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에는 문제 없겠지만 내 실적에는 큰 문제가 생긴다고!’하지만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순 없는 노릇.이성과는 버스 밖에 배치된 노점을 가리키며 어색하게 웃었다.“관광객 여러분들의 쇼핑 자유는 물론 보장해 드립니다. 하지만 다들 어떻게든 먹고 살자고 이렇게 힘들게 노점상으로 일하고 있는데 매출이라도 올려주시죠. 저 코코넛 좀 보세요. 저희 염풍도 특산품입니다. 신선하고 시원한 건 물론이고 여자분들 피부에도 그렇게 좋아요. 우리 여성분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우시지만 자고로 미모도 다다익선 아니겠어요?”피부에 좋다고?순간 손가을의 눈빛이 번뜩였다.손씨 그룹이 청해시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뷰티 분야에서의 인지도 덕분이었다.‘그래. 저번에 왔을 때 코코넛 먹어 본 적 있었는데 맛은 확실히 좋았어. 퀄리티는 보장됐고... 여기 코코넛을 들여와서 성분을 추출하면...’“구준 씨, 우리 사자.”염구준의 팔짱을 낀 손가을은 진영주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노점 앞으로 다가갔다.“코코넛 가격이 어떻게 돼요, 사장님?”유창한 영어 실력에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노점 사장은 흰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웃었다.“한국어 하셔도 됩니다. 저도 다 알아들어요! 코코넛이요? 하나에 5만원입니다.”쿠궁!사장의 대답에 염구준은 물론 손가을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평소 마트에서 사도 이 정도 가격은 아닌데 현지 특산품을 이렇게 비싸게 판다는 건 분명 비합리적이었다.“사장님, 5만원은 너무 비싼데요.”염구준이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관광지 물가가 비싼 거야 당연한 거지만 이 가격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이런 바가지를 쓸 것 같습니까?”“하이고, 비싸다고 생각되시면 안 사시면 되지요. 억지로 팔 수야 없으니까요.”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던 사장은 이성과와 시선을 맞추더니 피식 웃었다.“이 섬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모르시는군요.”이 섬은 휴화산이 자리한 곳, 땅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수분 소모가
말로는 아니라고 해도 결국 어떻게서든 코코넛을 팔게 만드려는 수작이잖아?5만원짜리 코코넛, 만원짜리 생수, 2만원짜리 요구르트...이 말도 안 되는 물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안 샀다가 정말 탈수증세라도 오면 어떡하지?관광객들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걱정이 앞섰다.“다들 계속 고집을 부리실 건가요...”이성과가 핸들에 기댄 버스 기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기사님은 운전이 힘든 상황이고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 책임... 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염구준은 이성과의 외침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버스에 올라탔다.그리고 족히 100kg는 되어 보이는 거구의 운전기사를 한손으로 들어 짐짝처럼 뒷좌석에 던져버렸다.“가을아, 기사님 몸이 불편하시다니까 운전은 내가 할게. 다른 분들도 타시라고 말씀드려.”염구준의 말에 다른 관광객들은 굳이 손가을이 부를 필요도 없이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다.“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잔뜩 겁에 질린 채 뒷좌석에 널브러진 운전기사를 바라보던 이성과는 염구준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하, 싸움 좀 한다 이거야? 여긴 너 같은 게 까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우리 사장님이 누군지 알...”“자, 다들 꽉 잡으십시오.”하지만 염구준은 아예 이성과를 투명인간 취급하곤 관광객들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제가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거든요. 그래서 이 섬에 대해선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 포인트 화산구가 이 섬의 하이라이트니 바로 거기로 가시죠.”부웅.염구준이 엑셀을 밟음과 동시에 관성으로 인해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뻔한 이성과는 죽일 듯이 염구준을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그래. 화산구로 간다 이거지? 두고 봐...’버스는 빠르게 도로를 달려 30분 뒤 염풍도의 자랑, 화산구에 도착했다.여전히 웅장한 경치, 저번에 왔을 때보다 달라진 점이라면 주변에 우뚝 선 빌딩들, 그리고 도처에 보이는 주얼리 가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었다.화산구 근처에서
염구준이 버스를 운전한 덕에 쓸데없는 돈도 안 쓰고 시간도 절약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야.”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린 이성과가 매서운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았다.“운전은 마음껏 했냐? 내가 이대로 넘어갈 줄 알아? 지금부터 그냥 버스에 콕 박혀있어. 안 그럼...”“안 그럼 뭐?”한낱 가이드 따위에게 겁 먹을 리가 없는 염구준은 손가을, 진영주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트렁크에 있는 짐 역시 어차피 최첨단 잠금장치는 물론 위치추적 장치도 달려있어 설령 잃어버린다 해도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었기에 이토록 안심하고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감히 날 무시해?”염구준 일행의 뒷모습을 씩씩 대며 노려보던 이성과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 뒤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온갖 가게들이 즐비한 화려한 거리.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화산구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장관인 경치를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위 가게들을 둘러보며 광석 액세서리를 만지작거리는 관광객들도 꽤 있었다.