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0화

작가: 잔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손가을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 대표님, 저분이 바로 진 도련님이십니다!”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손가을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게 속삭이며 친절하게 남자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진서호를 향해 공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덧붙였다.

“진 도련님은 진씨 가문의 장자로서, 화련상조회의 핵심 원로 멤버이세요. 앞으로 해외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싶으면 무조건 이분과 좋은 관계를 맺으셔야 해요.”

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갈무리하고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

“진 도련님, 여기서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손가을이에요.”

손가을의 공손한 태도에 진서호는 겉으로는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감탄했다. 역시 청해 제일 미녀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었다! 손가을의 미모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별말씀을요.”

그 말과 동시에 진서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맺혔다. 그는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성큼 손가을에게 다가가더니,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여기 사람도 많은데, 우리 따로 방에 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

따로 방에 가서 얘기를 나누자니, 진서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건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손가을과 진서호를 번갈아 보며 아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그 유명한 진씨 집안의 장자, 또 한 명은 선녀같이 아름다운 손씨 그룹 대표, 남녀가 단 둘이 방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아는가?

진서호는 역시나 진서호였다. 여자를 유혹하는 솜씨가 아주 하루이틀 해본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둘이 함께 방으로 향한다면,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진 도련님께서 하실 얘기가 있다면야, 저희가 비켜줘야지요. 두 분, 천천히 얘기 나누시고 저희는 다음날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유, 당연히 그래야 하지요. 진 도련님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군신의 귀환   제971화

    손가을이 꾸역꾸역 분노를 삼키고 있던 그때 아무 감정 없는 무심한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화련상조회가 모두 너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당장 해체하는 게 낫겠어.”“아니지? 만약 화련 상주회가 모두 너 같은 쓰레기들이라면 용하국을 욕되게 하지 말고 빨리 해산하는 게 맞아.”이 말에 진서호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눈에는 한기가 서렸다.‘겁도 없이 어딜 감히!여기는 봉황국이고 화련상조회의 본부야. 또한 진 씨 가무의 영역이기도 하지.그런데 누가 감히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떠드는 거야? 겁을 상실한 건가?’“당신 누구야?”진서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위 사람들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지 오래였다.그들은 대뜸 비난하기 시작했다.“감히 진 도련님을 건드린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진 도련님이 어떤 분인데 네까짓 게 감히 여기에서 난동을 부려? 도대체 어느 집 문지기야? 가서 주인 놈을 불러오기나 해!”“아니야. 내가 방금 얼핏 보니 손 대표와 함께 온 것 같았어. 그가... 손씨 그룹의 경호팀 부장, 염구준?”“염구준이라고? 손 대표의 남편이잖아. 다들 모르는 것 같은데, 그는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고 부대에서 은퇴한 페기물 같은 존재라고 청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찌질하기로 유명하지...”‘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손가을의 남편?’진서호는 살짝 멈칫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천천히 손가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젠장! 앨리스는 왜 이런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은 거지?’손가을은 이미 결혼 한 유부녀였다. 아름다운 꽃송이를 엉뚱한 놈이 꺾어버렸다!그녀와 같은 훌륭한 여자가 왜 염구준과 같은 멍청이에게 시집간 것은 인생 낭비다!아쉬울 따름이다... 이미 순결한 몸이 아니니 아무리 천사의 미모를 자랑한다고 해도 진서호는 여전히 관심 없었다.그가 선호하는 것은 앨리스와 같은 완벽한 여자이지 이미 결혼 한 유부녀는 아니다.“오늘 이 파티는 앨리스가 주최한 것이니 그녀의 체

