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는 곧바로 뒤로 돌면서 주먹을 날렸다. 비록 조금 더 늦게 공격을 하기는 했으나 그의 주먹 끝에 모인 기운은 일정한 거리 밖에서도 먼저 상대방에게 닿았다. "끄악!"염구준을 기습한 사람은 다름아닌 을이었다. 그는 가슴을 얻어맞고 난 후 연속으로 뒷걸음질 쳤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오른손 주먹을 펴서 검지와 중지를 내밀고 앞으로 돌진한 후 엄청난 검의를 담아 을의 이마를 내리찍어 버렸다."안 돼!"갑이 막으려는 찰나 을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게 단지 한순간에 다 발생한 일이었다.'이게 염구준의 진짜 실력인가?'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등이 흠뻑 젖을 때까지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까지 강한 검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왜, 이 자식을 위해 복수라도 하려고?" 을의 기습 때문에 염구준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염구준은 처음에 고씨 가문에 가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실력을 숨기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꾸 내 심기를 건드리는 놈이 있는 걸 어쩌겠어.'“치사하게 뒤에서 기습한 건 을의 잘못이니 죽어도 마땅해."갑이 단호하게 말했다. 전투가 끝난 상태에서 굳이 사상자를 더 만들 필요가 없기도 했고 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해서였다.갑의 대답에 만족한 염구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갑이 투덜거렸다."유란이의 아이가 벌써 이렇게 큰 것도 놀라운데 반보 천인까지 되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군."갑은 고인의 자식을 만난 탓에 수십 년 전 일이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졌다.쿵!염구준은 먼지 한 톨 묻히지 않고 큰소리와 함께 출발했었던 곳에 도착했다. "구준 씨, 괜찮아?" 이에 손가을은 앞으로 걸어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방금 전의 전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느꼈던 기운의 파동만 봐도 대전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괜찮아. 그냥 대충 겨루어 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염구준은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염구준은 자신을 에워싼 고씨 가문 사람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당신을 적으로 돌리기 싫어 이미 일부 사업들까지 접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싸우실 생각입니까?" 그 중의 한 반보 천인이 입을 열었다.그의 이름은 고영준으로, 고씨 가문의 부가주중 한 명이었다.'왜 들었던 것과 다른 거지?'염구준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강희주는 분명 고씨 가문의 가주가 자신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눈 앞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중간에서 누군가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야, 벙어리야? 대답 빨리 안 해?" 또 다른 반보천인의 말투에도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의 이름은 고우혁이고 수호사의 보스로서 수호자를 맡고 있으며 밑의 수하들은 전부 앨리트들이었다. "고대영은? 잠깐 만나봐야겠어."염구준은 고우혁의 태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알기 위해 고대영을 찾았다. 어떤 일들은 확실히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쉽게 속을 수 있으니 말이다. "흥! 고대영? 고대영은 이미 네 손에 죽었잖아?" 고우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얼마 전에 적지 않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들은 그걸 전부 염구준의 탓으로 돌렸었다.'고대영이 실종된 것 같군.'염구준은 더 이상 이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단지 어머니의 유골을 돌려받으려고 온 거야. 받자마자 갈 거고."고씨 가문은 좋은 곳이 아니기에 그는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고씨 가문 사람의 유골은 반드시 조사에 두어야 합니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요. 하물며 고유란은 가주였었는 걸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세요."고영준은 상대방이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훨씬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고씨 가문 내부에서 그는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에 더욱 더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영준아, 그렇게 많이 설명해줄 필요 없다. 그냥 죽이면 되니까. 우리 가문의 적이 한 명이 줄어든 셈이니 더욱 좋은
