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현석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받고 싶지 않았으나, 작별 인사 없이 떠나는 건 실례라고 생각되었다.통화 버튼을 누르고 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현석 씨, 오빠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하네요. 먼저 가볼게요.”그리고 말 한마디를 보탰다.“다시 날 찾아오지 마세요. 정말 만날 시간 없어요.”내일이면 지연은 성수시로 돌아갔다. 오늘은 돌아가 짐 정리를 해야 했으니, 현석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그래요, 조심해요.”현석은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지연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지연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택시는 빠르게 아파트 앞에 멈춰 섰고, 지연은 빠르게 방안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어제 술에 잔뜩 취해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사실은 점점 더 깊게 빠져들고 있었다.현석 혼자라면 몰라도, 네 아이까지 그녀를 유혹하자, 지연은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강현석은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걸까?’‘왜 네 아이들은 날 이렇게 좋아해 주는 걸까?’성수시에서 3년을 지내며 이렇게 아무 이유 없는 호감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지연은 애써 감정을 짓누르며 짐 정리를 시작했다.옷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민우가 문을 두드렸다.민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섰다.“지연아, 오늘 오전에 어디 갔었어?”“부동산 갔었어요. 왜요?”지연이 짐 정리하며 대답했다.“강씨 그룹 부동산?”“오빠가 어떻게 알아요?”지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기사 떴어.”민우가 핸드폰을 꺼냈다.“지금 성남시 헤드라인이 바로 너와 강현석 씨야.”지연이 깜짝 놀라며 핸드폰을 받아 쥐었다.부동산에서 현석이지연을 안아 드는 찰나 외부인이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동영상도 있었다.[강씨 그룹 대표 강현석, 베일에 감춘 여인과 부동산에서 스킨십.]기사는 성남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댓글은 순식간에 10만을 달성했다.[강씨 그룹 대표가 정말 이혼하긴 했구나. 새 연인인 건가?][저 여자가 너무 부
지연이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두드렸다.몇 년 사이 그녀의 해킹 기술은 더 성장해, 이 정도 문제는 전혀 큰일이 아니었다.인터넷에 남긴 흔적이 있다면, 뭐든지 찾아낼 수 있었다.5 분 뒤, 성남시 최고 미인, 강씨 그룹 사모의 사진이 지연의 눈앞에 나타났다.“세상에, 강씨 그룹 사모와 너랑 똑같게 생겼잖아!”민우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사진 한번, 지연을 한번, 번갈아 보던 민우는 경악을 표했다.지연은 말없이 사진을 쳐다보았다.사진 속 여자는 차가운 눈빛, 빨간 입술,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이고 있었다.완전히 똑같게 생겼다고는 할 수 없어도, 기세가 거의 비슷했다.그제야 왜 강씨 가문 네 아이가 엄마가 되어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자신이 엄마와 많이 닮았었다.그리고 강현석이 왜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결국 자신도 지수처럼, 누군가의 대체자일 뿐이었다.지연은 노트북을 닫고 차가운 눈빛으로 민우에게 말했다.“오늘 저녁 성수시로 돌아가고 싶어요.”원래 계획대로면 내일 아침에 떠날 테지만, 지연은 단 한 순간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나도 같이 가요!”지수가 트렁크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겨우 두 날 사이 지수의 얼굴이 많이 초췌 해졌다. 두 눈은 퉁퉁 부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많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민우가 인상을 쓰고 물었다.“넌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뭔 일이 있었든지 오빠는 아무 상관없잖아요!”지수가 톡 쏘아붙이더니 지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언니, 기사 났더라고요? 네티즌들이 언니랑 강씨 그룹 전 사모랑 닮았다 던데, 그게 사실이에요?”지수의 말이 끝나자, 창밖으로 차 한 대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다.너무 큰 소리에 베란다 앞에 선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운전석에서 검은색 정장의 한 남자가 내렸다. 오후의 햇빛이 그의 온몸으로 흩어졌다.햇빛은 그 사람만 편애하는 건지, 마치 아우라처럼 빛