비취 같기도 하고, 찬란한 진주 같기도 하고, 화려한 광석들로 만든 소품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와, 이쁘다. 진짜 화산구에서 채굴한 건가?”“조개 모양 광석도 있어. 대박 신기해.”“이렇게 생긴 건 처음 보는 것 같아.”다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손가을과 진영주의 시선도 어느새 전시된 제품들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솔직히 광석 자체는 비싸지 않았지만 오직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는 매리트와 온갖 다양한 디자인들이 매력적이었다.“이 목걸이 이쁘다.”염구준의 팔을 끌고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던 손가을이 목걸이 하나를 집어들었다.화산 용암이 냉각되어 만들어낸 자연의 무늬가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목걸이었다.“마음에 들어?”목걸이를 훑어보던 염구준이 싱긋 웃었다.“마음에 들면 사. 사줄게.”‘그러고 보니까 결혼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선물 하나 못해 줬네.’“두 분 안목이 대단하시네요.”노점
손가을은 목걸이를 하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염구준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예뻐?” 염구준은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보면서 말했다. “예뻐! 평범한 작식품이라고 해도 당신이 착용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손가을은 얼굴이 빨개져서 중얼거렸다. ‘말은 잘해. 하지만 난 그런 염구준이 좋아.’ “사장님?” 그녀는 손을 들어 목걸이를 만지며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사장님을 향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 목걸이는 얼마 하나요? 핸드폰으로 지불해도 됩니까?” 사장님은 웃으며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세우고 말했다. “3억 원입니다.” “3…… 3억 원?” 손가을은 제자리에 서서 어리둥절해졌다. 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놀라웠다. 손씨 그룹의 현재 자산으로는 3억 원이 아니라 30억, 300억 원이라고 해도 눈도 깜빡하지 않겠지만 그룹 사장으로서 각종 중요한 장소에 참석할 기회가 적지 않아 평소에 드레스를 입을 때 장식품을 매치하고는 해서 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 가격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진숙영이 그녀에게 준비해 준 액세서리만 해도 200억이 넘는 가치라 조금 알고 있었다. 눈앞의 목걸이는 재질이나 스타일로 봐서는 기껏해야 200만 정도 하는 제품이었다. 사장이 가격을 곱으로 올리다니. “사장님, 장난하세요?” 손가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진영주는 화가 나서 웃었다. “우리가 바보로 보이세요? 이런 목걸이는 화산구에서 돌을 주워다가 갈면 되는 거 아니에요? 3억이 아니라 3만 원이라고 해도 비싸요.” 그녀는 말하면서 손가을을 보며 말했다 “언니, 우리 속지 마! 얼른 빼.” 손가을은 목걸이를 빼 제자리에 놓고 염구준의 팔을 끼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런데……. “아가씨, 목걸이를 찼는데 사지 않는 법이 어디 있어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죠. 한 번 만졌으면 중고품이 되는데 아가씨가 사지 않으면 누가 사겠어요? 썼으면 반드시 사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가게의 규칙이에요. 가고 싶으
이때, 화산구 부근의 가게에서 약 30명이 되는 양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손에몽둥이 혹은 비수를 들고 사방에서 재빨리 나와 신속하게 가게 옆으로 돌진해서 염구준 등 인을 겹겹이 에워쌌다. 주위의 관광객들은 놀라서 도망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심지어 구경하는 사람도 적었다. 눈앞의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걸 알 수 있었다. “3억 원으로 목숨을 부지한다는 건 괜찮은 거 아닌가?” 양복 입은 남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각 주인의 얼굴에 흉악한 웃음이 짙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목걸이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흔들며 비웃었다. “여기요. 당장 3억 원 내놔요.” ‘미치겠네…’ 염구준은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양복 입은 남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은 어떻게든 사야 하고, 사기 싫은 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어.” “외지도 그렇고, 염풍도도 마찬가지야!” “3억 원은 내 핸드폰에 있으니 가지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봐!” ‘응?’ 가게 주인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염구준을 훑어보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가을을 쓸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남자는 상관하지 말고 이 아가씨와 얘기하자!” “아가씨가 목걸이를 좋아하니까 이야기만 잘 끝나면 공짜로 줘도 괜찮아.” ‘공짜?’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사장님의 뜻을 이해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여자의 용모와 몸매를 보며 그녀를 가질 수 있다면 목걸이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가씨, 실례합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중 양복 입은 남자가 손가을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얘기하고 차 좀 마시려는 거예요. 그리고 목걸이는 당신이 가져가요!”그들은 말하면서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어 손가을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이 손가을에게 닿기 전……. 짝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에 따귀가 떨어졌다.