몇번 싸우지도 않았지만 고우혁은 이미 열세에 처해있었다.모든 고씨 가문 사람들이 겁 먹을 정도로 위엄을 떨치기 위해 염구준이 모든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강하다. 가주님만이 저 녀석을 누를 수 있겠어..!'고우혁 또한 강력하지만 실력 차이가 나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을 포위해. 함께 공격하자."고우혁은 합공하기 위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염구준은 수십배에 달하는 적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을 전부 죽일 기세로 3척이나 되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자신의 와이프인 손가을이 바로 뒤에 있으니 조금이라도 봐주면 안 되었다."공격해!"이때, 누군가가 소리 지르자 나머지 사람들도 포위망을 점점 좁혀갔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서 공격하지는 않았다.방금 전의 전투를 그들도 이미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그와 싸운다면 반보천인의 공격을 몇 합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그들 중에는 전신경지에 오른 고수들도 적지 않았지만 공격을 해도 허무하게 죽을 것이 뻔하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 봤다. '저런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공격하라니까 대체 뭘 꾸물거리고 있어?"고우혁은 화를 내며 소리 쳤지만 그도 제자리에서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방금 전의 결투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멈춰. 다 흩어져라."이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고영준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의 결투를 통해서 그는 자신과 고우혁이 함께 싸워도 상대방을 이길 보장이 없다는 걸 알게됐다.실력이 강한 반보 천인이 예리한 검의를 가진 구자검까지 갖추었으니까. 같은 경지의 사람들도 염구준을 이기지는 못하리라."고영준, 너..."고우혁은 싸움을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 고영준에게 너무 화가 나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가주가 없는 지금 고씨 가문 사람들은 부가주인 나의 말을 들어야 해."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고영준은 고유혁의 체면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휴."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그래?"이 말을 들은 고중천은 순간 흥미가 생겨 계속 물었다."그럼 나와 비교하면 누가 강한 것 같으냐?"'이런.'아무리 아부를 밥먹듯이 하고 사는 고우혁이라도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랫동안 고중천의 옆에 있었지만 아직도 그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르겠나?" 고중천은 기분이 좋지 않아졌는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헤헤.. 가주님에 비하면 당연하 아무것도 아니죠.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고우혁은 웃으며 계속 아부했지만, 그의 말을 들은 고중천은 화를 냈다."그냥 솔직히 말해. 내가 아부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쯧, 힘들게 아부했는데 되려 욕이나 먹었네.'고우혁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염구준은 가주님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검의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해요. "'매화검보 덕분인가?'고중천은 너무 원망스러웠다. 만약 검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도 아주 강한 검의를 연마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중천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고우혁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염구준이 고대영이 어디 있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은 듯한데, 고대영을 바로 죽여버릴까요?" 이건 비교적 중요한 일이기에 그도 함부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먼저 내버려 둬. 난 아직 그 녀석의 몸이 필요하니까. 넌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더 주의를 돌려."고중천이 엄숙하게 말했다."네!"고우혁은 더 이상 아부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됐어, 내려가. 그리고 염구준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못하게 사람을 붙여 감시해라."그가 나가기 전에 고중천이 말을 덧붙였다. 고우혁이 떠난 후 고중천은 깊은 생각에 잠겨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내 실력과 비슷하다고? 흑풍이 날 속였군. 그 녀석 때문에 내가 아끼는 부하까지 잃었잖아."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계략에 빠졌음을 눈치챘다. 이번에 여러 심복들을 잃
