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웠던 장진은 황급히 다가가 검은 사내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를 억누르려 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 난 믿을 수 없어!”“종사 3명에 고수가 30명이고 90명의 사내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단 말이야? 그들은 분명 염구준을 처리하러 떠났는데, 어떻게 이럴 수...”그는 하던 말을 멈췄다.20m 밖에서 곧은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을 가르는 것이 마치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멀리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염, 염구준?!”그 순간, 장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다가오는 염구준을 본 장진은 전도 모르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너, 그래 너. 무조건 너일 거야!”“내 부하들을 어떻게 한 거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그들의 내공을 무너뜨리고 염풍도에서 내쫓은 거지?!”“너... 어떻게 한 거야? 도대체 너 누구야! 설령 네가 실력이 좋다고 했고 내가 그렇게 많은 부하들을 보냈으니 넌 죽었어야 해. 그런데...”염구준은 무표정하게 장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의 물음에 내가 대답할 의무는 없어. 넌 그저 우리가 한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사실이었다.장진은 조직의 한 명에 불과했고, 내공이 이미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약간 뛰어난 인간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비록 같은 인간이긴 했지만, 내공이 이미 초월적인 수준을 넘어섰고 전설 중 초인의 경지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평범한 존재와 더 이상 비교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천상의 존재라 이것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를 뛰어넘는 영역이었다!“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재빨리 이 말의 의미를 읽어 낸 장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얼굴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이제야 알았다!염구준을 건드린 순간부터 그는 이미 파멸이었다.경계했던 것이 아니고 움직이기 귀찮았던 것이다.그런 것이 아니라면 보잘것없는 장진이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을 수
염구준에게 장진은 풀 한 포기, 잎사귀 하나, 종이쪼가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으니 솔직히 죽든 말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언젠가 내게 먼저 접근한 적이 있었지. 운종호를 죽이고 네가 염풍도의 주인이 되는 걸 도우라고.”염구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장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마치 신이 내리는 전음과도 같은 목소리에 장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날 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은 버려. 하지만 만약 네가 오로지 네 힘으로 운종호라는 만악의 근원을 제거한다면 염풍도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 이것이 네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형... 형님?”염구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무릎을 꿇고 있던 부하는 파들거리며 고개를 들었다.“다, 다행히 저희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떠났으니 저희는...”넋이 나간 장진을 향한 부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장진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장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120여 명의 부하들을 잃었으니...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약 서른 명 정도... 당장 불러들여.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면 운종호와 싸울 수밖에. 이 싸움에서 이기면 우린 염풍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설령 패배한다 해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장진의 말에 부하 역시 이를 악물었다.“알겠습니다!”약 30분 뒤, 염풍도 동해안. 운종호의 개인 별장.휘황찬란하다는 단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곳에는 청소, 정원 정리 등을 위해 채용한 고용인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지만 보디가드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 하나,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염풍도의 최강자인 운종호를 누군가 경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했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이 별장에 침입할 생각 따위 하지 않을 테니까!
“형님?”이때 부하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후회되십니까? 그러신 거라면 지금 바로 철수하시죠. 그래도 한때 저희 형님이셨던 분입니다.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형님을 배신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하고 있고요.”큰 형님을 배신한다는 건 온갖 암투로 얼룩진 이곳에서도 나름 금기나 비슷한 일이니 다들 망설여질만도 했다.부하의 질문에 입술을 꾹 깨문 채 애꿎은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던 장진이 마지막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솔직히 형님께서 우리한테 잘못하신 건 없잖아. 염풍도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해도 되는 거니까.”말을 마친 장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안방을 힐끗 살핀 뒤 90도 인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섰다.그런 그가 계단을 내딛으려던 찰나.“진아.”