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회사에 가기 전까지 고은영에게 계속 오늘 집에 있으라고 당부했다.고은영도 배준우의 말에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배준우가 나서자마자 본가의 집사님께서 하원 별장으로 왔다."회장님께서 도련님을 데리고 오지 못하면 고은영씨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집사가 고은영에게 말했다.전에 배준우 본가의 사람들은 전부 고은영의 출신을 얕잡아 봤었지만 지금은 배준우가 두려워 고은영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배준우가 고은영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그들이 모두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그랬기에 집사도 고은영에게 공손하게 말했다.고은영은 배항준 회장님께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곤 고민에 빠졌다.그때, 진 씨 아주머니께서 집사에게 다가가 말했다."그건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사모님께서 어제 열이 나셔서 도련님께서 저한테 약을 달이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사모님께도 오늘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집사가 조금 난감한 얼굴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그 표정을 보니 배항준이 집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고은영을 데리고 오라고 한 것 같았다.배준우를 데리고 가든 고은영을 데리고 가든 집사는 둘 중 한 사람을 무조건 데리고 가야 했다.배준우가 어떤 성질인지 집사는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동영 그룹으로는 가지 못하고 하원 별장으로 와 고은영을 데려가려고 했다.그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어제 말했던 상금이 생각났다."제가 갔다가 오기만 하면 되는 거죠?"집사는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제가 직접 다시 여기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지만 진 씨 아주머니께서 고은영을 막았다."안 돼요, 사모님. 병원은 바이러스가 많은 곳이에요. 어제 열도 나셨는데 도련님께서 이 사실을 알면 분명 화내실 겁니다."진 씨 아주머니도 배준우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그랬기에 늘 그의 말을 따라줬다. 고은영이 배준우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주머니까지 피곤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은영은 진 씨 아주머니의 만류에도
고은영은 다음부터 배준우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돈도 못 벌고 억울함을 혼자 삼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정말 보너스 안 주는 거예요?"고은영이 전화를 끊기 전, 다시 물었다.배준우는 조심스러운 그녀의 목소리를 듣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이 여자, 돈을 참 잘 밝힌단 말이지.분명히 무서워하면서도 이런 말을 물어보고 있으니, 역시 그녀의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는 건 돈밖에 없다고 배준우는 다시 생각했다. "한 시간 뒤에 데리러 갈게."배준우가 한결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상금에 대해서는 준다는 말도 안 준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더니 억울함에 눈시울을 붉혔다.배준우는 아무 대답도 없는 그녀를 기다리다 다시 물었다."내가 데리러 가는데 싫어?"강성에서 배준우의 조수석에 앉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고은영은 배준우보다 1000만 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네, 그럼 빨리 오셔야 돼요."배항준 회장은 고은영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길어지면 그녀는 자신의 심장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빨리 오라고 하는 고은영의 말을 들으니 배준우 마음속을 차지했던 불만이 조금 사라졌다."알았어."배준우와의 통화를 끝낸 고은영은 병원에 도착했다.그녀는 오는 길 내내 불안했다. 어제 배준우가 이 임무를 줬을 때, 그녀는 고액의 상금만 생각하고 자신이 배항준도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동영 그룹의 회장님이었던 배항준은 아직도 위엄이 가득했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 임무를 받을 생각을 한 것인지 순간 후회스러웠다. 고은영은 생각할수록 긴장 되어 손에 땀이 찼다.그리고 VIP 병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을 때, 집사가 고은영을 데리고 배항준의 병실로 들어갔다.병실에는 량천옥도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이제 쉰이 되어 보이는 여자와 젊은 여자 하나도 있었다.량천옥은 고은영을 보자마자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전에 고은영을 만나 당했던 것들이 기억난 듯했다."사모님, 들어가
고은영을 바라보는 배항준의 눈빛도 더욱 날카로워졌다.그리고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말했다."눈치가 있으니 이제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저 카드 가지고 꺼져."집사까지 보내 자신을 병원까지 데리고 온 이유가 배준우의 곁을 떠나게 하기 위해서였다니.배항준의 말을 들은 량천옥의 표정이 득의양양해졌다.전에 그렇게 당당하게 굴던 고은영이 배항준을 보자마자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굴고 있었기 때문이다.동영 그룹은 지금 배준우의 것이지만 그 누구도 감히 배항준을 무시할 수 없다.배항준만 나선다면 그녀는 고은영이 얌전하게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은영은 자신을 협박하는 배항준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고은영의 말을 들은 량천옥과 배항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옆에 있던 젊은 여자도 놀란 눈으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고은영이 지금 배 회장님을 거절한 것인가?강성에서 그 누구도 배항준 회장님을 거절하지 못한다.그런데 고은영이 감히 그를 거절하다니?배항준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져 고은영에게 따져 물었다. "지금 감히 뭐라고 했어?"고은영은 그 기세에 눌려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떠나게 하려면 일단 배준우한테 말씀해 보셔야 해요.""배준우한테 말했음 우리가 너한테까지 찾아왔겠어?"량천옥이 화가 나서 말했다.배항준은 입원을 한 뒤로 계속 배준우를 만나려고 했지만 배준우는 병원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배항준은 다시 고은영을 바라봤다. 자신을 거절하는 고은영의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너, 너 정말…""어르신, 화내지 말고 진정하세요."배항준이 화가 나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본 량천옥이 얼른 그를 다독였다.옆에 있던 젊은 여자도 배항준을 위로했다."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몸 상해요.""지금 당장 배준우 그 자식 불러와!"배항준이 화가 나서 말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곤 놀라 몸을 떨었다. 그녀는 배항준이