"일주일 동안 먹을 식량 가져와서 굶어죽지도 않을 텐데 뭘 그렇개 당황하세요?"염구준은 그가 너무 웃겼지만 애써 참으며 웃지 않았다. "맞네? 하하하!"그러자 용필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그 후 그는 염구준 부부와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날이 어두워졌지만 잠이 오지 않았던 탓에 염구준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손가을이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계속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다 조금씩 이상한 것 같애."염구준은 음모가 있는 것 같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차마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꼭 누군가가 일부러 손씨 그룹과 고씨 가문이 전면전을 벌이도록 부추기는 것 같아."손가을은 오랫동안 그룹을 운영해온 덕분에 안목과 생각이 많이 넓어진 상태였다. "맞아."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꺄악! 저게 뭐야?"이때, 갑자기 손가을이 비명을 지르면서 염구준의 뒤에 숨어 창밖의 그림자를 가리켰다."살려줘..."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모호한 검은 그림자가 아주 작은 소리로 이런 말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뭔지는 잘 몰랐지만 어둠의 원소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 그림자의 주인이 고대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지금 어디야?"그러나 그가 아무리 물어도 검은 그림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전의 말만 반복했다."살려줘..."고대영은 그렇게 몇 번 외친 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창밖을 보며 전에 받았던 정보를 떠올린 염구준은 곧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고대영이 살아있고 고씨 가문 어딘가에 갇혀있다고.마지막 만남에서 고대영은 가문으로 돌아가 말해보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가주와 이야기를 나눈 게 분명했다. '가주에게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군!'비록 가주가 나흘 뒤 수련을 마치고 나올 거라고 했지만 그는 가만히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가을아, 옥팔찌 찼어?" 염구준이 물었다. "찼... 찼어."손가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쫓아오는 걸 감지한 염구준은 재밌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나온 건 고대영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미리 밑밥을 깔아놓기 위해서였다.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전한 계획이 다 써져 있었다. '오늘 밤은 너희 모두 편하게 보내지 못할 것이다.'염구준은 생각하며 밤새 동안 달렸고 그를 감시하던 고씨 가문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라 밤새 동안 달렸다.나머지 고씨 가문 사람들은 염구준이 밖에서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잠도 자지 못하고 밤새 동안 자리를 지켰다. 고씨 가문 전체가 염구준 하나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그들이 싸움질하는 사이, 어느덧 날이 밝았다.염구준은 아무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담담하게 다시 호텔로 향했다."휴."고씨 가문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서 숨을 헐떡이며 호텔에 들어가려는 염구준을 막아섰다. "넌 안 자고 한밤중에 왜 돌아다니냐?" 고우혁이 염구준을 째려보며 말했다. "오줌도 싸고 개도 산책 시키려고 그렇지."말하면서 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보며 경고를 주었다. "너무 설치고 다니지 않는 게 좋을 거야."밤새 뛰어다니느라 이미 화가 쌓여있던 상태에서 조롱까지 당하니 고우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냅다 소리쳤다. "계속 설치고 다니겠다면 어쩔건데?!""패배자 주제에 말이 많네. 내가 정말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아?"염구준은 살기를 내뿜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상대방이 손을 대기라도 하면 염구준은 바로 죽일 생각이었다. 고우혁이 계속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짜증이 났다. "이건 네가 먼저 날 건드린 거야." 그의 말에 자극 받은 고우혁은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스스로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싸우려고 하는 건 너무 이상했다. 이건 그냥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닌가?"그만해!"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질 때쯤, 고영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그들을 막았다.비록 줄곧 부근에 있었긴 했지만 굳이
