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화산구 부근의 가게에서 약 30명이 되는 양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손에몽둥이 혹은 비수를 들고 사방에서 재빨리 나와 신속하게 가게 옆으로 돌진해서 염구준 등 인을 겹겹이 에워쌌다. 주위의 관광객들은 놀라서 도망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심지어 구경하는 사람도 적었다. 눈앞의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걸 알 수 있었다. “3억 원으로 목숨을 부지한다는 건 괜찮은 거 아닌가?” 양복 입은 남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각 주인의 얼굴에 흉악한 웃음이 짙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목걸이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흔들며 비웃었다. “여기요. 당장 3억 원 내놔요.” ‘미치겠네…’ 염구준은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양복 입은 남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은 어떻게든 사야 하고, 사기 싫은 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어.” “외지도 그렇고, 염풍도도 마찬가지야!” “3억 원은 내 핸드폰에 있으니 가지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봐!” ‘응?’ 가게 주인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염구준을 훑어보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가을을 쓸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남자는 상관하지 말고 이 아가씨와 얘기하자!” “아가씨가 목걸이를 좋아하니까 이야기만 잘 끝나면 공짜로 줘도 괜찮아.” ‘공짜?’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사장님의 뜻을 이해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여자의 용모와 몸매를 보며 그녀를 가질 수 있다면 목걸이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가씨, 실례합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중 양복 입은 남자가 손가을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얘기하고 차 좀 마시려는 거예요. 그리고 목걸이는 당신이 가져가요!”그들은 말하면서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어 손가을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이 손가을에게 닿기 전……. 짝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에 따귀가 떨어졌다.
가게 뒤에 있던 사장은 처음엔 멍하니 있다가 염구준의 코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노호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다 같이 가서 두 여자는 남겨두고 남자는 형님에게 데려가서 처리해.” 말을 마치자 20여 명의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사방에서 동시에 달려들어 손에 든 막대기, 비수 등으로 염주군의 머리를 향해 미친 듯이 때렸다. 그리고 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몰래 손가을과 진영주에게로 접근하며 그들을 잡으려고 했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 하지만 염구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옆으로 이동해서 손가을과 진영주의 앞을 막아서더니 두 손을 들고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었다. 순간, 장면이 혼란스러워졌다.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같은 방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하지만 염구준의 기풍은 정확한 유도비탄처럼 손가을과 진영주에겐 아무런 상처를 가하지 않았다. 많은 관광객들도 얼굴에 바람이 스치는 정도로만 느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있던 양복 입은 남자는 그의 힘에 의해 날아갔고 땅에 떨어진 후에도 피를 토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가게 뒤에 있던 사장은 놀라서 입술을 떨며 말했다. “너…… 너…….” 극도의 공포에 의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신체반응은 성실해서 몸과 다리를 떨더니 바짓가랑이가 젖기 시작했다. “걱정 마,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내 손만 더러워지거든.” 염구준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가게 주인을 주시하며 말했다. “방금 네가 고가를 요구할 때 눈빛이 흔들렸어. 그리고 내가 목걸이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할 때도 당신은 눈을 돌려 우리 여행사의 가이드와 눈빛 교환을 했지. 그러니까 너희들 한패인 거지?” 가게 주인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더니 무의식적으로 관광객 사이에 있는 이성과를 한 눈 보더니 우물쭈물했다. “아… 아니, 나는…….”염구준은 안색이 차가워지더니 제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져 이성과의 앞
“야, 너 너무 나대지 마.” 이성과는 땅에서 한참 발버둥 치다가 가까스로 일어나 손을 뻗어 염구준 등 인을 가리키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싸움을 잘해봤자 이 두 여자를 지킬 수 없어. 왜냐하면 염풍도에 모두 우리 사람이거든!” “우리 춘휘여행사의 사장 계춘휘가 지금 바로 섬에 있거든. 그는 용하국 청해시의 지하세력이 가장 강한 형님이야. 예전에 홍 어르신 밑에서 있다가 지금 손씨그룹에 가입했어.” ‘뭐?’ 염구준의 뒤에 있던 손가을은 멍하니 진영주를 바라보며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알겠다.’ 이번 염풍도 여행은 진영주의 이름으로 예약했고 여행사도 진영주가 연락한 것이었다. 진씨 가문의 아가씨가 돈이 부족하지 않을 테니 자연스레 청해시에서 가장 큰 춘휘여행사에 연락을 한 건데, 그곳의 사장 계춘휘가 뜻밖에도 홍 어르신과 인연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계춘휘? 그런 사람 기억나지 않는데… 하지만 괜찮아!’ “너 방금 그 사람 염풍도에 있다고 했어?” 염구준은 차가운 얼굴로 날뛰는 이성과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십 분 내에 계춘휘보고 날 만나러 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손을 더럽혀도 직접 널 죽일 테니. 