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수고해. 그 두 여자는 전리품으로 너희들이 실컷 즐길 수 있게 할게!”역시 형님이다!“감사합니다! 형님.”남자는 야비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무전기를 껐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120명의 부하들을 보며 손을 들어 목을 긋는 동작을 했다.“형님께서 염구준을 처리하면 그 두 여자와 실컷 즐길 수 있다고 했다!”하하!그들의 눈에 불길이 일었고 호텔 카운터의 숙박 등록기록을 뒤져 염구준의 머무는 스위트룸을 찾아내 엘리베이터로 돌진했다.그리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우르르...4대의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두 번에 걸쳐 상승했고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꼭대기로 향했다. 전체 과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누구도 감히 막을 수 없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응?”엘리베이터 입구의 맨 앞에 서 있던 그들 우두머리는 눈앞에 나타난 젊은이를 뚫어지고 응시하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사람이다!염구준!복도 모퉁이에서 염구준은 커피를 한 잔을 들고 서비스 카운터 뒤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마치 상대가 120명의 무시무시한 괴한들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개미 무리에 불과하다는 듯했다.“저 사람이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염구준이에요?”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다른 두 무림 고수는 염구준을 반복해서 확인하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형,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로 저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요?”“장진형은 그가 보통 실력 아니라고 했어... 그러니 절대 가볍게 움직여선 안 돼.”최강의 패자는 강력하긴 했지만, 무적은 아니다!무신의 경지에 도달해야지만 전수를 무시할 수 있다. 게다가 무성이라고 해도 무공을 충분히 사용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그리고 오늘 밤, 장진의 계획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수백 명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염구준을 죽이고 말겠다고 했다!“당신이 무도 왕자란 건 알겠어!”맨 앞에 서 있던 ‘작두’란 별명을 가진 남자
기습공격이 성공했다!그의 시선에는 염구준이 오른손에 커피를 들고 있고 왼손은 카운터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어서 그의 급습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반응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최상급 실력자라고 한들 기습 공격이고 또 무도 최강 종자의 필살기였기에 아무런 방어가 없는 상태라면 무조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하지만...“급습? 과단성이 있는 움직임이지만 힘이 너무 약한 게 아쉽군.”염구준은 왼손 식지를 미세하게 구부리며 날아오는 칼을 보지도 않고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나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거야? 그럼 내가 먼저 그 맛을 보여주지!”“넌 고통도 없이 빨리 죽어갈 거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손가락 끝이 테이블과 닿아 ‘탁’ 소리를 냈다!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너무 가벼운 움직임이었지만 건물 복도 전체의 공기가 갑자기 얼어붙었고 칼이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염구준에 닿지도 않았다.어디 그뿐인가?이 같은 움직임 아래 작두는 미처 공기의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저 흉골이 무거워지며 무거운 망치에 가격당한 것처럼 장기가 터지는 느낌이었다.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고 팔다리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다 그 자리에서 숨이 멎었다!“뭐, 뭐야?!”멀지 않은 곳에 있던 두 명의 종사와 120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작두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마치 귀신이라도 못 듯 눈을 의심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작두가 죽은 거야?최상위 종사이고 장진형의 다음으로 실력 있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조직의 제2인자가 저항조차 한번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단 말인가?어떻게 된 일인가? 염구준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염구준은 보통 무도 왕자는 아닐 것이다. 무도 왕자는 이런 무시무시한 힘을 가질 수 없다.“내 손에 죽었다는 것은 영광이다.”그때, 염구준은 이미 카운터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커피를 들고 가볍
보잘것없는 작은 물방울은 마치 무한한 위력을 담고 있는 것 같이 최전방에 있는 두 종사를 향했고 그들의 단전과 복부를 가볍게 뚫고 뒤에 있는 120명의 사내들을 차례로 관통했다.예외는 없었다.2명의 종사와 30명의 무림가를 포함한 123명의 사내들이 이 작은 물방울에 단전이 뚫리고 기해가 부서져 경락과 장기가 뒤틀렸다. 오랫동안 수련한 내공이 무너졌다.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게 되었다.피로 물든 칼을 휘둘렀던 무법자들에게는 내공을 무력화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아니, 절대 이럴 수 없어!”바닥에 쓰러진 두 종사는 몸을 움츠리고 두 손으로 복부를 감싸고 가까이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물을 화살로, 잎을 따로 칼로... 당신, 당신은 정진 왕자가 아니었어, 무성이었어!”무성?염구준은 두 종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은 커피를 전부 마셨다. 그리고 한 무리 병신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장진 어딨어?”“물론 너희들은 말하지 않아도 돼. 염풍도가 크지 않아서 그를 찾는 것은 나한테 일도 아니지. 문제는 나에게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내 기분이 썩 좋지 않단 거지.”