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의 실력이면 우리 삼죽문이라도 섣불리 덤빌 수 없어요. 하지만 딸애가 납치되었고 너무 막막해서...”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오부라은’이란 말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렸고 훨씬 차분해졌다.“30분 이내로 따님을 안전하게 삼죽문으로 돌려보낼게요.”“기다려요!”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염구준이 직접 간다고?조수석에 앉아 있는 손가을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안전벨트를 꼭 잡은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도 함께 갈게!”“내가 회사의 대표고 해외 사업도 곧 시작할 테니 이것을 협상의 키 포인트로 내 걸면 황혼대로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사랑스러운 바보...’염구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설명 없이 액셀을 밟았다.벨틀리는 황혼대로를 향했다....밤 10시경, 라은 카지노.뜨거운 열기!세계 8대 신흥 도박 도시 중 하나인 봉황국의 밤 문화는 다채로웠다. 특히 카지노 산업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규모에 상관없이 매일 밤 사람들로 북적였다.라은 카지노가 특히 더 그랬다!황혼대로 이남에는 크고 작은 도박장이 많았다. 그중 라은 카지노의 규모가 제일 컸고 대략 8,000평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족구 경기장 면적에 해당하는 크기에 각종 도박 장비와 게임들로 없는 것이 없었다.북부의 제호 카지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더, 더 크게!”카지노 홀 중앙, 고급진 테이블 옆에 4명의 고객들이 피 터져라 외치며 딜러의 손을 주시하고 있다.“크게 열어! 난 여기에 내 목숨까지 걸었다고!”그때...“잠깐!”2미터에 가까운 키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백인 남자가 컵을 다시 누르더니 고개를 돌려 그중 한 도박꾼을 바라보았다.“담도 커? 감히 내 도박장에서 속임수를 써?”“내공으로 주사위를 돌려 숫자를 조종해? 그까짓 속임수를 우리가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말해, 오른손을 잘리고 싶어 아니면 왼손이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줄게.”털썩!그 도박꾼은 벌벌 떨며 중년 백인 남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다른
급소를 찌르다니!그는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었고 내공 무술가가 아니라 패권의 최고경지에 오른 암살자였다!“이런!”그 순간, 오부라은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터라 이미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옆에 있던 3명의 부하들도 방심하고 있어서 그저 칼이 오부라은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전혀 나아지지 않았네? 이렇게 쉽게 당해?”갑자기 어딘가에서 담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라은 카지노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가 도박꾼의 오른손을 정확하게 명중했다.그리고.“딸랑!”작은 소리와 함께 도박꾼 손에 들려있던 커터가 바닥에 떨어졌고 오부라은은 털끝도 상처 입지 않았다. 그의 3명의 부하들이 달려들어 이 도박꾼의 머리를 날려버렸다!“깜짝이야!”갑작스러운 충격에 오부라은은 조금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그의 눈이 갑자기 마치 귀신을 본 것 마냥 휘둥그레졌다.“염... 염 선생!?”그 사람은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그는 손가을의 손을 잡고 미소를 머금은 채 카지노 입구에서 천천히 다가와 오부라은의 앞에 멈춰 섰다. 라은의 뒤에 있는 세 명의 부하를 보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나쁘지 않아. 3 사람이 힘을 합치면 초급 전신 한 명쯤은 쉽게 때려눕히겠어.”“이렇게 괜찮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걸 보니 봉황국에서 꽤 괜찮아 보이네?”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모두가 배꼽을 잡았을 것이다.황혼대로 오부라은은 봉황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고 화련상조회마저도 그의 눈치를 보니 말이다.3 대 무성이 힘을 모아 초급 전신을 무너뜨리는 굉장한 실력이 이 사람 눈에는 그저 괜찮은 정도라고 하고 있다.누가 그에게 이런 용기를 주었는가?“염 선생도 별말씀을.”오부라은은 부끄러워하며 염구준에게 허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주변의 시선을 전혀 아랑곳하지
과거를 떠올린 오부라은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염구준을 향해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혔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손가을을 보고는 물었다.“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분이 바로... 사모님?”꽤 똑똑한 청년이다!“추억을 회상하려고 오늘 찾아온 게 아니야.”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너에게 부탁 하나 할까 하는데 괜찮지?”명색의 전신전, 절대 전신이 ‘부탁’이라고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일인가!동시에 밀려오는... 공포!“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깜짝 놀란 오부라은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님을 위해 힘을 쓸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그러니 마음껏 지시하세요.”무릎을 꿇었다!오부라은의 행동에 모두가 입이 떡 벌어졌다. 손가을마저도 너무 예상 밖이었다. 염구준이 그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공손한 것은 알겠으나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너무 놀라운 일이다!“방금 말했듯이 사소한 일이야.”염구준은 손사래를 쳤고 보이지 않는 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오부라은을 부축하며 말했다.“약 15분 전에 삼죽문의 주인 딸, 왕서희가 납치되어 황혼대로에 왔는데 아직까지 행방불명이야.”“10분내로 왕서희의 행방을 찾을 수 있겠어?”염 선생이 지시한 것이니 할 수 없어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당연하죠. 걱정하지 마세요.”오부라은은 허리를 굽히고는 몸을 돌려 카지노의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5분 줄 테니 서희 아가씨의 위치를 파악한다! 빨리 움직여!”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지노에 있던 사람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빛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가 하면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가며 각자 책임진 구역으로 달려갔다.황혼대로는 그들의 구역이다.살아있는 인간을 찾는 데에 기껏해야 3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한편, 라은 카지노에서 약 5 km 떨어진 어느 한 버려진 낡은 맥주 공장 창고.검은 천에 눈이
