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조금 쓴 게 뭐 어때서?’어찌 되었든 무성 경지에 올랐다는 건 재능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약한 무성 강자라고 해도 웬만한 나라 하나는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흑풍 조직에서도 높은 요직을 맡고 있는 그들은 어딜 가나 추앙받는 존재,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그런데 그런 그들을 한낱 동네 양아치 보 듯하는 염구준의 눈빛은 4대 존사의 고고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기에 충분했다.‘저 자식이 건방지게...’“염구준!”이때 좌호법 학신통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네가 강하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흑풍 조직을 무시하지 마라. 천강육합진법으로 묶인 우리는 36명의 무성 강자가 힘을 합친 위력을 낼 수 있어. 그런데 넌? 혈혈단신으로 우릴 이길 수 있을까? 살고 싶으면 네가 가지고 있는 옥패 3개 전부 내놔. 안 그럼...”“푸하하하!”하지만 학신통의 선전포고는 염구준의 웃음소리에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흑풍 존주가 직접 온다 해도 내주지 않을, 아니... 감히 넘보지 못할 옥패를 원한다고? 멍청한 것들...’“호법님, 흔들리지 마십시오!”두 주먹을 꽉 쥔 운종호는 염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저희가 힘을 합친다면 염구준 따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 염풍도가 바로 염구준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그리고 다음 순간, 학신통을 필두로 6대 무성은 동시에 단진에 힘을 주기 시작하더니 주먹에 금빛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천강육합진 발동!”6대 무성의 전력과 진법의 버프까지 더해져 6 배로 강해진 공격이 염구준을 향해 쏟아졌다.지금까지 한 번에 36명의 무성을 상대한 자는 없었으니 이 일격에 얼마나 거대한 파괴력이 담겼을지 공격을 시전하는 본인들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진법의 힘은 거침없이 염구준의 몸을 물어뜯었고 그들 중 리더격인 학신통의 주먹이 무수한 번개처럼 쏟아졌다.“염구준 죽어!”단전에서 올라오는 고함과 함께 학신통은 두 주먹을 동시에 내뻗었다. 단
장강삼접랑은 염구준의 공격에 세 배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기술, 즉 세 명의 염구준이 공격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의 힘을 낼 수 있는 술법이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모두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놀라웠다.36명의 무성이 힘을 합친 것과 다름없다는 번개 공격이 점차 염구준의 장강삼접랑에 밀리더니 결국 그 빛을 잃고 스르륵 사라져버린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의 장격은 그 기가 전혀 꺾이지 않은 채 두 번째, 세 번째 공격을 이어나갔다.이건 염구준이 천인 경지에 발을 들인 후로 내지른 가장 시원한 공격이었으며 전신 영역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단전의 힘만으로 시전한 진짜 실력이 담긴 공격이었다.“안, 안돼!”천강육합진의 가장 앞에 서 있던 학신통은 진법의 버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장강삼접랑을 막아내지 못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느낌에 학신통은 그대로 뒤로 튕겨나갔고 한 명이 진법 범위에서 벗어나자 진형은 무참하게 무너졌다.“겨우 이 정도야?”바닥에 널브러진 학신통을 내려다보며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도 조금은 재밌을 줄 알았는데 내가 너희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보네. 좀 더 그럴 듯한 공격을 하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죽을 거야.”‘죽는다고?’혈기가 뒤틀려 피를 내뿜을 것 같은 기분을 겨우 억누른 채 학신통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광기에 찬 얼굴로 외쳤다.“염구준은 보통 강자가 아니야. 정면으로 붙어서 이기는 건 불가능해. 그럼 플랜 B, 동시 공격이다!”동시 공격.제 아무리 강자라 해도 쪽수 앞에선 힘을 못 쓴다는 말이 있다.염구준이 아무리 빨라도 6명의 무성이 동시에 내지르는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다고 학신통은 확신했다.“공격해!”이와 동시에 학신통의 손바닥에서 번개가 번뜩였다.이것이 바로 학신통의 절기 ‘번개손’, 바위도 부숴버릴 듯한 날카로운 공격이 염구준의 머리를 타깃으로 날아들었다.무성 강자가 온힘을 다해 내지른 공격, 지금 이 순간 그의 손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합금으로 만
