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자신을 에워싼 고씨 가문 사람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당신을 적으로 돌리기 싫어 이미 일부 사업들까지 접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싸우실 생각입니까?" 그 중의 한 반보 천인이 입을 열었다.그의 이름은 고영준으로, 고씨 가문의 부가주중 한 명이었다.'왜 들었던 것과 다른 거지?'염구준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강희주는 분명 고씨 가문의 가주가 자신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눈 앞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중간에서 누군가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야, 벙어리야? 대답 빨리 안 해?" 또 다른 반보천인의 말투에도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의 이름은 고우혁이고 수호사의 보스로서 수호자를 맡고 있으며 밑의 수하들은 전부 앨리트들이었다. "고대영은? 잠깐 만나봐야겠어."염구준은 고우혁의 태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알기 위해 고대영을 찾았다. 어떤 일들은 확실히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쉽게 속을 수 있으니 말이다. "흥! 고대영? 고대영은 이미 네 손에 죽었잖아?" 고우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얼마 전에 적지 않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들은 그걸 전부 염구준의 탓으로 돌렸었다.'고대영이 실종된 것 같군.'염구준은 더 이상 이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단지 어머니의 유골을 돌려받으려고 온 거야. 받자마자 갈 거고."고씨 가문은 좋은 곳이 아니기에 그는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고씨 가문 사람의 유골은 반드시 조사에 두어야 합니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요. 하물며 고유란은 가주였었는 걸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세요."고영준은 상대방이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훨씬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고씨 가문 내부에서 그는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에 더욱 더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영준아, 그렇게 많이 설명해줄 필요 없다. 그냥 죽이면 되니까. 우리 가문의 적이 한 명이 줄어든 셈이니 더욱 좋은
몇번 싸우지도 않았지만 고우혁은 이미 열세에 처해있었다.모든 고씨 가문 사람들이 겁 먹을 정도로 위엄을 떨치기 위해 염구준이 모든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강하다. 가주님만이 저 녀석을 누를 수 있겠어..!'고우혁 또한 강력하지만 실력 차이가 나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을 포위해. 함께 공격하자."고우혁은 합공하기 위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염구준은 수십배에 달하는 적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을 전부 죽일 기세로 3척이나 되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자신의 와이프인 손가을이 바로 뒤에 있으니 조금이라도 봐주면 안 되었다."공격해!"이때, 누군가가 소리 지르자 나머지 사람들도 포위망을 점점 좁혀갔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서 공격하지는 않았다.방금 전의 전투를 그들도 이미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그와 싸운다면 반보천인의 공격을 몇 합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그들 중에는 전신경지에 오른 고수들도 적지 않았지만 공격을 해도 허무하게 죽을 것이 뻔하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 봤다. '저런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공격하라니까 대체 뭘 꾸물거리고 있어?"고우혁은 화를 내며 소리 쳤지만 그도 제자리에서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방금 전의 결투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멈춰. 다 흩어져라."이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고영준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의 결투를 통해서 그는 자신과 고우혁이 함께 싸워도 상대방을 이길 보장이 없다는 걸 알게됐다.실력이 강한 반보 천인이 예리한 검의를 가진 구자검까지 갖추었으니까. 같은 경지의 사람들도 염구준을 이기지는 못하리라."고영준, 너..."고우혁은 싸움을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 고영준에게 너무 화가 나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가주가 없는 지금 고씨 가문 사람들은 부가주인 나의 말을 들어야 해."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고영준은 고유혁의 체면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휴."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그래?"이 말을 들은 고중천은 순간 흥미가 생겨 계속 물었다."그럼 나와 비교하면 누가 강한 것 같으냐?"'이런.'아무리 아부를 밥먹듯이 하고 사는 고우혁이라도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랫동안 고중천의 옆에 있었지만 아직도 그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르겠나?" 고중천은 기분이 좋지 않아졌는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헤헤.. 가주님에 비하면 당연하 아무것도 아니죠.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고우혁은 웃으며 계속 아부했지만, 그의 말을 들은 고중천은 화를 냈다."