“기분이 나쁘면 당연히 죽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그는 종사 중 한 명을 바라보며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아님, 너부터 죽여줄까?”움찔!그 종사는 겁에 질렸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10분 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실력을 갖춘 종사였고 거만했던 그지만 지금은 내공이 무너져 보통 사람보다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는데 어찌 고개를 쳐들 수 있을까!“형님...아니, 장진!”몸을 떨고 있는 그는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장진은 염풍도의 서해안에 있어요. 섬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해변 북도에...”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그가 ‘해안 북도’라고 한순간, 염구준이 살짝 움직이더니 서서히 눈앞에서 사라지고 희미한 목소리만 호텔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염풍도를 떠나, 그리고 다시는 얼씬거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당혹스러웠던 장진은 황급히 다가가 검은 사내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를 억누르려 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 난 믿을 수 없어!”“종사 3명에 고수가 30명이고 90명의 사내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단 말이야? 그들은 분명 염구준을 처리하러 떠났는데, 어떻게 이럴 수...”그는 하던 말을 멈췄다.20m 밖에서 곧은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을 가르는 것이 마치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멀리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염, 염구준?!”그 순간, 장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다가오는 염구준을 본 장진은 전도 모르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너, 그래 너. 무조건 너일 거야!”“내 부하들을 어떻게 한 거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그들의 내공을 무너뜨리고 염풍도에서 내쫓은 거지?!”“너... 어떻게 한 거야? 도대체 너 누구야! 설령 네가 실력이 좋다고 했고 내가 그렇게 많은 부하들을 보냈으니 넌 죽었어야 해. 그런데...”염구준은 무표정하게 장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의 물음에 내가 대답할 의무는 없어. 넌 그저 우리가 한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사실이었다.장진은 조직의 한 명에 불과했고, 내공이 이미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약간 뛰어난 인간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비록 같은 인간이긴 했지만, 내공이 이미 초월적인 수준을 넘어섰고 전설 중 초인의 경지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평범한 존재와 더 이상 비교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천상의 존재라 이것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를 뛰어넘는 영역이었다!“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재빨리 이 말의 의미를 읽어 낸 장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얼굴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이제야 알았다!염구준을 건드린 순간부터 그는 이미 파멸이었다.경계했던 것이 아니고 움직이기 귀찮았던 것이다.그런 것이 아니라면 보잘것없는 장진이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을 수
염구준에게 장진은 풀 한 포기, 잎사귀 하나, 종이쪼가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으니 솔직히 죽든 말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언젠가 내게 먼저 접근한 적이 있었지. 운종호를 죽이고 네가 염풍도의 주인이 되는 걸 도우라고.”염구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장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마치 신이 내리는 전음과도 같은 목소리에 장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날 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은 버려. 하지만 만약 네가 오로지 네 힘으로 운종호라는 만악의 근원을 제거한다면 염풍도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 이것이 네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형... 형님?”염구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무릎을 꿇고 있던 부하는 파들거리며 고개를 들었다.“다, 다행히 저희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떠났으니 저희는...”넋이 나간 장진을 향한 부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장진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장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120여 명의 부하들을 잃었으니...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약 서른 명 정도... 당장 불러들여.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면 운종호와 싸울 수밖에. 이 싸움에서 이기면 우린 염풍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설령 패배한다 해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장진의 말에 부하 역시 이를 악물었다.“알겠습니다!”약 30분 뒤, 염풍도 동해안. 운종호의 개인 별장.휘황찬란하다는 단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곳에는 청소, 정원 정리 등을 위해 채용한 고용인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지만 보디가드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 하나,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염풍도의 최강자인 운종호를 누군가 경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했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이 별장에 침입할 생각 따위 하지 않을 테니까!