고영준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였다. 고씨 가문은 겉으로만 평화로워 보일 뿐, 내부는 이미 여러개의 파로 나눠져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났다. 부가주로서 그도 이 점을 잘 알고있었지만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은 포권을 쥐고 감사인사를 건넸다.'나랑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군.'"하하. 별 일 아닌 걸요. 그냥 앞으로 저한테 또 이런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게 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진짜로 저는 더 이상 모순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이미 벌어진 일을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기 때문에 고영준은 그저 손을 저었다."당연하죠."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조용한 곳 좀 찾아주실 수 있습니까?"동맹을 맺는 건 꼭 필요한 일이고, 여기는 그에게 낯선 곳이기에 옮겨야 했다. 고영준은 잠시 고민한 뒤 그를 또다른 길로 안내했다."이리로 오시죠."그렇게 두 사람은 창문도 없고 신호도 통하지 않는 조용한 밀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제 말해보세요." 고영준은 자리에 앉아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고대영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그의 반응을 관찰했다."뭐라고요? 대영이는 분명 당신 손에 죽었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들은 고영준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염구준이 나를 속일 이유는 없으니 이 말이 진짜라는 말인가?'염구준은 고영준의 반응을 보고 거짓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말을 이었다."저는 안 죽였습니다. 고대영도 가문으로 돌아왔고요. 보지 못하셨어요?""그건 말도 안 됩니다!"고영준은 염구준의 말이 믿기지가 않아 고개를 저었다.고대영이 죽지 않았다고만 하면 조금은 믿었겠지만 가문에 돌아왔다고 하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줄곧 가문에 있었지만 상대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말이 안 될 거는 없죠. 만약 누군가가 숨겼다면요?"염구준은 비교적 가능성이 있는 추측을
비록 몇 시간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 염구준을 걱정했다."무슨 일이 있겠어?""나머지는 방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나도 마침 할 말이 있거든."염구준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에는 여전히 감시가 붙어있었기에 조용한 곳으로 가야했다. 고영준이 말해뒀는지 오늘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해줬는데 특별히 많았다.정오가 되자 조용하던 복도에서 한 방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안에서 두 명이 나와 재빨리 계단을 향해 달려가 버렸다. "모두 주의해. 염구준과 누군가가 방에서 나왔으니 얼른 뒤에 붙도록."염구준을 감시하던 고씨 가문 사람들의 이어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미친. 또?'밤새 뛰어다녀서 잠 좀 자려고 했더니 이게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가고 싶지 않아도 반드시 뒤를 따라야 하기에 그들은 지금 염구준이 너무나도 미웠다."이미 호텔에서 나왔다. C팀, D팀 얼른 따라가. 절대 놓치지 마라.""지금 백화점에 들어갔어. G팀, 제대로 감시해."염구준의 동향을 관찰하기 위해서 고씨 가문은 도시의 모든 씨씨티비를 움직였다."목표가 느려졌는데, 올라가서 포위할까요?" 감시자 중 한 명이 보고했다."아니, 괜히 놀라게 하지 말고 그냥 따라다녀."고우혁은 통제실에 와서 모든 사람들을 지휘했다."네!"이에 거의 모든 감시자들이 백화점에 도착했고 순식간에 수백 개의 눈들이 모였다. 그러나 30분 후에 고우혁은 이 두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백화점에 가자."백화점에 도착한 고우혁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염구준, 너 또 뭐 하는 거야?""죄송하지만 사람 잘못 보셨어요." 두 사람이 몸을 돌리자 그중 손가을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염구준의 것으로, 덩치가 우람하게 보이기 위해 옷 안에 뭔가를 많이 집어넣은 상태였다.'여자 목소리? 역용술인가?'그러자 고우혁은 일이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이런. 유인책에 걸려든 건가?'하지만 지금 다시 호텔로 돌아가도 소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데 정신이 팔려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푹!이에 화가 난 브레인은 가까이 있던 사람 중 한 명을 베어버렸고, 놀란 사람들은 그제야 싸움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분으로 죽은 사람들과 거록 존주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을 합치면 이미 40명은 족히 넘었고, 부상자는 백 명에 가까웠다. ‘피해가 너무 커.’브레인이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검집을 등에 메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들어온 염구준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상황이 웃기다는 듯 미소 지었다.