그 사람 지시든 네 단독 행동이든 넌 오늘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야 해. 지금부터 십 분이야.” ‘십… 십분?’ 이성과는 염구준의 눈빛을 보더니 온몸을 떨며 더는 망설이지 못하고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계춘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 사장님? 저 이성과예요! 방금 청해시에서 온 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저희 여행사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함부로 저희의 버스를 운전했어요…” 그는 전에 발생한 일을 과장해서 말한 후 울며 말했다.“계 사장님, 빨리 와보세요. 저희는 지금 화산구 기슭의 상업지역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10분 내에… 아니, 9분 내에 오지 않으면 그들이 절 죽일 거예요. 개를 때려도 주인을 봐야 하는 판에 이건 계 사장님을 안중에 두지 않는 거예요.” ‘뭐?’ 핸드폰 너머의 계춘휘는 낮
계춘휘는 실눈을 뜨고 이성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염구준을 보더니 처음엔 약간 멍해졌다가 동공이 점차 확대되며 심장박동이 격렬하게 빨라졌다. “염… 염 선생님?” 이성과가 말한 혼자서 30여 명을 때려눕힌 남자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보안팀 부장 염구준이라니!! 게다가 염 선생님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은 손씨그룹의 실권자이자 청해시의 제일미녀인 손씨 아가씨였다. “이 망할 놈!” 순간, 계춘휘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이성과의 뺨을 후려쳐 그를 바닥에 넘어뜨린 후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 앞으로 달려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염 선생님, 손 대표님. 저는 홍어르신의 수하 계춘휘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뭐… 뭐라고?’ 뒤쪽에서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난 이성과와 가게 앞쪽의 중년 사장, 그리고 주위를 에워싸고 구경하는 많은 관광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았다. 계춘휘까지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하다니. ‘염 선생님, 손 대표님이 대체 누군데?’ “홍 어르신께서 불행하게 목숨을 잃으신 후 크라운 노래방을 나한테 맡겼는데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어.” 염구준은 담담하게 계춘휘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홍 어르신의 따님 홍천기가 지금은 가을이 옆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지만 경험이 충분히 쌓이면 크라운 노래방을 그녀에게 돌려줄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건, 네가 손씨그룹에 의탁한 게 홍천기와 상관있는 일이야?” 그게 바로 계춘휘의 가장 큰 의지였다! “염 선생님!” 계춘휘는 여전히 몸을 굽힌 상태로 부끄러운 말투로 말했다. “홍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저희들은 우두머리가 없는 군룡이 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천기 아가씨께서 염 선생님에게 의탁을 했기 때문에 저희도 자연스레 손씨가문의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는 말을 하며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이성과를 쳐다보며 격노한 표정을 지었다. “이성과, 이리 와! 염 선생님
상인과 결탁해서 강제적으로 매매를 진행하다니……. 계춘휘는 안색이 붉어지더니 고개를 돌려 붉은 눈으로 이성과를 째려보았다. 망할 자식! 계춘휘는 손씨그룹 산하에 이름을 걸고 춘휘여행사를 설립하고 예전의 부하들을 데리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작은 가이드가 그를 기만하고 이런 가증스러운 위법 행위를 할 줄은 몰랐다. 더 가증스러운 건 이 빌어먹을 나쁜 놈이 뜻밖에도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염구준에게 강제로 물건을 판 것이었다. “춘휘여행사의 사장으로서 오늘 발생한 일은 제 책임입니다.” 계춘휘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관광객들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신다면 내부를 정돈해서 가이드 교육을 제대로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이성과가 인솔하는 여행단에게는 새로운 가이드를 바꿔드리고, 이번 여행에서 발생되는 모든 비용은 모두 춘휘여행사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그는 말을 마치고 세 번 연속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내부정리와 무료 관광, 그리고 진심 어린 사과… 이거면 됐어.’ “계 사장님, 사장님도 몰랐으니 죄가 없어요. 우리는 당신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관광객들도 모두 이해하며 멀리서 소리쳤다. “우린 사장님의 이런 태도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도 그냥 좀 놀랐을 뿐 아무런 손실도 없으니까요.” “그러게요, 가장 중요한 건 염 선생과 손 아가씨께 감사드려요. 두 분이 이번에 염풍도로 놀러 오지 않았으면 어떤 바가지를 쓸지 모를 테니까!” “아니지, 아직 한 가지 일이 남은 거 아니에요? 이성과는 어떻게 처리하는 거죠?” ‘이성과?’계춘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성과를 째려보며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성과, 네가 말해봐. 회사 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염 선생님과 손 아가씨까지 불쾌하게 했으니 어떻게 할 거야?” 이성과는