“형님?”이때 부하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후회되십니까? 그러신 거라면 지금 바로 철수하시죠. 그래도 한때 저희 형님이셨던 분입니다.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형님을 배신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하고 있고요.”큰 형님을 배신한다는 건 온갖 암투로 얼룩진 이곳에서도 나름 금기나 비슷한 일이니 다들 망설여질만도 했다.부하의 질문에 입술을 꾹 깨문 채 애꿎은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던 장진이 마지막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솔직히 형님께서 우리한테 잘못하신 건 없잖아. 염풍도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해도 되는 거니까.”말을 마친 장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안방을 힐끗 살핀 뒤 90도 인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섰다.그런 그가 계단을 내딛으려던 찰나.“진아.”방금 전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던 운종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에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들어와.”‘뭐... 뭐?’잠깐 멈칫하던 장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 굳게 닫힌 방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심장이 마구 쿵쾅대고 숨마저 가빠졌다.‘뭐야? 그럼 지금까지 자는 척하고 있었다는 건가?’“형... 형님.”불안한 마음으로 방문을 연 장진은 바로 털썩 주저앉고는 울음부터 터트렸다.“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제가 권력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른 부하들과는 상관없이 제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니 저 한 사람에게만 벌을 주십시오!”모르는 사람이 볼 땐 이 눈물이 뜬금없다, 가식적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장진은 분명 진심이었다.같은 왕자 경지라지만 이제 겨우 초입기인 장진과 달리 운종호는 이미 정상 단계, 기습이 제대로 먹힌다면 이길 확률이 조금이나마 있겠지만 정면 돌파라면 장진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압도적인 실력 차이 앞에서 살기 위해 흐르는 눈물이었다.“난 벌을 주겠다고 한 적 없는데?”한편, 잠옷 차림의 운종호는 양반다리를 한 채 침대 위에 앉아 장진을 힐끗 바
무성, 이 두 글자에 담긴 무게에 장진은 흠칫했다.단진 무성은 단 한 명만으로도 부대 하나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였으니까.전 세계에서도 무성 경지에 오른 이는 백 명을 넘기지 않는 초특급 고수, 그것이 바로 무성이었다.“사실 왕자 경지에 올랐다 해도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야. 하지만 무성 경지에 오르면 다르지. 지금까지 닿지 못했던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란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진을 바라보던 운종호가 피식 웃었다.“자,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죠. 여러분들 덕분에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여러분?’고개를 든 장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운종호의 뒤로 검은 도포를 입은 그림자 5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심연속에서 올라온 영혼처럼, 그것들에게선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을 가린 검은 손수건, 검은 도포, 그리고 단풍 표식까지...‘저 사람들이 바로 그 대단하다는 흑풍 조직의 일원들인 걸까?’“이 분은 흑풍 조직의 좌호법, 번개손 학신통님이시다.”먼저 학신통부터 소개한 운종호는 나머지 사람들까지 차례로 소개했다.“그리고 다른 네 분은 흑풍 조직의 4대 존사, 2대 호법 바로 아래 단계인 분들이시지. 학신통님은 이미 무성 정상에 도달하셨고 다른 네 분 역시 무성 중기에 이르셨지. 강함? 이것이 바로 강함이다.”‘이럴 수가.’바로 눈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기가 눌려서일까. 털썩 주저앉은 장진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흔들렸다.운종호까지 총 6명의 무성급 고수,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무기 사용이 금지된 지금, 이 정도 전력이라면 웬만한 나라 하나는 궤멸시킬 정도로 강력했으니 오금이 저릴만 했다.“자네가 장진인가?”장진을 살펴보던 학신통이 피식 웃었다.“염구준을 납치하려고 120명의 부하를 보냈다지. 아, 거기에 진영주, 손가을의 납치까지 노렸다고? 자네를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염구준이 누구인지는 알고서 그런 결