과거 만성에서 수많은 세력이 브레인을 지지했던 결과가 바로 이따위니까 말이다. ‘자업자득이지.’“염구준, 거기서 비웃고만 있지 마. 방금 전엔 왜 도와주지 않은 거야?”브레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염구준을 노려보며 따지듯이 물었다.“제가 나서든 말든은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닐 텐데요.”그러나 그의 공격적인 말투가 마음에 안 든 염구준은 차갑게 대답했다. 사실은 방금 막 도착해서 도와주지 못 한 거였지만 변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염구준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염 선생님!”과거 바위성 작전에 참여했던 무인 몇 명이 공손히 인사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바위성 작전 때는 거의 힘을 쓰지 않고도 일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피해만 크게 입고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비교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 그들도 이처럼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잘 회복하고 몸조심해.”염구준은 대답하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거록 존주가 도망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석굴암은 무너진 건축물이 많아 시야가 제한적이라, 사람을 찾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염 선생님, 저희도 데리고... 아니, 저희와 함께 하시죠. 그 자는 너무 강합니다.”이때, 누군가 참지 못하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설득했다.이대로라면 브레인의 무리한 작전에 모두가 죽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전 한 번 내린 결정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들
“공격해!”붉은 장미는 힘차게 외치며 무기를 꺼내 돌진하려 했으나 브레인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여러분들은 굳이 나설 필요 없습니다. 이건 저희 리아 성전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뒤에서 지원만 해주시면 돼요.”말투는 공손했지만, 결국엔 공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다른 세력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한 발 물러나며 행동으로 그의 말을 따랐다.말을 마친 뒤, 브레인은 또 다른 반보천인과 함께 거록 존주에게로 돌진했다. 한편, 남은 한 명의 반보천인은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니었기에 뒤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만 죽어라, 거록 존주!”브레인은 복잡한 전략적 기교 없이 정면으로 장풍을 날렸다.쾅!이에 거록 존주 역시 주먹을 날렸고, 붉은 혈기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순식간에 폭발적인 힘을 냈다.둘이 정면으로 맞붙은 결과, 실력이 한 수 아래인 브레인이 뒤로 몇 발자국이나 밀려나갔다.다른 반보천인은 거록 존주에게 붙잡혀 그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만 몰두하느라 반격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내가 너무 큰소리친 것 같네.’슉!브레인은 생각을 마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기운을 끌어올려 공격에 나섰다. 이기지 못할 걸 알면서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 건, 이미 허세를 부린 이상 끝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체면이 깎이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렇게 싸움은 계속됐고, 브레인과 그의 동료는 협력하며 거록 존주와 대치했다.브레인이 나서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도를 모르는 어떤 사람들은 해바리기씨를 까먹으면서 유유히 구경했다.한편, 브레인과 그의 동료는 합이 매우 잘 맞았는데, 브레인이 공격을 하고 그의 동료는 옆에서 서포트를 하며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이렇게 시간을 끌면 반드시 이길 수 있어.’상황이 어느 정도 분명해지자 마음을 놓은 브레인은 다시 득의양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감히 저 어르신과 아이를 괴롭히는 놈 있으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알아서 해.”“네, 네,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습니다!”사람들은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염구준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쁜놈이 사라진 것을 기뻐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심지어 원한이 깊은 몇몇은 죽은 이의 시체를 향해 발길질을 하며 분을 풀기도 했다.염구준은 차에 올라타면서 어린 소년에게 웃으며 말했다.“앞만 보고 살아. 