가게 뒤에 있던 사장은 처음엔 멍하니 있다가 염구준의 코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노호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다 같이 가서 두 여자는 남겨두고 남자는 형님에게 데려가서 처리해.” 말을 마치자 20여 명의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사방에서 동시에 달려들어 손에 든 막대기, 비수 등으로 염주군의 머리를 향해 미친 듯이 때렸다. 그리고 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몰래 손가을과 진영주에게로 접근하며 그들을 잡으려고 했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 하지만 염구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옆으로 이동해서 손가을과 진영주의 앞을 막아서더니 두 손을 들고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었다. 순간, 장면이 혼란스러워졌다.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같은 방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하지만 염구준의 기풍은 정확한 유도비탄처럼 손가을과 진영주에겐 아무런 상처를 가하지 않았다. 많은 관광객들도 얼굴에 바람이 스치는 정도로만 느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있던 양복 입은 남자는 그의 힘에 의해 날아갔고 땅에 떨어진 후에도 피를 토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가게 뒤에 있던 사장은 놀라서 입술을 떨며 말했다. “너…… 너…….” 극도의 공포에 의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신체반응은 성실해서 몸과 다리를 떨더니 바짓가랑이가 젖기 시작했다. “걱정 마,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내 손만 더러워지거든.” 염구준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가게 주인을 주시하며 말했다. “방금 네가 고가를 요구할 때 눈빛이 흔들렸어. 그리고 내가 목걸이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할 때도 당신은 눈을 돌려 우리 여행사의 가이드와 눈빛 교환을 했지. 그러니까 너희들 한패인 거지?” 가게 주인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더니 무의식적으로 관광객 사이에 있는 이성과를 한 눈 보더니 우물쭈물했다. “아… 아니, 나는…….”염구준은 안색이 차가워지더니 제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져 이성과의 앞
“야, 너 너무 나대지 마.” 이성과는 땅에서 한참 발버둥 치다가 가까스로 일어나 손을 뻗어 염구준 등 인을 가리키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싸움을 잘해봤자 이 두 여자를 지킬 수 없어. 왜냐하면 염풍도에 모두 우리 사람이거든!” “우리 춘휘여행사의 사장 계춘휘가 지금 바로 섬에 있거든. 그는 용하국 청해시의 지하세력이 가장 강한 형님이야. 예전에 홍 어르신 밑에서 있다가 지금 손씨그룹에 가입했어.” ‘뭐?’ 염구준의 뒤에 있던 손가을은 멍하니 진영주를 바라보며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알겠다.’ 이번 염풍도 여행은 진영주의 이름으로 예약했고 여행사도 진영주가 연락한 것이었다. 진씨 가문의 아가씨가 돈이 부족하지 않을 테니 자연스레 청해시에서 가장 큰 춘휘여행사에 연락을 한 건데, 그곳의 사장 계춘휘가 뜻밖에도 홍 어르신과 인연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계춘휘? 그런 사람 기억나지 않는데… 하지만 괜찮아!’ “너 방금 그 사람 염풍도에 있다고 했어?” 염구준은 차가운 얼굴로 날뛰는 이성과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십 분 내에 계춘휘보고 날 만나러 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손을 더럽혀도 직접 널 죽일 테니. 그 사람 지시든 네 단독 행동이든 넌 오늘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야 해. 지금부터 십 분이야.” ‘십… 십분?’ 이성과는 염구준의 눈빛을 보더니 온몸을 떨며 더는 망설이지 못하고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계춘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 사장님? 저 이성과예요! 방금 청해시에서 온 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저희 여행사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함부로 저희의 버스를 운전했어요…” 그는 전에 발생한 일을 과장해서 말한 후 울며 말했다.“계 사장님, 빨리 와보세요. 저희는 지금 화산구 기슭의 상업지역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10분 내에… 아니, 9분 내에 오지 않으면 그들이 절 죽일 거예요. 개를 때려도 주인을 봐야 하는 판에 이건 계 사장님을 안중에 두지 않는 거예요.” ‘뭐?’ 핸드폰 너머의 계춘휘는 낮
계춘휘는 실눈을 뜨고 이성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염구준을 보더니 처음엔 약간 멍해졌다가 동공이 점차 확대되며 심장박동이 격렬하게 빨라졌다. “염… 염 선생님?” 이성과가 말한 혼자서 30여 명을 때려눕힌 남자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보안팀 부장 염구준이라니!! 게다가 염 선생님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은 손씨그룹의 실권자이자 청해시의 제일미녀인 손씨 아가씨였다. “이 망할 놈!” 순간, 계춘휘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이성과의 뺨을 후려쳐 그를 바닥에 넘어뜨린 후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 앞으로 달려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염 선생님, 손 대표님. 