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에는 문제 없겠지만 내 실적에는 큰 문제가 생긴다고!’하지만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순 없는 노릇.이성과는 버스 밖에 배치된 노점을 가리키며 어색하게 웃었다.“관광객 여러분들의 쇼핑 자유는 물론 보장해 드립니다. 하지만 다들 어떻게든 먹고 살자고 이렇게 힘들게 노점상으로 일하고 있는데 매출이라도 올려주시죠. 저 코코넛 좀 보세요. 저희 염풍도 특산품입니다. 신선하고 시원한 건 물론이고 여자분들 피부에도 그렇게 좋아요. 우리 여성분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우시지만 자고로 미모도 다다익선 아니겠어요?”피부에 좋다고?순간 손가을의 눈빛이 번뜩였다.손씨 그룹이 청해시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뷰티 분야에서의 인지도 덕분이었다.‘그래. 저번에 왔을 때 코코넛 먹어 본 적 있었는데 맛은 확실히 좋았어. 퀄리티는 보장됐고... 여기 코코넛을 들여와서 성분을 추출하면...’“구준 씨, 우리 사자.”염구준의 팔짱을 낀 손가을은 진영주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노점 앞으로 다가갔다.“코코넛 가격이 어떻게 돼요, 사장님?”유창한 영어 실력에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노점 사장은 흰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웃었다.“한국어 하셔도 됩니다. 저도 다 알아들어요! 코코넛이요? 하나에 5만원입니다.”쿠궁!사장의 대답에 염구준은 물론 손가을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평소 마트에서 사도 이 정도 가격은 아닌데 현지 특산품을 이렇게 비싸게 판다는 건 분명 비합리적이었다.“사장님, 5만원은 너무 비싼데요.”염구준이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관광지 물가가 비싼 거야 당연한 거지만 이 가격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이런 바가지를 쓸 것 같습니까?”“하이고, 비싸다고 생각되시면 안 사시면 되지요. 억지로 팔 수야 없으니까요.”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던 사장은 이성과와 시선을 맞추더니 피식 웃었다.“이 섬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모르시는군요.”이 섬은 휴화산이 자리한 곳, 땅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수분 소모가
말로는 아니라고 해도 결국 어떻게서든 코코넛을 팔게 만드려는 수작이잖아?5만원짜리 코코넛, 만원짜리 생수, 2만원짜리 요구르트...이 말도 안 되는 물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안 샀다가 정말 탈수증세라도 오면 어떡하지?관광객들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걱정이 앞섰다.“다들 계속 고집을 부리실 건가요...”이성과가 핸들에 기댄 버스 기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기사님은 운전이 힘든 상황이고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 책임... 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염구준은 이성과의 외침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버스에 올라탔다.그리고 족히 100kg는 되어 보이는 거구의 운전기사를 한손으로 들어 짐짝처럼 뒷좌석에 던져버렸다.“가을아, 기사님 몸이 불편하시다니까 운전은 내가 할게. 다른 분들도 타시라고 말씀드려.”염구준의 말에 다른 관광객들은 굳이 손가을이 부를 필요도 없이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다.“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잔뜩 겁에 질린 채 뒷좌석에 널브러진 운전기사를 바라보던 이성과는 염구준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하, 싸움 좀 한다 이거야? 여긴 너 같은 게 까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우리 사장님이 누군지 알...”“자, 다들 꽉 잡으십시오.”하지만 염구준은 아예 이성과를 투명인간 취급하곤 관광객들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제가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거든요. 그래서 이 섬에 대해선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 포인트 화산구가 이 섬의 하이라이트니 바로 거기로 가시죠.”부웅.염구준이 엑셀을 밟음과 동시에 관성으로 인해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뻔한 이성과는 죽일 듯이 염구준을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그래. 화산구로 간다 이거지? 두고 봐...’버스는 빠르게 도로를 달려 30분 뒤 염풍도의 자랑, 화산구에 도착했다.여전히 웅장한 경치, 저번에 왔을 때보다 달라진 점이라면 주변에 우뚝 선 빌딩들, 그리고 도처에 보이는 주얼리 가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었다.화산구 근처에서