순간 흠칫하던 것도 잠시, 장진은 본능적으로 외쳤다.“설, 설마 염구준을 죽이려는 것입니까?”“물론이지.”운종호와 시선을 마주친 학신통의 얼굴에 음모의 미소가 피어올랐다.“우리 흑풍 조직은 이미 운 사장과 손을 잡았다. 염구준을 제거하기만 하면 운 사장이 용하국 북부의 주인이 될 것이다. 물론 넌 운 사장이 가장 아끼는 부하이니 이번 작전에 성공만 한다면 용하국에서 넌 운 사장 다음으로 존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용하국 북부 주인의 오른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제, 제가 뭘 하면 될까요?”흥분 때문일까? 어느새 호흡이 가빠진 장진은 눈동자까지 새빨개진 모습이었다.“최강의 남자와 싸울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군요. 전 죽는 것 따윈 두렵지 않습니다. 호법님, 형님. 두 분께서 시키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염구준을 제거할 수 있다면 설령 그 과정에서 죽는다 해도 이 세상에 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겠죠. 그런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호오, 생각보다 야망이 꽤 큰 자로군.’“좋아. 아주 좋아! 하하하하!”장진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너털웃음을 짓던 학신통, 하지만 다음 순간.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학신통은 장진의 부하 중 한 명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콰직.그리고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건가 싶더니 마른 장작 부러지 듯 목뼈가 부러졌다.“호법님!”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장진은 입만 벙긋거리다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이게 무슨...’“대어를 잡으려면 좋은 미끼를 써야겠지. 큭큭...”음산하게 웃던 학신통은 품 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흰 가루를 시체의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저건... 변장 가루?’기묘한 변장 가루 덕분에 시체가 된 부하의 얼굴은 누가 봐도 운종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체격마저 비슷하여 측근이 아니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분장이었다.“이 시체를 찍어 염구준에게 보여줘. 그럼 운 사장이 죽었다는 말을
우르릉쾅!한창 격전을 치를 때, 지하가 심하게 진동하면서 위에서 자갈과 모래들이 떨어졌다.지하가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다.이곳은 지면과 거리가 있어서 묻히게 되면 아무도 살아서 도망칠 수 없다.“도망쳐! 지진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양쪽 세력은 싸움을 멈추고 지하 입구로 도망쳤다.그들은 내려올 때, 나중에 올라가기 쉽게 밧줄을 묶어 사다리처럼 연결해 놓았다.이미 지하 입구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은 사다리를 잡고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임시 작전팀에서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지하를 나가면 바로 석굴암이었다.평소 풀도 자라지 않고 한산하기 그지없던 곳에 오늘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딱 봐도 7인조 패거리는 보통 무술인 같지 않았다.“미카엘, 실은 자폭 기관을 가동할 필요 없어. 내려가서 저놈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한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해. 저들 중에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어.”미카엘이라는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그런데 불복하는 일행이 나서서 반격했다.“뭐가 무서워? 우리 7명이 모이면 저놈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 감히 조상들의 물건에 눈독을 들여?”“맞아. 난 수년 전에 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해서 아무도 안 무서워.”미카엘이 다시 나서서 말렸다.“큰소리하지 마. 기관이 작동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일단 보초군부터 해결하자.”“나 혼자면 충분해!”한 그림자가 브레인이 지시한 부하들에게 돌진했다.“너희들 누구야?”반보천인 고수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리아성전의 부하들은 반격할 기회도 없이 참살당했다.이어서 남자는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며 지하로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려고 했다.스스슥!그때 마침 염구준이 지하에서 올라오며 남자의 얼굴을 향해 발을 힘껏 날렸다.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남자는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강하다!’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했지만 상대의 발차기에 팔이 저리고 아팠다.“당신은 현지 무술인입니까?”염구준이 두 사람을 내려
