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공격한 쪽은 분명 학신통이었음에도 오히려 왼쪽 어깨를 때린 오른팔이 저릿해져 오는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학신통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만연했다.이게 바로 최강 전신의 실력인가?바위조차 뚫을 수 있는 번개손 공격이 염구준의 어깨를 명중했지만 손날에 닿는 느낌은 마치 금강석,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이 세상에 없는 금속을 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주위에 기운을 둘러 공격을 막거나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오직 육체의 강함으로 막아낸 공격...“어떻게... 인간의 체백이 이토록 강력할 수 있지?”놀란 건 학신통만이 아니었다.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기회만 엿보고 있던 다른 다섯 명의 무성 역시 창백한 안색으로 멍하니 염구준을 바라볼 뿐이었다.‘두 번째 전략도 실패야...’기습 전, 그들은 염구준이 어떻게 대응하든 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수많은 계획을 세웠었다.그런데 피하지도, 맞받아치지도 않고 그저 맨몸으로 공격을 막아낼 거라곤 상상치도 못했기에 머리가 굳어버린 것이었다.‘저자는 전신의 경지를 넘어섰어... 이미 천인 경지라고.’천지의 영기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천인 강자가 탄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세상의 불문율과 마찬가지였는데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전신전 전주, 염구준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낸 것이었다.“옥패... 분명 옥패의 도움을 받은 거야.”정신이 반쯤 나간 학신통이 광기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염구준, 너 옥패의 비급을 수련한 거지? 아니... 비급 따위가 아니야. 옥패에 천지의 영기가 담겨있었던 게 분명해. 큭...”정말 실성이라도 한 듯 미친듯이 웃던 학신통이 말을 이어갔다.“전신전 전주라고 해도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천강육합진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천인의 경지에 올랐을 줄이야. 억울해... 억울하다고!”‘억울해? 억울하면 뭐 어쩔 건데. 어차피 이 세상은 불공평해.’“말했잖아.”무표정한 얼굴의 염구준이 학신통 일행을 쭉 훑어보았다.“날 재밌게
염구준의 머리에서 내뿜는 정신력 공격이 마치 형태를 가진 파동처럼 그의 미간에서부터 확산되며 순식간에 반경 200미터 범위를 가득 채우더니 학신통 일행이 있는 곳을 훌쩍 넘어 500미터 범위까지 확장되었다.학신통을 제외한 다른 다섯 명의 무성은 마치 무언가에 발목이라도 잡힌 듯 우뚝 서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련 한 번 없이 반짝이던 눈동자들이 빛을 잃고 말았다.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뇌사, 오직 의식 공격만으로, 육체에 생채기 하나 내지 않고 상대를 죽인 것이다.한편, 어느새 지프차로 숨어든 장진은 눈앞의 참경을 직접 목격하고는 정신줄을 놓은 것인지 바보처럼 헤실대기 시작했다.“반보 천인, 이게 바로 반보 천인의 힘이야. 내가 전신주 전주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헤헤... 헤헤...”방금 전 공격에 장진은 공격 범위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오직 그 여파만으로 장진의 정신력은 무너지고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살, 살려줘!”같은 시각. 이들 중 그나마 가장 강자인 학신통마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난 죽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비밀... 날 살려주면 비밀을 알려주지. 정말이야!”‘비밀?’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던 염구준이 천천히 학신통 앞으로 다가갔다.“무슨 비밀인데?”“네 아내... 손가을에 대한 비밀이야.”염구준의 정신 공격으로 인한 극심한 두통이 이어지고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학신통은 말을 이어나갔다.“이 모든 건 존주님의 계획이시다. 나와 사대 존사를 보내 널 기습하고 그 사이에 우호법 도천연을 보내 네 아내 손가을을 제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진짜 계획이라고.”‘우호법 도천연?’학신통 입장에서는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염구준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글쎄 종사급 아래는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봐도 되지 않나? 그리고 가을이 위험하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뭐... 뭐라고?’염구
“이제부터 염풍도는 용하국 소속이다.”염구준은 이 말 한 마디만을 남긴 채 빠르게 염풍 호텔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그... 그게 사실입니까?”호텔 1층 레스토랑, 자초지종을 들은 계춘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운종호를 비롯한 흑풍 조직 6명의 무성급 고수가 전부 죽었고... 장진은 미친데다 이제 염풍도가 우리 거라고요?”커피를 홀짝 마신 염구준은 역시나 충격 받은 표정의 손가을, 진영주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별거 아니야.”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의 표정에 손에 든 포크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려왔다.어젯밤 세상도 모르게 곤히 자는 사이 염구준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을 줄이야.운종호라는 악세력을 몰아내고 염풍도를 용하국 소속으로 만들다니.“그런데... 염풍도는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땅 아니었어?”