그냥 솔직히 말해. 내가 아부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쯧, 힘들게 아부했는데 되려 욕이나 먹었네.'고우혁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염구준은 가주님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검의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해요. "'매화검보 덕분인가?'고중천은 너무 원망스러웠다. 만약 검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도 아주 강한 검의를 연마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중천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고우혁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염구준이 고대영이 어디 있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은 듯한데, 고대영을 바로 죽여버릴까요?" 이건 비교적 중요한 일이기에 그도 함부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먼저 내버려 둬. 난 아직 그 녀석의 몸이 필요하니까. 넌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더 주의를 돌려."고중천이 엄숙하게 말했다."네!"고우혁은 더 이상 아부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됐어, 내려가. 그리고 염구준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못하게 사람을 붙여 감시해라."그가 나가기 전에 고중천이 말을 덧붙였다. 고우혁이 떠난 후 고중천은 깊은 생각에 잠겨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내 실력과 비슷하다고? 흑풍이 날 속였군. 그 녀석 때문에 내가 아끼는 부하까지 잃었잖아."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계략에 빠졌음을 눈치챘다. 이번에 여러 심복들을 잃
"일주일 동안 먹을 식량 가져와서 굶어죽지도 않을 텐데 뭘 그렇개 당황하세요?"염구준은 그가 너무 웃겼지만 애써 참으며 웃지 않았다. "맞네? 하하하!"그러자 용필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그 후 그는 염구준 부부와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날이 어두워졌지만 잠이 오지 않았던 탓에 염구준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손가을이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계속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다 조금씩 이상한 것 같애."염구준은 음모가 있는 것 같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차마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꼭 누군가가 일부러 손씨 그룹과 고씨 가문이 전면전을 벌이도록 부추기는 것 같아."손가을은 오랫동안 그룹을 운영해온 덕분에 안목과 생각이 많이 넓어진 상태였다. "맞아."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꺄악! 저게 뭐야?"이때, 갑자기 손가을이 비명을 지르면서 염구준의 뒤에 숨어 창밖의 그림자를 가리켰다."살려줘..."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모호한 검은 그림자가 아주 작은 소리로 이런 말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뭔지는 잘 몰랐지만 어둠의 원소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 그림자의 주인이 고대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지금 어디야?"그러나 그가 아무리 물어도 검은 그림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전의 말만 반복했다."살려줘..."고대영은 그렇게 몇 번 외친 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창밖을 보며 전에 받았던 정보를 떠올린 염구준은 곧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고대영이 살아있고 고씨 가문 어딘가에 갇혀있다고.마지막 만남에서 고대영은 가문으로 돌아가 말해보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가주와 이야기를 나눈 게 분명했다. '가주에게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군!'비록 가주가 나흘 뒤 수련을 마치고 나올 거라고 했지만 그는 가만히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가을아, 옥팔찌 찼어?" 염구준이 물었다. "찼... 찼어."손가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쫓아오는 걸 감지한 염구준은 재밌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나온 건 고대영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미리 밑밥을 깔아놓기 위해서였다.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전한 계획이 다 써져 있었다. '오늘 밤은 너희 모두 편하게 보내지 못할 것이다.'염구준은 생각하며 밤새 동안 달렸고 그를 감시하던 고씨 가문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라 밤새 동안 달렸다.나머지 고씨 가문 사람들은 염구준이 밖에서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잠도 자지 못하고 밤새 동안 자리를 지켰다. 고씨 가문 전체가 염구준 하나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그들이 싸움질하는 사이, 어느덧 날이 밝았다.염구준은 아무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담담하게 다시 호텔로 향했다."휴."고씨 가문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서 숨을 헐떡이며 호텔에 들어가려는 염구준을 막아섰다. "넌 안 자고 한밤중에 왜 돌아다니냐?" 고우혁이 염구준을 째려보며 말했다. "오줌도 싸고 개도 산책 시키려고 그렇지."말하면서 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보며 경고를 주었다. "너무 설치고 다니지 않는 게 좋을 거야."