브레인이 말을 번복하니 여러 세력들은 불만을 품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싸움이 일어났다.손전등이 비추는 곳 외에 어두워서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누가 죽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임시 작전팀의 철석 같은 동맹이 며칠 사이에 원수가 되어버렸다.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함께 공격하라! 브레인을 죽여라. 리아성전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맞아. 저 영감을 죽여야 해.”“감히 리아성전의 위엄에 도전하다니 죽고 싶어?”브레인이 모두의 분노를 사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이젠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고수 2명이 있어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구석에서 몇몇 사람들은 혼전에 참가하지 않았다.“장미 대장,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호전적인 누군가는 벌써 손이 근질근질했다.“죽고 싶으면 막지 않을게.”붉은 장미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한 켠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여기 시끌벅적하네.”바로 염구준이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임시 작전팀은 바로 동작을 멈추고 물러섰다.변수가 나타났으니 계속 싸운다면 오히려 남에게 좋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형님 맞습니까?”그때 어느 바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약하게 들렸다.염구준의 기억이 맞다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노교수의 제자 광휘일 것이다.그가 재빨리 다가가자 피바다에 쓰러진 노교수가 보였다.호흡이 미약하게 들리는 것이 이미 가망이 없었다.그리고 수호와 채나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여제자도 죽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염구준이 광휘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다.“수호와 채나가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를 음해하고 보물을 챙기고 도망갔어요.”온몸이 피투성이인 광휘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노교수의 팀은 설립된 지 오래되어서 다들 정이 깊었다.그런데 재물 앞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에휴, 내… 내가 어리석었어.”노교수가 가까스로 말을 하면서 자신을 책망했다.염구준은 두 사람의 상처를 살펴봤다.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광휘는 앞으로 휠체어에 앉아
한 차례 격전은 30분 정도 지속되어서야 끝났다.반보천인 고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전부 이곳에서 구렁이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전신 경지 이하는 빨리 열매를 따고 나머지는 구렁이가 나타나는 것을 대비해 방어한다.”브레인은 또다시 변고가 생길까 봐 인상을 찌푸리며 현장을 지휘했다.방금 거대 구렁이의 방어력이 엄청나서 속으로 꽤 놀았었다.윙!그때 갑자기 이명소리가 들리더니 검 하나가 구석에서 날아와 석벽에 꽂혔다.“혈자보제는 내 거야. 너희들은 꺼져.”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염구준이었다.그는 모습을 드러내며 구자검을 회수했다.염구준을 본 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염구준, 덩굴에 열매가 빈 것을 보아 네가 많이 딴 모양이구나. 그것으로 만족해!”이런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섭섭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혈자보제는 기이한 열매라 아무리 많아도 성이 차지 않네요.”염구준이 석벽으로 걸어가더니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리아성전의 부하들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눈길을 브레인에게 돌렸다.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전에 싸우면서 염구준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전투력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절반씩 나누자. 나도 많이 양보했어.”브레인은 어쩔 수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벌써 귀가 먹었어요? 꺼지라고 했잖아!”염구준은 브레인을 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예로부터 보물은 능력이 있는 자만이 차지했으니 브레인은 공유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염구준, 말이 너무 심하네. 우리 리아성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브레인이 뒷배를 내세웠다.“잔말 말고 물건은 여기 있으니까 능력이 있으면 빼앗아 보시든지.”염구준은 말하면서도 계속 열매를 따고 있었다.그 태도를 보아 브레인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끄드득!열받은 브레인은 손가락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염구준, 너 몇 시간 전에 결투를 벌였으면서 나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이번에 다른 반보천인