저는 홍어르신의 수하 계춘휘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뭐… 뭐라고?’ 뒤쪽에서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난 이성과와 가게 앞쪽의 중년 사장, 그리고 주위를 에워싸고 구경하는 많은 관광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았다. 계춘휘까지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하다니. ‘염 선생님, 손 대표님이 대체 누군데?’ “홍 어르신께서 불행하게 목숨을 잃으신 후 크라운 노래방을 나한테 맡겼는데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어.” 염구준은 담담하게 계춘휘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홍 어르신의 따님 홍천기가 지금은 가을이 옆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지만 경험이 충분히 쌓이면 크라운 노래방을 그녀에게 돌려줄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건, 네가 손씨그룹에 의탁한 게 홍천기와 상관있는 일이야?” 그게 바로 계춘휘의 가장 큰 의지였다! “염 선생님!” 계춘휘는 여전히 몸을 굽힌 상태로 부끄러운 말투로 말했다. “홍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저희들은 우두머리가 없는 군룡이 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천기 아가씨께서 염 선생님에게 의탁을 했기 때문에 저희도 자연스레 손씨가문의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는 말을 하며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이성과를 쳐다보며 격노한 표정을 지었다. “이성과, 이리 와! 염 선생님
예상대로 전력을 다한 염구준은 두 사람 따위는 쉽게 짓눌렀다. 두 사람은 반격을 하려 했지만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쾅!격렬한 싸움 끝에, 염구준에 의해 지하 통로 밖으로 내쳐진 두 명은 부상을 당했고,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바로 만옥루가 도망친 방향을 따라 달려갔다.그야말로 염구준의 진정한 타겟이었으니까 말이다.두 반보천인에게 부상을 입히고도 계속 맞붙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느라 숨겨둔 비장의 카드까지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내에 처리하기 힘들어서도 있었다.구자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도 하고, 오른팔로 칠권합일을 두 번이나 써 무리가 가기도 했기에 염구준은 현재 필살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칠권합일을 한 번 더 쓸 필요는 없지.’“가자!”눈을 마주친 두 반보천인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한편, 밀림속에서 만옥루는 이미 아주 멀리 도망친 상태였는데,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고서야 나무에 기대어 한숨을 돌렸다.“후...”“이번에는 실패했네. 저렇게 강할 줄이야. 몇 명의 탑 반보천인들만이 저 녀석을 한 번 상대해 볼 수 있겠어.”오랫동안 강호를 떠돌면서 그가 만났던 강한 반보천인들은 적지 않았는데, 염구준도 그 중 하나였다.그는 지금 마음이 매우 아팠다. 용하국에서 만능 전당포를 순리롭게 운행하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였다.바스락.바로 이때, 미세한 소리가 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곧 눈을 크게 뜨며 식은땀을 흘렸다.염구준이 시야에 나타나서였다.‘도망쳐야 해!’만옥루는 쉬고 있던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다시 앞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기를 빌면서 말이다.“도망치지 말고 그냥 죽음을 받아 들여.”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의 목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육체의 차이 때문에 만옥루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조금 많이 느렸다.‘망했어. 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저희 삼촌은 천하무적이니까요. 죽는 건 그쪽이야, 아니, 그쪽 가족들이야!”제이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허, 너는 값이 적지 않게 나가니 죽이긴 아까워.”만옥루는 화를 내지 않고 사타와 음양쌍살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너희들은 만능 전당포에서 일하면서 전당포를 배신했으니 죽어 마땅해.”이 말을 들은 그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큰 일이야.’‘도망쳐야 해!’그러나 비록 두 명이 중상을 입긴 했으나 네 명의 반보천인이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이었다.그들은 곧 상대방이 날린 진기에 맞아 날아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염구준,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음양쌍살 중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는 이런 분쟁은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끼어들면 발을 쉽게 빼지 못하니까 말이다.“울지 마, 너희들도 곧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말하자면 너희들에게도 고마워해야 해.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염구준도 단서를 찾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앞으로 만능 전당포가 강해지는 걸 못 보겠군.”만옥루는 그의 계획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각했다. ‘공무적에게 중상을 입힌 반보천인이면 뭐 어때? 머리에서 졌잖아.’“맞아, 왜 울어? 내가 왔잖아.”‘염구준?’이때, 지하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누군가 나와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처리를 확실히 하는 건 좋은 습관이었다.“빨리 막아!”불바다에 묻혀야 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해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순식간에 열몇 대의 주먹을 날려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임무를 통해 받은 거액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나머지 몇 명은 빠르게 범위를 줄이며 방어진형을 만들어 염구준을 주시하면서 꾸짖었다.“만옥루, 염구
