알려드린 걸 가? 그럴 리가, 고은영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고, 분명 둘의 관계를 숨기고 있었을 것이다.섣불리 태웅과 배준우에게 둘의 관계를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과연, 두 사람은 오랫동안 사귀더니, 가끔은 서로 호흡이 잘 맞는 부분도 있었다.“삼십 분 주지!”안지영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자, 태웅의 말투는 더욱 강해졌다.안지영 “……”지금 정말로 울고 싶다!그녀가 뭐라고 얘기하기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동영그룹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이미 미칠 지경인지라, 방법을 찾아 안지섭을 설득해 퇴사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아직 조용하게 지낸 지 이틀도 되지 않았는데 그만 태웅에게 찍히고 말았다.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고은영을 위해, 정녕 벗어날 수 없단 말인가!생각할수록 안지영은 바보 고은영을 가엽게 여기던 것이 후회되었다. 그때 산골에서 온 그녀가 옷도 허술하게 입고, 잘 먹지도 못하는 것 같아, 안씨 집안 아가씨인 그녀가 고은영에게 잘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바보에게 당하고 말았다.안지영은 의사인 친구와의 약속을 다음날로 미룬 뒤, 서둘러 동영그룹 로비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그녀는 무척이나 초조해했다.오늘 오후 고은영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은영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진짜로 끝이 없었다.동영 그룹 로비에 도착했다.커피숍에 들어가려던 찰나 문 앞에서 그녀는 정유비를 만났다.정유비는 정씨 가문의 금지옥엽이고, 그녀의 아버지는 재
알고 보니 그녀와 이미월은 친한 친구였다.다만 정유비의 최근 몇 년간 배준우에 접근하는 행동을 보면, 단지 이미월을 단순한 문제로만 보이지는 않았다.우정, 한 쌍의 겉치레만 하는 친구?그렇다면 이미월은 그녀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가?여기까지 생각한 안지영은 비꼬면서 얘기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당신……” 정유비는 가슴이 철렁했다!안지영의 말속에 말이 있는 것을 눈치챈 그녀는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고은영의 문제로 정유비는 안지영을 몇 마디 비꼬아 줄 생각이었지만, 지금 안지영의 모습을 보니, 누가 감히 그녀를 비꼴 수 있겠는가?정유비가 고작 안지영의 몇 마디에 화가 나서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본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날린 후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고은영, 이 멍충이에게 이 여자를 주의하라고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태웅은 커피숍에서 안지영을 한참 기다렸다.그녀가 평소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했다.태웅을 대면했을 땐, 안지영의 몸엔 아까 정유비를 대했던 그 패기는 이미 사라졌다.“실장님, 무슨 일이시죠?”입을 여는 순간, 안지영의 마음에는 켕기는 부분이 있었다.역시, 사람은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지금은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태웅은 아이패드를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안지영. “이……이건 뭐예요?”태웅이가 건네주는 패드를 본 안지영은 좋은 내용이 아닐 것을 직감하고, 감히 손을 내밀어 받지 못하고 있었다.태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안 봐?”그녀가 감히 볼 수가 있을까?이것을 본 그녀는 마음이 더 켕겼다. 단지 태웅이 자신을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였다. “이건, 도대체 뭡니까?” 안지영은 여전히 아이패드를 받으려고 하지 않고 버텼다. 죽이든, 살리든, 제발 태웅이 빨리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비록 요 며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태웅을 만나지 않았지만, 사실 안지영은 두려워하고 있었다.태웅 “남성의 훼손 된 영상, 그리고 지하 주차장의 훼손 된 영상의 감정보고서.”안지영 “
그가 이런 질문을 할 때면, 그의 마음속엔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그걸 아는 안지영의 등에는 이미 식은땀이 났고,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늘 대범했던 그녀이지만, 이 시각 그녀는 떨림을 숨길 수가 없었다.“당신 혼자 얘기할 거야? 아니면 내가 대신 얘기해 줄까?안지영이 입을 열지 않자, 태웅의 말투는 더욱 살벌해졌다.안지영은 마음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망했다. 철저히 망했다!그녀와 고은영의 일은 역시나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었다.한참 오랫동안!안지영은 점점 더 오싹해졌고, 반면에 태웅은 아주 인내심 있게,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다만 이처럼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몸 둘 바를 모르게 했다.결국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대표님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예정인가요?” 그녀는 태웅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이 일에 대한 최후를 그녀는 먼저 물었다.최근 그녀와 고은영은 늘 이 일에 대해 걱정했었다. 하지만……결국 올 것이 왔다!더 이상 속일 수도 없었다!오늘 그녀가 여기서 걸어 나가면,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증거임을 안지영은 알고 있었다.사실 이젠 그녀가 얘기하든 안 하든,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태웅이 어떤 사람인가?이 정도로 꿰뚫고 있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 이미 답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태웅은 그녀가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을 보자,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는 자신을 속이는 것을 제일 싫어해!”이 말은 사실이다.안지영과 고은영이도 이 사실을 알기에, 초반부터 둘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이 일에 대해 승인 할 수가 없었다.안지영은 머리 숙여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 안씨 집안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요.”그녀는 진짜로 당황했다!만약 태웅이 그녀에게 증거를 보여주려고 그녀를 찾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준비하라고 했을 텐데……!하지만 어떤 준비를 할