혈자보제는 아주 귀한 보물이다.하지만 보관하기 어려워서 열매를 딴 후 바로 복용해야 했다.아니면 약효야 떨어지고 며칠 뒤에 아예 썩어버린다.모든 약효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제자리에 앉아 꼼작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는지, 통로에서 다시 인기척이 전해지면서 일행의 말소리가 들렸다.“대장, 밖에 보물 정말 챙기지 않을 겁니까?”“이 바보야, 그렇게 무거운 걸 얼마나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그보다 더 가치가 있고 가벼운 것을 챙겨야지.”“역시 대장은 똑똑해요.”두 남자의 대화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다.염구준은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혈자보제를 흡수하고 있기에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혈자보제가 자란 곳까지 다가왔다.그들 반응도 염구준과 똑같았다.“대장, 여기 방울토마토 있어요.”대장은 얼떨떨했다. 햇빛도 없는 곳에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말이다.퍽!“이 무식한 자식아, 방울토마토가 이렇게 생겼어?”대장은 부하의 뒤통수를 갈기며 물었다.“그럼 이건 뭡니까?”부하는 맞은 곳을 슥슥 문지르며 물었다.“이것은…”한참을 살피던 대장도 무엇인지 몰라 대답하지 못했다.이런 식물은 본 적도 없었지만 동글동글한 것이 참 탐스럽게 생겼다.“혈자보제다. 하하하.”바로 그때 다른 통로에서 브레인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강력한 고수들은 더 귀한 물건을 원했기에 금은보화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브레인 팀장님도 여기에 오셨군요.”대장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 짜증을 냈다.한 사람이 더 나타나면 어떤 귀한 물건이라도 모두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특히 브레인 같은 고수와 동행하면 국물도 얻어먹지 못할 것이다.“그래. 너희들 모두 나가. 여기는 리아성전의 귀속이고 밖에 재물들이나 가져.”브레인은 혈자보제를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브레인 전주님, 그건 아니죠. 혈자보제는 돈으로
“교수님, 이거 과학적이라 생각하십니까?”광휘가 옆에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염구준은 수많은 화살 공격을 받아도 전혀 다치지 않았다.만약 그들이었다면 진작에 피바다에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물어보지 마!”노교수는 안색을 굳히며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오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그때 염구준을 곱게 안 보던 수호가 또 궁시렁거렸다.“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그럼 방해하지 않을 텐데.”쿵!화살이 멈출 기미가 보지이지 않자 염구준은 더는 방어하지 않고 검기로 석벽을 무너트렸다.그러자 자갈들이 우르르 떨어지면서 노궁 기관을 파괴했다.드디어 화살 공격이 멈추었다.맹렬한 공격 끝에 주변의 청석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전방 왼쪽에 50센치는 되는 구멍이 생겼다.얼떨결에 고대 궁전의 비밀을 찾은 셈이었다.염구준은 구멍으로 다가가 탐색했다.대부분 숨긴 것들은 보물이니 여기 안에 있는 물건이 더 큰 서프라이즈를 주길 바랐다.“선생님,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노교수도 궁금했지만 염구준은 그보다 더 궁금했다.“따라오지 마세요. 안에 어떤 위험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난 교수님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노교수가 또 잔소리할까 봐 아예 겁을 주었다.스으윽!말이 끝나기 바쁘게, 구멍에서 기척이 들렸다.지름길이가 1미터는 되는 구렁이가 기어서 나오더니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윙!염구준은 검을 번쩍 들어 구렁이의 하부를 잘라 두 동강을 냈다.속으로 조금은 놀랐다.이 구렁이의 육체는 보통 구렁이보다 더 단단했다.그는 검을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무려 다섯 번이나 공격해서야 구렁이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그가 추측한 것과 같이 구멍 안은 확실히 위험했다.노교수 일행은 위험을 감지하고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그럼 선생님이 가세요.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염구준은 서슴없이 구멍으로 들어갔다.그가 몸으로 불빛을 발사하자 전방의 상황이 또렷이 보였다.구멍
