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건 사람을 사겠다는 건가?’진정훈은 나태현을 남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나태현이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요구하는 걸 보니 량천옥에게 호의를 베풀려는 건 아닌 것 같았다.진정훈의 기억에 량천옥은 배항준과 결혼하기 전 나씨 가문의 나태범을 유혹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건 벌써 수년 전 일이었고 당시에도 량천옥은 실패했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나태현이 량천옥에게 복수하려는 걸까?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진 않았다.게다가 나태현은 지금 서부 프로젝트 같은 큰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다.진정훈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물었다.“배윤을 왜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나태현은 진정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넘겨줄 거야. 안 줄 거야?”진정훈이 말했다.“내가 넘겨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에요. 형도 알다시피 이번에 량천옥은 내 여동생을 건드렸어요. 내 여동생 은영이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요.”이 말을 꺼내자 진정훈도 속이 상했다.진정훈은 아직도 어떻게 고은영의 기분을 풀어줄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량천옥이 또 이런 골칫거리를 만들어 고은영을 화나게 할 줄은 몰랐다.고은영이 병원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던 모습을 떠올리자 진정훈은 마음이 아팠다.‘아직 은영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하다면 배윤을 화풀이 대상으로 바로 은영이 앞에 데려갈 거야.’나태현이 말했다.“내가 먼저 은영 씨의 화를 풀어줄게.”“네?”“만산 프로젝트 협력할래?”진정훈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나쁜 사람이 정말. 그래도 여동생을 이익과 연결 짓는 건 안 되는데.’두 개의 프로젝트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진정훈은 바로 양보하지 않았다.“그럼 먼저 은영이에게 물어볼게요.”진정훈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나태현이 또다시 거액의 프로젝트로 유혹할까 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사실 진정훈도 마음이 약해서 자주 이익을 따
이때 병원에 있던 고은영은 계속 고희주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고은지 쪽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모두 배준우에게 맡겼다.고은영은 고희주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고은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란완리조트에서 온 몇몇 도우미가 있어서 고은영이 뛰어다닐 필요는 없었지만 그저 고희주를 지키는 것도 고은영에게는 고통이었다.고은영은 조용히 누워 있는 고희주의 작은 얼굴을 보니 의사가 말한 최악의 결과가 고희주에게 일어날까 봐 점점 걱정되었다.가방 속에서 핸드폰이 웅웅 울리고 있었지만 고은영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그 모습을 보고 도우미가 고은영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사모님, 핸드폰이 울리고 있어요.”“네?”고은영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꺼냈다.화면을 확인하니 진정훈의 번호였다. 고은영은 진씨 가문 사람의 전화번호인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받고 싶지 않았다.고은영은 지금 복잡한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전혀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 끝에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영아, 나 둘째 오빠야.”핸드폰 너머로 진정훈의 전례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정훈의 부드러운 말투에 고은영은 잠시 멈칫했다.순간 고은영은 처음 진정훈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진정훈은 배준우와 진유경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고은영을 적대시했었다.그러나 진정훈과 고은영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인연이 더욱 깊어질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고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진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무슨 일이세요?”진정훈은 고은영이 둘째 오빠라고 불러주길 원했지만 고은영은 결국 진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라고 불렀다.진정훈은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둘째 도련님이라는 말에 멈칫했다.그는 씁쓸해하며 입을 열었다.“아직도 오빠를 원망하고 있구나? 오빠가 그때는 편애한 게 아니야.”진정훈도 정가 마을에서 고은영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했던 일을 떠올렸다.지금 생각해 보면 진정훈은 정말 후회가 되었다.사실 그때 고은영의 목뒤
진정훈은 잔인할 때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고 부드러울 때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줄 알았다.진윤은 차가운 성격의 사람이다.그래서 지금까지 고은영이 느낀 진씨 가문 사람 중에서 진정훈이 가장 따뜻한 느낌이었다.사실 고은영은 진정훈을 그렇게 싫어하지도 않았다.당시 정가 마을에서 진정훈이 고은영에게 못되게 굴었을 때는 고은영도 화가 났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 오빠는 너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한 가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야.”“뭘요?”“배윤이 지금 내 손에 있어. 나태현이 배윤을 넘겨달라고 하는데 넘겨줄까 말까?”진정훈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었다.그는 이익을 중요시하는 면이 있긴 했다. 만약 여동생이 배윤에게 분노를 풀고 싶지 않다면 배윤을 이용해 프로젝트 두 개를 따내려고 했다.어찌 됐든 이는 모든 것은 여동생을 위해서였다.고은영은 진정훈의 질문에 약간 멍해졌다.“나태현 씨가 왜 배윤을 넘겨달라고 하는 거예요?”‘량천옥이 나태현도 화나게 한 건가?’생각해 보면 전에 고은영이 배준우의 옆에서 오랜 시간 일했을 때도 나태웅은 늘 배준우의 곁에 있었다.그때는 배준우가 나태현과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요즘 들어 나태현과 배준우의 관계는 지나치게 가까워진 것 같았다.진정훈이 말했다.“모르겠어. 어찌 됐든 나태현은 배윤을 원하고 있어. 그 대가로 큰돈을 제시했고.”“배윤을 산다는 거예요?”“맞아.”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건 좀 미심쩍은데?’고은영은 나태현이 이 상황에서 배윤이 왜 진정훈의 손에 잡혀 있는지 이유를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배윤은 결국 배준우의 동생이다.배준우와 량천옥이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도 하지 않았던 일을 진정훈이 했다.“근데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예요?”고은영도 량천옥이 정말 증오스러웠지만 배윤의 형수가 되는 입장이다. 진정훈이 말했다.“량천옥이 너에게 그런 짓을 하는데 넌 량천옥의