네 셋째 할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고.”“네!”“저는 강민우라고 하는데,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이 은혜는 제가 커서 꼭 갚을게요.”어린 나이임에도 철이 든 소년은 염구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말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말을 마친 뒤, 염구준은 차를 몰고 남쪽의 석굴암 유적지를 향해 떠났다.어떤 사람들은 그저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다만 수년 후, 국외에 강민우라는 이름을 가진 강자가 나타났고, 그도 염구준이라는 이름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게 되었다.하지만 이는 모두 나중의 이야기므로 우선 미뤄 두기로 하자.염구준은 남쪽으로 향하는 길 내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달렸다.‘이 속도라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석굴암에 도착할 수 있겠네.’‘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브레인 일행은 어느 정도까지 움직였을까?’석굴암 유적지는 과거에 한 고대 왕국이 자리 잡고 있던 곳으로, 어찌 된 일인지 하루아침에 왕국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황폐해진 곳이었다.이것에 관해 수많은 소문들이 도는 탓에, 이곳에 와서 유적을 조사하고 발굴하는 사람들과 탐험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오늘은 특히 북적거렸다.브레인이 거록 존주를 처단하기 위해서 200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왔기
“내려오세요. 지금 가야 합니다.”염구준은 차 앞에 다가와 좋게 말했다.옆에서 그 장면을 보던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었다.“차키 남기고 가. 차는 우리 거야!”그때 차에 올라간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염구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대놓고 약탈해도 염구준의 차를 탐내다니 정말 배짱에 탄복했다.“철구야, 이분은 내 은인이야. 얌전히 내려와!”노인은 용기를 내서 부탁했다.철구는 마을에서 소문난 깡패였다. 자주 약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마을 사람들은 피해서 다녔다.“꺼져! 누가 내 돈줄을 막으면 바로 죽일 거야!”철구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염구준이 만성시에서 대여한 SUV는 꽤 가격이 나가서 철구의 눈에 금덩어리처럼 보였다.그때 철구의 쫄따구가 염구준의 신발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거렸다.“대장, 저놈 신발 멋진데요. 저한테 주면 안 돼요?”그러자 철구가 염구준을 노려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들었어? 신발 벗어. 그냥 옷도 벗고 팬티만 입고 가.”“하하하.”그 말에 옆에 쫄따구들이 깔깔 소리내면서 웃었다.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몸에서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당장 내 차에서 내려. 한번만 경고한다!”“어허, 건방지네. 본때를 보여줘야겠네.”철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부하에게 지시했다.오늘 부하들이 많으니 그들 앞에서 위세를 부리기 딱 좋았다.그들은 염구준의 정체도 모르고 비수를 꺼내 혀로 쓱 핥더니 재빠르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죽어도 싼 놈들!”염구준은 사나운 기운을 폭발시키며 가운데를 향해 돌진했다.그렇게 일격으로 모든 깡패들을 전부 쓰러트렸다.옆에서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충격을 먹고 입을 떡 벌렸다.스스슥!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을 뿌려 차 위에 있는 철구를 날려버렸다.그리고 말없이 차문을 열었다.행패를 부리고 다니던 철구는 이번에 큰 망신을 당하자 여기서 가만있지 않았다.“개 자식, 무슨 요상한 술법을 쓴 거야. 널 가만두지 않겠다!”철구는
“은인님, 돈은 많지 않지만 작은 성의이니 부디 받아주세요.”“정말 괜찮습니다. 그냥 몇 가지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노인의 손을 밀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남자아이를 구할 때도 보답을 바라지 않았었다.“그럼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셋째 할아버지도 강요하지 않았다.남자아이의 가족들이 전부 죽었으니 앞으로 부양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방금 말했던 붉은 눈 악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염구준은 알고 싶었다.그 말에 노인의 눈가에 두려움이 스쳤다.최근 본 것과 들은 것을 종합한 후 설명하기 시작했다.“그 악마가 나타난 것은 3개월 전이었어요. 처음에 우리 지역에 한 마을이 도륙당했는데 붉은 눈의 악마 짓이라고 했어요. 그 뒤로 마을이 참살당하는 비극은 끊기지 않았죠. 운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하길 전부 붉은 눈을 가진 악마라고 했어요.”“나중에 실력이 강한 사냥꾼들이 팀을 이루어서 그 악마를 잡으러 갔는데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할 수 없었어요.”노인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을 이어갔다.