놀라움도 잠시, 조금 현실감이 돌아온 손가을이 의아한 듯 물었다.“용하국이 일방적으로 염풍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영토 주권이 달린 문제니 다른 나라에서도 분명 가만히 있지 않겠지. 하지만 지존 용주가 알아서 할 거야.”또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염구준이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이 섬의 코코넛이라고. 아, 그리고 춘휘 씨. 오늘부터 여행사는 접고 손씨 그룹 염풍도 물자구매 담당을 맡아줘요. 월급은 본사 본부장급으로 드릴 테니. 앞으로 손씨 그룹은 대량의 코코넛을 사들일 겁니다. 잘해낼 수 있겠어요?”염구준의 제안에 계춘휘는 눈을 반짝였다.홍 회장이 세상을 뜨고 손가을의 개인 비서로 일하는 홍천기를 제외한 다른 원년 멤버들은 그저 명의만 손씨 그룹 소속일 뿐, 딱히 하는 일도 받는 돈도 없는 상태.그런데 염구준의 말 한 마디에 손씨 그룹의 정식 직원이 된 것도 모자라 요직을 얻었으니 마다할 리가 만무했다.“감, 감사합니다. 대표님.”어찌나 기쁜지 계춘휘는 말까지 더듬거렸다.“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두 대표님의 기대, 절대 져버리
“대표님, 대책을 강구하셔야 합니다.”손씨 그룹 대표 사무실, 백발이 무성한 연구센터 센터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손가을 앞에 서있다.“염풍도의 코코넛 수확량이 제품 생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계획에 따르면 매일 필요한 원재료만 3톤 정도, 하지만 염풍도의 코코넛으로 이 물량을 대는 건 역부족입니다.”‘코코넛...’손가을이 입술을 깨물었다.코코넛이야 구하려면 세상에 널렸겠지만 ‘코코넛 1호’의 퀄리티를 만족하려면 최고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코코넛이어야만 했다.그리고 센터장이 주장하는 수요량을 만족시키려면 염풍도 전체에 코코넛 나무만 심는다 해도 역부족이었다.“동남아 쪽 코코넛은 어떻습니까?”안경을 치켜세운 센터장이 말을 이어갔다.“동남아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 조건 등이 염풍도와 비슷합니다. 물론 성분을 추출함에 있어 효율성은 염풍도산 코코넛보다 떨어지겠지만 그건 물량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저희 회사가 동남아 쪽에 지사를 두고 있던가요? 제품 출시일을 맞추려면 지금 바로 연락해야 할 것 같은데요.”동남아라...순간 손가을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였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동남아로 날아가 코코넛을 공수해 오겠습니다.”워낙 다급한 사안이라 센터장을 내보낸 뒤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손가을은 부랴부랴 별장으로 향했다.“동남아... 위험할 텐데.”...잠시 후 동남아로 향하는 비행기 비즈니스석, 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전이 있는 곳도 많고... 해외 무역쪽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도 많아 코코넛 수입이 힘들지도 몰라.”6년 전, 전신전이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전이 시작된 동남아는 2년 전에야 겨우 종전을 선포했다.그리고 그 전쟁의 여파로 수많은 나라는 유명무실해졌고 현재 동남아를 실질적으로 다스리고 있는 자의 이름은 멘딘 제레, 그의 가문이 각 항구와 무역을 통제하며 거의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다.국제 사회
이곳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후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성장한 곳이기도 했다.바다, 산, 온천은 물론 옛 원주민들이 살던 부락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만의 독특함까지 보존한 곳. 그리고 멘딘 연맹의 건물이 자리한 곳이기도 했다.멘딘 연맹은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며 일일 수익이 100억을 넘는 거대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멘딘 제레 본인은 연맹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 별로 자주 방문하지 않고 실무는 멘딘 해니가 담당하고 있다.멘딘 해니, 멘딘 제레의 유일한 아들인 그는 재벌 2세 샐럽으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차고를 가진 이로 기사에 오르기도 한 그는 한정판 스포츠카만 해도 70여대에 보유하고 있었는데 세계 톱급 연예인, 모델 등과 수많은 염문설까지 뿌리며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뭐, 멘딘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니 이 정도 누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올해 60이 넘은 멘딘 제레 본인은 동남아 내전 당시 다섯 명의 아들과 네 명의 딸 그리고 사위까지 전부 잃고 남은 아들이라면 멘딘 해니 한 명뿐이었다.그러니 그가 아들을 얼마나 아낄지는 불 보 듯 뻔한 일이었다.멘딘 해니는 딱히 연맹에서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모든 직원들이 그가 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모든 건 그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오늘도 예쁜 애들로 불러.”건물 꼭대기층, 멘딘 제레 전용 사무실.아버지의 자리에 누운 멘딘 해니는 묘령의 여인을 품에 안은 모습이다.“우리 멘딘 연맹과 일하려는 사람들 여기서 태평양까지 줄 세울 수 있을걸? 내 취향 알잖아. 나한테 필요한 건 오직 여자뿐이라는 걸.”멘딘 해니의 품에 안긴 여자는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더니 괜시리 사무실 책상의 키보드를 콕콕 누르며 애교를 부렸다.“해니, 이것 좀 봐요. 전 세계 각 기업에 보내온 사업 계획서예요. 그런데 회장님은 이런 건 보지도 않으시니.”“뭐야?”이때