밤새 뛰어다니느라 이미 화가 쌓여있던 상태에서 조롱까지 당하니 고우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냅다 소리쳤다. "계속 설치고 다니겠다면 어쩔건데?!""패배자 주제에 말이 많네. 내가 정말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아?"염구준은 살기를 내뿜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상대방이 손을 대기라도 하면 염구준은 바로 죽일 생각이었다. 고우혁이 계속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짜증이 났다. "이건 네가 먼저 날 건드린 거야." 그의 말에 자극 받은 고우혁은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스스로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싸우려고 하는 건 너무 이상했다. 이건 그냥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닌가?"그만해!"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질 때쯤, 고영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그들을 막았다.비록 줄곧 부근에 있었긴 했지만 굳이
고영준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였다. 고씨 가문은 겉으로만 평화로워 보일 뿐, 내부는 이미 여러개의 파로 나눠져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났다. 부가주로서 그도 이 점을 잘 알고있었지만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은 포권을 쥐고 감사인사를 건넸다.'나랑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군.'"하하. 별 일 아닌 걸요. 그냥 앞으로 저한테 또 이런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게 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진짜로 저는 더 이상 모순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이미 벌어진 일을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기 때문에 고영준은 그저 손을 저었다."당연하죠."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조용한 곳 좀 찾아주실 수 있습니까?"동맹을 맺는 건 꼭 필요한 일이고, 여기는 그에게 낯선 곳이기에 옮겨야 했다. 고영준은 잠시 고민한 뒤 그를 또다른 길로 안내했다."이리로 오시죠."그렇게 두 사람은 창문도 없고 신호도 통하지 않는 조용한 밀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제 말해보세요." 고영준은 자리에 앉아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고대영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그의 반응을 관찰했다."뭐라고요? 대영이는 분명 당신 손에 죽었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들은 고영준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염구준이 나를 속일 이유는 없으니 이 말이 진짜라는 말인가?'염구준은 고영준의 반응을 보고 거짓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말을 이었다."저는 안 죽였습니다. 고대영도 가문으로 돌아왔고요. 보지 못하셨어요?""그건 말도 안 됩니다!"고영준은 염구준의 말이 믿기지가 않아 고개를 저었다.고대영이 죽지 않았다고만 하면 조금은 믿었겠지만 가문에 돌아왔다고 하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줄곧 가문에 있었지만 상대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말이 안 될 거는 없죠. 만약 누군가가 숨겼다면요?"염구준은 비교적 가능성이 있는 추측을
비록 몇 시간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 염구준을 걱정했다."무슨 일이 있겠어?""나머지는 방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나도 마침 할 말이 있거든."염구준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에는 여전히 감시가 붙어있었기에 조용한 곳으로 가야했다. 고영준이 말해뒀는지 오늘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해줬는데 특별히 많았다.정오가 되자 조용하던 복도에서 한 방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안에서 두 명이 나와 재빨리 계단을 향해 달려가 버렸다. "모두 주의해. 염구준과 누군가가 방에서 나왔으니 얼른 뒤에 붙도록."염구준을 감시하던 고씨 가문 사람들의 이어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미친. 또?'밤새 뛰어다녀서 잠 좀 자려고 했더니 이게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가고 싶지 않아도 반드시 뒤를 따라야 하기에 그들은 지금 염구준이 너무나도 미웠다."이미 호텔에서 나왔다. C팀, D팀 얼른 따라가. 절대 놓치지 마라.""지금 백화점에 들어갔어. G팀, 제대로 감시해."염구준의 동향을 관찰하기 위해서 고씨 가문은 도시의 모든 씨씨티비를 움직였다."목표가 느려졌는데, 올라가서 포위할까요?" 감시자 중 한 명이 보고했다."아니, 괜히 놀라게 하지 말고 그냥 따라다녀."고우혁은 통제실에 와서 모든 사람들을 지휘했다."네!"이에 거의 모든 감시자들이 백화점에 도착했고 순식간에 수백 개의 눈들이 모였다. 그러나 30분 후에 고우혁은 이 두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백화점에 가자."백화점에 도착한 고우혁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염구준, 너 또 뭐 하는 거야?""죄송하지만 사람 잘못 보셨어요." 두 사람이 몸을 돌리자 그중 손가을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염구준의 것으로, 덩치가 우람하게 보이기 위해 옷 안에 뭔가를 많이 집어넣은 상태였다.'여자 목소리? 역용술인가?'그러자 고우혁은 일이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이런. 유인책에 걸려든 건가?'하지만 지금 다시 호텔로 돌아가도 소