  • 군신의 귀환   제972화

    염구준이 고개를 숙이면 손씨 그룹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회원비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이익도 나눌 필요가 없다고?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다!“서호 씨.”그 시각 염구준에 이끌려 파티장을 벗어나려던 손가을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서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진심이야?”진서호의 눈이 반짝 빛났고 얼굴에는 거만함이 짙어졌다.손가을이 흔들리고 있다.손 씨 그룹과 같은 국제기업들의 순이익 10%는 천문 숫자였으니 30%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한마디로 이렇게 쉽게 그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다.쓸모없는 이 사위 놈이 무릎을 꿇으면 손씨 그룹은 엄청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방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 거래는 보통 유리한 게 아니었다!“손 대표는 똑똑한 사람이잖아!”“그렇고 말고요. 우리 집 그 쓸모없는 사위 놈이 무릎을 꿇어 돈을 절약할 수만 있다면 나는 즉시 그자식더러 도련님께 그렇게 하라고 하겠어요.”“도련님, 우리 딸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짝을 찾아도 아직 늦지는 않겠죠? 무릎은 얼마든지 꿇을 수 있어요. 그럴 가치가 충분하죠...”주위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들었다. 그중에 두 사람을 대놓고 비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시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봐봐, 이것이야말로 전화위복, 곤경 끝에 행운이 온다는 말이지 않을까?’손 씨 그룹의 규모로 보면 해외기업인 그들은 매년 순이익이 2조에 도달할 것이다. 즉... 염구준이 머리를 한번 조아릴 때마다 손씨 그룹를 위해 2천 억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손가을은 남편더러 진서호에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고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난 욕을 입에 담지 않지만 오늘만은 예외야.”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다 진서호에게 시선을 돌렸다.“진서호, 구준 씨의 무릎을 꿇게 하려고? 꿈 깨!”

  • 군신의 귀환   제973화

    ‘미쳤어, 오늘 진짜 미친 거야!’보잘것없는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진씨 가문에 버릇없이 굴고 화련 상주회에도 가입하지 않으려 하며 방금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과도 없다니...“염구준!”분노에 찬 그는 앙다문 이빨 사이로 사납게 으르렁거렸다.“회사가 대그룹이라고 그 힘을 빌어 나에게 이렇게 거만한 모양인데!”“우리 진씨 가문을 건드리면 내가 손씨 그룹을 망하게 만들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단지 위협이라고 생각하지는 마!”그는 씩씩거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두 사람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가을 씨, 내가 이미 무언갈 행동에 옮기고도 남았지만, 앨리스의 체면을 봐서 참고 있는 줄 알아.”그때 염구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손가을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내 표정이 차갑게 굳었고 오른 손이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짝-굉장한 소음과 함께 진서호의 고개가 여지없이 꺾여 돌아갔다.강력한 한방이다!겉으로 보기에는 심하지 않아 보였지만 진서호는 비틀거리며 연속으로 다섯 걸음 물러났고 그러다 유리로 된 테이블에 부딪혀 중심을 잃더니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특히 그의 왼쪽 뺨은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빨개진 상태로 퉁퉁 부어올랐다.“감히 진 도련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다니!”“여기 사람이 맞고 있어요!”“얼른 도련님을 도와줘요. 도려님, 괜찮으세요? 진 도련님...”주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이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고 어떤 이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진서호를 부축했으며 심지어 또 다른 이들은 심한 말로 염구준을 나무라기까지 했다!“감히 나에게 손찌검을 한 거야?”잠깐의 혼란 속에서 진서호가 상인 두 명의 부축임을 받아 바닥에서 일어섰다. 맞은 얼굴이 얼얼해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진 상태였다.“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감히 나에게 손찌검을 하지 못했어. 내 아버지조차도 매를 든 적 없다고!”“그런데 염구준 네가 감