“그쪽한테 연락해!”멘딘 해니가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 6시, 용지 호텔에서 만나자고 말이야. 손가을, 그 여자와 깊은 대화를 나눠야겠어.”당일 저녁 6시, 용지 호텔.사치스럽다는 단어를 실체화하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이곳은 멘딘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 중 하나이자 연맹이 고객을 접대하는 장소기도 했다.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직접 만든 산해진미, 동남아 특산품인 신선한 과일들, 그리고 억대의 고급 술까지.이 모든 것이 바로 손가을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6시네. 이제 곧 꿈에 그리던 미인을 만날 수 있겠어.”룸 앞.눈이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멘딘 헤니는 자꾸만 복도 쪽을 힐끗거리며 중얼거렸다.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보디가드의 이름은 라오프, 2미터가 넘는 거구에 밀리터리룩에 험한 표정,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군용 나이프까지. 보통 사람은 말조차 걸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강한 포스를 자랑했고 해니의 오른쪽에는 이번 미팅 담당자이자 멘딘 가문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솔라공이 서있었다.“약속 시간까지 아직 2분 정도 남았습니다.”시간을 확인한 솔라공이 말했다.“용하국 사람들은 워낙 시간 개념이 철저하니 지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도련님, 이번 미팅은 몸을 좀 사리시는 게 어떨지요. 손 대표 보디가드라는 염구준 말입니다. 용하구 북부에서 군인으로 있었다는데 제가 아는 정보망 모두를 뒤져봐도 그자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정보를 찾을 수 없어?’솔라공의 조언에도 멘딘 해니는 딱히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용하국 내부 자료니 미처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설령 찾지 못한다 해도 그건 아마 별 볼일 없는 말단 군인이니까 그렇겠거니 싶었다.‘나더러 몸을 사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은 동남아, 멘딘 가문의 구역이다. 일개 용하국 퇴역 군인 따위가 설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용하국은 세계 5대 나라 중 하나지만 군인 한 명으로 외교 문제로 번질 리도 없고. 염구준이고
살짝 당황하던 솔라공은 먼저 인사를 나눈 뒤 뒤에 있는 멘딘 해니를 소개했다.“미팅 전 소개해 드릴 분이 있습니다. 이쪽은 저희 멘딘 가문의 후계자이신 멘딘 해니님이십니다. 앞으로 무역 관련해선 해니 도련님께서 담당하시게 될 테니...”하지만 이미 이성 따위 욕정으로 가득 뒤덮인 멘딘 해니는 솔라공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손가을을 향해 손을 뻗었다.“대표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은 처음이에요. 아, 왜 이런 말이 튀어나온 거지... 뭐 비즈니스 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하, 저게 그 유명한 바람둥이 멘딘 해니란 말이지?’“만나서 반갑습니다.”경박한 말투며 행동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비즈니스 자리인만큼 손가을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악수에 응했다.살짝 터치만 하고 손을 빼려던 그때.“손이 참 부드러우시군요.”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킨십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멘덴 해니는 그녀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대표님, 동남아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뭐 공적인 일이야 저희가 고개만 끄덕이면 아래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전 대표님과 사적인 친분을 맺고 싶은데. 친구로 지내시는 게 어떨까요?”‘친구 좋아하시네.’무례한 요구와 꽉 잡은 손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손가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제가 대신 얘기하겠습니다.”이때 보다 못한 염구준이 멘딘 해니의 오른손을 살짝 잡았다.“해니 씨, 저희는 일 얘기만 하러 왔습니다.”콰직.살짝 힘을 줬을 뿐이지만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멘딘 해니는 기겁하며 손을 거둬들이려 했다.“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어디서 보디가드 주제에 비즈니스 자리에 입을 열어. 그리고 감히 멘딘 가문의 후계자인 내 몸에 손까지 대? 이게 정말 죽으려고.”‘보디가디 주제에?’하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손에 힘을 준 채 대답했다.“해니 씨께서 오해하신 모양인데 제가 손 대표 경호원인 건 맞지만 일반 경호원은 아닙니다. 전 손씨 그룹의 경호팀 팀장이자 이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하!"염구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멘딘 해니를 살짝 잡아당겼고, 군도 칼날을 회수한 뒤 그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해니 도련님, 제 고향에서는 이렇게 악수를 가까이할수록 더 열정적인 거랍니다!""방금 제 아내에게 너무 열정적이셔서, 저 또한 도련님께 더욱 열정적으로 대한 거였으니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은 거겠죠?"쓱!공중에서 라오프의 군도가 갑자기 멈췄고, 멘딘 해니의 머리에 거의 꽂힐 뻔했다.멘딘 해니는 잠시 넋을 잃더니, 뼈가 쪼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손목을 주무른 뒤, 뒤를 돌아 손가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고향에서 이런 식으로 악수를 한다고?오늘 제대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알려줘야겠군!’"염 선생님이라고 하셨죠? 만나서 반갑네요!"멘딘 해니는 손목을 문지른 후 열정적인 척 염구준을 껴안았고, 염구준의 귀에 입을 갖다 대었다.