스스로 지킬 능력도 없고 주변에 그들을 지켜줄 고수들도 없었다.“슬퍼하지 마세요. 그럼 악마의 행적은 알고 있습니까?”염구준은 더는 위로하지 않고 계속 질문했다.“은인님께서 악마를 잡으러 가시려고요?”말이 이상했는지 노인이 바로 되물었다.“맞습니다. 이번에 온 것도 그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서 왔어요.”염구준은 인정하면서 눈에서 살기를 뿜었다.노인의 설명과 전에 들었던 것을 종합하면 거록 존주는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안 됩니다. 은인님, 그놈은 너무 사악해서 찾아가면 바로 목숨을 잃을 겁니다.”노인이 한사코 설득했다.“이미 패배한 놈입니다. 위치만 알려주세요. 제가 바로 가서 멸망시키겠습니다.”염구준의 언행을 보아 붉은 눈의 악마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솔직히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놈의 행적만 알았
”흑흑,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모두 죽었어요.”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염구준이 물었다.“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이미 거록 존주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지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남자아이는 공포스러운 저녁을 회상하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3일 전에 마을에서 잔치를 벌였어요. 모두 한 곳에 모여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고 있었어요. 그때 붉은 눈을 가진 요괴가 나타나서 닥치는 대로 다 죽였어요. 저는 물독에 숨어서 찾지 못한 거예요.”여기서 염구준에게 유용한 정보는 붉은 눈밖에 없었다.사술을 연마하고 과도하게 기운을 폭증시킨 상황에서 두 눈은 충혈된다.“다른 것은 또 없어?”염구준이 계속 물었다.“없어요. 그때 물독에서 호스로 숨을 쉬었어요. 그래서 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남자아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나랑 같이 가자. 너 혼자 여기서 살 수 없어.”염구준은 마을 입구에 주차한 차를 가리켰다.마을 주변은 황폐하여 황사 외에 황사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남자아이는 촉촉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한참이나 그를 보며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알겠어요. 그런데 가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묻어주면 안 될까요?”“그렇게 해.”염구준은 흔쾌히 허락하고는 주먹으로 바닥에 무찔러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을 전부 구덩이에 넣고 묻어버렸다.그리고 염구준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계속 남쪽으로 달렸다.“여기 근처에 또 마을이 있어?”염구준이 물었다.이곳은 지형이 복잡하고 황사가 깔려 있어서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저쪽에 있긴 한데 엄청 멀어요.”남자아이는 이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가 가리킨 곳은 서남방향이었다.“안전벨트 잘하고 있어.”염구준은 주의를 주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광활한 사막에 사람과 차들이 없어서 과속해도 경찰에게 추적당할 걱정이 없었다.두 사람은 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남자
“아닙니다. 본론만 얘기하세요.”염구준은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방금 붉은 장미는 상황 때문에 말하기 불편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털어놓을 생각이었다.“염 선생님, 이번 작전 보기보다 위험해요. 조심하세요. 그리고 방금 브레인이 말했는데 지금 거록 존주의 실력이 급증해서 엄청 강해졌대요.”유용한 정보는 이것뿐이고 나머지는 쓸데없는 말들이었다.“고마워요. 브레인과 움직일 때 조심하세요. 뭐든 따라서 하지 말고요.”답례로 염구준이 주의를 주었다.브레인의 실력은 강하지만 부하들 지휘하는 것이 형편없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네. 알아서 할게요.”붉은 장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얘기한 후 통화를 끊어버렸다.서로 다른 팀이니 염구준은 그들이 방해할까 봐 걱정되었다.앞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자서 살 것 같았다.이튿날 아침, 그는 짐들을 챙기고 로비로 내려왔다.경호원에게서 브레인 일행이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확실히 깨달았다.그는 SUV차량을 대여하고 브레인이 알려준 곳으로 달렸다.한편, 호텔 어느 창가에서 누군가 커튼을 열고 염구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멍청한 놈, 바로 믿네. 일행에게 통지해. 신속히 장비를 준비하고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브레인은 염구준에게 엿을 먹인 것이 너무 상쾌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실은 염구준은 국경을 넘은 뒤, 호텔이 보이지 않자 바로 방향을 돌아서 남쪽으로 달렸다.뼈저리게 미워하는 사람에게 고민도 하지 않고 북쪽이라고 말했으니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확했다.가는 동안 붉은 장미에게 여러 번이나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도 브레인이 미리 차단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황폐한 사막에서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바로 거록 존주를 찾아가는 것은 왠지 비현실적이었다.황사가 날리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환경에서 염구준은 몇 시간 만에 한 마을에 도착했다.마을 옆에 주차하고 전방을