그리고 공격한 쪽은 분명 학신통이었음에도 오히려 왼쪽 어깨를 때린 오른팔이 저릿해져 오는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학신통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만연했다.이게 바로 최강 전신의 실력인가?바위조차 뚫을 수 있는 번개손 공격이 염구준의 어깨를 명중했지만 손날에 닿는 느낌은 마치 금강석,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이 세상에 없는 금속을 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주위에 기운을 둘러 공격을 막거나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오직 육체의 강함으로 막아낸 공격...“어떻게... 인간의 체백이 이토록 강력할 수 있지?”놀란 건 학신통만이 아니었다.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기회만 엿보고 있던 다른 다섯 명의 무성 역시 창백한 안색으로 멍하니 염구준을 바라볼 뿐이었다.‘두 번째 전략도 실패야...’기습 전, 그들은 염구준이 어떻게 대응하든 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수많은 계획을 세웠었다.그런데 피하지도, 맞받아치지도 않고 그저 맨몸으로 공격을 막아낼 거라곤 상상치도 못했기에 머리가 굳어버린 것이었다.‘저자는 전신의 경지를 넘어섰어... 이미 천인 경지라고.’천지의 영기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천인 강자가 탄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세상의 불문율과 마찬가지였는데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전신전 전주, 염구준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낸 것이었다.“옥패... 분명 옥패의 도움을 받은 거야.”정신이 반쯤 나간 학신통이 광기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염구준, 너 옥패의 비급을 수련한 거지? 아니... 비급 따위가 아니야. 옥패에 천지의 영기가 담겨있었던 게 분명해. 큭...”정말 실성이라도 한 듯 미친듯이 웃던 학신통이 말을 이어갔다.“전신전 전주라고 해도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천강육합진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천인의 경지에 올랐을 줄이야. 억울해... 억울하다고!”‘억울해? 억울하면 뭐 어쩔 건데. 어차피 이 세상은 불공평해.’“말했잖아.”무표정한 얼굴의 염구준이 학신통 일행을 쭉 훑어보았다.“날 재밌게
염구준의 머리에서 내뿜는 정신력 공격이 마치 형태를 가진 파동처럼 그의 미간에서부터 확산되며 순식간에 반경 200미터 범위를 가득 채우더니 학신통 일행이 있는 곳을 훌쩍 넘어 500미터 범위까지 확장되었다.학신통을 제외한 다른 다섯 명의 무성은 마치 무언가에 발목이라도 잡힌 듯 우뚝 서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련 한 번 없이 반짝이던 눈동자들이 빛을 잃고 말았다.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뇌사, 오직 의식 공격만으로, 육체에 생채기 하나 내지 않고 상대를 죽인 것이다.한편, 어느새 지프차로 숨어든 장진은 눈앞의 참경을 직접 목격하고는 정신줄을 놓은 것인지 바보처럼 헤실대기 시작했다.“반보 천인, 이게 바로 반보 천인의 힘이야. 내가 전신주 전주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헤헤... 헤헤...”방금 전 공격에 장진은 공격 범위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오직 그 여파만으로 장진의 정신력은 무너지고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살, 살려줘!”같은 시각. 이들 중 그나마 가장 강자인 학신통마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난 죽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비밀... 날 살려주면 비밀을 알려주지. 정말이야!”‘비밀?’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던 염구준이 천천히 학신통 앞으로 다가갔다.“무슨 비밀인데?”“네 아내... 손가을에 대한 비밀이야.”염구준의 정신 공격으로 인한 극심한 두통이 이어지고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학신통은 말을 이어나갔다.“이 모든 건 존주님의 계획이시다. 나와 사대 존사를 보내 널 기습하고 그 사이에 우호법 도천연을 보내 네 아내 손가을을 제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진짜 계획이라고.”‘우호법 도천연?’학신통 입장에서는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염구준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글쎄 종사급 아래는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봐도 되지 않나? 그리고 가을이 위험하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뭐... 뭐라고?’염구
