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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차단?

제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소 어두워진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조금 외로워 보였다.

‘송예은은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정말 내가 싫은 건가?’

제훈이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에 잠겼다. 도예나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면 제훈의 눈에 담긴 혼란과 당황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도예나의 말대로 제훈은 신의 아들이라 어릴 때부터 똑똑해 단 한 번도 패배의 쓴맛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정말 찾아온 패배의 쓴맛에 제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예은의 핸드폰을 해킹해 제 번호의 차단을 푸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고 이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예은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예은이 정말 본인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

제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아래층에 선 제훈은 말없이 불이 켜진 방을 올려다보며 침묵했다.

그와 동시에, 예은은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얼굴에 붙여둔 팩은 말라버렸고 족욕 물도 차게 식어버렸다.

“안돼! 내 얼굴!”

예은은 빠르게 팩을 떼고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했다. 다고 건조해진 얼굴을 만지며 예은은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

팩은 오래 하면 할수록 보습은커녕 오히려 더 안 좋은 효과가 생겼다.

배우는 얼굴로 밥 먹고 사는 건데.

예은은 말없는 울부짖은 끝에 다시 보습 스킨부터 얼굴에 발랐다. 머리에 얹어둔 수건을 풀자, 머리카락은 어느새 물기가 사라졌고 반쯤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샴푸 향이 풍겼다.

가운 차림의 예은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잠든 예은을 깨운 건 강연이 보낸 메시지였다.

[송예은! 너 괜찮아? 제훈 오빠가 널 괴롭히지는 않았지?]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예은의 손이 뚝 멈춰서고 이어 표정도 경악으로 바뀌었다.

‘제훈 오빠? 설마 그 메시지가 진짜...’

예은이 얼굴을 굳히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빠르게 창문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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