”자신이 강성에서 자리 잡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 감히 그런 일을 저질러?!” 태웅은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태웅이 모든 잘못을 고은영에게 넘기는 것을 눈치챈 안지영은, 고은영을 더욱 안쓰럽게 생각했다.이것이 자본의 열악한 세계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지금의 안지영은 감히 반박조차 할 수가 없었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녀는 감히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알고 계시잖아요.”“……”“그녀는 진짜로 배 대표님께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감히 얘기도 못 하고 있다고요!”이것은 사실이다.그날 밤 고은영은 순결을 잃었지만, 회사에서 잘릴까 봐, 작은 집을 잃을까 봐, 그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전에 태웅이 이 일을 책임지고 조사할 때, 어떤 여자가 감히 배준우에게 이런 계략을 꾸밀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지금 안지영이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이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걸 알게 되었다.“또 숨기고 있는 일은?” 태웅은 물었다,최근 고은영과 안지영이 항상 같이 다녔다.그가 봤을 땐, 두 사람 사이에 숨기고 있는 일이 수두룩해 보였다.안지영 “없어요.”그녀는 ‘없어요’라는 얘기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태웅은 믿지 않았다. “당신 바른대로 얘기하는 편이 좋을 거야!”“그녀가 임신했어요!”태웅의 이런 위협에, 안지영은 더 이상 속이지 못하고 고은영에 대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임신?” 태웅이 놀랐다!그 역시 최근에 고은영이 조금 살이 찐 것을 느꼈는데, 그럼…… 임신 한 거였어?“똑바로 얘기해!”태웅은 크게 한숨 쉬고, 더욱 차갑게 얘기했다.안지영은 마치 자신이 차가운 물에 잠긴 듯한 느낌이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솔직히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이참에 그녀는 그동안 아이를 지우려고 했던 일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다!심지어 오늘의 계획 및 내일의 수술 계획까지 모두 얘기했다.얘기할수록, 태웅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당신들은 배 대표님 의견은 아예 묻지도 않았던 건가?”“그녀가 슬
그녀를 이 지경까지 몰아 넣은 거로 봐서, 이 사람이 얼마나 악랄한지 알 수 있다.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입으로 얘기할 수는 없었고, 단지 애원할 뿐이었다. “제발 부탁 드립니다!”이 말은, 무척이나 연약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영업 팀에서의 명성은 태웅은 잘 알고 있었다. 영업 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사람이고, 성격 또한 강하고 씩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태웅의 눈가에는 뜻 모를 미소가 스쳤다. “당신을 도와 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건이 있어.”“무, 무슨 조건이요?”“천락그룹 영업 팀에서, 200억 원 실적 달성해”“이, 이백억 원이요?”“왜? 동영그룹에서 최고 실적을 달성한 사람이, 천락그룹에서는 불 가능한가?”“아니, 이것이 조건입니까?”“승낙한 건가?” 태웅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놀란 안지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안지영은 아직 일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그녀는 단지 태웅의 욕심이라 생각했다!태웅이 곧 천락그룹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여 그가 실적을 내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이런 생각을 하자, 안지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저 갈게요.”지금 안지영에겐, 안씨 집안만 지킬 수 있다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것 이다.태웅은 배준우의 특급 비서일 뿐만 아니라, 절친한 친구인 것도 그녀는 알고 있다.만약 태웅이 배준우 앞에서 안씨 집안에 대해 사정해 준다면, 안씨 집안은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안지영은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그럼, 안씨 집안의 일은 부탁 드리겠습니다!”이 시각, 안지영에게 고은영을 지켜주려는 마음은 남아 있지 않았다.고은영은 배 대표님의 여자이기에, 배 대표님은 그녀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으니 말이다.안지영은 더 이상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내일 바로 천락에 입사해!”“네!”“그리고……”안지영이 승낙하자, 태웅은 그녀를 빤히