  • 군신의 귀환   제974화

    진서호를 보호하고 있던 4명을 포함한 8명의 보디가드는 허리춤에서 고무 막대기를 꺼내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일제히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덮쳤다. 고무 막대기가 허공을 가르며 두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갔다.앞뒤, 좌우. 사면팔방으로 몰려와 피할 곳이 없었다.“가을이가 방금 주제 파악을 못 한다고 했는데 안 믿네?”손가을의 손을 잡고 있는 염구준은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진서호에게 가벼운 미소를 날렸다.“그럼 지금 확인시켜 줄게. 가을이가 맞았어. 넌 진짜 주제파악을 못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재빨리 움직였다!고작 손짓하나에 공기가 장엄하게 파도쳤고 8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낙엽처럼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주변의 구경꾼들의 머리위를 날아 족히 이 삼십 미터 밖으로 내팽개쳐져 벽에 충돌했다.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8명의 보디가드들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꿀꺽!”침을 삼키는 소리!그 시각 막 주먹을 휘두르려던 오정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고개를 뻣뻣하게 돌린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보디가드들 때문에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방금, 방금 뭐가 지나간 거지?’이 8명의 보디가드들은 모두 진씨 가문에서 높은 보수로 고용한 싸움꾼들인데 주먹 한 번 날려보지 못하고 염구준에게 맥없이 당할 줄이야!‘염구준... 무림 고수인가? 아니면 단진 무성이라도 되나?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지? 인간의 경지가 아니야!’“건방 떨지 마!”충격받은 오정형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고 이윽고 진서호의 옆으로 슬금슬금 붙으며 바르르 떨기까지 했다.“당신이 아무리 강하고 혼자서 8명을 상대한다고 해도 백 명, 800명은 상대할 수 없잖아?!”“두 주먹은 4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오늘 당신이 도련님을 때린 것은 진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만든 거야! 당신이 단진 무성이라고 해도 진씨 가문에 걸리면 먼지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야

  • 군신의 귀환   제975화

    “도련님, 아, 아무도 없어요.”그 시각, 염구준은 손가을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오정형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진서호의 옆으로 다가갔다.“염구준이 너무 강하니 우리는 조금 참아야 할 것 같네요. 잘못 건드려서 더 큰 화를 부를까 두렵...”해외 진씨 가문이 뿌리가 깊고 화련상조회의 핵심 족장인데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진서호의 체면이 구겨져선 안되었다!“오정형!”진서호는 텅 빈 파티장 입구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잘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빠짐없이 똑똑히 들어!”“오늘 이 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든지 간에 반드시 손씨 그룹을 평정하고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본때를 보여줘! 오늘 그들이 한 짓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고 말 거야!”거칠게 포효하는 그는 마치 야수 같았다.“그게...”놀란 오정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눈알을 굴리더니 허리를 굽히고 진서호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저에게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금오타주의 왕종서가 염구준과 돈독한 사이라고 들었어요.”“만약 도련님이 동의한다면 한번...”불끈!그때 갑자기 주먹을 세게 쥔 진서호는 오정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방법이 있으면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움직여!”“그리고 명심해!”“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진서호가 오정형에 화를 내고 있는 동안 염구준과 손가을은 이미 호텔을 빠져나왔다.깍지를 끼고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은 파티에서 있은 일들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불쾌한 모양이군... 좋아.”동일한 호텔에서 앨리스가 창문 앞에 서서 익숙한 뒷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식 올라갔다.“진서호가 진짜 염 선생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군. 해외 진씨 가문. 허허. 그들은 아직 그 집 도련님이 어떤 무서운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겠지...”그녀의 뒤에 엘 가