한편 점심시간 완도에서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오지 않았지만 진정훈과 진호영은 도착해 있었다.진정훈은 진경희를 보자마자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외할머니.”오늘 잃어버린 손녀를 만날 수 있을 거라 했지만 고은영이 오지 않자 진경희는 조금 실망한 듯했다.진경희는 진정훈을 보자 바로 그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이 자식아, 나중에 너한테 따질 게 한가득해.”“할머니 저한테 따지실 게 아니에요. 따질 사람은 따로 있다고요.”진정훈은 코웃음을 치며 화살을 바로 진호영에게 돌렸다.진정훈은 비록 정가 마을에서 고은영을 괴롭히긴 했지만 사건이 밝혀진 뒤에는 계속해서 보상하려 애썼다.가족 간의 친밀함과 거리감을 구분할 줄 아는 진정훈은 어떤 누구처럼 무책임하지 않았다.갑자기 표적이 된 진호영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진호영은 외할머니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자상한 할머니이니 말이 잘 통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진호영이 말을 꺼낼 수나 있을까?“외할머니.”진호영은 기운 없이 입을 열었다.시골에 살던 진경희도 강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진경희는 진호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찌 됐든 자기 외손자였기에 지금은 진호영과 따질 힘도 없었다.“그 아이 문제는 해결됐니?”진경희의 질문에 진윤이 대답했다.“그 문제는 계속 정훈이가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돼요.”진윤은 진정훈의 일 처리에 대해서 백 퍼센트 안심했고 그가 무모한 짓을 할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다.현재 직면한 사람들과 상황은 특별히 온화하게 대할 필요가 없었기에 진윤은 진정훈이 마음껏 일을 처리하게 놔두었다.진정훈이 일을 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진경희는 진정훈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은영이 별채에 불을 지른 사람은 이미 감옥에 보냈고 진씨 가문 쪽은 아직 복잡해서 은영이가 바로 돌아올 수는 없어요. 다른 문제들도 제가 다 처리했어요.”“빨리 해결해. 그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말
‘이 아이를 사 온 건 맞지만 아 아이도 어쩔 수 없었겠지. 어느 여자가 자기를 팔려고 할까?’윤설은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말했다.“방해라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할머니. 저희가 할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내가 늙어도 몸은 아직 튼튼해. 정말 안 되면 정설호네 집에서 지내면 돼.”정설호는 고은영의 선생님이었다.진경희와 정설호도 미묘한 인연으로 엮여 있었다.정설호와 진경희는 동창이었고 고은영을 키운 할머니와도 아는 사이였다.더욱이 그 시절 진경희는 고은영을 키워준 할머니와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젊었을 때 시골에 내려가 지냈을 때 두 사람은 심하게 싸우기도 했다.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자신의 외손녀를 키우게 되고 죽기 전에 고은영을 정설호에게 부탁하게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한편 고은영은 계속 병원에 있었다.오후에 진정훈은 간식까지 사 들고 병원에 찾아왔다.고은영은 진정훈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했다. 진정훈은 고은영의 마음을 알아채고서는 조금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내가 악귀라도 되니? 내 얼굴을 보니까 둘째 오빠라고 못 부르겠어?”비록 진정훈은 고은영이 자기를 둘째 오빠라고 부르길 간절히 바랐지만 고은영은 아직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 있다는 걸 알기에 그는 오빠로서 너그럽게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진정훈은 손에 든 간식을 고은영에게 내밀며 말했다.“자.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사 왔어. 근데 그 여자가 좋아하는 건 안 샀어.”진정훈이 말하는 그 여자란 진유경을 뜻했다.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원래도 잘 몰라 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진유경이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곤 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고은영이 좋아하는 것이 진유경과 같을 리가 없었다.그래서 진유경은 절대 손대지 않았던 밀크티와 컵케익 같은 반대되는 것을 사 왔다.뜻밖에도 그것들은 모두 고은영에 매우 좋아하는 것들이었다.“고마워요.”고은영도 사실 배가 살짝 고프던 참이었다.비록 입맛은 없었지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고은영은 거의 아무
저녁에 배준우가 와서 고은영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고은영은 최근 대부분의 시간을 고은지의 일로 뛰어다녔고 이제는 고희주까지 일이 터져버렸다.비록 두 사람 곁에 사람을 배치해 두었지만 고희주에게 일이 생긴 이후로 고은영은 마음이 편치 않아 병원에서 늘 함께 있고 싶어 했다.“날 집으로 데려가려고 왔어요?”“어.”“싫어요. 난 안 가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자기를 데리러 온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지금 내가 어떻게 병원을 떠나?’비록 고희주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있었지만 만약 고희주가 깨어났을 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면 어쩌나 고은영은 많이 걱정스러웠다.“지금 희주의 곁에 열 명의 간병인이 지키고 있어.”“그래도 난 불안해요.”“불안하다고? 그럼, 네가 쓰러지면 희주와 은지 씨는 어떻게 해? 네가 쓰러지지 않아야 다 돌볼 수 있는 거야.”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번에 배준우가 고용한 사람들은 모두 진청아가 엄선한 사람들이었고 실수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너도 좀 쉬어야 해.”