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예나.’‘전에 잘못 불렀던 그 이름.’‘정말 우연인 걸까?’핸드폰을 내려놓은 지연이 다시 짐 정리를 시작했다.“세상에 장명훈도 왔어요!”어느새 옆에 하얀색 차가 들어섰고, 회색 정장을 입은 명훈이 차에서 내렸다.그는 바로 현석 앞으로 걸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형부.”짧은 한 단어에 많은 마음이 담겼다.현석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예나 씨가 나와 만나고 싶지 않아 해. 다른 방법이 있을까?”명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신자를 확인한 지수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면 그렇지. 명훈 오빠가 날 버릴 리가 없어.’조금 기다린 후에 지수가 전화를 받았다.“네, 여보세요?”차가운 척했지만, 기쁜 마음이 묻어난 목소리였다.“저예요. 장명훈.”여전히 낮고 다정한 목소리였다.두 날 동안 명훈 때문에 망가졌지만, 지수는 또 명훈의 목소리에 힐링 했다.머리를 배배 꼬며 입꼬리를 올렸지만, 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람 착각했다면서요. 왜 저한테 연락하는 거예요?”명훈이 말했다.“한번 만나고 싶어서요.”지수의 머릿속에 폭죽이 펑 터졌다.더 이상 입꼬리를 숨길 수도 없었고, 결국 웃음을 터뜨린 지수는 민우와 지연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다.“그래요, 올라와요. 하지만 3분만 시간 줄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수는 무심결에 베란다 아래를 바라보았으나, 방금까지 서있던 두 사람이 어느 샌가 사라져 버렸다.지수는 핸드폰을 들고 빠르게 문을 열었다.“명훈 오빠.”지수는 목이 메어왔다.“강, 강현석 씨는 왜?”현석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집 안에 들어섰다.거실 입구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지연이 보였다.지연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언젠간 꼭 직면해야 할 일이었다.현석이 자신을 찾아낼 방법은 수천수만 가지였으니.고개를 든 지연이 현석과 시선을 마주했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주변 공기가 조
방안에 석양이 비춰 들고, 방 안은 온통 오렌지 빛이었다.지연은 창가에 서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강현석 씨, 저한테 하실 말씀이 뭔가요?”“저도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어요. 하지만 제 진심을 믿어줘요. 네티즌들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천천히 진심을 담아 말했다.지연은 그가 이렇게 솔직하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 오히려 회피할 줄만 알았는데…….지연이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를 지었다.“호기심에 사모님 사진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저와 사모님이 정말 많이 닮았 더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실 건가요?”그녀의 말에 현석은 침묵했다.수천억이 오가는 프로젝트에서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던 현석이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했다.‘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어떻게 말해.’‘사실을 알아버린다면 4년 전 기억이 돌아올까?’‘그러다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면 또 어떡하지?’‘차라리 모든 기억을 다 잃어도, 다시 그런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죄송합니다, 강현석 씨. 제가 너무 사적인 질문을 했나 보군요.”지연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제가 사모님과 닮았다는 이유로, 강현석 씨의 애정을 받다니,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어요.”현석이 말없이 지연을 바라보았다.지연의 까만 눈동자로는 아무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고개를 다시 돌린 지연이 말했다.“강현석 씨, 이만 돌아가 주세요. 쉬고 싶네요.”“지연 씨,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 말만 기억해 줘요.”현석이 잠시 뜸을 들였다.“사랑해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사랑해요.”현석은 지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방을 나섰다.거실에서, 장명훈은 여전히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지수는 자신이 못생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연의 등장 이후로,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성수시에서도, 성남시에
