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는 싸움...장진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다 빠르게 번뜩였다.콧수염의 말대로 계속 주저한다면 염구준이 움직일지 여부를 떠나 형제들도 내키지 않을 것이고 콧수염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부하들을 어떻게 복종시킬 수 있을까?마음을 사는 것은 리더가 가져야 할 전술이다.“염구준, 원래는 너와 한번 놀아보려고 했는데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렇다면 본때를 보여 줄 수밖에!”장진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콧수염은 우리의 형제이니 이대로 억울하게 둘 수는 없다!”“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너희들이 말해 봐!”이건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울려 그들의 투지를 자극하는 것이었다!“복수! 복수!”모두들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형제들을 모아 염풍호텔로 쳐들어가 콧수염 형을 대신해 복수하시죠!”“그래!”장진의 얼굴은 무시무시하게 변했다.“모두 불러서 염구준을 처리한다.”장진은 매우 신속하게 움직였다.10분도 채 안 되어 120명이 모였고 그중에 무술 고수가 30명, 대가가 30명이 속해 있었다. 그들은 서해안에 집합해 버스 2대와 벤 6대에 올라 어둠을 가르며 염풍호텔로 향했다....한편, 염풍호텔.계춘휘는 펜트하우스 베란다에 서서 야간 망원경으로 주위의 동태를 살피다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렸다.“대표님이 추측이 맞았어요. 그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요.”“버스 2대와 벤 6대는 모두 장진의 사람이에요.”진짜 하늘이 높은 줄 모르는 것 같다...계춘휘의 옆에 있던 염구준은 무심하게 아래쪽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내가 직접 본때를 보여줄 것이니 가을이와 영주를 잘 부탁해요.”말을 마친 염구준은 계춘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천천히 계단으로 내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끽-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와 벤들이 염풍 호텔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호텔로 곧장 쳐들어갔다. 질서 정연한 것이 특수훈련을 거친 몸들이었고 모두 살기를
“그럼, 수고해. 그 두 여자는 전리품으로 너희들이 실컷 즐길 수 있게 할게!”역시 형님이다!“감사합니다! 형님.”남자는 야비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무전기를 껐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120명의 부하들을 보며 손을 들어 목을 긋는 동작을 했다.“형님께서 염구준을 처리하면 그 두 여자와 실컷 즐길 수 있다고 했다!”하하!그들의 눈에 불길이 일었고 호텔 카운터의 숙박 등록기록을 뒤져 염구준의 머무는 스위트룸을 찾아내 엘리베이터로 돌진했다.그리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우르르...4대의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두 번에 걸쳐 상승했고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꼭대기로 향했다. 전체 과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누구도 감히 막을 수 없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응?”엘리베이터 입구의 맨 앞에 서 있던 그들 우두머리는 눈앞에 나타난 젊은이를 뚫어지고 응시하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사람이다!염구준!복도 모퉁이에서 염구준은 커피를 한 잔을 들고 서비스 카운터 뒤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마치 상대가 120명의 무시무시한 괴한들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개미 무리에 불과하다는 듯했다.“저 사람이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염구준이에요?”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다른 두 무림 고수는 염구준을 반복해서 확인하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형,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로 저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요?”“장진형은 그가 보통 실력 아니라고 했어... 그러니 절대 가볍게 움직여선 안 돼.”최강의 패자는 강력하긴 했지만, 무적은 아니다!무신의 경지에 도달해야지만 전수를 무시할 수 있다. 게다가 무성이라고 해도 무공을 충분히 사용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그리고 오늘 밤, 장진의 계획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수백 명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염구준을 죽이고 말겠다고 했다!“당신이 무도 왕자란 건 알겠어!”맨 앞에 서 있던 ‘작두’란 별명을 가진 남자
기습공격이 성공했다!그의 시선에는 염구준이 오른손에 커피를 들고 있고 왼손은 카운터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어서 그의 급습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반응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최상급 실력자라고 한들 기습 공격이고 또 무도 최강 종자의 필살기였기에 아무런 방어가 없는 상태라면 무조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하지만...“급습? 과단성이 있는 움직임이지만 힘이 너무 약한 게 아쉽군.”염구준은 왼손 식지를 미세하게 구부리며 날아오는 칼을 보지도 않고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나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거야? 그럼 내가 먼저 그 맛을 보여주지!”“넌 고통도 없이 빨리 죽어갈 거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손가락 끝이 테이블과 닿아 ‘탁’ 소리를 냈다!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너무 가벼운 움직임이었지만 건물 복도 전체의 공기가 갑자기 얼어붙었고 칼이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염구준에 닿지도 않았다.어디 그뿐인가?이 같은 움직임 아래 작두는 미처 공기의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저 흉골이 무거워지며 무거운 망치에 가격당한 것처럼 장기가 터지는 느낌이었다.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고 팔다리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다 그 자리에서 숨이 멎었다!“뭐, 뭐야?!”멀지 않은 곳에 있던 두 명의 종사와 120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작두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마치 귀신이라도 못 듯 눈을 의심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작두가 죽은 거야?최상위 종사이고 장진형의 다음으로 실력 있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조직의 제2인자가 저항조차 한번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단 말인가?어떻게 된 일인가? 염구준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염구준은 보통 무도 왕자는 아닐 것이다. 무도 왕자는 이런 무시무시한 힘을 가질 수 없다.“내 손에 죽었다는 것은 영광이다.”그때, 염구준은 이미 카운터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커피를 들고 가볍