“조심해!”누군가가 일깨워 주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재차 최강의 권법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때렸고, 이 주먹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면서 후퇴하더니 결국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비록 오른팔이 백년산 붉은 영지를 복용한 탓에 강화되고, 육체도 강해지긴 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강력한 필살기를 두 번이나 쓴 탓에 팔이 조금씩 아파왔다.이런 싸움 방식은 오른팔에게 부담이 너무 컸다.이 모습을 본 다른 두 사람은 당황하며 더 이상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방어만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또 그들을 무시하고는 이미 부상을 입은 만옥루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슉.그러나 만옥루는 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틈을 잡아 재빨리 후퇴하여 별장밖으로 돌진했다.그는 다시 싸울 용기가 없었기에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했다.이를 본 염구준은 두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하며 만옥루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는 이대로 상대방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쿵쿵.만옥루가 별장을 뛰쳐나오는 순간, 기관이 가동되며 두꺼운 철판이 솟아올라 문을 막았고, 곧이어 창문, 베란다 등도 전부 봉쇄되었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어느새 모두 별장에서 나가버렸다.‘이것도 만옥루가 짠 플랜인 것 같네.’염구준은 그가 제이든을 미끼로 썼을 때부터, 상대방의 계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별장 전체의 배치가 바로 그를 겨냥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하하, 안에서 죽기를 기다리시죠.”만옥루는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거래소로 가버렸다.‘이곳을 폭발 시켜서 날 죽일 셈인가 보군. 미친 영감 같으니.’쾅!염구준은 생각을 마친 뒤, 벽 쪽으로 가서 힘껏 주먹을 날렸고, 곧 블록이 떨어지며 변형된 금속판이 모습을 드러냈다.이건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깨려면 칠권합일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오른손으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죽을 때까지 가둬놓을 셈이야?”철수한 네 사람 중 한 명이
이 대화를 들은 염구준은 우스워서 그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벌써부터 나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네?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기운이 폭등하며 진기가 사납게 소용돌이쳤다.방금 전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었다.“공격해!”만옥루가 소리치자 네 명이 동시에 염구준을 향해 덤벼들었다. 진기와 함께 느껴지는 원소의 힘으로 보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에서 두 명은 목이고 한 명은 금,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물이었다.“어이, 영감, 내 주먹 맛 좀 보시지!”염구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강렬한 기세로 만옥루를 향해 돌진했다.지금 네 사람이 전부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먼저 타겟을 정하고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막을 테니 너희들은 공격해!”그러나 만옥루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도 약하지 않은 반보천인이기에 잠시 버티는 것 쯤이야 쉬울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자신과 염구준 사이의 격차를 알게 되었다. “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이 외치는 동시에 대량의 진기가 그의 오른손에 모였는데, 기세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 강했다. 쾅!!!만옥루는 두 손을 교차해 방어했지만, 온전히 받아낼 수 없어 뒤로 후퇴하면서 힘을 흘렸다.강대한 충격에 내장까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염구준의 제일 강한 한 수는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세 명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곧장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염구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겁 먹지 마! 매번 저 위력으로 공격할 건 아닐 게 아니야? 어서 덤벼!”이 모습을 본 만옥루는 답답해서 이를 악물고 소리쳤고, 다른 세 사람도 반응이 왔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당장 공격을 하진 않았다.염구준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만옥루를 향해 공격