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염 선생님, 정말 대단하네요, 방금 내 손목이 으스러졌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당신은 라오프와 마찬가지로 무인이겠죠?""당신이 내진종사이든, 정진왕자이든 우리 멘딘 가문한테는 다 쓰레기나 마찬가지예요! 말해 보시죠, 당신이 원하는 조건이 뭡니까? 손가을 씨만 포기한다면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 수 있습니다."이 겁 없는 바람둥이는 확실히 손가을을 노리고 있었다! "멘딘 해니 씨, 용하국에 이런 옛말이 있습니다. 음탕한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고요."염구준 또한 목소리를 낮추며 냉랭하게 대꾸했다."내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면 그 누구도 당신의 생명을 지켜줄 수는 없을 겁니다.""멘딘 가문이든, 멘딘 연맹이든, 심지어 동남아의 모든 군대가 총 출동한다고 해도 난 당신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습니다!""그러니 살고 싶다면 얌전히 협조하시고, 죽고 싶다면, 기꺼이 도와드리죠!"염구준의 협박은 당연히 멘딘 해니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위엄 있는 멘딘 가문은 동남아시아를 지배하고 있었고, 십
"끄아악!"브루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겁에 질린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퉤,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백호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브루언을 채 해결하기도 전에 동굴에서는 또다시 욕설이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달무 일행이었다."X발, 브루언 그 새끼가 사람이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에 배신을 때려?""그 새끼가 계획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진짜 내 눈에 들키지만 마라.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여버릴 테니까."말만 들어서는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이윽고 달무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멀리서 서 있는 염구준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달무 쪽 일행은 총 여섯으로, 손실이 매우 막심했다. "살려줘!"그들의 모습을 본 브루언은 바닥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도움을 구했다.'뻔뻔하면 무적이라더니.'탕!달무는 앞으로 걸어가 일격으로 그를 죽인 뒤 웃으면서 염구준 등을 바라보았다."저희 대신 배신자를 처리해주신 거, 감사합니다."그는 전에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사인사를 했다.상대방이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염구준은 그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호, 네 일이나 잘해. "이 말을 들은 백호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문에 대고 팔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하압!"이 거대한 힘에 문 위에 있던 얼음은 전부 갈라져 땅에 떨어졌고 얼음이 없어지자 두꺼운 대문 역시 반응을 보였다.끼익.대문은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이 두 문은 가볍지 않았다. 백호조차도 이마에서 땀이 나올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후!"문이 완전히 열리자 백호는 힘을 거두고 탁한 기운을 토해냈다.안에는 약간의 빛이 있었는데, 내부 장식은 고대의 궁전처럼 보였다. 비록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장소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위엄있
가족들은 모두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염구준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였다.이에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비록 행복하긴 하지만 이건 모두 환상이야. 그림의 떡과도 같은 거지. 현실이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살아가야 해.'무척 뛰어난 환각술이고 모두 그가 바라던 모습이긴 했지만 마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반보천인이 될 수 있던 탓인지 그는 환각술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깨져라."염구준이 작게 읊조리자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눈앞의 화면을 지웠다."구준아, 꼭 앞을 보며 달려야 한다."고유연은 점차 사라지면서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그는 텅 빈 대문을 향해 대답했다.비록 환각술 때문에 마음속의 상처가 더 깊어지긴 했지만 오래된 바람을 이루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확고한 마음이 없어 전부 혼잣말을 하며 동굴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발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발요.""아, 계속 채굴할 테니까 때리지 마세요.""전주님, 영원히 당신을 따를 테니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이렇게 보니 염구준의 환각술만 아름다운 화면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나겠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소리 지르자 체내의 진기들이 사람들을 뒤덮었고, 이에 사람들은 몸을 떨다가 곧바로 눈이 맑아졌다. 그들은 전부 망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단한 환각술이야."백호는 조금 두려워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신 위 경지의 자신도 버티지 못한 걸 보아 방금 전의 환각술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작은 방금 전에 한 말들이 생각 나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께서 분명 다 들으셨을 거야. 아, 창피해.'"다들 빛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 환각술에 걸린 걸 거예요."염구준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빛은 커녕 그저 얼어버린 굳게 닫힌 문 밖에 보지 못했었다. 동굴 안에 들어온