방금 전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던 운종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에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들어와.”‘뭐... 뭐?’잠깐 멈칫하던 장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 굳게 닫힌 방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심장이 마구 쿵쾅대고 숨마저 가빠졌다.‘뭐야? 그럼 지금까지 자는 척하고 있었다는 건가?’“형... 형님.”불안한 마음으로 방문을 연 장진은 바로 털썩 주저앉고는 울음부터 터트렸다.“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제가 권력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른 부하들과는 상관없이 제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니 저 한 사람에게만 벌을 주십시오!”모르는 사람이 볼 땐 이 눈물이 뜬금없다, 가식적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장진은 분명 진심이었다.같은 왕자 경지라지만 이제 겨우 초입기인 장진과 달리 운종호는 이미 정상 단계, 기습이 제대로 먹힌다면 이길 확률이 조금이나마 있겠지만 정면 돌파라면 장진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압도적인 실력 차이 앞에서 살기 위해 흐르는 눈물이었다.“난 벌을 주겠다고 한 적 없는데?”한편, 잠옷 차림의 운종호는 양반다리를 한 채 침대 위에 앉아 장진을 힐끗 바
무성, 이 두 글자에 담긴 무게에 장진은 흠칫했다.단진 무성은 단 한 명만으로도 부대 하나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였으니까.전 세계에서도 무성 경지에 오른 이는 백 명을 넘기지 않는 초특급 고수, 그것이 바로 무성이었다.“사실 왕자 경지에 올랐다 해도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야. 하지만 무성 경지에 오르면 다르지. 지금까지 닿지 못했던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란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진을 바라보던 운종호가 피식 웃었다.“자,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죠. 여러분들 덕분에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여러분?’고개를 든 장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운종호의 뒤로 검은 도포를 입은 그림자 5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심연속에서 올라온 영혼처럼, 그것들에게선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을 가린 검은 손수건, 검은 도포, 그리고 단풍 표식까지...‘저 사람들이 바로 그 대단하다는 흑풍 조직의 일원들인 걸까?’“이 분은 흑풍 조직의 좌호법, 번개손 학신통님이시다.”먼저 학신통부터 소개한 운종호는 나머지 사람들까지 차례로 소개했다.“그리고 다른 네 분은 흑풍 조직의 4대 존사, 2대 호법 바로 아래 단계인 분들이시지. 학신통님은 이미 무성 정상에 도달하셨고 다른 네 분 역시 무성 중기에 이르셨지. 강함? 이것이 바로 강함이다.”‘이럴 수가.’바로 눈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기가 눌려서일까. 털썩 주저앉은 장진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흔들렸다.운종호까지 총 6명의 무성급 고수,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무기 사용이 금지된 지금, 이 정도 전력이라면 웬만한 나라 하나는 궤멸시킬 정도로 강력했으니 오금이 저릴만 했다.“자네가 장진인가?”장진을 살펴보던 학신통이 피식 웃었다.“염구준을 납치하려고 120명의 부하를 보냈다지. 아, 거기에 진영주, 손가을의 납치까지 노렸다고? 자네를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염구준이 누구인지는 알고서 그런 결
순간 흠칫하던 것도 잠시, 장진은 본능적으로 외쳤다.“설, 설마 염구준을 죽이려는 것입니까?”“물론이지.”운종호와 시선을 마주친 학신통의 얼굴에 음모의 미소가 피어올랐다.“우리 흑풍 조직은 이미 운 사장과 손을 잡았다. 염구준을 제거하기만 하면 운 사장이 용하국 북부의 주인이 될 것이다. 물론 넌 운 사장이 가장 아끼는 부하이니 이번 작전에 성공만 한다면 용하국에서 넌 운 사장 다음으로 존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용하국 북부 주인의 오른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제, 제가 뭘 하면 될까요?”흥분 때문일까? 어느새 호흡이 가빠진 장진은 눈동자까지 새빨개진 모습이었다.“최강의 남자와 싸울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군요. 전 죽는 것 따윈 두렵지 않습니다. 호법님, 형님. 두 분께서 시키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염구준을 제거할 수 있다면 설령 그 과정에서 죽는다 해도 이 세상에 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겠죠. 그런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호오, 생각보다 야망이 꽤 큰 자로군.’“좋아. 아주 좋아! 하하하하!”장진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너털웃음을 짓던 학신통, 하지만 다음 순간.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학신통은 장진의 부하 중 한 명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콰직.그리고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건가 싶더니 마른 장작 부러지 듯 목뼈가 부러졌다.“호법님!”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장진은 입만 벙긋거리다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이게 무슨...’“대어를 잡으려면 좋은 미끼를 써야겠지. 큭큭...”음산하게 웃던 학신통은 품 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흰 가루를 시체의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저건... 변장 가루?’기묘한 변장 가루 덕분에 시체가 된 부하의 얼굴은 누가 봐도 운종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체격마저 비슷하여 측근이 아니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분장이었다.“이 시체를 찍어 염구준에게 보여줘. 그럼 운 사장이 죽었다는 말을
