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점심시간 완도에서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오지 않았지만 진정훈과 진호영은 도착해 있었다.진정훈은 진경희를 보자마자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외할머니.”오늘 잃어버린 손녀를 만날 수 있을 거라 했지만 고은영이 오지 않자 진경희는 조금 실망한 듯했다.진경희는 진정훈을 보자 바로 그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이 자식아, 나중에 너한테 따질 게 한가득해.”“할머니 저한테 따지실 게 아니에요. 따질 사람은 따로 있다고요.”진정훈은 코웃음을 치며 화살을 바로 진호영에게 돌렸다.진정훈은 비록 정가 마을에서 고은영을 괴롭히긴 했지만 사건이 밝혀진 뒤에는 계속해서 보상하려 애썼다.가족 간의 친밀함과 거리감을 구분할 줄 아는 진정훈은 어떤 누구처럼 무책임하지 않았다.갑자기 표적이 된 진호영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진호영은 외할머니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자상한 할머니이니 말이 잘 통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진호영이 말을 꺼낼 수나 있을까?“외할머니.”진호영은 기운 없이 입을 열었다.시골에 살던 진경희도 강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진경희는 진호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찌 됐든 자기 외손자였기에 지금은 진호영과 따질 힘도 없었다.“그 아이 문제는 해결됐니?”진경희의 질문에 진윤이 대답했다.“그 문제는 계속 정훈이가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돼요.”진윤은 진정훈의 일 처리에 대해서 백 퍼센트 안심했고 그가 무모한 짓을 할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다.현재 직면한 사람들과 상황은 특별히 온화하게 대할 필요가 없었기에 진윤은 진정훈이 마음껏 일을 처리하게 놔두었다.진정훈이 일을 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진경희는 진정훈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은영이 별채에 불을 지른 사람은 이미 감옥에 보냈고 진씨 가문 쪽은 아직 복잡해서 은영이가 바로 돌아올 수는 없어요. 다른 문제들도 제가 다 처리했어요.”“빨리 해결해. 그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말
‘이 아이를 사 온 건 맞지만 아 아이도 어쩔 수 없었겠지. 어느 여자가 자기를 팔려고 할까?’윤설은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말했다.“방해라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할머니. 저희가 할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내가 늙어도 몸은 아직 튼튼해. 정말 안 되면 정설호네 집에서 지내면 돼.”정설호는 고은영의 선생님이었다.진경희와 정설호도 미묘한 인연으로 엮여 있었다.정설호와 진경희는 동창이었고 고은영을 키운 할머니와도 아는 사이였다.더욱이 그 시절 진경희는 고은영을 키워준 할머니와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젊었을 때 시골에 내려가 지냈을 때 두 사람은 심하게 싸우기도 했다.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자신의 외손녀를 키우게 되고 죽기 전에 고은영을 정설호에게 부탁하게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한편 고은영은 계속 병원에 있었다.오후에 진정훈은 간식까지 사 들고 병원에 찾아왔다.고은영은 진정훈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했다. 진정훈은 고은영의 마음을 알아채고서는 조금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내가 악귀라도 되니? 내 얼굴을 보니까 둘째 오빠라고 못 부르겠어?”비록 진정훈은 고은영이 자기를 둘째 오빠라고 부르길 간절히 바랐지만 고은영은 아직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 있다는 걸 알기에 그는 오빠로서 너그럽게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진정훈은 손에 든 간식을 고은영에게 내밀며 말했다.“자.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사 왔어. 근데 그 여자가 좋아하는 건 안 샀어.”진정훈이 말하는 그 여자란 진유경을 뜻했다.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원래도 잘 몰라 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진유경이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곤 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고은영이 좋아하는 것이 진유경과 같을 리가 없었다.그래서 진유경은 절대 손대지 않았던 밀크티와 컵케익 같은 반대되는 것을 사 왔다.뜻밖에도 그것들은 모두 고은영에 매우 좋아하는 것들이었다.“고마워요.”고은영도 사실 배가 살짝 고프던 참이었다.비록 입맛은 없었지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고은영은 거의 아무
저녁에 배준우가 와서 고은영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고은영은 최근 대부분의 시간을 고은지의 일로 뛰어다녔고 이제는 고희주까지 일이 터져버렸다.비록 두 사람 곁에 사람을 배치해 두었지만 고희주에게 일이 생긴 이후로 고은영은 마음이 편치 않아 병원에서 늘 함께 있고 싶어 했다.“날 집으로 데려가려고 왔어요?”“어.”“싫어요. 난 안 가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자기를 데리러 온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지금 내가 어떻게 병원을 떠나?’비록 고희주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있었지만 만약 고희주가 깨어났을 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면 어쩌나 고은영은 많이 걱정스러웠다.“지금 희주의 곁에 열 명의 간병인이 지키고 있어.”“그래도 난 불안해요.”“불안하다고? 그럼, 네가 쓰러지면 희주와 은지 씨는 어떻게 해? 네가 쓰러지지 않아야 다 돌볼 수 있는 거야.”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번에 배준우가 고용한 사람들은 모두 진청아가 엄선한 사람들이었고 실수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너도 좀 쉬어야 해.”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잘 지내야 희주와 은지 씨도 잘 지낼 수 있어. 응?”“알겠어요.”고은영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또 말했다.“은지 씨 곧 수술할 것 같아. 네가 정신을 차려야 해.”“네, 알겠어요.”수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이제 고은지의 몸 상태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준에 도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지의 몸은 그동안 너무 약해졌다. 억지로 수술을 강행하면 오히려 고은지에게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한편 진호영은 완도에서 밤까지 있었고 진정훈은 이미 일찍 떠났다.진경희가 끝까지 완도에 머물지 않겠다고 고집해서 결국 진윤은 어쩔 수 없이 근처 아파트에서 진경희를 지내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문적인 도우미를 보내 진경희를 돌보게 했다.진경희는