오정형이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왕서희의 굴곡진 몸매를 훑으며 말했다.“진 도련님한테 연락하고 올 테니, 죽지 않게 적당히 다뤄. 우리도 한참 즐겨야지!”그 말을 끝으로 그는 진서호에게 전화 걸기 위해 창고 밖으로 나갔다.“큭큭!”거구의 남자 일곱 명이 침을 질질 흘리며 왕서희를 향해 다가왔다. 그중 몇몇은 이미 허리띠까지 푼 상태였다.“아가씨, 너무 무서워할 거 없어. 이 오빠가 금방 즐겁게 해줄게!”왕서희는 창고 끝자락에 눈물범벅인 채 몸을 덜덜 떨었다. 남자들이 점차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손과 발이 묶여 있는 것도 모자라, 입에도 천이 물려 있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나부터 할게!”“아니, 나부터 해야지! 아까 형님과 먼저 상의한 것도 난데!”“자, 자. 급할 거 없어. 충분히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즐겨보자고! 좀 이따가 형님이 통화 마치고 돌아오면 먼저 좀 맛보게 해주자!”일곱 거한이 서로 앞다투어 왕서희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이때,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한 명이 창고 밖에서 통화하고 있던 오정형을 떠올리곤 외쳤다.“형님, 통화 아직 멀었습니까? 형님부터 즐기시라고 자리 남겨뒀습니다!”그 시각 오정형은 아직 한참 통화 중이었다.“진 도련님!”진서호가 전화를 받자마자 오정형은 곧바로 상황을 전하며 굽신거렸다.“왕서희는 무사히 납치했어요. 대외적으로는 염구준이 한 걸로 발표했으니까, 왕종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적은 적으로 무찌른다! 오정형은 진서호의 음모에 따라 왕서희를 납치한 죄명을 모두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울 준비를 마쳤다. 염구준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삼죽문 전체를 이길 수 없을 터, 그는 해명할 틈도 없이 왕종서와 삼죽문 제자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진서호는 그 순간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모든 계획이 착착 잘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염구준이 죽었다는 소식만 기다리면 됐다.“잘했어.”진서호가 칭찬과 함께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염
왕서희가 울며불며 용서를 구하는 사이, 오정형은 벌써 허리띠를 풀고 욕망 풀 준비를 마쳤다.“고분고분하게 나오지 않겠다면, 거칠게 다뤄질 각오해야할 거야! 거기 너, 이 년 옷 벗겨!”그러자 즉시 거한 중 한 명이 히죽거리며 왕서희의 옷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옷이 찢기기 직전, 쾅 하고 귀가 터질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창고문이 폭탄을 맞은 듯 산산조각 났다. 창고 안은 부서진 문 조각들과 먼지들로 뿌옇게 변했다.“이런 젠장!”오정형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제대로 상황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호통쳤다.“감히 이 중요한 순간에 나를 방해하다니!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당장 족쳐라!”그러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얼굴을 굳히며 주변에 있던 무기들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깨진 유리병, 어떤 이는 쇠 갈고리, 그것마저 없는 이들은 맨주먹으로 서서히 먼지가 걷히고 있는 창고 입구로 향했다.그런데 이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왕서희 씨, 눈 감으세요.”자욱한 먼지 너머 어딘가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앞으로 벌어질 일은 여자가 보기엔 좀 잔인할 수 있어요.”‘이 목소리의 주인은… 설마 염구준?’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오정형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왕서희를 뒤로 끌어안으며 품고 있던 단도를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먼지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오정형은 목소리의 주인이 염구준임을 확신했다. 진서호가 죽도로 증오하는 남자,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염구준!“염, 염 선생님….”두려움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왕서희는 목에 칼이 겨눠진 상황에도 왠지 모르게 자신은 죽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두렵지 않아요. 염 선생님이 온 이상, 전 아무것도 겁나지 않아요!”‘그렇다면… 잘됐군.’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창고 안으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구의 남자들과 맞닥뜨리기 일보 직전, 그의 얼굴엔 일말
아무리 세상이 넓고 강자는 많다고 하지만, 염구준도 그에 해당될 줄이야… 오정형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 사신 또는 악마처럼 보였다.“오정형.”염구준이 서서히 오정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에 찰박찰박하고 피 웅덩이가 밟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죽음이 두려운가? 하지만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너에게 평온한 삶이 주어질 것 같으냐? 자, 네가 직접 선택해 봐. 죽음이냐, 아니면 삶이냐.”죽음 아니면 삶, 오정형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만약 여기서 삶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바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이 주어질 것이라 염구준은 경고하고 있었다.“누, 누, 누가… 겁먹을 줄 알고!”오정형이 몸을 떨며 왕서희의 목을 겨누고 있는 단도를 더 날카롭게 그러쥐었다.“내 손에 인질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이 칼 안 보여? 