  • 군신의 귀환   제976화

    손씨 그룹을 감시한다고? 멍청한 것!“누가 그들을 감시하래? 진씨 가문을 감시하라는 거잖아!”앨리스는 화나면서도 너무 웃겼다. 그녀는 아니꼽게 흘겨보며 말했다.“진서호는 복수심에 다시 움직일 것이고 그러면 염 선생은 완전히 화가 날 거야.”“얼마 못 가 진씨 가문은 나락 가고 우리 엘 가문이 최대 수혜자가 될 거야.”“이제 알겠어?”‘아가씨는 염 선생의 힘을 빌어 진씨 가문이라는 골칫덩어리를 해결하고 화련상조회에서의 절대적 발언권을 가지려는 거였어.’“제가 어리석었어요. 아가씨는 정말 대단해요!”내심 감탄하던 카이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재빨리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그리고 진씨 가문에 24시간 감시를 붙여 동태를 살피게 했다.카이가 돌아간 후...“염구준...”앨리스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염구준과 손가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염구준, 내가 당신을 이용해 진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을 눈치챘죠?하지만 알면서도 들추어내지 않았고 책임을 묻지도 않네요. 그렇다면...당신의 마음속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 맞죠?무조건이야!’...“앨리스는 아주 똑똑한 여자야.”봉황국에서 빌린 벤틀리를 직접 운전하고 있는 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은 손가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화련상조회를 새로 갈아엎으려 하고 있고 우리 힘을 빌려 진씨 가문을 없애고 싶어 해.”“계산기를 아주 훌륭하게 두드렸어.”손가을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도 이제야 깨달은 듯했다.‘그럼, 오늘 파티에서 벌어진 모든 것은 앨리스가 일부러 연출한 거라고?하지만... 구준 씨가 눈치챘으면서 왜 진서호에 손찌검을 해서 앨리스가 누워서 떡을 먹게 내버려둔 거지? 이건 구준 씨의 스타일이 아니야!’“화련상조회에는 선과 악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용하국의 해외 기업들의 성장에 아주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왼손으로 핸들을 잡은 염구준은 오른 손으로 손가을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앨리스는 이점을 잘 알고 있지만

  • 군신의 귀환   제977화

    그때 그는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렸다.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린 것이다.“왕종서?”염구준은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며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에요?”전화 저편에서는 왕종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염 선생, 용서해 줘요. 내가 무얼 또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내가 염 선생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부디 나를 꾸짖어요... 내 딸, 왕서희. 그 애는 아무 잘못 없어요!”‘왕종서의 딸, 왕서희?!’“난 따님을 건드리지 않았는데요?”염구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자세히 말해봐요.”김씨 가문이 아직 몰락하기 전 삼죽문 내부에서 분쟁이 일어났고 대붕분타와 청영분타가 손을 잡고 금오분타를 쳐 일이 커졌다. 그 당시 염구준이 뒤에서 손을 써서 왕서희를 납치해 제호 카지노에 데려갔고 그렇게 삼대 분타의 갈등에 완전히 불을 붙였다.‘서희가 또다시 납치된 것이 염 선생과는 상과없다고?’하긴 염구준의 실력에 비해 삼죽문은 너무 보잘것없고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거창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염 선생도 굳이 날 속을 필요는 없는데... 그럼 염 선생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죠?”통화 속 왕종서의 목소리가 점점 더 떨렸다.“하지만 서희 곁에 있던 부하 말로는 검정색 옷차림의 남자가 염 씨라고 당당하게 말했다는데....”그때 갑자기 전화 저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누명을 씌운 거네요! 일부러 그럴듯하게 꾸며 삼죽문과 염 선생을 적으로 만들려는 거예요!”봉황국에서 누가 감히 염구준을 사칭해 삼죽문의 딸을 납치한단 말인가!게다가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고작 30분 전에 염구준은 진서호를 건드려 진씨 가문이 대중들의 웃음거리가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답은 이미 나온 셈이다.진서호!“봉황국에서 삼죽문의 위치라면 이렇게까지 당황할 필요는 없잖아요?”염구준은 여전히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왕종서, 그들