커피숍에서 나올 때, 안지영은 이 사실을 재빨리 고은영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태웅의 아까 그 얘기가 생각이 나 바로 전화를 끊었다.태웅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안 된다고 얘기했고, 고은영의 일도 잘 처리 할거라고 얘기했다.그렇다면 태웅의 얘기대로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녀는 현재 아무 일도 없고, 다른 일로 또 엮이고 싶지 않았다.커피숍 안에서!태웅은 창문 밖으로 안지영이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전화를 꺼내, 배준우에게 문자 보냈다.간단했다. 단 세 글자. “고은영!”……이 시각, 배준우는 고은영과 배씨 저택에 있었다.배한준은 어제 분명 배준우 혼자 오라고 했는데, 지금 고은영과 함께 온 것을 보았다.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가 입원해 있는 동안, 배준우는 한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한번 갔던 것은 고은영을 데려오기 위함이었다.이 생각을 하니, 배항준은 고은영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왜 얘를 데리고 왔어?” 배항준은 직설적으로 얘기했다.그것도 고은영이 있는 앞에서 얘기했다. 고은영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그 정도를 알 수 있었다.배준우 “배씨 집안 여자입니다. 여기에 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준우! 제발 좀 철들어!” 배항준은 매섭게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그에 대한 불만은 이젠 극한에 달했다!배준우는 차갑게 얘기했다. “철이 안 들어? 그러면, 조강지처를 버리고, 열살이나 어린 여자를 집안에 들이는 것이 성숙한 건가요?”“……”“하지만 아쉽게도 저보다 나이가 15살이나 어린 여자아이는 아직 미성년자예요. 그 미성년자가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나한테 시집온다고 해도, 그 여자 부모님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이 얘기로 인해, 배항준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량천옥의 안색도 어두워졌다!배준우는 간단한 몇 마디로 세 사람을 욕했다. 배항준, 량천옥,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량일.“어르신.” 량천옥은 속상해하며 배항준을 바라보았다.배항준은 분노했고, 배준우의 이런 태연한 모습을 본 그는 화가
배준우가 이렇게 쉽게 이 모든 것을 그녀에게 양보하리라는 것을 그녀는 믿지 않았다.그녀는 그윽하게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고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 역시 많이 컸다.이젠 그 생각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남자로!“너, 너…… 너 진짜야?”배항준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분노하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그는 이걸 빌미로 고은영과 배준우를 이혼시키려 했지만, 지금은 배준우가 뭐라고 하는 거지?전부 량천옥을 주라고?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 “당연히, 옛일도 모두 다시 거론될 겁니다!”“……”“지금 당신과 이 여자를 향한 여론을 빨리 잠재울 수 있을까요?”배항준은 그의 말에 더욱 숨이 막혔다.고은영 역시 놀라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하여, 배항준이 진짜로 그렇게 한다면, 그는 강성의 놀림거리가 되어 량천옥과 함께 여론에 묻힐 것이다.이 수법은 실로 강했다!배항준의 안색은 금세 어두워졌고, 고은영 역시 배준우가 독하다고 생각했다!이건 완전히 자기 아버지를 화나서 기절하게 할 기세이다!간이 콩알만 해서 이를 걱정하고 있었다.“너, 너……!”배항준은 배준우를 쏘아보았고, 그 눈빛은 마치 배준우를 씹어 먹을 기세였다!배준우는 이곳에 계속 머물 계획은 아니었다. 그는 고은영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이러고 보니, 결혼식도 당신들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그때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일이 이렇게 되어도 배준우는 고은영과 결혼식을 올리려는 것을 량천옥은 눈치챘다.그녀는 얼굴색이 금세 변했다.만약 그와 고은영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면, 그는 실로 진씨 집안을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준우야~!” 지금까지 아무 얘기도 없었던 량천옥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녀는 일어나 배항준 옆에서 배준우 옆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이젠 마흔세 살이지만, 관리를 잘한 덕분에 서른처럼 보였다.심지어 배준우와 함께 서 있으면, 커플이라 오해받을 정도였다.이젠 패기가 넘치는 성인이 된
고은영은 배준우를 보았다. 그가 이렇듯 독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이런 사람은, 너무 위험하다!그의 옆에 있을 때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다.그녀는 참 어려웠다. 지금의 고은영은 정말로 울고 싶었다.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고, 배씨 가문의 일에 대해 그녀는 조금도 흥미가 없었다.오늘 오후에 건강검진도 있는데.지금 배준우와 배씨 집안에 오게 되다니, 그녀는 현재 몸을 뺄 수가 없었다.지금 너무 머리가 아팠다.배항준의 목적은 배준우에게 고은영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단념하게 하는 것이었다.전에 강성은 이미 한번 시끌벅적 했기에, 그는 이번 일은 조용하게 넘어가길 원했다.배항준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화를 겨우 참고 있었다.“저 여자와의 결혼식 당장 취소해, 그러면 네가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마!”이 시각, 배항준은 결국 타협했다.배씨 가문은 강성에서 제일가는 재벌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아들이 별 볼 일 없는 산골에서 온 여자랑 결혼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배항준은 현재 어쩔 수 없었다. 그 역시 생각하지 못했다.자기 아들에게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될 줄은.배준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M 국 프로젝트 저한테 주세요.”배항준 “……”량천옥이 듣자, 금세 얼굴이 굳었다.그는 배항준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그게……”“좋아, 너에게 주지!”량천옥이 말리고 싶었으나, 말도 끝내기 전에 배항준이 바로 승낙했다.이 일로 량천옥은 더욱 화가 났다!배준우과 고은영이 결혼식을 올리면, 실로 그녀가 진씨 가문을 대면할 면목은 없지만, M국 프로젝트를 그 대가로 줄 수는 없었다. 그녀가 M 국 프로젝트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던가?잠깐, 그럼, 이것이 배준우의 목적이었어?이것을 생각 한 량천옥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그녀는 배항준 앞에서의 이미지를 뒤로 한 채, 바로 반대했다. “전 반대입니다.”이건, 그녀가 처음 배항준 앞에서 반대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다