예전에는 진호영이 그런 환경에서 지내며 이해 능력과 지능이 모두 진정훈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진정훈은 이해 능력과 지능이 완전히 바닥이었다.이런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사회생활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돈 덕분에 진호영의 옆에 하루살이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 것 같았다.“형.”“진유경이 도대체 뭔데? 나한테 진유경의 일을 신경 써 달라는 거야? 진유경이 죽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인데?”진호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안색이 이 순간 더욱 창백해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윤을 바라보았다.진호영은 진윤이 이렇게 독설을 내뱉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유경이가 뭐냐고? 지금 형은 유경이를 물건 취급하는 거야? 아니. 형은 왜 이러는 거지?’“꺼져.”진윤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고 전례 없던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늘 진경희만 아니었다면 진윤은 진호영이 와도 집에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이 쓰레기 같은 자식. 그동안 이상한 사람들과 어울리더니 완전히 망가졌네. 제대로 된 가치관도 없는 것 같네.’진호영은 진윤의 위협적인 말투를 듣고 하려던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진호영도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진정훈이 지금 진유경에게 어떤 태도인지 진호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진호영은 이미 부탁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진정훈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그래서 진호영은 그동안 집안일에 관심이 없었던 큰형 진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았다. 그런데 이제 진호영도 모든 것을 깨달았다.“형과 둘째 형은 진하면서 난 친동생으로 생각하지도 않지? 다들 내가 뭘 해도 틀렸다고 생각하지?”진호영은 반항적인 아이처럼 진윤을 바라보며 억울함을 토해냈다.원래도 거친 숨을 뱉어내던 진윤은 진호영의 말에 더욱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진윤은 결국 화가 나서 진호영을 발로 찼다.“이 멍청한 녀석아.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형은 유경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난 오랜 세월 유경이와 함
진호영은 현재 정말로 막다른 길에 몰린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진윤에게 이렇게 무모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진윤은 진호영을 바로 내쫓으면서 다시는 완도에 오지 말라고 했다.만약 또 오면 올 때마다 때리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진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윤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진윤은 온몸을 감싸고 있던 차가운 기운을 걷어내며 윤설에게로 다가가 바람에 흩날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놀랐어?”윤설이 말했다.“저 사람은 네 친동생이야.”“멍청한 녀석, 반항기라서 좀 때려줘야 해.”진윤의 무심한 말에 윤설은 말문이 막혔다.‘이미 어른이 다 되었는데 반항기라니. 그리고 좀 때려줘야 한다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사실 윤설은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방금 진윤이 진호영을 혼내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자신들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떠올랐다.만약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진윤의 성격에 때려서라도 말을 들을 때까지 혼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무슨 생각해?”윤설이 아무 말도 없자 진윤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제야 윤설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약간 망설이며 진윤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진윤이 물었다.“왜?”“우리 아이는 때리면 안 돼.”“뭐?”“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때리면 안 돼.”윤설의 단호한 말에 진윤은 잠시 멍해졌다.‘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보호하는 건가? 태어나면 윤설 마음이 완전히 아이 쪽으로 기울겠지?’여기까지 생각한 진윤은 한숨을 내쉬며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 이상 사라졌다.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설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듣고 있는 거지?”‘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이제 보니 이미 아이에게 마음이 기울었구나?’진윤은 윤설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나는 네가 자기를 때리지 말라고 할 줄 알았어.”진윤의 말에 윤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정 폭력?’방금 진윤의 모습은 정말 가정폭력을 일으킬 수 있는 남자처럼 보였다.이 말을 듣고 윤