한 번에 이 정도 고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그리고 이제 개발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염풍도에 하필 지금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뭔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군...’“대표님!”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장진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여주었다.“제가... 제가 대표님 말씀대로 운종호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성공했다라...’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던 염구준이 장진의 휴대폰을 힐끗 살폈다.휴대폰 액정 속 목이 부러진 채 죽은 남자는 건장한 체격이며, 이목구비며 운종호와 나름 비슷한 모양새긴 했지만...이상하리만치 팽팽한 피부, 어딘가 어색한 이목구비, 그리고 결정적으로 목과 다른 톤의 얼굴빛...‘저 남자는 운종호가 아니야. 아마 비슷한 체격의 남자를 죽인 뒤 운종호의 모습으로 변장시킨 것이겠지.’“운종호가 맞군.”하지만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아내기 위해 염구준은 일단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마음 먹었다.“잘했어. 이제 돌아가 보도록.”행여나 들통날까 바로 휴대폰을 거둔 장진은 염구준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운이 좋았습니다. 운종호의 별장을 기습하기로 한 작전에 제대로 먹힌 거죠. 그리고 사실...”장진이 살짝 고개를 들어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운종호를 제거한 뒤 바로 이 소식을 전해 드리려 했는데 생각지 못한 일로 시간을 조금 지체하고 말았습니다. 과거 한 전투에서 운종호가 신비로운 옥패 하나를 손에 넣었고 그걸 항상 개인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그 옥패를 꺼내 대표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었는데 금고를 열 수가 없어서...”한편, 장진의 말을 듣고 있던 염구준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마지막 기회를 제발로 차버리는구나. 운종호를 제거하긴커녕 그쪽과 손을 잡고 날 공격하려 들다니. 그깟 조잡한 사진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아? 염풍도 동해안에서 느껴지는 여섯 개의 기운 중 하나가 바로 운종호일 테지...’“그래.”더 이상 장황한 거짓말을 듣고 싶지
이것은 오직 염구준을 제거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폭탄, 정원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전신 경지의 강자라 해도 아무 대비없이 당할 경우 그 자리에서 즉사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무기이니... 이번에야말로 넌 끝이다.’슈육!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폭탄이 터지는 동시에 염구준은 너무나 침착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점프하여 폭발권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폭발의 위력으로 인해 정원은 초토화되고 그 충격으로 인한 먼지들이 순식간에 주위를 가득 메웠다.“이... 이걸 피했어?”커튼 뒤에 숨은 학신통도, 마침 저 멀리 차를 대고 돌아온 장진도 멀쩡히 서 있는 염구준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피한 거지? 이번 작전은 완벽했어. 운종호로 위장한 시체도 분명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고... 여기까지 올 때도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폭탄을 어떻게 피한 거지? 이건... 말도 안 돼!’“실망이 큰가 봐?”고개를 돌린 염구준이 장진을 향해 말했다.“그 사진 보는 순간 알았어. 사진속 남자는 진짜 운종호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갑자기 말끝을 흐리던 염구준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연기가 자욱한 별장을 향해 외쳤다.“운종호, 이런 함정까지 설치해 놓고 숨을 생각인가? 이만 모습을 드러내!”슉! 슉! 슉!그리고 다음 순간, 별장 2층에서 운종호, 학신통, 4대 존사. 이렇게 6명의 강자가 염구준을 포위했다.천강육합진, 오래전부터 용하국에서 내려져오는 진법으로 6명이 하나로 뭉쳐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진법. 공격은 여섯명의 힘을 집중하여 낼 수 있고 받는 공격은 최적의 방법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최강의 진법 위치대로 서있는 그들이었지만 여섯명 중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그들이 마주한 건 평범한 강자가 아니라 전신주 전주, 용하국의 기둥이자 세계 최강의 남자였으니까.전신전이 설립되
‘편법 조금 쓴 게 뭐 어때서?’어찌 되었든 무성 경지에 올랐다는 건 재능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약한 무성 강자라고 해도 웬만한 나라 하나는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흑풍 조직에서도 높은 요직을 맡고 있는 그들은 어딜 가나 추앙받는 존재,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그런데 그런 그들을 한낱 동네 양아치 보 듯하는 염구준의 눈빛은 4대 존사의 고고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기에 충분했다.‘저 자식이 건방지게...’“염구준!”이때 좌호법 학신통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네가 강하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흑풍 조직을 무시하지 마라. 천강육합진법으로 묶인 우리는 36명의 무성 강자가 힘을 합친 위력을 낼 수 있어. 그런데 넌? 혈혈단신으로 우릴 이길 수 있을까? 살고 싶으면 네가 가지고 있는 옥패 3개 전부 내놔. 안 그럼...”“푸하하하!”하지만 학신통의 선전포고는 염구준의 웃음소리에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흑풍 존주가 직접 온다 해도 내주지 않을, 아니... 감히 넘보지 못할 옥패를 원한다고? 멍청한 것들...’“호법님, 흔들리지 마십시오!”두 주먹을 꽉 쥔 운종호는 염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저희가 힘을 합친다면 염구준 따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 염풍도가 바로 염구준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그리고 다음 순간, 학신통을 필두로 6대 무성은 동시에 단진에 힘을 주기 시작하더니 주먹에 금빛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천강육합진 발동!”6대 무성의 전력과 진법의 버프까지 더해져 6 배로 강해진 공격이 염구준을 향해 쏟아졌다.지금까지 한 번에 36명의 무성을 상대한 자는 없었으니 이 일격에 얼마나 거대한 파괴력이 담겼을지 공격을 시전하는 본인들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진법의 힘은 거침없이 염구준의 몸을 물어뜯었고 그들 중 리더격인 학신통의 주먹이 무수한 번개처럼 쏟아졌다.“염구준 죽어!”단전에서 올라오는 고함과 함께 학신통은 두 주먹을 동시에 내뻗었다. 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