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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염구준에게 장진은 풀 한 포기, 잎사귀 하나, 종이쪼가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으니 솔직히 죽든 말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

“언젠가 내게 먼저 접근한 적이 있었지. 운종호를 죽이고 네가 염풍도의 주인이 되는 걸 도우라고.”

염구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장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마치 신이 내리는 전음과도 같은 목소리에 장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

“날 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은 버려. 하지만 만약 네가 오로지 네 힘으로 운종호라는 만악의 근원을 제거한다면 염풍도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 이것이 네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말을 마친 염구준은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

“형... 형님?”

염구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무릎을 꿇고 있던 부하는 파들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다, 다행히 저희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떠났으니 저희는...”

넋이 나간 장진을 향한 부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장진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장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120여 명의 부하들을 잃었으니...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약 서른 명 정도... 당장 불러들여.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면 운종호와 싸울 수밖에. 이 싸움에서 이기면 우린 염풍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설령 패배한다 해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장진의 말에 부하 역시 이를 악물었다.

“알겠습니다!”

약 30분 뒤, 염풍도 동해안. 운종호의 개인 별장.

휘황찬란하다는 단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곳에는 청소, 정원 정리 등을 위해 채용한 고용인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지만 보디가드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염풍도의 최강자인 운종호를 누군가 경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했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이 별장에 침입할 생각 따위 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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