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흠칫하던 것도 잠시, 장진은 본능적으로 외쳤다.“설, 설마 염구준을 죽이려는 것입니까?”“물론이지.”운종호와 시선을 마주친 학신통의 얼굴에 음모의 미소가 피어올랐다.“우리 흑풍 조직은 이미 운 사장과 손을 잡았다. 염구준을 제거하기만 하면 운 사장이 용하국 북부의 주인이 될 것이다. 물론 넌 운 사장이 가장 아끼는 부하이니 이번 작전에 성공만 한다면 용하국에서 넌 운 사장 다음으로 존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용하국 북부 주인의 오른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제, 제가 뭘 하면 될까요?”흥분 때문일까? 어느새 호흡이 가빠진 장진은 눈동자까지 새빨개진 모습이었다.“최강의 남자와 싸울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군요. 전 죽는 것 따윈 두렵지 않습니다. 호법님, 형님. 두 분께서 시키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염구준을 제거할 수 있다면 설령 그 과정에서 죽는다 해도 이 세상에 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겠죠. 그런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호오, 생각보다 야망이 꽤 큰 자로군.’“좋아. 아주 좋아! 하하하하!”장진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너털웃음을 짓던 학신통, 하지만 다음 순간.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학신통은 장진의 부하 중 한 명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콰직.그리고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건가 싶더니 마른 장작 부러지 듯 목뼈가 부러졌다.“호법님!”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장진은 입만 벙긋거리다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이게 무슨...’“대어를 잡으려면 좋은 미끼를 써야겠지. 큭큭...”음산하게 웃던 학신통은 품 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흰 가루를 시체의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저건... 변장 가루?’기묘한 변장 가루 덕분에 시체가 된 부하의 얼굴은 누가 봐도 운종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체격마저 비슷하여 측근이 아니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분장이었다.“이 시체를 찍어 염구준에게 보여줘. 그럼 운 사장이 죽었다는 말을
한 번에 이 정도 고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그리고 이제 개발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염풍도에 하필 지금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뭔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군...’“대표님!”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장진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여주었다.“제가... 제가 대표님 말씀대로 운종호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성공했다라...’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던 염구준이 장진의 휴대폰을 힐끗 살폈다.휴대폰 액정 속 목이 부러진 채 죽은 남자는 건장한 체격이며, 이목구비며 운종호와 나름 비슷한 모양새긴 했지만...이상하리만치 팽팽한 피부, 어딘가 어색한 이목구비, 그리고 결정적으로 목과 다른 톤의 얼굴빛...‘저 남자는 운종호가 아니야. 아마 비슷한 체격의 남자를 죽인 뒤 운종호의 모습으로 변장시킨 것이겠지.’“운종호가 맞군.”하지만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아내기 위해 염구준은 일단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마음 먹었다.“잘했어. 이제 돌아가 보도록.”행여나 들통날까 바로 휴대폰을 거둔 장진은 염구준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운이 좋았습니다. 운종호의 별장을 기습하기로 한 작전에 제대로 먹힌 거죠. 그리고 사실...”장진이 살짝 고개를 들어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운종호를 제거한 뒤 바로 이 소식을 전해 드리려 했는데 생각지 못한 일로 시간을 조금 지체하고 말았습니다. 과거 한 전투에서 운종호가 신비로운 옥패 하나를 손에 넣었고 그걸 항상 개인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그 옥패를 꺼내 대표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었는데 금고를 열 수가 없어서...”한편, 장진의 말을 듣고 있던 염구준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마지막 기회를 제발로 차버리는구나. 운종호를 제거하긴커녕 그쪽과 손을 잡고 날 공격하려 들다니. 그깟 조잡한 사진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아? 염풍도 동해안에서 느껴지는 여섯 개의 기운 중 하나가 바로 운종호일 테지...’“그래.”더 이상 장황한 거짓말을 듣고 싶지