보잘것없는 작은 물방울은 마치 무한한 위력을 담고 있는 것 같이 최전방에 있는 두 종사를 향했고 그들의 단전과 복부를 가볍게 뚫고 뒤에 있는 120명의 사내들을 차례로 관통했다.예외는 없었다.2명의 종사와 30명의 무림가를 포함한 123명의 사내들이 이 작은 물방울에 단전이 뚫리고 기해가 부서져 경락과 장기가 뒤틀렸다. 오랫동안 수련한 내공이 무너졌다.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게 되었다.피로 물든 칼을 휘둘렀던 무법자들에게는 내공을 무력화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아니, 절대 이럴 수 없어!”바닥에 쓰러진 두 종사는 몸을 움츠리고 두 손으로 복부를 감싸고 가까이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물을 화살로, 잎을 따로 칼로... 당신, 당신은 정진 왕자가 아니었어, 무성이었어!”무성?염구준은 두 종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은 커피를 전부 마셨다. 그리고 한 무리 병신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장진 어딨어?”“물론 너희들은 말하지 않아도 돼. 염풍도가 크지 않아서 그를 찾는 것은 나한테 일도 아니지. 문제는 나에게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내 기분이 썩 좋지 않단 거지.”“기분이 나쁘면 당연히 죽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그는 종사 중 한 명을 바라보며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아님, 너부터 죽여줄까?”움찔!그 종사는 겁에 질렸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10분 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실력을 갖춘 종사였고 거만했던 그지만 지금은 내공이 무너져 보통 사람보다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는데 어찌 고개를 쳐들 수 있을까!“형님...아니, 장진!”몸을 떨고 있는 그는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장진은 염풍도의 서해안에 있어요. 섬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해변 북도에...”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그가 ‘해안 북도’라고 한순간, 염구준이 살짝 움직이더니 서서히 눈앞에서 사라지고 희미한 목소리만 호텔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염풍도를 떠나, 그리고 다시는 얼씬거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당혹스러웠던 장진은 황급히 다가가 검은 사내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를 억누르려 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 난 믿을 수 없어!”“종사 3명에 고수가 30명이고 90명의 사내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단 말이야? 그들은 분명 염구준을 처리하러 떠났는데, 어떻게 이럴 수...”그는 하던 말을 멈췄다.20m 밖에서 곧은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을 가르는 것이 마치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멀리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염, 염구준?!”그 순간, 장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다가오는 염구준을 본 장진은 전도 모르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너, 그래 너. 무조건 너일 거야!”“내 부하들을 어떻게 한 거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그들의 내공을 무너뜨리고 염풍도에서 내쫓은 거지?!”“너... 어떻게 한 거야? 도대체 너 누구야! 설령 네가 실력이 좋다고 했고 내가 그렇게 많은 부하들을 보냈으니 넌 죽었어야 해. 그런데...”염구준은 무표정하게 장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의 물음에 내가 대답할 의무는 없어. 넌 그저 우리가 한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사실이었다.장진은 조직의 한 명에 불과했고, 내공이 이미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약간 뛰어난 인간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비록 같은 인간이긴 했지만, 내공이 이미 초월적인 수준을 넘어섰고 전설 중 초인의 경지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평범한 존재와 더 이상 비교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천상의 존재라 이것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를 뛰어넘는 영역이었다!“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재빨리 이 말의 의미를 읽어 낸 장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얼굴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이제야 알았다!염구준을 건드린 순간부터 그는 이미 파멸이었다.경계했던 것이 아니고 움직이기 귀찮았던 것이다.그런 것이 아니라면 보잘것없는 장진이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을 수
염구준에게 장진은 풀 한 포기, 잎사귀 하나, 종이쪼가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으니 솔직히 죽든 말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언젠가 내게 먼저 접근한 적이 있었지. 운종호를 죽이고 네가 염풍도의 주인이 되는 걸 도우라고.”염구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장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마치 신이 내리는 전음과도 같은 목소리에 장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날 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은 버려. 하지만 만약 네가 오로지 네 힘으로 운종호라는 만악의 근원을 제거한다면 염풍도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 이것이 네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형... 형님?”염구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무릎을 꿇고 있던 부하는 파들거리며 고개를 들었다.“다, 다행히 저희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떠났으니 저희는...”넋이 나간 장진을 향한 부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장진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장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120여 명의 부하들을 잃었으니...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약 서른 명 정도... 당장 불러들여.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면 운종호와 싸울 수밖에. 이 싸움에서 이기면 우린 염풍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설령 패배한다 해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장진의 말에 부하 역시 이를 악물었다.“알겠습니다!”약 30분 뒤, 염풍도 동해안. 운종호의 개인 별장.휘황찬란하다는 단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곳에는 청소, 정원 정리 등을 위해 채용한 고용인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지만 보디가드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 하나,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염풍도의 최강자인 운종호를 누군가 경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했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이 별장에 침입할 생각 따위 하지 않을 테니까!