염구준이 버스를 운전한 덕에 쓸데없는 돈도 안 쓰고 시간도 절약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야.”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린 이성과가 매서운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았다.“운전은 마음껏 했냐? 내가 이대로 넘어갈 줄 알아? 지금부터 그냥 버스에 콕 박혀있어. 안 그럼...”“안 그럼 뭐?”한낱 가이드 따위에게 겁 먹을 리가 없는 염구준은 손가을, 진영주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트렁크에 있는 짐 역시 어차피 최첨단 잠금장치는 물론 위치추적 장치도 달려있어 설령 잃어버린다 해도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었기에 이토록 안심하고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감히 날 무시해?”염구준 일행의 뒷모습을 씩씩 대며 노려보던 이성과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 뒤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온갖 가게들이 즐비한 화려한 거리.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화산구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장관인 경치를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위 가게들을 둘러보며 광석 액세서리를 만지작거리는 관광객들도 꽤 있었다.비취 같기도 하고, 찬란한 진주 같기도 하고, 화려한 광석들로 만든 소품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와, 이쁘다. 진짜 화산구에서 채굴한 건가?”“조개 모양 광석도 있어. 대박 신기해.”“이렇게 생긴 건 처음 보는 것 같아.”다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손가을과 진영주의 시선도 어느새 전시된 제품들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솔직히 광석 자체는 비싸지 않았지만 오직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는 매리트와 온갖 다양한 디자인들이 매력적이었다.“이 목걸이 이쁘다.”염구준의 팔을 끌고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던 손가을이 목걸이 하나를 집어들었다.화산 용암이 냉각되어 만들어낸 자연의 무늬가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목걸이었다.“마음에 들어?”목걸이를 훑어보던 염구준이 싱긋 웃었다.“마음에 들면 사. 사줄게.”‘그러고 보니까 결혼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선물 하나 못해 줬네.’“두 분 안목이 대단하시네요.”노점
손가을은 목걸이를 하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염구준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예뻐?” 염구준은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보면서 말했다. “예뻐! 평범한 작식품이라고 해도 당신이 착용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손가을은 얼굴이 빨개져서 중얼거렸다. ‘말은 잘해. 하지만 난 그런 염구준이 좋아.’ “사장님?” 그녀는 손을 들어 목걸이를 만지며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사장님을 향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 목걸이는 얼마 하나요? 핸드폰으로 지불해도 됩니까?” 사장님은 웃으며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세우고 말했다. “3억 원입니다.” “3…… 3억 원?” 손가을은 제자리에 서서 어리둥절해졌다. 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놀라웠다. 손씨 그룹의 현재 자산으로는 3억 원이 아니라 30억, 300억 원이라고 해도 눈도 깜빡하지 않겠지만 그룹 사장으로서 각종 중요한 장소에 참석할 기회가 적지 않아 평소에 드레스를 입을 때 장식품을 매치하고는 해서 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 가격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진숙영이 그녀에게 준비해 준 액세서리만 해도 200억이 넘는 가치라 조금 알고 있었다. 눈앞의 목걸이는 재질이나 스타일로 봐서는 기껏해야 200만 정도 하는 제품이었다. 사장이 가격을 곱으로 올리다니. “사장님, 장난하세요?” 손가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진영주는 화가 나서 웃었다. “우리가 바보로 보이세요? 이런 목걸이는 화산구에서 돌을 주워다가 갈면 되는 거 아니에요? 3억이 아니라 3만 원이라고 해도 비싸요.” 그녀는 말하면서 손가을을 보며 말했다 “언니, 우리 속지 마! 얼른 빼.” 손가을은 목걸이를 빼 제자리에 놓고 염구준의 팔을 끼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런데……. “아가씨, 목걸이를 찼는데 사지 않는 법이 어디 있어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죠. 한 번 만졌으면 중고품이 되는데 아가씨가 사지 않으면 누가 사겠어요? 썼으면 반드시 사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가게의 규칙이에요. 가고 싶으