“이제부터 염풍도는 용하국 소속이다.”염구준은 이 말 한 마디만을 남긴 채 빠르게 염풍 호텔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그... 그게 사실입니까?”호텔 1층 레스토랑, 자초지종을 들은 계춘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운종호를 비롯한 흑풍 조직 6명의 무성급 고수가 전부 죽었고... 장진은 미친데다 이제 염풍도가 우리 거라고요?”커피를 홀짝 마신 염구준은 역시나 충격 받은 표정의 손가을, 진영주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별거 아니야.”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의 표정에 손에 든 포크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려왔다.어젯밤 세상도 모르게 곤히 자는 사이 염구준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을 줄이야.운종호라는 악세력을 몰아내고 염풍도를 용하국 소속으로 만들다니.“그런데... 염풍도는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땅 아니었어?”놀라움도 잠시, 조금 현실감이 돌아온 손가을이 의아한 듯 물었다.“용하국이 일방적으로 염풍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영토 주권이 달린 문제니 다른 나라에서도 분명 가만히 있지 않겠지. 하지만 지존 용주가 알아서 할 거야.”또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염구준이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이 섬의 코코넛이라고. 아, 그리고 춘휘 씨. 오늘부터 여행사는 접고 손씨 그룹 염풍도 물자구매 담당을 맡아줘요. 월급은 본사 본부장급으로 드릴 테니. 앞으로 손씨 그룹은 대량의 코코넛을 사들일 겁니다. 잘해낼 수 있겠어요?”염구준의 제안에 계춘휘는 눈을 반짝였다.홍 회장이 세상을 뜨고 손가을의 개인 비서로 일하는 홍천기를 제외한 다른 원년 멤버들은 그저 명의만 손씨 그룹 소속일 뿐, 딱히 하는 일도 받는 돈도 없는 상태.그런데 염구준의 말 한 마디에 손씨 그룹의 정식 직원이 된 것도 모자라 요직을 얻었으니 마다할 리가 만무했다.“감, 감사합니다. 대표님.”어찌나 기쁜지 계춘휘는 말까지 더듬거렸다.“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두 대표님의 기대, 절대 져버리
“대표님, 대책을 강구하셔야 합니다.”손씨 그룹 대표 사무실, 백발이 무성한 연구센터 센터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손가을 앞에 서있다.“염풍도의 코코넛 수확량이 제품 생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계획에 따르면 매일 필요한 원재료만 3톤 정도, 하지만 염풍도의 코코넛으로 이 물량을 대는 건 역부족입니다.”‘코코넛...’손가을이 입술을 깨물었다.코코넛이야 구하려면 세상에 널렸겠지만 ‘코코넛 1호’의 퀄리티를 만족하려면 최고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코코넛이어야만 했다.그리고 센터장이 주장하는 수요량을 만족시키려면 염풍도 전체에 코코넛 나무만 심는다 해도 역부족이었다.“동남아 쪽 코코넛은 어떻습니까?”안경을 치켜세운 센터장이 말을 이어갔다.“동남아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 조건 등이 염풍도와 비슷합니다. 물론 성분을 추출함에 있어 효율성은 염풍도산 코코넛보다 떨어지겠지만 그건 물량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저희 회사가 동남아 쪽에 지사를 두고 있던가요? 제품 출시일을 맞추려면 지금 바로 연락해야 할 것 같은데요.”동남아라...순간 손가을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였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동남아로 날아가 코코넛을 공수해 오겠습니다.”워낙 다급한 사안이라 센터장을 내보낸 뒤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손가을은 부랴부랴 별장으로 향했다.“동남아... 위험할 텐데.”...잠시 후 동남아로 향하는 비행기 비즈니스석, 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전이 있는 곳도 많고... 해외 무역쪽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도 많아 코코넛 수입이 힘들지도 몰라.”6년 전, 전신전이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전이 시작된 동남아는 2년 전에야 겨우 종전을 선포했다.그리고 그 전쟁의 여파로 수많은 나라는 유명무실해졌고 현재 동남아를 실질적으로 다스리고 있는 자의 이름은 멘딘 제레, 그의 가문이 각 항구와 무역을 통제하며 거의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다.국제 사회