이미월이 휴대폰을 들더니 다시 득의양양한 얼굴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그리고 속으로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복도로 나와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영은 연애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자신에 대한 이미월의 적의와 배 씨 집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은연중에 무언가를 깨달았다.머지않아, 복도에서 이미월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휴대폰 너머의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다정하게 대답했다."응, 기다릴게.""준우 병원으로 온대?"이미월이 들어오자 량천옥이 물었다."네, 지금 병원으로 온대요."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생각에 잠겼다.배준우와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설마 배준우의 첫사랑!? 그렇게 되면 200억이 금방 자신의 것이 되는 게 아닌가?그 생각을 하니 고은영은 기분이 좋아졌다.이미월이 다시 득의양양한 얼굴로 고은영을 바라봤지만 고은영은 그저 그녀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이미월이 고은영을 보던 시선을 거두더니 다시 배항준을 보며 말했다."아버님, 준우 이제 온다고 하니까 화내지 마세요. 네?""그래, 그래도 미월이가 철이 들었구나. 너도 그래, 왜 외국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어서 준우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게 만든 거야?!"고은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미월이 정말 배준우의 첫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곧 배준우가 이런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처음으로 그의 안목에 의심을 품었다."아버님~"이미월이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배항준을 불렀다. 그녀는 배 씨 집안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잔뜩 신이 난 듯했다."저는 이제 가봐도 될까요?"그때 고은영이 물었다.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그녀 때문에 사라졌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량천옥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쏘아보더니 다시 배항준에게 말했다."제가 고은영이랑 다시 얘기해 볼게요.""그래."배항준이 고은영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에게 등을
량천옥은 정말이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반응인지. 남편인 배준우의 첫 여자가 이미월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고작 저런 반응밖에 안 보이다니.량천옥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상대하기 힘든 사람은 고은영이 처음이었다.고은영은 그녀와 상극인 듯했다."물어볼 필요 있어?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방금 전 미월이가 전화했을 때 바로 오겠다고 했겠어?""그렇긴 하네요, 그럼 저는 배준우의 말에 따를게요."배준우에게 묻겠다니, 고은영은 모든 것을 배준우에게 선택권을 줬다. 그녀는 정말 배준우의 마음속에 누가 있든지 상관없는 걸까?량천옥은 이것을 계기로 고은영을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고은영에게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그녀를 상대하기엔 정말 너무 힘들었다.이미월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찰나, 병실 안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들려왔다.그리고 량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항준아, 항준아! 의사, 어서 의사 불러와!"그 목소리를 들은 량천옥이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의사들도 병실로 모여들어 순간, 병실은 어지러워졌다."어르신, 어르신 왜 그래요? 정신 차려봐요, 제발!! 나 혼자 버려두고 떠나지 마."량천옥이 소리쳤다.몇 분 뒤, 배항준을 실은 침대가 응급실로 옮겨졌다.고은영은 그 모습을 보곤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대었고 배준우는 도착하자마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그리고 고은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량일이 화가 난 얼굴로 고은영을 욕하기 시작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 아무리 불만이어도 그렇지 항준이한테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아직 아픈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제가 뭐라고 했는데요?"고은영도 갑자기 화가 났다.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그녀는 배준우가 한 말을 따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녀는 자기 탓을 하는 눈앞의 이들이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량일은 고은영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항준이가 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해도 지금 이렇게 화가 나게 해서는 안 되지, 그래도 준우 아빠