이때, 화산구 부근의 가게에서 약 30명이 되는 양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손에몽둥이 혹은 비수를 들고 사방에서 재빨리 나와 신속하게 가게 옆으로 돌진해서 염구준 등 인을 겹겹이 에워쌌다. 주위의 관광객들은 놀라서 도망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심지어 구경하는 사람도 적었다. 눈앞의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걸 알 수 있었다. “3억 원으로 목숨을 부지한다는 건 괜찮은 거 아닌가?” 양복 입은 남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각 주인의 얼굴에 흉악한 웃음이 짙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목걸이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흔들며 비웃었다. “여기요. 당장 3억 원 내놔요.” ‘미치겠네…’ 염구준은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양복 입은 남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은 어떻게든 사야 하고, 사기 싫은 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어.” “외지도 그렇고, 염풍도도 마찬가지야!” “3억 원은 내 핸드폰에 있으니 가지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봐!” ‘응?’ 가게 주인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염구준을 훑어보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가을을 쓸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남자는 상관하지 말고 이 아가씨와 얘기하자!” “아가씨가 목걸이를 좋아하니까 이야기만 잘 끝나면 공짜로 줘도 괜찮아.” ‘공짜?’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사장님의 뜻을 이해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여자의 용모와 몸매를 보며 그녀를 가질 수 있다면 목걸이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가씨, 실례합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중 양복 입은 남자가 손가을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얘기하고 차 좀 마시려는 거예요. 그리고 목걸이는 당신이 가져가요!”그들은 말하면서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어 손가을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이 손가을에게 닿기 전……. 짝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에 따귀가 떨어졌다.
가게 뒤에 있던 사장은 처음엔 멍하니 있다가 염구준의 코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노호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다 같이 가서 두 여자는 남겨두고 남자는 형님에게 데려가서 처리해.” 말을 마치자 20여 명의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사방에서 동시에 달려들어 손에 든 막대기, 비수 등으로 염주군의 머리를 향해 미친 듯이 때렸다. 그리고 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몰래 손가을과 진영주에게로 접근하며 그들을 잡으려고 했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 하지만 염구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옆으로 이동해서 손가을과 진영주의 앞을 막아서더니 두 손을 들고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었다. 순간, 장면이 혼란스러워졌다.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같은 방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하지만 염구준의 기풍은 정확한 유도비탄처럼 손가을과 진영주에겐 아무런 상처를 가하지 않았다. 많은 관광객들도 얼굴에 바람이 스치는 정도로만 느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있던 양복 입은 남자는 그의 힘에 의해 날아갔고 땅에 떨어진 후에도 피를 토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가게 뒤에 있던 사장은 놀라서 입술을 떨며 말했다. “너…… 너…….” 극도의 공포에 의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신체반응은 성실해서 몸과 다리를 떨더니 바짓가랑이가 젖기 시작했다. “걱정 마,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내 손만 더러워지거든.” 염구준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가게 주인을 주시하며 말했다. “방금 네가 고가를 요구할 때 눈빛이 흔들렸어. 그리고 내가 목걸이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할 때도 당신은 눈을 돌려 우리 여행사의 가이드와 눈빛 교환을 했지. 그러니까 너희들 한패인 거지?” 가게 주인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더니 무의식적으로 관광객 사이에 있는 이성과를 한 눈 보더니 우물쭈물했다. “아… 아니, 나는…….”염구준은 안색이 차가워지더니 제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져 이성과의 앞