  • 군신의 귀환   제978화

    “그 정도의 실력이면 우리 삼죽문이라도 섣불리 덤빌 수 없어요. 하지만 딸애가 납치되었고 너무 막막해서...”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오부라은’이란 말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렸고 훨씬 차분해졌다.“30분 이내로 따님을 안전하게 삼죽문으로 돌려보낼게요.”“기다려요!”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염구준이 직접 간다고?조수석에 앉아 있는 손가을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안전벨트를 꼭 잡은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도 함께 갈게!”“내가 회사의 대표고 해외 사업도 곧 시작할 테니 이것을 협상의 키 포인트로 내 걸면 황혼대로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사랑스러운 바보...’염구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설명 없이 액셀을 밟았다.벨틀리는 황혼대로를 향했다....밤 10시경, 라은 카지노.뜨거운 열기!세계 8대 신흥 도박 도시 중 하나인 봉황국의 밤 문화는 다채로웠다. 특히 카지노 산업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규모에 상관없이 매일 밤 사람들로 북적였다.라은 카지노가 특히 더 그랬다!황혼대로 이남에는 크고 작은 도박장이 많았다. 그중 라은 카지노의 규모가 제일 컸고 대략 8,000평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족구 경기장 면적에 해당하는 크기에 각종 도박 장비와 게임들로 없는 것이 없었다.북부의 제호 카지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더, 더 크게!”카지노 홀 중앙, 고급진 테이블 옆에 4명의 고객들이 피 터져라 외치며 딜러의 손을 주시하고 있다.“크게 열어! 난 여기에 내 목숨까지 걸었다고!”그때...“잠깐!”2미터에 가까운 키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백인 남자가 컵을 다시 누르더니 고개를 돌려 그중 한 도박꾼을 바라보았다.“담도 커? 감히 내 도박장에서 속임수를 써?”“내공으로 주사위를 돌려 숫자를 조종해? 그까짓 속임수를 우리가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말해, 오른손을 잘리고 싶어 아니면 왼손이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줄게.”털썩!그 도박꾼은 벌벌 떨며 중년 백인 남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다른

최신 챕터

  • 군신의 귀환   제1810화

    "끄아악!"브루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겁에 질린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퉤,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백호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브루언을 채 해결하기도 전에 동굴에서는 또다시 욕설이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달무 일행이었다."X발, 브루언 그 새끼가 사람이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에 배신을 때려?""그 새끼가 계획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진짜 내 눈에 들키지만 마라.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여버릴 테니까."말만 들어서는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이윽고 달무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멀리서 서 있는 염구준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달무 쪽 일행은 총 여섯으로, 손실이 매우 막심했다. "살려줘!"그들의 모습을 본 브루언은 바닥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도움을 구했다.'뻔뻔하면 무적이라더니.'탕!달무는 앞으로 걸어가 일격으로 그를 죽인 뒤 웃으면서 염구준 등을 바라보았다."저희 대신 배신자를 처리해주신 거, 감사합니다."그는 전에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사인사를 했다.상대방이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염구준은 그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호, 네 일이나 잘해. "이 말을 들은 백호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문에 대고 팔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하압!"이 거대한 힘에 문 위에 있던 얼음은 전부 갈라져 땅에 떨어졌고 얼음이 없어지자 두꺼운 대문 역시 반응을 보였다.끼익.대문은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이 두 문은 가볍지 않았다. 백호조차도 이마에서 땀이 나올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후!"문이 완전히 열리자 백호는 힘을 거두고 탁한 기운을 토해냈다.안에는 약간의 빛이 있었는데, 내부 장식은 고대의 궁전처럼 보였다. 비록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장소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위엄있

  • 군신의 귀환   제1809화

    가족들은 모두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염구준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였다.이에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비록 행복하긴 하지만 이건 모두 환상이야. 그림의 떡과도 같은 거지. 현실이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살아가야 해.'무척 뛰어난 환각술이고 모두 그가 바라던 모습이긴 했지만 마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반보천인이 될 수 있던 탓인지 그는 환각술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깨져라."염구준이 작게 읊조리자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눈앞의 화면을 지웠다."구준아, 꼭 앞을 보며 달려야 한다."고유연은 점차 사라지면서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그는 텅 빈 대문을 향해 대답했다.비록 환각술 때문에 마음속의 상처가 더 깊어지긴 했지만 오래된 바람을 이루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확고한 마음이 없어 전부 혼잣말을 하며 동굴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발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발요.""아, 계속 채굴할 테니까 때리지 마세요.""전주님, 영원히 당신을 따를 테니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이렇게 보니 염구준의 환각술만 아름다운 화면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나겠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소리 지르자 체내의 진기들이 사람들을 뒤덮었고, 이에 사람들은 몸을 떨다가 곧바로 눈이 맑아졌다. 그들은 전부 망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단한 환각술이야."백호는 조금 두려워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신 위 경지의 자신도 버티지 못한 걸 보아 방금 전의 환각술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작은 방금 전에 한 말들이 생각 나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께서 분명 다 들으셨을 거야. 아, 창피해.'"다들 빛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 환각술에 걸린 걸 거예요."염구준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빛은 커녕 그저 얼어버린 굳게 닫힌 문 밖에 보지 못했었다. 동굴 안에 들어온