"두 분 모두 이만 돌아가세요. 가능한 한 호텔에서 나오지 마시고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직원에게 말하면 됩니다. 그리고 염구준 씨는 이미 나갔습니다."고영준은 매우 겸손하게 말했지만 영문도 모른 채로 속임수에 넘어갔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방금 전에 염구준이 전화가 와서 그더러 사람들을 데리고 백화점에 오라고 했기에,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그는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염구준은 손가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세 가지 조치를 해뒀는데 그중 첫번째가 용필이 손가을을 보호하게 하는 거였고 두번째가 호신 옥팔찌를 차게 하는 거였다.그리고 세번째는 고영준이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세 가지 조치를 해두고서야 그는 마음 놓고 고대영을 찾으러 갈 수 있었다. 한편, 지금 염구준은 이미 검집을 담은 큰 캐리어를 끌고 교외에 도착했다. 귀중품을 손가을과 같은 공간에 두어서는 안 됐다. 그럼 상대방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이 수백 개의 암실 중에서 먼저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염구준은 빽빽한 붉은 점이 그려진 지도를 보자마자 머리가 아파왔다.'고영준이 이렇게까지 일을 못할 줄이야.''음? 기황굴?'이때 눈에 띄는 독특한 이름이 보여 그는 먼저 이곳을 가보려고 했다.시간도 급하고 임무도 막심하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지도를 주머니에 넣은 뒤 목적지로 출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황굴 부근에 도착한 염구준은 한참 동안 찾은 뒤에야 넝굴에 가리워진 입구를 찾아냈다.'진짜 은밀하게도 있네.'동굴 안이 너무 어두컴컴한 탓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슉.그래서 그는 더 이상 관찰하지 않기로 하고 바로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여기까지 온 이상 한 번은 들어가봐야 했다. 펑!그렇게 그는 불 원소의 능력을 써서 몸 전체에 불빛을 둘러 동굴 안을 밝게 비추었는데, 갈림길 없이 깊은 곳으로 뻗어져있었다."다른데랑 별로 다른 건 없네."별로 수상한 점은 발견하지
"끄아악!"브루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겁에 질린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퉤,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백호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브루언을 채 해결하기도 전에 동굴에서는 또다시 욕설이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달무 일행이었다."X발, 브루언 그 새끼가 사람이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에 배신을 때려?""그 새끼가 계획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진짜 내 눈에 들키지만 마라.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여버릴 테니까."말만 들어서는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이윽고 달무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멀리서 서 있는 염구준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달무 쪽 일행은 총 여섯으로, 손실이 매우 막심했다. "살려줘!"그들의 모습을 본 브루언은 바닥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도움을 구했다.'뻔뻔하면 무적이라더니.'탕!달무는 앞으로 걸어가 일격으로 그를 죽인 뒤 웃으면서 염구준 등을 바라보았다."저희 대신 배신자를 처리해주신 거, 감사합니다."그는 전에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사인사를 했다.상대방이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염구준은 그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호, 네 일이나 잘해. "이 말을 들은 백호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문에 대고 팔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하압!"이 거대한 힘에 문 위에 있던 얼음은 전부 갈라져 땅에 떨어졌고 얼음이 없어지자 두꺼운 대문 역시 반응을 보였다.끼익.대문은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이 두 문은 가볍지 않았다. 백호조차도 이마에서 땀이 나올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후!"문이 완전히 열리자 백호는 힘을 거두고 탁한 기운을 토해냈다.안에는 약간의 빛이 있었는데, 내부 장식은 고대의 궁전처럼 보였다. 비록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장소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위엄있
가족들은 모두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염구준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였다.이에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비록 행복하긴 하지만 이건 모두 환상이야. 그림의 떡과도 같은 거지. 현실이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살아가야 해.'무척 뛰어난 환각술이고 모두 그가 바라던 모습이긴 했지만 마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반보천인이 될 수 있던 탓인지 그는 환각술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깨져라."염구준이 작게 읊조리자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눈앞의 화면을 지웠다."구준아, 꼭 앞을 보며 달려야 한다."고유연은 점차 사라지면서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그는 텅 빈 대문을 향해 대답했다.비록 환각술 때문에 마음속의 상처가 더 깊어지긴 했지만 오래된 바람을 이루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확고한 마음이 없어 전부 혼잣말을 하며 동굴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발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발요.""아, 계속 채굴할 테니까 때리지 마세요.""