'도안?'설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벽을 쳐다보았고 곧 정말로 얼음층 뒤의 돌멩이에 아주 옅은 색으로 새겨져 있는 도안을 발견했다.도안이 양 끝으로 뻗어진 걸 보면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들어올 때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뭐야?"도안을 보면 볼 수록 낯이 익어 염구준은 끊임없이 회상하기 시작했다.'옥패!'이 도안들은 전에 복제판 옥패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했다.이곳에 정말 옥패의 단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염구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한참 동안 들여다 보아도 무언가 확실한 걸 보아낼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안에 더 깊이 들어가 탐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가죠. 이건 이따가 다시 나와서 보고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뒤를 따랐고 또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다왔어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설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염구준 등은 크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바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공간이 갑자기 변하더니 주위의 환경도 변했고,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모습을 감추었다. '염씨 가문의 저택?'염구준은 주위의 환경을 보면서 곧바로 이곳이 그가 어릴 때 생활했던 곳이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는 그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의 어머니도 살아계셨다."구준아, 빨리 들어와서 밥 먹지 않고 뭘 멍 때리는 거니?"이때, 고유연이 안에서 나오며 자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이에 염구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목이 멘 채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해?"고유연은 관심 어린 어투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든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염구준은 그제야 반응이 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쳐다보았다. 그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염호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
"미친."염구준은 감탄하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펭귄들을 막으면서 제때에 도와주기 위해 대오 쪽으로 붙었다.'여기가 펭귄 집이야 뭐야. 끝도 없네. 무엇보다 이 펭귄들 너무 괴상해. 피냄새만 맡으면 포악해지면서 미친듯이 달려들잖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는 바닥에 뿌려진 피들이 피안개로 변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해.'염구준은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을 지키면서 달려오는 펭귄들을 물리쳤다."아악, 난 죽고 싶지 않아!"그러나 이때 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겁에 질려 갑자기 진형 밖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싸우고 있었던 터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X발, 괜히 말썽만 피우기는." 백호는 욕을 읊조리고는 도망친 사람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내가 갈 테니까 진형을 유지해."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앞으로 돌진해 방금 뛰쳐나간 사람을 공격하는 펭귄들을 물리쳤다.겨우 잠깐 사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걸 보면 펭귄들의 공격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염구준은 뛰쳐나간 사람의 옷깃을 잡고는 팔을 휘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 입구에 던졌다.'이상해. 이 펭귄들 피냄새를 맡고 동굴 입구까지 쫓아갔으면서 정작 도착한 뒤에는 한 눈 보고 다시 돌아가잖아. 안에 있는 걸 이 펭귄들이 꺼리는 건가 보군.'염구준은 사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대오의 앞부분으로 돌아간 후 길을 열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동굴 입구쪽에 도착하게 도와주었다.동굴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들은 안전한 셈이었다."너 이 자식, 네가 무모하게 뛰어다닌 바람에 하마터면 진형이 무너질 뻔 했잖아. 진형이 무너지면 다들 죽을 수도 있었어!"설구는 방금 전에 도망친 사람을 보자마자 발로 차버렸다.이미 오기 전부터 그는 말을 했었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도망친 사람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