그때 여광으로 벽에 커다란 도안이 들어왔다.옥패였다.염구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바닥의 화염을 더 밝게 비추었다.그러다 거대한 옥패 도안의 가운데 작은 홈이 있는 걸 발견했다.이 홈은 보면 볼수록 눈에 익었다.그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그 홈에 끼워 넣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여기 있는 옥패를 누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고대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전멸한 것은 어쩌면 옥패를 두고 전쟁을 벌이다 이 지경이 된 것 같았다. 예로부터 옥패 쟁탈전은 멈춘 적이 없었다.그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선생님, 그 물건을 빼내세요.”바로 그때 노교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제 거예요.”노교수의 눈썰미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불빛이 희미한데도 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염구준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바로 옥패를 빼서 챙겨 넣었다.“선생님, 그러면 안 됩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세요.”노교수가 달려와 인내심 있게 설득했다.“정말 제 거예요. 보세요. 모두 4개.”염구준은 다른 손을 꺼내 옥패를 전부 보여주었다.옥패에 새겨진 무늬가 약간 다를 뿐, 외형은 모두 똑같았다.“세상에, 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네 개나 챙겼어요?”노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상대방이 여기서 가졌다고 확신한 이상 무엇을 말해도 소용없었다.그 바람에 노교수의 제자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채나가 나지막한 소리로 궁시렁댔다.“우리 보고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더니 혼자서 할 건 다 하네.”“당신들이 무엇을 갖든 나랑 상관없거든요. 기관을 건드리면 난 해결할 수 있지만 그쪽은 해결할 수 있어요? 이건 원래 내 거예요.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막아봐요. 그럴 능력이 없으면 잔말 마세요.”불쾌한 염구준은 더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가 화를 내자 아무도 찍소리를 못했다.염구준은 그들이 계속 따라와서 귀찮게 굴까 봐 계속 앞으로 걸었다.여기 지하는 생각보다 크지
‘저 자식이 든다고?’일행은 염구준이 기관을 찾았다고 추측했다.그런데 그가 단룡석 앞에 서더니 두 손으로 바위 밑을 잡는 것이었다.순간 그의 근육이 팽팽해지면서 주변에 기운이 감돌았다.“헐! 맨손으로 들려고?”누군가 경악하면서 소리를 질렀다.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 바위는 사람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전에 염구준과 시비가 붙었던 수호와 채나는 속으로 저주했다.“나대기를 참 좋아하네. 그냥 콱 깔려서 죽어라!”“아니야. 저 자식 들 수 없어. 그냥 근육이 부풀었을 뿐이야.”두 사람은 못마땅해하며 염구준이 개망신당하길 기다렸다.“일어나!”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힘을 끌어올리더니 단룡석이 점점 바닥에서 떨어졌다.그리고 머리 위에 번쩍 들어올렸다.“뭐 하는 겁니까? 지나가려면 빨리 가세요!”독촉하는 소리에 그제야 일행은 정신을 차렸다.“빨… 빨리 지나가자.”노교수가 외치자 일행은 바닥의 가방들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속으로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이토록 무지막지한 힘은 리프트잭보다 백 배는 강해서 인간 리프트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쿵!모두 지나간 다음, 염구준은 단룡석을 제자리에 놓았다.바닥에 떨어질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선생님, 이게…”놀라움을 금치 못한 노교수는 묻고 싶었지만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맨손으로 무게가 엄청난 단룡석을 거뜬하게 들다니 이런 충격적인 장면은 마치 귀신을 본 것과 흡사했다.수호와 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염구준이 방금 했던 말을 듣고 따지고 들까 봐 무서웠다.“저 원래 힘이 타고 났어요.”염구준이 태연하게 설명했다.“이건 과학적이지 못해요. 몇 백 키로나 되는 무게는 들어올려도 이것은 단룡석이란 말입니다.”노교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왠지 염구준을 연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들 눈에는 모두 환상적인 힘이었다.“그만하시고 안에 들어가 보시죠.”염구준은 더는 설명하기가 귀찮아 혼자 저벅저벅 앞