‘설마 정말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지수가 고개를 돌려 민우를 바라보았다.“오빠, 명훈 오빠랑 강현석 씨랑 무슨 사이인지 알아요?”최근 들어 민우는 강씨 그룹 사람들과 자주 만났으니, 내부 사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강씨 그룹 사모님이 장씨 가문 첫째 딸이야. 장명훈의 친 누나. 그러니까 강현석 씨는 장명훈의 형부가 되지.”펑!지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휘청거리며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왜 그래?”민우가 황급히 다가가 지수를 살폈다.“아, 아니에요. 괜찮아요.”지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았다.순간, 그녀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지연은, 어쩌면 강씨 그룹 사모일 수도 있었다.그러니 현석이 지연에게 첫눈에 반했고, 명훈이 급하게 집을 찾아왔을 것이다.그런데 지연이 정말 강씨 그룹 사모가 맞다면, 강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4년 동안 지연을 찾아 헤맸다는 것을 의미했다.만약 성남시의 제일 큰 두 가문에게 여씨 가문이 지연에게 한 짓을 들킨다면, 특히 지연을 만나고 첫해의 일을 들킨다면, 여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 났다!지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때, 지연이 트렁크를 끌고 방에서 나왔다.“짐 정리는 다 했어? 이제 갈까?”지연은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지수는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말했다.“네, 다했어요. 가요.”이곳에서 더 지내다 가는 여씨 가문이 지금껏 한 일을 모두 들키고 말 것이다.지수는 부모님에게 어떻게 이 일을 밝힐지 고민되었다.민우가 비행키 티켓을 구매했다.공항으로 도착하니, 직원이 둘을 일등석으로 안내했다.지수가 조금 놀라며 말했다.“오빠가 구매한 건 이코노미석이 아니에요?”그렇게 급하게 티켓을 구매했으니, 일등석은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직원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10분 전, 누군가 두 분의 티켓을 업그레이드시켰어요.”직원의 말이 끝나자, 지수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조심해서 가요.”지수는 마음이 착잡했다.핸드폰을 꼭 쥔 지수의 얼굴에는 아무 표
저녁 9시가 넘어서 비행기는 성수시 공항에 도착했다.여씨 가문은 두 사람이 이 야심한 시간에 돌아올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러니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지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언니는 여씨 저택으로 갈 거예요, 아니면……?”지연이 택시 한 대를 멈춰 세우고, 지수를 도와 짐을 트렁크에 넣으며 말했다.“난 내가 지내던 곳으로 돌아갈 게. 조심해서 돌아가.”지수는 허리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다.지수는 자신이 지연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4년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화목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연이 지수를 보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여씨 가문이 그녀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으니, 지연은 늘 생명의 은혜를 갚기 위해 참고 견뎠다. 하지만 사실상, 이득을 본 건 여씨 가문이었다.지수는 손이 떨렸다.명훈이 이 사실을 안다면, 명훈과 지수는 끝이 날것이다.아니, 어쩌면 명훈과 지수는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지수는 멍하니 창문에 머리를 기대, 빠르게 사라지는 지연을 바라보았다.지연은 바로 다음 택시를 타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그동안 많이 피곤했는지, 그녀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었다.이튿날, 눈을 뜨니 아주 화창한 날이었다.지연은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한 송이 포도 알 같았다.그러다가 지연은 자신이 며칠 동안 잊은 사실을 떠올렸다.눈이 포도처럼 동그랗던 그 여자아이, 송이가 보고 싶어졌다.딱히 할 일도 없었고, 지연은 옷만 갈아입고 보육원으로 향했다.보육원이 쉽게 아이의 정보를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원장 엄마를 구워삶을지 고민하며 보육원 안으로 들어서는데, 지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원장 엄마가 입을 열었다.“어, 전에 송이를 보육원으로 데려다준 그 분이시죠?”원장 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송이가 입양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고가 생겼어요.”지연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사고인데요?”“양부모가 송이를 데리고 놀이공