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잘 지내야 희주와 은지 씨도 잘 지낼 수 있어. 응?”“알겠어요.”고은영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또 말했다.“은지 씨 곧 수술할 것 같아. 네가 정신을 차려야 해.”“네, 알겠어요.”수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이제 고은지의 몸 상태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준에 도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지의 몸은 그동안 너무 약해졌다. 억지로 수술을 강행하면 오히려 고은지에게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한편 진호영은 완도에서 밤까지 있었고 진정훈은 이미 일찍 떠났다.진경희가 끝까지 완도에 머물지 않겠다고 고집해서 결국 진윤은 어쩔 수 없이 근처 아파트에서 진경희를 지내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문적인 도우미를 보내 진경희를 돌보게 했다.진경희는
예전에는 진호영이 그런 환경에서 지내며 이해 능력과 지능이 모두 진정훈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진정훈은 이해 능력과 지능이 완전히 바닥이었다.이런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사회생활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돈 덕분에 진호영의 옆에 하루살이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 것 같았다.“형.”“진유경이 도대체 뭔데? 나한테 진유경의 일을 신경 써 달라는 거야? 진유경이 죽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인데?”진호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안색이 이 순간 더욱 창백해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윤을 바라보았다.진호영은 진윤이 이렇게 독설을 내뱉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유경이가 뭐냐고? 지금 형은 유경이를 물건 취급하는 거야? 아니. 형은 왜 이러는 거지?’“꺼져.”진윤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고 전례 없던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늘 진경희만 아니었다면 진윤은 진호영이 와도 집에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이 쓰레기 같은 자식. 그동안 이상한 사람들과 어울리더니 완전히 망가졌네. 제대로 된 가치관도 없는 것 같네.’진호영은 진윤의 위협적인 말투를 듣고 하려던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진호영도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진정훈이 지금 진유경에게 어떤 태도인지 진호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진호영은 이미 부탁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진정훈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그래서 진호영은 그동안 집안일에 관심이 없었던 큰형 진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았다. 그런데 이제 진호영도 모든 것을 깨달았다.“형과 둘째 형은 진하면서 난 친동생으로 생각하지도 않지? 다들 내가 뭘 해도 틀렸다고 생각하지?”진호영은 반항적인 아이처럼 진윤을 바라보며 억울함을 토해냈다.원래도 거친 숨을 뱉어내던 진윤은 진호영의 말에 더욱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진윤은 결국 화가 나서 진호영을 발로 찼다.“이 멍청한 녀석아.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형은 유경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난 오랜 세월 유경이와 함
진호영은 현재 정말로 막다른 길에 몰린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진윤에게 이렇게 무모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진윤은 진호영을 바로 내쫓으면서 다시는 완도에 오지 말라고 했다.만약 또 오면 올 때마다 때리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진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윤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진윤은 온몸을 감싸고 있던 차가운 기운을 걷어내며 윤설에게로 다가가 바람에 흩날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놀랐어?”윤설이 말했다.“저 사람은 네 친동생이야.”“멍청한 녀석, 반항기라서 좀 때려줘야 해.”진윤의 무심한 말에 윤설은 말문이 막혔다.‘이미 어른이 다 되었는데 반항기라니. 그리고 좀 때려줘야 한다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사실 윤설은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방금 진윤이 진호영을 혼내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자신들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떠올랐다.만약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진윤의 성격에 때려서라도 말을 들을 때까지 혼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무슨 생각해?”윤설이 아무 말도 없자 진윤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제야 윤설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약간 망설이며 진윤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진윤이 물었다.“왜?”“우리 아이는 때리면 안 돼.”“뭐?”“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때리면 안 돼.”윤설의 단호한 말에 진윤은 잠시 멍해졌다.‘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보호하는 건가? 태어나면 윤설 마음이 완전히 아이 쪽으로 기울겠지?’여기까지 생각한 진윤은 한숨을 내쉬며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 이상 사라졌다.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설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듣고 있는 거지?”‘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이제 보니 이미 아이에게 마음이 기울었구나?’진윤은 윤설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나는 네가 자기를 때리지 말라고 할 줄 알았어.”진윤의 말에 윤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정 폭력?’방금 진윤의 모습은 정말 가정폭력을 일으킬 수 있는 남자처럼 보였다.이 말을 듣고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