전화를 끊은 진윤이 고은영을 보면서 물었다.“지금은 좀 속이 풀렸어?”“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이렇게 한 거예요?”“응.”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약간 감동하긴 했지만 이루어 말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예전 같았으면 고은영의 곁에 무조건적인 자기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일이었다면 도움을 거절할 것이었지만 이번 일에서는 물러설 수 없었다.“지금 해외에서 난리가 났어. 이 시점에 나태현의 집중력을 흩트리는 것도 좋지.”량천옥도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량천옥이 나태현과 싸우고 있는 건 고은지 때문이었다.그러니 지금 진윤이나 배준우가 나태현의 시선을 자꾸만 국내로 돌리게 해서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건 량천옥에게 좋은 일이다.“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진윤이 고은영에게 얘기해 주었다.고은영은 진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나태현은 해외에 있고, 나태웅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이제는 나태범이 움직일 것이다. 나태범 세대가 싸운다면 젊은 세대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고은영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 쉬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나씨 가문보다 더욱 위태로운 건 우리 언니니까요.”희주가 죽었다.그걸 떠올리면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은지는 지금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 나씨 가문 사람들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갈라내고 싶었다.진윤은 고은영 눈에 비친 슬픔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희주가 정말 죽었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았잖아. 그러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눈으로 본 것도 거짓일 수 있는데, 귀로 들은 것은 오죽하겠냐는 말이었다.진윤은 제삼자로서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을 딱 짚어 말할 수 없었기에 말을 아끼고 있었다.“그 소식이 가짜였으면 좋겠어요.”고은영은 고희주를 불쌍하게 여겼다. 조씨 가문 사람들은 희주가 조영수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
‘아까 왜 돈이 없다는 얘기를 해서는...’진윤은 고은영의 손을 잡고 쇼핑을 계속했다.점심쯤이 되자 진윤은 지친 고은영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했다.테이블 앞에 놓인 갖가지 음식을 보면서 고은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두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지 않아요?”“안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진윤이 대답했다.진윤은 진정훈이 왜 그때 그렇게 심하게 날뛰었는지 이해가 갔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어릴 때 어떻게 살았는지 가장 먼저 조사한 사람이다.그래서 고은영의 아픔을 알고 그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온 세상의 좋은 것들을 고은영에게 주려고 한 것이다.그러니 고은영의 몫이 진유경에게로 넘어간 걸 알고 미쳐버린 것이다.지금의 진윤도 마찬가지였다.“이거 먹어.”진윤은 양고기 스테이크를 썰어서 고은영의 그릇에 담아주었다.“고마워요, 오빠도 얼른 먹어요.”“우리 집에 자주 놀러와. 우리 아내가 또 요리를 잘하거든.”“그런데 지금 임신한 거 아니에요? 저까지 가면 민폐죠.”“그래도 요즘 매일 요리하고 있어.”“네?”고은영이 깜짝 놀랐다.“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은영은 임신했을 때 만사가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말린다고 말려지는 사람이 아니잖아. 원하는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하긴.게다가 임산부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잘 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윤설이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쁜 건 아니었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그럼 최대한 덜 힘들게 옆에서 보살펴줘요.”진윤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그건 나태현이 건 전화였다.“나태현이야.”“계약 해지 때문에 전화한 거겠죠?”고은영이 물었다.아까 차에서 진윤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나씨 가문과 연관된 프로젝트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배준우도 마찬가지였다.그러니 나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진윤이 고개를 끄덕인 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형, 지금