낯선 목소리에 주선희가 고개를 돌렸다. 주선희는 단번에 지연을 알아보았다.평범한 가정의 주선희는, 얼핏 보아도 부자 같아 보이던 지연이 깊게 인상이 남았었다.입을 벙긋거린 주선희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너무 많이 울었는지, 목소리가 다 쉬었다.만약 송이가 본인의 머리를 감싸지 않았다면,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건 본인이었다.송이를 입양한 지 얼마되지 않았어도, 모녀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송이의 생사가 오가고 있는데, 주선희는 이곳을 한순간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주선희는 이곳에 산송장처럼 앉아있었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지연은 눈물이 갑자기 흘러나왔다.지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물을 숨겼다. 그리고 유리창 밖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아이를 살폈다. 온몸에 각종 기구를 달고 겨우 숨을 내쉬고 있었다.지연은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천천히 주선희에게 물었다.“주선희 씨, 송이 혈액형이 뭐예요?”주선희는 겨우 물 한 모금을 넘기며 말했다.“세상에 몇 없는 희귀한 혈액형이래요. 송이 부모님을 찾아야만 수혈할 수 있을 텐데.”지연의 까만 눈동자가 조금 반짝였다.그러나 감히 주선희에게 말하지는 못하고, 의사를 찾아갔다.의사에게 이곳을 찾은 이유를 말하니, 그녀는 빠르게 혈액형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결과는 20분 정도 걸렸다.지연은 주선희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주선희는 지연이 피를 지혈하고 있는 모습에 당황한 듯 물었다.“여지연 씨, 지금 뭐한 거예요?”“혹시나 해서요.”지연이 등받이 허리를 기대며 물었다.“송이를 살리기 위해 돈을 많이 쓰셨을 것 같아요.”주선희가 고개를 저었다.“돈이 뭐가 중요한가요? 송이만 무사했으면 좋겠어요.”지연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사실 그녀는 조금 더 무서운 생각을 했었다. 주선희가 송이를 파양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그렇게 되면 지연이 순리롭게 송이를 입양할 수 있었다.“의사 그러던데, 하루빨리 수혈하지 않는다면, 우리 송이가 정말 위험
송이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 400ml도 사실 부족했다.하지만 간호사는 지연의 피를 감히 더 채혈하지 못했다.“여지연 씨, 괜찮으세요?”지연은 조금 머리가 어질했다.자꾸 몸이 휘청거려 지연은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송이 살리는 게 더 중요하죠. 계속하세요.”간호사는 큰마음을 먹고 200ml를 더 채혈했다.총 600ml도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만약 의외의 상황이 생긴다면 더 채혈해야 할지도 모른다.간호사가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연락처를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 치료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여지연 씨에게 채혈을 더 부탁드려야 할지도 몰라서요.”지연은 빠르게 연락처를 읊었다.면봉으로 지혈하며 몸을 일으킨 지연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져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간호사는 빠르게 설탕물을 건넸다.“이걸 마시고 잠시 더 누워 계세요.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마시고요.”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600ml 채혈 후 어지럽기 마련이었다. 지연처럼 마른 여성에게는 당연히 더 많은 무리가 갔다.송이가 많이 위험하지 않았다면 간호사는 굳이 이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지연은 설탕물을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분명히 병원을 찾을 때는 아침이었지만, 벌써 저녁이 되어버렸다.간호사가 옆에서 살뜰히 그녀를 살폈다.“여지연 씨, 왜 3년 전 수술한 적이 있다고 밝히지 않으셨나요? 여지연 씨는 이렇게 많은 피를 한 번에 채혈하면 목숨이 위험해진다고요!”지연이 천천히 말했다.“주의 사항에 최근 1년 동안 수술 경험이 없으면 된다고 해서 괜찮은 줄 알았어요.”비록 수혈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지연은 꿋꿋이 했을 것이다.자신이 위험해진다고 해도, 그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무슨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간호사는 조금 의아해졌다.3년 전의 수술이 평범한 수술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