진성택은 오늘 병원에서 아예 돌아오지 못했다.원래는 병원에 투석을 받으러 갔다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와야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걸 보면 진성택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진성택의 얘기가 나오자 진호영은 더욱 슬펐다.“아빠의 건강이 그렇게 안 좋으신 거예요?”“병원에서 계속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을 찾고 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 네 아버지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이 말을 할 때 김영희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가득했다.진호영은 이 말을 듣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그는 진성택의 병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호영아, 지금 너희 아버지가 가장 걱정하는 건 유경이야. 네가 어떻게든 좀 방법을 찾아보면 안 되겠니? 너에게는 친구들이 많잖아.”평소에는 진호영이 밖에서 어울리는 친구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김영희는 이제 그 친구들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진호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다 해봤다고 말하려 했지만 김영희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지금 나와 네 아버지 옆에는 너밖에 없어.”김영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말속에는 더 깊은 고통이 담겨 있었다.이 말을 들은 진호영은 진윤과 진정훈에 대한 원망이 더 커졌다.‘왜 하필 형들은 집안에 갈등을 일으키는 거지? 고은영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왜 굳이 유경이와 싸우는 거야?’이런 생각이 들자 진호영은 자연스레 고은영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한편 고은영은 배준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배준우는 일어나서 고은영을 깨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은영이 너무 피곤해해서 배준우도 오랜만에 얌전하게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잠만 잤다.배준우는 고은영이 푹 자길 바랐지만 결국 실망하고 말았다.아침 9시에 병원에서 결려온 전화에 고은영은 바로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비몽사몽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사모님, 안녕하세
고은영은 의사 사무실 안에 있었다.고은영은 서민혁의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얼어붙은 채 의자에 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민혁을 바라보았다.서민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런 사고가 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쪽 병원에서 남은 약값을 환불해 드릴 겁니다.”서민혁의 말에 고은영은 심호흡하며 다소 멍한 상태로 말했다.“죽었다고요? 어떻게 죽을 수 있어요?”고은영은 지금 머릿속이 윙하고 울려 자기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방금 서민혁이 말하길 그 기증자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다고 한다.병원에 실려 갔지만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고 했다.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병원에서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견디지 못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기증자와 그의 어머니가 모두 사망한 것이다.“언제 이런 일이 생긴 거죠?”고은영이 숨을 헐떡이며 묻자 서민혁이 대답했다.“오늘 아침 6시에 기증자분이 어머니의 아침을 사러 가던 중 일어난 사고입니다.”고은영은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는 느낌에 아무 말 없이 숨을 헐떡였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모두 끝났어. 기증자가 죽었어. 그것도 3시간 전에.’고은영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지만 기증자만은 지켜내지 못했다.고은영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호흡은 더욱 고통스러워졌다.‘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하늘은 정말 언니에게 살아갈 길을 주지 않으려는 건가? 분명 이제 곧 수술할 수 있다고 했는데.’10분 뒤 고은영은 어떻게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배준우가 이런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아 올렸지만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니 지금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눈을 뜨며 말했다.“준우 씨.”“응.”“이 일은 절대 사고가 아닐 거예요.”고은영은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말문이
배준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금부터는 이 일에 신경 쓰지 마.”“뭐라고요?”“이 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배준우가 말했다.그는 량천옥같은 여자는 만만한 상대만 골라 괴롭힌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가 반응할수록 량천옥은 더 끈질기게 달라붙을 것이고 이번 일도 고은영이 그런 함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코를 훌쩍이며 멍하니 있었다.분명히 최근 며칠 동안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손으로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무사할 거야, 응?”“진짜로요?”“그럼, 당연하지. 날 믿지 않니?”“고마워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순간, 그녀는 배준우 외에 기댈 곳이 없었다.배준우는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날 믿으면 돼.”고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 모습을 본 배준우는 마음이 아파왔다.비록 고은영에게 이제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시간이 날 때마다 병원을 오가며 고은지와 고희주를 찾았지만 고은지 앞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은지가 고희주의 상태에 대해 물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고은지가 찾지 않는다고 해서 고은영은 찾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결국 셋째 날 아침, 고은영은 고희주의 병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의사가 그녀에게 고희주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이 말을 듣고 고은영의 마음은 칼에 베이듯 아파왔다. 옆에 있던 안지영은 분노에 차 말했다.“량천옥, 그 악질 같은 여자가 정말 너무하는군! 이번엔 꼭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하지만 고은영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깨어나지 못한다는 건 그 아이가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앞으로 깨어날 수 있을지는 기적에 달려 있었다.기적이라는 단어를 듣자 고은영은 안지영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안지영은 량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