  • 군신의 귀환   제1808화

    '도안?'설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벽을 쳐다보았고 곧 정말로 얼음층 뒤의 돌멩이에 아주 옅은 색으로 새겨져 있는 도안을 발견했다.도안이 양 끝으로 뻗어진 걸 보면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들어올 때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뭐야?"도안을 보면 볼 수록 낯이 익어 염구준은 끊임없이 회상하기 시작했다.'옥패!'이 도안들은 전에 복제판 옥패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했다.이곳에 정말 옥패의 단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염구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한참 동안 들여다 보아도 무언가 확실한 걸 보아낼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안에 더 깊이 들어가 탐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가죠. 이건 이따가 다시 나와서 보고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뒤를 따랐고 또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다왔어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설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염구준 등은 크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바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공간이 갑자기 변하더니 주위의 환경도 변했고,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모습을 감추었다. '염씨 가문의 저택?'염구준은 주위의 환경을 보면서 곧바로 이곳이 그가 어릴 때 생활했던 곳이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는 그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의 어머니도 살아계셨다."구준아, 빨리 들어와서 밥 먹지 않고 뭘 멍 때리는 거니?"이때, 고유연이 안에서 나오며 자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이에 염구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목이 멘 채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해?"고유연은 관심 어린 어투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든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염구준은 그제야 반응이 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쳐다보았다. 그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염호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

  • 군신의 귀환   제1807화

    "미친."염구준은 감탄하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펭귄들을 막으면서 제때에 도와주기 위해 대오 쪽으로 붙었다.'여기가 펭귄 집이야 뭐야. 끝도 없네. 무엇보다 이 펭귄들 너무 괴상해. 피냄새만 맡으면 포악해지면서 미친듯이 달려들잖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는 바닥에 뿌려진 피들이 피안개로 변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해.'염구준은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을 지키면서 달려오는 펭귄들을 물리쳤다."아악, 난 죽고 싶지 않아!"그러나 이때 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겁에 질려 갑자기 진형 밖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싸우고 있었던 터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X발, 괜히 말썽만 피우기는." 백호는 욕을 읊조리고는 도망친 사람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내가 갈 테니까 진형을 유지해."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앞으로 돌진해 방금 뛰쳐나간 사람을 공격하는 펭귄들을 물리쳤다.겨우 잠깐 사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걸 보면 펭귄들의 공격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염구준은 뛰쳐나간 사람의 옷깃을 잡고는 팔을 휘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 입구에 던졌다.'이상해. 이 펭귄들 피냄새를 맡고 동굴 입구까지 쫓아갔으면서 정작 도착한 뒤에는 한 눈 보고 다시 돌아가잖아. 안에 있는 걸 이 펭귄들이 꺼리는 건가 보군.'염구준은 사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대오의 앞부분으로 돌아간 후 길을 열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동굴 입구쪽에 도착하게 도와주었다.동굴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들은 안전한 셈이었다."너 이 자식, 네가 무모하게 뛰어다닌 바람에 하마터면 진형이 무너질 뻔 했잖아. 진형이 무너지면 다들 죽을 수도 있었어!"설구는 방금 전에 도망친 사람을 보자마자 발로 차버렸다.이미 오기 전부터 그는 말을 했었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도망친 사람

  • 군신의 귀환   제1806화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 군신의 귀환   제1805화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 군신의 귀환   제1804화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 군신의 귀환   제1803화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 군신의 귀환   제1802화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