이성과는 마치 면죄를 받은 것처럼 손가을과 염구준을 향해 미친 듯이 울면서 절했다. “감사합니다. 전 반드시 지난날의 잘못을 철저히 고쳐 더 이상 이런 짓을 범하지 않겠습니다. 손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염 선생님, 손 대표님 감사합니다.” ‘가을이가 마음이 약해졌구나.’ 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을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이성과에게 말했다. “오늘 일은 여기에서 끝낼 테니 꺼져!” 이성과는 감히 1초도 지체하지 못하고 다시 몇 번 절하고 일어나 떠났다. 그가 떠나자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관호 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염 선생님, 손 대표님의 인심과 인덕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모두 진심으로 탄복합니다.” “맞아요. 두 분께 감사해야 해요.” “염 선생과 손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허비해야 했는지 모르죠. 섬의 가이드가 가게와 결탁해서 그렇게 많은 싸움꾼까지 찾았다니……” ‘싸움꾼?’ 염구준은 실눈으로 주위에 쓰러진 3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훑어보더니 계춘휘를 보며 물었다. “쟤들도 당신처럼 홍 어르신의 수하인가?” “아… 아니에요.” 계춘휘는 머리를 굴리더니 연신 고개를 저으며 재빨리 염구준의 곁으로 가서 중상을 입고 울부짖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을 보며 말했다. “저 사람들은 여행사와 상관없는 염풍도의 지역 깡패예요. 많은 여행사와 상인들이 결탁하려면 그들에게 돈을 납부해야 하는데, 저희 여행사에서도 매달에 적어도 1600만은 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관관객들을 데리고 섬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니까요.” 염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역 깡패?” “네, 맞아요.” 계춘휘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들 형님은 운종호라고 하는 사람인데, 무도 실력이 놀랍고 섬에서 위세를 떨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 앞에서 한 주먹으로 반 미터 이상의 화산암을 폭파시켰었죠.” “그의 진짜 이름은 염풍도에서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전
“염 선생님, 다시 생각해 보세요.” 계춘휘는 두려워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운종호가 염풍도에 도사리고 있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수단이 악랄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염 선생의 무력이 남보다 뛰어나서 왕년의 홍 어르신보다 약하진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운종호의 실력은 홍 어르신보다 훨씬 높아요. 게다가 염 선생이 방금 운종호의 사람을 건드려서 염 선생이 찾아가지 않아도 운종호는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에요. 전 염 선생님과 손 대표님이 얼른 염풍도를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계춘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몸을 돌려 손가을의 손을 잡고 진영주와 함께 공공 주차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원래 계획대로 우리는 오늘 밤 염풍호텔에서 묵을 거니까 운종호가 보복하고 싶으면 오라고 해.” 당일 오후 6시, 염풍호텔. 이곳은 춘휘여행사의 고정 장소로서 국내에서 염풍도를 관광하려 온 관광객의 절대다수가 이곳에 입주하고 있었다. 염풍도가 개발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호텔건설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규모가 기껏해야 3성급이었다. “드디어 푹 쉴 수 있겠어요.” 호텔 꼭대기 층은 계춘휘가 특별히 배치한 호화로운 스위트룸이었다. 진영주는 부드러운 큰 침대에 뛰어올라 뒹굴더니 창가로 달려가 바깥의 자연 풍경을 보며 쾌적한 표정을 지었다. “계춘휘가 우리 사람인 줄 알았으면 돈 쓰지 않아도 될 뻔했는데. 여행사에서 400만 원을 썼으니 언니가 결산해 줘.” 손가을은 염구준과 거실 소파에 앉아 진영주의 뒷모습을 보더니 마주 보고 웃었다. 사촌동생은 다 좋은데 하는 일이 좀 믿을 수 없었다. 손씨그룹 업무부를 통해서 연락할 수 있는 여행사가 그렇게 많은데 하필이면 계춘휘와 엮여서는…하지만 차라리 잘 된 것 같았다. 계춘휘가 주동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면 염풍도의 일에 대해서 이렇게 투철하게 알지 못했을 거니까.이때 문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나더니 듣기 좋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염
여 종업원의 얼굴색이 약간 변하더니 바로 정상으로 회복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호텔은 엄격한 규정이 있어서 절대로 손님의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카트를 밀고 들어오려고 했다. “안 먹는 거예요? 아님 감히 먹지 못하는 거예요?” 염구준은 문 앞에 서서 웃는 듯한 표정으로 여 종업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생각한 게 틀린 게 아니라면 이 요리에 뭔가 들어있겠죠? 독일까요 아니면 수면제일까요? 당신 연기는 괜찮은 편이였어요. 하지만 내진은 속일 수 없죠. 일반 종업원은 걸을 때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거든요. 내 말이 틀렸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 복도에 카펫이 있더라도 일반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마련인데 눈앞의 여 종업원은 발자국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내진이 있고 몸놀림이 강한 게 분명했다. ‘이렇게 강한 사람이 어떻게 호텔의 일반 종업원일 수가 있겠어?’ “염 선생님?” 여 종업원은 마음속으로 두려웠지만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염 선생님, 저는 당신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식사가 배달되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교대해야 해서요.” 말을 마친 여 종업원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돌아가서 운종호에게 전해요.” 염구준은 여 종업원의 뒷모습을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복수할 용기가 있으면 직접 오라고 해요. 이런 야비한 수법을 사용하지 말고. 당신은 명령대로 일하는 거니까 죽이진 않을 게요. 하지만 벌은 받아야 하겠죠?” 그는 말을 마치고 손을 가볍게 쥐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약 5미터 거리에 있는 여 종업원이 휘청대더니, 체내의 모든 내공이 경맥을 따라 세차게 흘러 온몸의 모공으로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깨끗하게 사라진 것 같았다. “당신……당신 내 내진을 없앴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몇 번 비틀거리더니 귀신을 본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며 말했다. “당신 종사지상… 아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