이것은 오직 염구준을 제거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폭탄, 정원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전신 경지의 강자라 해도 아무 대비없이 당할 경우 그 자리에서 즉사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무기이니... 이번에야말로 넌 끝이다.’슈육!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폭탄이 터지는 동시에 염구준은 너무나 침착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점프하여 폭발권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폭발의 위력으로 인해 정원은 초토화되고 그 충격으로 인한 먼지들이 순식간에 주위를 가득 메웠다.“이... 이걸 피했어?”커튼 뒤에 숨은 학신통도, 마침 저 멀리 차를 대고 돌아온 장진도 멀쩡히 서 있는 염구준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피한 거지? 이번 작전은 완벽했어. 운종호로 위장한 시체도 분명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고... 여기까지 올 때도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폭탄을 어떻게 피한 거지? 이건... 말도 안 돼!’“실망이 큰가 봐?”고개를 돌린 염구준이 장진을 향해 말했다.“그 사진 보는 순간 알았어. 사진속 남자는 진짜 운종호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갑자기 말끝을 흐리던 염구준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연기가 자욱한 별장을 향해 외쳤다.“운종호, 이런 함정까지 설치해 놓고 숨을 생각인가? 이만 모습을 드러내!”슉! 슉! 슉!그리고 다음 순간, 별장 2층에서 운종호, 학신통, 4대 존사. 이렇게 6명의 강자가 염구준을 포위했다.천강육합진, 오래전부터 용하국에서 내려져오는 진법으로 6명이 하나로 뭉쳐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진법. 공격은 여섯명의 힘을 집중하여 낼 수 있고 받는 공격은 최적의 방법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최강의 진법 위치대로 서있는 그들이었지만 여섯명 중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그들이 마주한 건 평범한 강자가 아니라 전신주 전주, 용하국의 기둥이자 세계 최강의 남자였으니까.전신전이 설립되
‘편법 조금 쓴 게 뭐 어때서?’어찌 되었든 무성 경지에 올랐다는 건 재능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약한 무성 강자라고 해도 웬만한 나라 하나는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흑풍 조직에서도 높은 요직을 맡고 있는 그들은 어딜 가나 추앙받는 존재,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그런데 그런 그들을 한낱 동네 양아치 보 듯하는 염구준의 눈빛은 4대 존사의 고고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기에 충분했다.‘저 자식이 건방지게...’“염구준!”이때 좌호법 학신통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네가 강하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흑풍 조직을 무시하지 마라. 천강육합진법으로 묶인 우리는 36명의 무성 강자가 힘을 합친 위력을 낼 수 있어. 그런데 넌? 혈혈단신으로 우릴 이길 수 있을까? 살고 싶으면 네가 가지고 있는 옥패 3개 전부 내놔. 안 그럼...”“푸하하하!”하지만 학신통의 선전포고는 염구준의 웃음소리에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흑풍 존주가 직접 온다 해도 내주지 않을, 아니... 감히 넘보지 못할 옥패를 원한다고? 멍청한 것들...’“호법님, 흔들리지 마십시오!”두 주먹을 꽉 쥔 운종호는 염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저희가 힘을 합친다면 염구준 따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 염풍도가 바로 염구준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그리고 다음 순간, 학신통을 필두로 6대 무성은 동시에 단진에 힘을 주기 시작하더니 주먹에 금빛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천강육합진 발동!”6대 무성의 전력과 진법의 버프까지 더해져 6 배로 강해진 공격이 염구준을 향해 쏟아졌다.지금까지 한 번에 36명의 무성을 상대한 자는 없었으니 이 일격에 얼마나 거대한 파괴력이 담겼을지 공격을 시전하는 본인들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진법의 힘은 거침없이 염구준의 몸을 물어뜯었고 그들 중 리더격인 학신통의 주먹이 무수한 번개처럼 쏟아졌다.“염구준 죽어!”단전에서 올라오는 고함과 함께 학신통은 두 주먹을 동시에 내뻗었다. 단
장강삼접랑은 염구준의 공격에 세 배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기술, 즉 세 명의 염구준이 공격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의 힘을 낼 수 있는 술법이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모두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놀라웠다.36명의 무성이 힘을 합친 것과 다름없다는 번개 공격이 점차 염구준의 장강삼접랑에 밀리더니 결국 그 빛을 잃고 스르륵 사라져버린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의 장격은 그 기가 전혀 꺾이지 않은 채 두 번째, 세 번째 공격을 이어나갔다.이건 염구준이 천인 경지에 발을 들인 후로 내지른 가장 시원한 공격이었으며 전신 영역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단전의 힘만으로 시전한 진짜 실력이 담긴 공격이었다.“안, 안돼!”천강육합진의 가장 앞에 서 있던 학신통은 진법의 버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장강삼접랑을 막아내지 못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느낌에 학신통은 그대로 뒤로 튕겨나갔고 한 명이 진법 범위에서 벗어나자 진형은 무참하게 무너졌다.“겨우 이 정도야?”바닥에 널브러진 학신통을 내려다보며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도 조금은 재밌을 줄 알았는데 내가 너희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보네. 좀 더 그럴 듯한 공격을 하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죽을 거야.”‘죽는다고?’혈기가 뒤틀려 피를 내뿜을 것 같은 기분을 겨우 억누른 채 학신통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광기에 찬 얼굴로 외쳤다.“염구준은 보통 강자가 아니야. 정면으로 붙어서 이기는 건 불가능해. 그럼 플랜 B, 동시 공격이다!”동시 공격.제 아무리 강자라 해도 쪽수 앞에선 힘을 못 쓴다는 말이 있다.염구준이 아무리 빨라도 6명의 무성이 동시에 내지르는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다고 학신통은 확신했다.“공격해!”이와 동시에 학신통의 손바닥에서 번개가 번뜩였다.이것이 바로 학신통의 절기 ‘번개손’, 바위도 부숴버릴 듯한 날카로운 공격이 염구준의 머리를 타깃으로 날아들었다.무성 강자가 온힘을 다해 내지른 공격, 지금 이 순간 그의 손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합금으로 만