진호영이 사람들 앞에서 진유경, 김영희와 싸울 줄은 전혀 몰랐다.진유경과 김영희는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속수무책으로 말려들고 있었다.그 시각.진윤은 고은영을 데리고 쇼핑하러 다니고 있었다.김영희와 진유경은 진정훈과 진윤이 장례식 준비도 돕지 않고 서로 재산을 빼앗느라 바쁘다고 했지만 사실 진윤은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중이었다.진성택이 진유경에게 남겨준 물건은 많지 않았다. 차라리 진윤이 지금 고은영에게 쓰는 돈이 더욱 많을 것이다.“오빠, 너무 많이 산 거 아니에요?”명품을 너무 많이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기다란 영수증 위의 숫자를 본 고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배준우와 결혼한 후 돈이 모자랐던 적은 없지만 돈을 이렇게 많이 쓴 적도 거의 없었다.진윤은 경호원을 데리고 왔다. 네 명의 경호원 손에는 쇼핑백이 가득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일부는 란완 리조트로 배송시켰다.“괜찮아. 많이 사. 우리 아내 것도 골라줘야지.”진윤이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오빠는 정말 좋은 남자 같아요.”자세히 생각해보니 배준우는 직접 무언가를 사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다 다른 사람을 시켜서 란완 리조트로 가져오게 했던 것 같다.그리고 고은영은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니 직접 사는 편이 많았다.하지만 진윤은 쇼핑하면서도 자기 아내를 생각한다.진윤이 웃으면서 얘기했다.“배준우도 좋은 남자야. 그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거야.”“그 사람이 전에 얼마나 나빴는지 몰라서 그래요.”진윤이 배준우를 좋은 남자라고 얘기하자 고은영이 입을 비죽거리면서 대답했다.배준우와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좋은 남자라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였다.그때의 배준우는 정말... 악랄한...고은영은 그때 유산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다 고은영은 또 나태웅을 떠올렸다.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태웅과 배준우가 같이 고은영을 위협했으니까 말이다.고은영은 나태웅이 안지영을
결국 진호영이 다가가서 말했다.“할머니, 지금 이 장소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윤과 진정훈이 오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오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진성택이 두 사람을 너무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진호영이 진윤과 진정훈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호영 오빠, 진윤 오빠랑 정훈 오빠한테 연락해주면 안 돼요? 적어도 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은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은영이도요... 아버지는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잖아요.”“그만 떠들어.”진유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호영이 싸늘하게 얘기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상황에서 고은영의 얘기를 꺼내다니.진호영은 진유경에게서 이례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진유경은 진호영의 반응에 멍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화제는 이미 고은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다들 고은영을 불효녀라고, 은혜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라고 욕했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진유경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너 때문에 은영이는 집에 돌아오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다고?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눈은 장식이야?”예뻐한 적이 있었나?한 번도 없었다.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고은영이 진씨 가문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는 남은 주식을 모두 너한테 남겨줬어. 하지만 친딸인 은영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하셨다고?”진호영이 모든 것을 까밝히자 진유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호영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먹이면서 눈물을 흘렸다.진유경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호영은 진유경의 편이었는데 지금은 왜...‘이게 다 고은영 때문이야! 대체 무슨 수로 꼬드겼기에 오빠들이 다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는 거냐고!’“왜 이러냐고? 우리 어머니가 은영이에게 남겨준
