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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염구준은 눈을 내리깔고 심지곤을 훑어보고는 또 온몸이 떨리는 안정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넌?”

“무릎 꿇을래 아니면 죽을래?!”

무릎 꿇거나 죽거나, 목숨을 구걸하거나 존엄을 지키거나?

죽음 앞에서 존엄이 무슨 대수인가?! 죽은 정승이 산 강아지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안정은 어디서 이런 장면을 경험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놀라서 이를 벌벌 떨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심지곤을 따라 염구준에게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너무 울어서 순간 목도 쉬어버렸다.

“빌게요. 이렇게 빌겠습니다. 방금 말한 대로 하겠습니다. 백 번이고 빌겠습니다!”

“한번, 두 번, 세 번......”

머리를 조아리며 스스로 세고 있었다. 순간 부딪힌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뺨을 타고 목으로 흘러 들어갔다. 몸에 걸친 귀한 양복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소룡.”

여기저기서 절하는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정소룡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금 네 표현으로 봐선 겨우 합격이야. 왜 그런지 알아?”

정소룡은 몸이 경직되어 미친 듯이 이전의 경과를 생각했다. 온몸의 근육이 갑자기 팽팽해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아까 안정과 심지곤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해서 피동에 처할 게 아니라 먼저 나섰어야 했습니다.”

염구준은 웃었다.

“오늘부터 넌 내 밑에 들어왔으니, 앞으로 허리를 펴고 행동해. 부러질지언정 굽히지는 마.”

그는 정소룡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바닥에 나뒹굴어 까무라친 안씨 집안과 심씨 집안 부하를 밟으면서 방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에는 옅은 목소리만 들렸다.

“나를 위해 일하려면 고개를 들 거라. 네 앞에서 두 부잣집 도련님은 말할 것도 없고 슈퍼 가문 주인이라 할지라도 조금도 약점을 보일 필요가 없어.”

“그들은 자격이 없어!”

......

염구준은 전지봉과 그 안내원 아가씨를 데리고 로비에 있는 많은 손님들이 아연실색하며 바라보는 가운데 조용히 떠났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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