그리고 공격한 쪽은 분명 학신통이었음에도 오히려 왼쪽 어깨를 때린 오른팔이 저릿해져 오는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학신통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만연했다.이게 바로 최강 전신의 실력인가?바위조차 뚫을 수 있는 번개손 공격이 염구준의 어깨를 명중했지만 손날에 닿는 느낌은 마치 금강석,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이 세상에 없는 금속을 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주위에 기운을 둘러 공격을 막거나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오직 육체의 강함으로 막아낸 공격...“어떻게... 인간의 체백이 이토록 강력할 수 있지?”놀란 건 학신통만이 아니었다.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기회만 엿보고 있던 다른 다섯 명의 무성 역시 창백한 안색으로 멍하니 염구준을 바라볼 뿐이었다.‘두 번째 전략도 실패야...’기습 전, 그들은 염구준이 어떻게 대응하든 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수많은 계획을 세웠었다.그런데 피하지도, 맞받아치지도 않고 그저 맨몸으로 공격을 막아낼 거라곤 상상치도 못했기에 머리가 굳어버린 것이었다.‘저자는 전신의 경지를 넘어섰어... 이미 천인 경지라고.’천지의 영기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천인 강자가 탄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세상의 불문율과 마찬가지였는데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전신전 전주, 염구준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낸 것이었다.“옥패... 분명 옥패의 도움을 받은 거야.”정신이 반쯤 나간 학신통이 광기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염구준, 너 옥패의 비급을 수련한 거지? 아니... 비급 따위가 아니야. 옥패에 천지의 영기가 담겨있었던 게 분명해. 큭...”정말 실성이라도 한 듯 미친듯이 웃던 학신통이 말을 이어갔다.“전신전 전주라고 해도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천강육합진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천인의 경지에 올랐을 줄이야. 억울해... 억울하다고!”‘억울해? 억울하면 뭐 어쩔 건데. 어차피 이 세상은 불공평해.’“말했잖아.”무표정한 얼굴의 염구준이 학신통 일행을 쭉 훑어보았다.“날 재밌게
염구준의 머리에서 내뿜는 정신력 공격이 마치 형태를 가진 파동처럼 그의 미간에서부터 확산되며 순식간에 반경 200미터 범위를 가득 채우더니 학신통 일행이 있는 곳을 훌쩍 넘어 500미터 범위까지 확장되었다.학신통을 제외한 다른 다섯 명의 무성은 마치 무언가에 발목이라도 잡힌 듯 우뚝 서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련 한 번 없이 반짝이던 눈동자들이 빛을 잃고 말았다.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뇌사, 오직 의식 공격만으로, 육체에 생채기 하나 내지 않고 상대를 죽인 것이다.한편, 어느새 지프차로 숨어든 장진은 눈앞의 참경을 직접 목격하고는 정신줄을 놓은 것인지 바보처럼 헤실대기 시작했다.“반보 천인, 이게 바로 반보 천인의 힘이야. 내가 전신주 전주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헤헤... 헤헤...”방금 전 공격에 장진은 공격 범위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오직 그 여파만으로 장진의 정신력은 무너지고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살, 살려줘!”같은 시각. 이들 중 그나마 가장 강자인 학신통마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난 죽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비밀... 날 살려주면 비밀을 알려주지. 정말이야!”‘비밀?’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던 염구준이 천천히 학신통 앞으로 다가갔다.“무슨 비밀인데?”“네 아내... 손가을에 대한 비밀이야.”염구준의 정신 공격으로 인한 극심한 두통이 이어지고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학신통은 말을 이어나갔다.“이 모든 건 존주님의 계획이시다. 나와 사대 존사를 보내 널 기습하고 그 사이에 우호법 도천연을 보내 네 아내 손가을을 제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진짜 계획이라고.”‘우호법 도천연?’학신통 입장에서는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염구준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글쎄 종사급 아래는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봐도 되지 않나? 그리고 가을이 위험하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뭐... 뭐라고?’염구
“이제부터 염풍도는 용하국 소속이다.”염구준은 이 말 한 마디만을 남긴 채 빠르게 염풍 호텔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그... 그게 사실입니까?”호텔 1층 레스토랑, 자초지종을 들은 계춘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운종호를 비롯한 흑풍 조직 6명의 무성급 고수가 전부 죽었고... 장진은 미친데다 이제 염풍도가 우리 거라고요?”커피를 홀짝 마신 염구준은 역시나 충격 받은 표정의 손가을, 진영주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별거 아니야.”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의 표정에 손에 든 포크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려왔다.어젯밤 세상도 모르게 곤히 자는 사이 염구준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을 줄이야.운종호라는 악세력을 몰아내고 염풍도를 용하국 소속으로 만들다니.