함부로 움직이면 당장 이년의 목을 그어버릴 거야! 난 절대로 혼자 죽지 않아!”‘혼자 죽지 않겠다라, 가소롭군!’오정형의 협박에도 염구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사느냐 죽느냐, 선택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결정해 주지. 내 선택은….”펑! 염구준은 말을 끝맺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주변의 공기가 진동하며 갑자기 무형의 기운이 폭발했다. 창고 안이 요동치며 동시에 오정형의 양팔이 무언가에 짓이겨진 듯 뭉개졌다.오정형의 팔은 쥐고 있던 단도와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옆에 있던 왕서희에겐 어떠한 타격도 피도 튀기지 않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무형의 장벽이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보호했기 때문이다. “안 돼, 안 돼! 아아악!”두 팔이 부서지는 고통과 함께 오정형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울부짖었다.“염구준, 이 악마 같은 놈아!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난 악귀가 되어서 평생 널 따라다니며 괴롭힐 테니! 진 도련님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손가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구준을 부르며 다가왔다. 다행히 그는 무사해 보였다. 하지만 곧 바닥에 흩뿌려진 핏자국들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왕서희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저분이 왕서희 씨?”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계속 밧줄에 묶인 채로 있어서 몸이 마비되었을 거야.”그리고는 부탁한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덧붙였다.“가을아, 넌 일단 왕서희 씨 부축해 나가 있어. 여기는 내가 마무리 지을게.”손가을은 잠시 망설였지만, 바닥에서 발광하는 오정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창백한 안색의 왕서희를 부축해 창고를 나섰다.이제 창고에는 오정형과 염구준, 그리고 오부라은과 그의 형제들만 남게 되었다.이때, 오부라은이 앞으로 나서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정형을 향해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제가 왕 선생님을 대신해, 이 개자식을 밤낮으로 울부짖게 만들겠습니다!”염구준은 오부라은의 태도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오정형을 향해 말했다.“죽음은 사치지. 넌 죽음을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야!”그 말을 끝으로 염구준은 오부라은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저놈의 다리와 허리를 부러뜨려 진씨 가문으로 돌려보내. 그리고 진서호에게 내가 보낸 선물이라고 꼭 전해주고! 절대로 거절할 수 없게 해!”왕서희를 납치하라고 지시하다니, 이건 염구준의 역린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절대로 진서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오정형은 그 시작을 알리는 지표였다.오부라은은 망설임 없이 오정형에게 다가가 두 다리와 중심 부위를 으스러뜨렸다. 오정형은 반항할 틈도 없이 고통에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지금 바로 이 쓰레기를 진씨 가문으로 보내!”약 20분 후, 봉황국 동북 교외에 있는 진씨 가문 정문.번호판을 달지 않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진씨 가문 정문을 지나가며, 쓰레기봉투처럼 보이는 것을 툭 던지고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경호원은 미처 반
앨리스가 아무리 총명해도 엘 가문의 힘만으로 김웅신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그 얘긴 그만하고 네 얘기나 좀 해봐.”진무석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서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엔 아직도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진무석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앨리스가 주최했던 연회장에서 네가 뺨을 맞았다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이야? 도대체 누가 감히 널 때려?”그 말에 진서호는 연회장에서 염구준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직도 뺨이 얼얼하게 아리는 듯했다. 화가 다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아버지, 안 그래도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손씨 그룹 규모가 생각했던 보다 더 큰 것 같아요….”“큰일 났습니다!”그런데 이때, 진서호의 말을 자르며 경호원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가주님, 도련님, 오정형이 누군가에게 당해 폐인이 되었습니다. 팔과 다리는 물론 남자의 급소까지 잘린 채 돌아왔습니다!”그 말에 진무석과 진서호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여기요. 여기!”이어서 경호원 세명이 검은색 쓰레기봉투를 헐떡이며 거실에 내려놓았다. 곧이어 버러진 쓰레기봉투 안에서 고약한 악취와 피범벅이 된 살갗이 보였다.동시에 진무석과 진서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토록 잔인한 수법이라니, 부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오정형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대로 병원에 이송된다고 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려워 보였다. 아니,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폐인이 될 게 뻔했다. 진씨 가문에 폐인이라니, 필요 없는 존재였다. “내다 버려! 알아서 죽게 내버려둬!”진서호가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오정형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바라보며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오정형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내가 보낸 사람들은 다 어디 있어?”그 말에 잠시 망설이던 경호 대장이 아래 사람들에게 얼른 오정형을 내보내라고 손짓했다. 그런 다음, 조용히 진서호의 질문에 대답했다.“좀 전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저택 입구를 지나면서 오정형을 버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