곧이어 이미월의 가녀린 몸이 배준우의 품속에 안겼다.고은영은 그 모습에 화가 났지만 결국 하려던 말을 모두 참아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화가 난 그녀가 쿵쿵거리며 걸은 탓에 발등의 상처가 다시 갈라져 다급하게 숨을 들이켰다.억울함과 고통에 고은영은 눈물을 떨궜다.배준우도 그런 고은영을 보곤 얼굴을 굳혔다.하지만 고은영은 고통을 참아내고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올라탔다.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니 방금 전, 상처가 많이 갈라진 듯했다.이미월은 고은영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배준우를 보곤 그의 옷깃을 끌어당겼다."준우야, 우리 아버님 보러 가자.""그래, 준우야. 방금 네 아버지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어. 얼른 가보자."하지만 이미월의 말이 끝나자마자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이미월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배준우가 절뚝거리는 고은영에게 다가갔다."준우야…"이미월이 배준우를 불렀지만 배준우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처럼 발걸음을 재촉해 고은영에게 다가갔다.그리고 고은영이 탄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던 찰나, 배준우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배준우가 고은영을 안아 들었고 순간 중심을 잃은 고은영이 소리를 질렀다.결국 그녀는 배준우의 목을 안을 수 밖에 없었다."뭐 하는 거예요?"배준우는 대답 없이 그녀를 안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분명 욕을 먹은 이는 고은영이었지만 배준우가 더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그 순간, 고은영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뭐가 그렇게 억울해?"배준우가 서럽게 우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고은영이 서럽게 소리쳤다."배 대표님께서 화나게 하라고 해서 뜻대로 한 거에요. 그리고 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저를 욕하는 건데요?"량일과 이미월을 생각하니 고은영은 화가 났다."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배준우가 고은영을 고쳐 안으며 묻자 고은영이 숨을 멈췄다.그리고 차가운 배준우의 눈을 마주하자마자 모든 분노가 사라지고 말았다."대표님
여리여리하고 연약해 보이는 그의 첫사랑, 고은영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그 눈빛.고은영은 생각할수록 분했다.배준우는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래도 고자질한 게 아니야?”“진짜로 나한테 못되게 굴었다고요.”고은영은 구시렁거렸다.그녀의 말이 다 사실인데도 배준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됐지?”무슨 뜻이지?마치 고집부리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이다. 사실이 뭐든 그다지 중요치 않은 듯한, 지금 배준우의 말투가 고은영에겐 그런 의미로 들렸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아 차에 태웠다. 배준우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거라는 고은영의 예상과는 달리 배준우도 같이 차에 탔다.고은영이 물었다.“다시 안 가보세요...?”“내가 갔으면 좋겠어?”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고은영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배준우가 왜 항상 이런 차가운 모습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설령 회장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기 인생을 허비하면서까지 불행하게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친모와 자신의 관계처럼 말이다. 고은영은 친모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화가 나는 것 외에는 평소에는 잘 먹고 잘 자고, 집도 장만하여 잘살고 있었다. 자신에게 안 좋은 영향만 끼치는 사람에게 영향받으며 불행하게 사는 게 싫었다.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까 의사들이 엄청 많이 왔길래 상황이 좀 심각한 것 같아서요.”배준우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자신은 단지 어떤 상황인지만 전달하고 갈지 말지는 배준우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우물쭈물한 태도에 코웃음치고는 나태웅에게 말했다.“하원 별장으로 가.”“네.”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대로 차가 출발하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 배준우가 아예 안 가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도대체 회장님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크면 이럴까? 하긴 량천옥
고은영은 이 돈을 기분 좋게 받았다.고은영이 좋아하는 모습에 배준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병원에서의 어두운 기운도 많이 사라졌다.병원. 이미월과 량일은 제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배준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수없이 열리고 닫혔지만, 배준우의 모습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이미월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량일은 재빨리 위로를 건넸다.“거봐, 전에 천옥이가 말했었잖니, 걔가 보통 애가 아니라고. 네가 내 말을 곧이 듣지 않고 계속 외국에서 시간 낭비한 거야.”이미월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까 배준우 앞에서 보여준 여리고 연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고 오만한 모습뿐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량일은 또 한마디 했다.“걔들 결혼식 날도 얼마 안 남았어.”결혼식?결혼식이란 세글자가 이미월의 가슴을 더욱 세게 찔렀다. 이미월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예전에 제가 예술을 한다고 마음에 안 들어 하셨죠. 근데 지금은 웬 시골 계집애가 배 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더 안타까우시겠네요?”“너...”순간 량일의 표정이 굳어졌다.이미월의 말도 틀린 건 없었다.고은영이 나타나기 전까지 량천옥에게 이미월은 아무 쓸모도 없는 그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배준우와 고은영의 사이가 점점 깊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이미월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고은영과 이미월 사이에서 굳이 선택한다면.... 당연히 이미월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월은 차가운 비웃음만 남기고 몸을 돌려 응급실 쪽으로 걸어갔다.오만한 이미월의 뒷모습에 량일의 얼굴엔 음험한 기운이 드리웠다. 하지만 별말 않고 이미월의 뒤를 따라 응급실로 갔다. 량천옥이 혼자 응급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미월과 량일이 돌아오자 량천옥이 물었다.“그 계집애 쫓아 보냈어?”아까는 열심히 배항준의 곁을 지키느라 병실 문 앞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배준우가 왔다 갔다는 것도 말이다. 지금 고은영을 쫓아 보냈는지에 대한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