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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예나는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현석은 쌍둥이인 형이 왜 거리낌 없이 집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중간에서 어머니는 틀림없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이미 남천을 선택한 이상 현석도 더 이상 어머니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일단 병원에 가서 약부터 바꾸자”

현석은 예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 밖으로 나갔다.

예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표정이 더없이 복잡했다.

모자간의 원한, 껄끄러운 형제 사이에 예나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이 막 입구에 도착하자 뒤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왔어?”

정지숙의 허약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예나와 현석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정지숙은 외투도 걸치지 않고 맨발로 계단 카펫을 밟고 있다.

얘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정지숙은 침착했으나 마스크를 쓰고 있는 현석을 보자마자 와르르 무너졌다.

순간 굳어지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너 현석이야? 우리 현석이 죽지 않았구나!”

정지숙은 비틀거리며 계단에서 뛰어내려 현석을 품에 안았다.

예나는 묵묵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현석은 정지숙이 안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몇 초 지나서야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천의 행방부터 물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남천의 말이 나오자마자 정지숙은 두 눈을 부릅떴다.

“네 형 어떻게 한 거야?”

그러자 현석의 입가에 비꼬는 웃음이 일었다.

“현석아, 이러지 마.”

정지숙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너도 남천이도 엄마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이다.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냐. 너희들한테 사고가 생기면 가장 아픈 사람은 이 어미다.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그렇게 아프셨으면 왜 한 번도 저를 찾으러 오지 않으셨어요?”

현석은 조용히 말했다.

“저를 찾아오고 집으로 데리고 온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예나랑 아이들이에요. 당신 같은 사람은 저의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어요.”

현석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아이들이 장난치며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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