이윽고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진호영과 고은영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호영은 보통 직접 찾아와서 문제를 얘기하는 편이기에 전화를 잘 걸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진호영이 전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진윤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고은영에게 전화하다니.고은영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진윤이 고은영의 전화를 빼앗아갔다.“오빠...”진윤은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꺼버리면 어떡해요. 혹시 언니가 전화라도 하면...”“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핸드폰을 꺼버리는 건 좀...게다가 고은지가 정말 무슨 일이 생겨서 고은영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진윤은 자연스럽게 고은영의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려주지 않았다.“오빠.”“오늘은 나한테 집중해.”그 말투는 아주 강압적이었다.“...”마치 그동안 진윤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 삐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고은영도 어쩔 수 없었다.고희주와 고은지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사실 고은영도 알고 있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희주의 일 때문에 고은지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었다.“그래요.”“...”“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너한테 뭘 좀 사주려고.”“...”사준다고?고은영은 진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진성택이 죽었다.장례식에 안 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고은영을 데리고 나와 쇼핑을 하는 목적은 뭘까.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윤설의 전화가 걸려왔다.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그런 진윤을 보면서 고은영은 진윤이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진윤과 비교하면 나태현은 정신병이 틀림없었다....진성택은 오늘 화장하게 된다.김영희, 진유경과 진호영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은 결국
숨을 깊게 내쉰 나태현이 얘기했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지금...”“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배준우가 나태현의 말을 끊었다.그때 나씨 가문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었다. 게다가 량천옥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다.나태현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고 나태현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돌아갔다.그 모든 모순의 시작은 량천옥이었다.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씨 가문은 여전히 량천옥과 원한이 있었다.다들 그저 그 원함을 꾹 참고 있었는데 고은지가 나타났다.량천옥의 딸이면서 나태현의 딸 엄마인 고은지 때문에 나씨 가문과 량천옥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요.”우정과 사랑 중에서 배준우는 당연히 사랑이었다.게다가 이번 일에는 나씨 가문에서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또 나태현이 회사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가 위험했다.나태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소리를 들은 배준우는 핸드폰을 소파에 툭 던졌다....다른 한편.고은영과 진윤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진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씨 가문과 엮인 프로젝트를 모두 엎어버리라고 명령했다.옆에 있는 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걱정했다. 진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진윤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나씨 가문이 밉긴 하지만 진윤의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진윤이 계약을 많이 해지할수록 진윤에게 영향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진윤은 본인을 걱정해주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부드러운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윤이 얘기했다.“다 필요 없는 것들이야. 나태현은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릿속에는 병원에 있는 고은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지는 나태현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눈치채고 얘기했다.“지금 나태현과 량천옥이 해외에서 서로 죽이고 난리가 났어. 만
화가 난 나태범을 보면서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생각하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쪽도 걱정해야 합니다.”“진씨 가문? 거기는 왜.”나태현과 량천옥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나태범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씨 가문에서 계약까지 해지했지...이러다가는 그룹이 파산될지도 몰랐다.“배준우 씨 아내가 진윤 씨와 진정훈 씨의 친여동생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 다 그 고은지 씨의 동생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태범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저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택이 친딸보다 양딸을 더욱 아낀다는 것까지 말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할 때 강성의 사람들은 배준우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일반적인 신분으로는 배준우의 옆에 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은영이 진짜 진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튿날 아침.고은영이 아침을 다 먹자마자 진윤이 도착했다.그리고 조카를 위한 선물도 가득 가져왔다.고용인들이 진윤이 가져온 물건을 보관해주었다.약간 붉어진 고은영의 눈가를 보면서, 진윤이 배준우한테 물었다.“어젯밤 계속 운 거예요?”배준우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제대로 자지 못했어요.”진윤이 다가가서 고은영을 마주 보더니 고은영이 입고 있는 귀여운 잠옷으로 눈을 돌렸다.배준우는 정말 딸을 키우는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원래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배준우와 함께 있을 때면 아주 작아보였다.“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 하자.”“정말 나가야 해요?”고은영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병원에 가서 고은지를 보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진작 알아차렸다는 듯이 얘기했다.“병원 쪽에는 내가 사람들을 깔아놨어. 무슨 일 없을 거야. 가자.”진윤의 말을 들은