동시에 옆에 있던 두 반보천인 고수들도 각자 기운을 끌어올렸다.굳이 밝히지 않아도 브레인의 편이었다.“리아성전의 성녀라면 잘 교육하세요. 죽으면 성녀가 사라지잖아요.”염구준은 협박하면서 경고를 주었다.“무례하다!”좌석에서 참다못한 리아성전의 부하가 무기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멈춰라. 공격하면 안 돼!”브레인이 큰소리로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그도 염구준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공격하지 못했다.“푸압!”염구준이 검결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사람의 허리를 잘라버렸다.“살의를 품고 무기를 들었으면 죽을 각오도 했어야지!”가차없이 죽이는 것이 참 지독했다.그 장면을 본 무술인들은 또 한번 경악했다.브레인 앞에서 리아성전 부하를 죽이다니, 염구준이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겨우 정신을 차린 김영영은 속으로 깜작 놀랐다.‘청해에서 아내 때문에 봐준 건가?’그런 생각에 왠지 소름이 돋았다.타악!브레인이 찻잔을 바닥에 던지면서 기운을 난폭하게 끌어올렸다.나머지 리아성전의 부하들도 싸울 자세를 취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반보천인이 고작 세 명밖에 없으면서 뭘 그렇게 나대?”염구준은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면서 기세 당당하게 말했다.지금 상황에서 누가 공격하든 전부 이 검으로 잘라버릴 것이다.“휴.”브레인은 여기가 용하라는 것을 깨닫고 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그가 팔을 휘두르며 부하들에게 물러가라는 눈빛을 보냈다.“염구준, 임시 작전팀의 팀장은 나야.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상대방이 겁에 질리자 염구준은 검을 거두며 대답했다.“팀장하고 싶으면 하세요. 난 그 따위 팀장 자리를 빼앗지 않아요. 거록의 행적을 알려주면 바로 갈게요.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어요.”한 무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발목을 잡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움직이기 쉬웠다.“용하의 국경을 넘어서 북쪽으로 가.”브레인이 명쾌하게 말했다.거록 존주의 행적은 그만 알고 있으니 아무 말로 둘러댄 것이었다.“알았어
회의실에서 격렬한 토론이 시작되었다.하지만 듣고 보면 별로 논쟁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브레인 부전주님은 반보천인이자 리아성전 출신입니다. 이렇게 덕망 높은 분을 당연히 팀장으로 선발해야죠.”“저도 브레인 전주님을 선택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세요.”“저도 찬성입니다. 현지 고수들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이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았다.먼저 말을 맞추고 연기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이미 팀장은 결정되었다.처음 작전에 참여한 팀원들이라면 브레인이 얼마나 무능한 지휘관인지 알 것이다.붉은 장미가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려 했지만 동행한 부대장이 그녀를 말렸다.“장미 대장,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위에서 무슨 일이 있든 브레인을 지지하라고 했습니다.”동양국에서 이득을 받은 대가로 상대방이 이런 요구를 제시했을 것이다.“에휴.”붉은 장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속이 답답한 것이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일개 관리일 뿐, 동양국을 대표할 수 없으니 명령에 따라야 했다.회의실이 점차 조용해졌다.이번 회의에서 임시 작전팀 대장으로 브레인이 선출되었다.얼굴이 활짝 핀 브레인은 소감을 발표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여러분들이 믿어주셔서 감사…”쿵!말도 채 끝내지 못했는데 누가 회의실 문을 뻥차고 들어온 것이었다.염구준이 도착했다.주변을 둘러본 그는 대충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피식 웃었다.“고작 작전팀장을 선발하겠다고 6시간 전에 회의를 열었습니까? 참 애를 쓰는군요.”그의 추측을 증명한 셈이었다.성조국에서 정보를 장악했다는 것은 브레인이 염구준을 피해 권력을 손에 넣고 이번 작전의 인도자가 되려는 속셈이었다.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랬다.지난 바위성 작전에서 염구준이 큰 공을 세워 용하의 위신을 올렸으니 성조국에서 불만을 품은 것이다.“하하하. 염구준, 늦었어. 지금 팀장은 나고 너는 내 부하야. 그러니까 내 명령을 따라야 해.”브레인은 미친듯이 웃었다.속으로 염구준에게 엿을 먹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