“괜찮습니다. 전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거절하고 마음만 받았다.이 노인은 사람은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았다.그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만졌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채나는 시선을 피하며 벗어나려고 했다.“저기요, 할 말 있으면 좋게 하시죠.”동행이 그 모습을 보더니 나서서 말렸다.채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그러죠. 방금 만진 물건에 독이 있어요. 손바닥을 보세요. 검은 기운이 어깨까지 올라가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채나의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그럼 죽는 건가?’당황한 채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울먹거렸다.“잘못했어요.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줍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그녀는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주먹만한 큰 루비를 꺼냈다.이 보석 겉면에 독약이 남아 있었다.“방금 독약은 다 제거했어요. 손바닥이 독가스에 화상을 입었지만 며칠 뒤면 괜찮아질 겁니다.”염구준은 그저 경고를 주며 노교수를 쳐다봤다.“제자들을 잘 지켜보세요. 고대 궁전에 기관이 많고 함정도 많아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전 괜찮지만 손해보는 건 결국 당신들이에요.”이미 주의를 줬으니 듣든 말든 더는 상관하지 않았다.노교수는 난감했다.염구준에게 한바탕 뭐라고 했는데 결국은 본인 제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채나야, 어리석게 왜 그랬어? 우리 고고학자들은 유혹에 부딪쳐도 절대 넘어가면 안 돼.”…교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일행은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방금 채나의 손바닥을 보고 다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그로 인해 염구준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왠지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앞으로 가는 길에 석상과 벽화 등이 눈에 보였다.염구준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가자 일행도 바로 뒤를 따랐다.노교수는 멈춰서 연구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워낙 기관들이 많아 제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길이 끊겼네.”손전등을 흔들어보나 앞에는 검정색 벽만 있고 양측에
“잠시만요!”노교수는 염구준이 저만치 앞서가자 말을 끊고 서둘러 뒤쫓았다.왠지 모르게 그를 따라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여기는 왜 오신 겁니까?”노교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일단은 그냥 둘러보려고요.”“그리고 나서는요?”“괜찮은 게 있으면 빌릴 생각입니다.”“그건 도둑질이에요!”“여긴 용하국도 아니고,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궁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요. 그러니 엄연히 말해서 도둑질은 아니죠.”두 사람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를 설득하지는 못했다.하지만 사실상 염구준이 탐낼 만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쉿.”이때, 걷다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이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노교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따지고 들었다.“말 돌릴 생각 하지 마세요. 이건 중요한 얘기니까요.”하지만 곧 염구준의 한마디에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졌다.“저희, 한 명이 줄어든 것 같아요.”밀폐된 공간, 빛 한 점 없는 지하에서 이런 말은 너무나 섬뜩했다.방금 전에 오줌을 싸지 않았다면 이 말을 들은 뒤 다들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게 뻔했다.“장난치지 마세요.”한 여성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 찬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뒤에 있어요!”염구준은 장난치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악!”그의 말에 뒤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을 보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옷차림으로부터 그녀가 노교수 일행 중 다른 한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휘익.그녀는 말없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채 가장 가까운 대원에게 달려들었다.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염구준이 그녀보다 더 빨리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가볍게 들어올렸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염구준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