“그런데... 염풍도는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땅 아니었어?”놀라움도 잠시, 조금 현실감이 돌아온 손가을이 의아한 듯 물었다.“용하국이 일방적으로 염풍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영토 주권이 달린 문제니 다른 나라에서도 분명 가만히 있지 않겠지. 하지만 지존 용주가 알아서 할 거야.”또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염구준이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이 섬의 코코넛이라고. 아, 그리고 춘휘 씨. 오늘부터 여행사는 접고 손씨 그룹 염풍도 물자구매 담당을 맡아줘요. 월급은 본사 본부장급으로 드릴 테니. 앞으로 손씨 그룹은 대량의 코코넛을 사들일 겁니다. 잘해낼 수 있겠어요?”염구준의 제안에 계춘휘는 눈을 반짝였다.홍 회장이 세상을 뜨고 손가을의 개인 비서로 일하는 홍천기를 제외한 다른 원년 멤버들은 그저 명의만 손씨 그룹 소속일 뿐, 딱히 하는 일도 받는 돈도 없는 상태.그런데 염구준의 말 한 마디에 손씨 그룹의 정식 직원이 된 것도 모자라 요직을 얻었으니 마다할 리가 만무했다.“감, 감사합니다. 대표님.”어찌나 기쁜지 계춘휘는 말까지 더듬거렸다.“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두 대표님의 기대, 절대 져버리
"끄아악!"브루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겁에 질린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퉤,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백호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브루언을 채 해결하기도 전에 동굴에서는 또다시 욕설이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달무 일행이었다."X발, 브루언 그 새끼가 사람이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에 배신을 때려?""그 새끼가 계획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진짜 내 눈에 들키지만 마라.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여버릴 테니까."말만 들어서는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이윽고 달무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멀리서 서 있는 염구준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달무 쪽 일행은 총 여섯으로, 손실이 매우 막심했다. "살려줘!"그들의 모습을 본 브루언은 바닥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도움을 구했다.'뻔뻔하면 무적이라더니.'탕!달무는 앞으로 걸어가 일격으로 그를 죽인 뒤 웃으면서 염구준 등을 바라보았다."저희 대신 배신자를 처리해주신 거, 감사합니다."그는 전에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사인사를 했다.상대방이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염구준은 그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호, 네 일이나 잘해. "이 말을 들은 백호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문에 대고 팔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하압!"이 거대한 힘에 문 위에 있던 얼음은 전부 갈라져 땅에 떨어졌고 얼음이 없어지자 두꺼운 대문 역시 반응을 보였다.끼익.대문은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이 두 문은 가볍지 않았다. 백호조차도 이마에서 땀이 나올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후!"문이 완전히 열리자 백호는 힘을 거두고 탁한 기운을 토해냈다.안에는 약간의 빛이 있었는데, 내부 장식은 고대의 궁전처럼 보였다. 비록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장소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위엄있
가족들은 모두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염구준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였다.이에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비록 행복하긴 하지만 이건 모두 환상이야. 그림의 떡과도 같은 거지. 현실이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살아가야 해.'무척 뛰어난 환각술이고 모두 그가 바라던 모습이긴 했지만 마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반보천인이 될 수 있던 탓인지 그는 환각술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깨져라."염구준이 작게 읊조리자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눈앞의 화면을 지웠다."구준아, 꼭 앞을 보며 달려야 한다."고유연은 점차 사라지면서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그는 텅 빈 대문을 향해 대답했다.비록 환각술 때문에 마음속의 상처가 더 깊어지긴 했지만 오래된 바람을 이루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확고한 마음이 없어 전부 혼잣말을 하며 동굴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발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발요.""아, 계속 채굴할 테니까 때리지 마세요.""전주님, 영원히 당신을 따를 테니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이렇게 보니 염구준의 환각술만 아름다운 화면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나겠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소리 지르자 체내의 진기들이 사람들을 뒤덮었고, 이에 사람들은 몸을 떨다가 곧바로 눈이 맑아졌다. 그들은 전부 망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단한 환각술이야."백호는 조금 두려워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신 위 경지의 자신도 버티지 못한 걸 보아 방금 전의 환각술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작은 방금 전에 한 말들이 생각 나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께서 분명 다 들으셨을 거야. 아, 창피해.'"다들 빛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 환각술에 걸린 걸 거예요."염구준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빛은 커녕 그저 얼어버린 굳게 닫힌 문 밖에 보지 못했었다. 동굴 안에 들어온