만옥루는 당황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무지하네요.”“제가 짠 이 판은 빈틈이 없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는 안 멈춘단 얘기죠.”그 순간, 저택 밖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날아들오며 철창 속에 있는 염구준을 둘러싸고 만옥루와 함께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었다.곧이어 우뢰소리와 같은 소리와 함께 각양각색의 진기가 날아들며 염구준을 한순간에 휩쓸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철창에 갇힌터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어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네 명의 반보천인들은 무척 기뻐했다. 다른 건 고려하지 않고 그저 죽어라 공격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잠시 후, 몇몇이 공격을 멈추려고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되지 않았어? 나 같았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거야.”그러나 만옥루는 동의하지 않고 상대방을 재촉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밀어붙여! 필살기까지 쓰면 더 좋고.”이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만옥루를 흘겨보았다.정작 본인은 필살기를 안 쓰면서 자신들한테만 강요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필살기란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남겨두는 것이었다.“후우.”“됐어. 이쯤이면 가루가 되었겠지.”마침내 8분 정도가 지나고, 만옥루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는 이미 상당한 진기를 소모한 상태였다.나머지 세 사람도 이 말을 듣자마자 공격을 멈추며 더 이상 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옥루는 먼지가 흩날리는 곳을 바라보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었다. 오늘 염구준을 죽인다면, 40억의 현상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강호 전체에 만능 전당포의 위세를 떨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을 죽임으로 하여 그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숨이 남아있네?’흙먼지가 가라앉고 얽혀있던 진기가 사라지자 염구준의 기운을 느낀 만옥루는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퉷. 이건 뭐, 그냥 살살 긁는 수준이잖아?”이윽고 피를 뱉어내며 말을
쾅!염구준이 손을 들어 책상을 내리치자,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다.“네놈은 내가 돈 때문에 너희와 한패가 되어, 그런 패악질을 저지를 거라 생각했나?”대화를 나누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끝까지 이 길을 갈 생각이며 자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용하국의 백성들을 해치는 일을 가장 증오하는 그가 상대방과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 만옥루는 표정을 굳히며 협박하듯이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손 잡을 겁니까, 잡지 않을 겁니까?”상대방의 크게 변한 태도에 염구준은 그가 더 이상 좋게 말하지 않을 것이며 믿는 구석도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헛된 꿈을 꾸는군. 똑똑히 들어, 나는 만능 전당포 같은 조직을 절대로 남겨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봐주지도 않을 거고.”이 말이 나온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얇았던 가림막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거다.염구준의 대답을 들은 만옥루는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죽어도 원망하지 마세요!”‘독이다.’“차 안에 독을 섞을 줄이야. 비열하기는.”염구준은 자신이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니, 이건 반독이군. 다른 독과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처음부터 날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럴 생각이 없었으면 독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쓰지도 않았겠지.’‘그럼 방금 전엔 진심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 것도 있겠군.’“하하,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지나온 지하 통로에는 무색무취의 반독이 가득했거든요.”“당신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40억도 포기하려 했지만 기어코 거부했으니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만옥루는 미친듯이 웃으며 이미 이긴듯한 태도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 독, 꽤나 강하네.”염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