“야, 너 너무 나대지 마.” 이성과는 땅에서 한참 발버둥 치다가 가까스로 일어나 손을 뻗어 염구준 등 인을 가리키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싸움을 잘해봤자 이 두 여자를 지킬 수 없어. 왜냐하면 염풍도에 모두 우리 사람이거든!” “우리 춘휘여행사의 사장 계춘휘가 지금 바로 섬에 있거든. 그는 용하국 청해시의 지하세력이 가장 강한 형님이야. 예전에 홍 어르신 밑에서 있다가 지금 손씨그룹에 가입했어.” ‘뭐?’ 염구준의 뒤에 있던 손가을은 멍하니 진영주를 바라보며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알겠다.’ 이번 염풍도 여행은 진영주의 이름으로 예약했고 여행사도 진영주가 연락한 것이었다. 진씨 가문의 아가씨가 돈이 부족하지 않을 테니 자연스레 청해시에서 가장 큰 춘휘여행사에 연락을 한 건데, 그곳의 사장 계춘휘가 뜻밖에도 홍 어르신과 인연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계춘휘? 그런 사람 기억나지 않는데… 하지만 괜찮아!’ “너 방금 그 사람 염풍도에 있다고 했어?” 염구준은 차가운 얼굴로 날뛰는 이성과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십 분 내에 계춘휘보고 날 만나러 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손을 더럽혀도 직접 널 죽일 테니. 그 사람 지시든 네 단독 행동이든 넌 오늘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야 해. 지금부터 십 분이야.” ‘십… 십분?’ 이성과는 염구준의 눈빛을 보더니 온몸을 떨며 더는 망설이지 못하고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계춘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 사장님? 저 이성과예요! 방금 청해시에서 온 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저희 여행사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함부로 저희의 버스를 운전했어요…” 그는 전에 발생한 일을 과장해서 말한 후 울며 말했다.“계 사장님, 빨리 와보세요. 저희는 지금 화산구 기슭의 상업지역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10분 내에… 아니, 9분 내에 오지 않으면 그들이 절 죽일 거예요. 개를 때려도 주인을 봐야 하는 판에 이건 계 사장님을 안중에 두지 않는 거예요.” ‘뭐?’ 핸드폰 너머의 계춘휘는 낮
계춘휘는 실눈을 뜨고 이성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염구준을 보더니 처음엔 약간 멍해졌다가 동공이 점차 확대되며 심장박동이 격렬하게 빨라졌다. “염… 염 선생님?” 이성과가 말한 혼자서 30여 명을 때려눕힌 남자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보안팀 부장 염구준이라니!! 게다가 염 선생님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은 손씨그룹의 실권자이자 청해시의 제일미녀인 손씨 아가씨였다. “이 망할 놈!” 순간, 계춘휘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이성과의 뺨을 후려쳐 그를 바닥에 넘어뜨린 후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 앞으로 달려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염 선생님, 손 대표님. 저는 홍어르신의 수하 계춘휘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뭐… 뭐라고?’ 뒤쪽에서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난 이성과와 가게 앞쪽의 중년 사장, 그리고 주위를 에워싸고 구경하는 많은 관광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았다. 계춘휘까지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하다니. ‘염 선생님, 손 대표님이 대체 누군데?’ “홍 어르신께서 불행하게 목숨을 잃으신 후 크라운 노래방을 나한테 맡겼는데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어.” 염구준은 담담하게 계춘휘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홍 어르신의 따님 홍천기가 지금은 가을이 옆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지만 경험이 충분히 쌓이면 크라운 노래방을 그녀에게 돌려줄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건, 네가 손씨그룹에 의탁한 게 홍천기와 상관있는 일이야?” 그게 바로 계춘휘의 가장 큰 의지였다! “염 선생님!” 계춘휘는 여전히 몸을 굽힌 상태로 부끄러운 말투로 말했다. “홍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저희들은 우두머리가 없는 군룡이 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천기 아가씨께서 염 선생님에게 의탁을 했기 때문에 저희도 자연스레 손씨가문의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는 말을 하며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이성과를 쳐다보며 격노한 표정을 지었다. “이성과, 이리 와! 염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