하지만 진윤이 내일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는 것의 목적을 떠올리면 고은영은 어쩔 수 없었다.“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윤이 당당하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더니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이미 다 들었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택은 사망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장례식에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윤은 장례식에 가지 말고 나가서 쇼핑하자고 했다.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넌 어떻게 하고 싶어?”“안 가도 돼요?”고은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웃으면서 쇼핑해야 한다니. 고은영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배준우도 짐작하고 있었다.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배준우가 얘기했다.“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쇼핑이 최종 목적이 아닐 거야.”“위로하는 거예요?”진윤은 배준우더러 고은영을 잘 위로해주라고 했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네 큰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단순하게 쇼핑하는 게 목적일 리 없어.”배준우가 확신하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배준우는 허락하는 고은영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나씨 가문 쪽은...”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고희주의 일로 마음 아팠지만 배준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은영에게 짧게 키스한 배준우가 이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두 개가 있었는데 이미 계약을 해지했어.”“주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고은영이 걱정하면서 물었다.“그 두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다들 발을 빼는 분위기야. 아마도 량천옥 씨가 한 일 같은데.”그래서 배준우도 큰 문제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지나간 일에 대해 배준우는 뭐라고 할 수 없
진정훈이 전화를 건 것은 진정훈에게도 계획이 있어서였다.“진유경을 조심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진유경에게 남긴 주식이 있는데 꼭 되찾아올 겁니다.”진유경이라...진정훈은 진유경이 왜 계속 고은영을 끌어내리려는지 깨달았다.그건 바로 진유경이 아직 자기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해줘야 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얘기했다.“네. 알겠습니다.”“장례식은 와도 되고 안 와도 괜찮다고 전해줘요.”“네.”진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의 뜻을 존중해주었다.하지만 장례식에 고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이 뻔했다.“장례식은 언제입니까.”“이틀 뒤입니다.”“알겠습니다.”이틀 뒤라니. 생각보다 장례를 서두르는 모습에 배준우는 약간 의아했다.진정훈은 그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래서 그동안 배준우가 고은영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전화를 건 것이다....진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배준우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진정훈이 아닌 진윤이 걸어온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영원히 고은영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고은영을 꼭 안고 있었다.“여보세요.”배준우는 진윤을 존경하는 편이었다.진윤은 정말 가문의 도움 없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은영이는요? 연락이 안 돼서.”“기분이 안 좋아요. 무슨 일이죠?”“왜 기분이 안 좋은 거죠?”“고은지 씨한테 일이 좀 생겨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고은지의 상황을 전해 들은 진윤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고은영에게는 모든 일이 설상가상이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간다고 전해줘요.”“내일이요?”“네.”진윤이 대답했다.배준우는 진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진윤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씨 가문이 얼마나 엉망인지 광고할 셈이었다.진윤이 진성택의 장례식에도 나서지 않고 친여동생인 고은영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다닌다면...“어디로 갈 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