이곳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후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성장한 곳이기도 했다.바다, 산, 온천은 물론 옛 원주민들이 살던 부락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만의 독특함까지 보존한 곳. 그리고 멘딘 연맹의 건물이 자리한 곳이기도 했다.멘딘 연맹은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며 일일 수익이 100억을 넘는 거대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멘딘 제레 본인은 연맹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 별로 자주 방문하지 않고 실무는 멘딘 해니가 담당하고 있다.멘딘 해니, 멘딘 제레의 유일한 아들인 그는 재벌 2세 샐럽으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차고를 가진 이로 기사에 오르기도 한 그는 한정판 스포츠카만 해도 70여대에 보유하고 있었는데 세계 톱급 연예인, 모델 등과 수많은 염문설까지 뿌리며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뭐, 멘딘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니 이 정도 누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올해 60이 넘은 멘딘 제레 본인은 동남아 내전 당시 다섯 명의 아들과 네 명의 딸 그리고 사위까지 전부 잃고 남은 아들이라면 멘딘 해니 한 명뿐이었다.그러니 그가 아들을 얼마나 아낄지는 불 보 듯 뻔한 일이었다.멘딘 해니는 딱히 연맹에서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모든 직원들이 그가 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모든 건 그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오늘도 예쁜 애들로 불러.”건물 꼭대기층, 멘딘 제레 전용 사무실.아버지의 자리에 누운 멘딘 해니는 묘령의 여인을 품에 안은 모습이다.“우리 멘딘 연맹과 일하려는 사람들 여기서 태평양까지 줄 세울 수 있을걸? 내 취향 알잖아. 나한테 필요한 건 오직 여자뿐이라는 걸.”멘딘 해니의 품에 안긴 여자는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더니 괜시리 사무실 책상의 키보드를 콕콕 누르며 애교를 부렸다.“해니, 이것 좀 봐요. 전 세계 각 기업에 보내온 사업 계획서예요. 그런데 회장님은 이런 건 보지도 않으시니.”“뭐야?”이때
“그쪽한테 연락해!”멘딘 해니가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 6시, 용지 호텔에서 만나자고 말이야. 손가을, 그 여자와 깊은 대화를 나눠야겠어.”당일 저녁 6시, 용지 호텔.사치스럽다는 단어를 실체화하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이곳은 멘딘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 중 하나이자 연맹이 고객을 접대하는 장소기도 했다.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직접 만든 산해진미, 동남아 특산품인 신선한 과일들, 그리고 억대의 고급 술까지.이 모든 것이 바로 손가을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6시네. 이제 곧 꿈에 그리던 미인을 만날 수 있겠어.”룸 앞.눈이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멘딘 헤니는 자꾸만 복도 쪽을 힐끗거리며 중얼거렸다.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보디가드의 이름은 라오프, 2미터가 넘는 거구에 밀리터리룩에 험한 표정,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군용 나이프까지. 보통 사람은 말조차 걸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강한 포스를 자랑했고 해니의 오른쪽에는 이번 미팅 담당자이자 멘딘 가문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솔라공이 서있었다.“약속 시간까지 아직 2분 정도 남았습니다.”시간을 확인한 솔라공이 말했다.“용하국 사람들은 워낙 시간 개념이 철저하니 지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도련님, 이번 미팅은 몸을 좀 사리시는 게 어떨지요. 손 대표 보디가드라는 염구준 말입니다. 용하구 북부에서 군인으로 있었다는데 제가 아는 정보망 모두를 뒤져봐도 그자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정보를 찾을 수 없어?’솔라공의 조언에도 멘딘 해니는 딱히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용하국 내부 자료니 미처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설령 찾지 못한다 해도 그건 아마 별 볼일 없는 말단 군인이니까 그렇겠거니 싶었다.‘나더러 몸을 사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은 동남아, 멘딘 가문의 구역이다. 일개 용하국 퇴역 군인 따위가 설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용하국은 세계 5대 나라 중 하나지만 군인 한 명으로 외교 문제로 번질 리도 없고. 염구준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