'도안?'설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벽을 쳐다보았고 곧 정말로 얼음층 뒤의 돌멩이에 아주 옅은 색으로 새겨져 있는 도안을 발견했다.도안이 양 끝으로 뻗어진 걸 보면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들어올 때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뭐야?"도안을 보면 볼 수록 낯이 익어 염구준은 끊임없이 회상하기 시작했다.'옥패!'이 도안들은 전에 복제판 옥패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했다.이곳에 정말 옥패의 단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염구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한참 동안 들여다 보아도 무언가 확실한 걸 보아낼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안에 더 깊이 들어가 탐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가죠. 이건 이따가 다시 나와서 보고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뒤를 따랐고 또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다왔어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설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염구준 등은 크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바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공간이 갑자기 변하더니 주위의 환경도 변했고,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모습을 감추었다. '염씨 가문의 저택?'염구준은 주위의 환경을 보면서 곧바로 이곳이 그가 어릴 때 생활했던 곳이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는 그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의 어머니도 살아계셨다."구준아, 빨리 들어와서 밥 먹지 않고 뭘 멍 때리는 거니?"이때, 고유연이 안에서 나오며 자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이에 염구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목이 멘 채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해?"고유연은 관심 어린 어투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든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염구준은 그제야 반응이 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쳐다보았다. 그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염호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
"미친."염구준은 감탄하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펭귄들을 막으면서 제때에 도와주기 위해 대오 쪽으로 붙었다.'여기가 펭귄 집이야 뭐야. 끝도 없네. 무엇보다 이 펭귄들 너무 괴상해. 피냄새만 맡으면 포악해지면서 미친듯이 달려들잖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는 바닥에 뿌려진 피들이 피안개로 변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해.'염구준은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을 지키면서 달려오는 펭귄들을 물리쳤다."아악, 난 죽고 싶지 않아!"그러나 이때 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겁에 질려 갑자기 진형 밖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싸우고 있었던 터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X발, 괜히 말썽만 피우기는." 백호는 욕을 읊조리고는 도망친 사람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내가 갈 테니까 진형을 유지해."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앞으로 돌진해 방금 뛰쳐나간 사람을 공격하는 펭귄들을 물리쳤다.겨우 잠깐 사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걸 보면 펭귄들의 공격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염구준은 뛰쳐나간 사람의 옷깃을 잡고는 팔을 휘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 입구에 던졌다.'이상해. 이 펭귄들 피냄새를 맡고 동굴 입구까지 쫓아갔으면서 정작 도착한 뒤에는 한 눈 보고 다시 돌아가잖아. 안에 있는 걸 이 펭귄들이 꺼리는 건가 보군.'염구준은 사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대오의 앞부분으로 돌아간 후 길을 열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동굴 입구쪽에 도착하게 도와주었다.동굴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들은 안전한 셈이었다."너 이 자식, 네가 무모하게 뛰어다닌 바람에 하마터면 진형이 무너질 뻔 했잖아. 진형이 무너지면 다들 죽을 수도 있었어!"설구는 방금 전에 도망친 사람을 보자마자 발로 차버렸다.이미 오기 전부터 그는 말을 했었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도망친 사람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