“형님?”이때 부하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후회되십니까? 그러신 거라면 지금 바로 철수하시죠. 그래도 한때 저희 형님이셨던 분입니다.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형님을 배신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하고 있고요.”큰 형님을 배신한다는 건 온갖 암투로 얼룩진 이곳에서도 나름 금기나 비슷한 일이니 다들 망설여질만도 했다.부하의 질문에 입술을 꾹 깨문 채 애꿎은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던 장진이 마지막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솔직히 형님께서 우리한테 잘못하신 건 없잖아. 염풍도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해도 되는 거니까.”말을 마친 장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안방을 힐끗 살핀 뒤 90도 인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섰다.그런 그가 계단을 내딛으려던 찰나.“진아.”방금 전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던 운종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에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들어와.”‘뭐... 뭐?’잠깐 멈칫하던 장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 굳게 닫힌 방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심장이 마구 쿵쾅대고 숨마저 가빠졌다.‘뭐야? 그럼 지금까지 자는 척하고 있었다는 건가?’“형... 형님.”불안한 마음으로 방문을 연 장진은 바로 털썩 주저앉고는 울음부터 터트렸다.“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제가 권력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른 부하들과는 상관없이 제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니 저 한 사람에게만 벌을 주십시오!”모르는 사람이 볼 땐 이 눈물이 뜬금없다, 가식적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장진은 분명 진심이었다.같은 왕자 경지라지만 이제 겨우 초입기인 장진과 달리 운종호는 이미 정상 단계, 기습이 제대로 먹힌다면 이길 확률이 조금이나마 있겠지만 정면 돌파라면 장진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압도적인 실력 차이 앞에서 살기 위해 흐르는 눈물이었다.“난 벌을 주겠다고 한 적 없는데?”한편, 잠옷 차림의 운종호는 양반다리를 한 채 침대 위에 앉아 장진을 힐끗 바
무성, 이 두 글자에 담긴 무게에 장진은 흠칫했다.단진 무성은 단 한 명만으로도 부대 하나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였으니까.전 세계에서도 무성 경지에 오른 이는 백 명을 넘기지 않는 초특급 고수, 그것이 바로 무성이었다.“사실 왕자 경지에 올랐다 해도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야. 하지만 무성 경지에 오르면 다르지. 지금까지 닿지 못했던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란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진을 바라보던 운종호가 피식 웃었다.“자,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죠. 여러분들 덕분에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여러분?’고개를 든 장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운종호의 뒤로 검은 도포를 입은 그림자 5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심연속에서 올라온 영혼처럼, 그것들에게선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을 가린 검은 손수건, 검은 도포, 그리고 단풍 표식까지...‘저 사람들이 바로 그 대단하다는 흑풍 조직의 일원들인 걸까?’“이 분은 흑풍 조직의 좌호법, 번개손 학신통님이시다.”먼저 학신통부터 소개한 운종호는 나머지 사람들까지 차례로 소개했다.“그리고 다른 네 분은 흑풍 조직의 4대 존사, 2대 호법 바로 아래 단계인 분들이시지. 학신통님은 이미 무성 정상에 도달하셨고 다른 네 분 역시 무성 중기에 이르셨지. 강함? 이것이 바로 강함이다.”‘이럴 수가.’바로 눈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기가 눌려서일까. 털썩 주저앉은 장진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흔들렸다.운종호까지 총 6명의 무성급 고수,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무기 사용이 금지된 지금, 이 정도 전력이라면 웬만한 나라 하나는 궤멸시킬 정도로 강력했으니 오금이 저릴만 했다.“자네가 장진인가?”장진을 살펴보던 학신통이 피식 웃었다.“염구준을 납치하려고 120명의 부하를 보냈다지. 아, 거기에 진영주, 손가을의 납치까지 노렸다고? 자네를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염구준이 누구인지는 알고서 그런 결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