전주님, 영원히 당신을 따를 테니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이렇게 보니 염구준의 환각술만 아름다운 화면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나겠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소리 지르자 체내의 진기들이 사람들을 뒤덮었고, 이에 사람들은 몸을 떨다가 곧바로 눈이 맑아졌다. 그들은 전부 망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단한 환각술이야."백호는 조금 두려워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신 위 경지의 자신도 버티지 못한 걸 보아 방금 전의 환각술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작은 방금 전에 한 말들이 생각 나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께서 분명 다 들으셨을 거야. 아, 창피해.'"다들 빛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 환각술에 걸린 걸 거예요."염구준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빛은 커녕 그저 얼어버린 굳게 닫힌 문 밖에 보지 못했었다. 동굴 안에 들어온
'도안?'설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벽을 쳐다보았고 곧 정말로 얼음층 뒤의 돌멩이에 아주 옅은 색으로 새겨져 있는 도안을 발견했다.도안이 양 끝으로 뻗어진 걸 보면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들어올 때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뭐야?"도안을 보면 볼 수록 낯이 익어 염구준은 끊임없이 회상하기 시작했다.'옥패!'이 도안들은 전에 복제판 옥패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했다.이곳에 정말 옥패의 단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염구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한참 동안 들여다 보아도 무언가 확실한 걸 보아낼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안에 더 깊이 들어가 탐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가죠. 이건 이따가 다시 나와서 보고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뒤를 따랐고 또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다왔어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설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염구준 등은 크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바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공간이 갑자기 변하더니 주위의 환경도 변했고,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모습을 감추었다. '염씨 가문의 저택?'염구준은 주위의 환경을 보면서 곧바로 이곳이 그가 어릴 때 생활했던 곳이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는 그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의 어머니도 살아계셨다."구준아, 빨리 들어와서 밥 먹지 않고 뭘 멍 때리는 거니?"이때, 고유연이 안에서 나오며 자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이에 염구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목이 멘 채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해?"고유연은 관심 어린 어투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든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염구준은 그제야 반응이 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쳐다보았다. 그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염호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
"미친."염구준은 감탄하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펭귄들을 막으면서 제때에 도와주기 위해 대오 쪽으로 붙었다.'여기가 펭귄 집이야 뭐야. 끝도 없네. 무엇보다 이 펭귄들 너무 괴상해. 피냄새만 맡으면 포악해지면서 미친듯이 달려들잖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는 바닥에 뿌려진 피들이 피안개로 변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해.'염구준은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을 지키면서 달려오는 펭귄들을 물리쳤다."아악, 난 죽고 싶지 않아!"그러나 이때 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겁에 질려 갑자기 진형 밖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싸우고 있었던 터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X발, 괜히 말썽만 피우기는." 백호는 욕을 읊조리고는 도망친 사람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내가 갈 테니까 진형을 유지해."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앞으로 돌진해 방금 뛰쳐나간 사람을 공격하는 펭귄들을 물리쳤다.겨우 잠깐 사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걸 보면 펭귄들의 공격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염구준은 뛰쳐나간 사람의 옷깃을 잡고는 팔을 휘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 입구에 던졌다.'이상해. 이 펭귄들 피냄새를 맡고 동굴 입구까지 쫓아갔으면서 정작 도착한 뒤에는 한 눈 보고 다시 돌아가잖아. 안에 있는 걸 이 펭귄들이 꺼리는 건가 보군.'염구준은 사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대오의 앞부분으로 돌아간 후 길을 열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동굴 입구쪽에 도착하게 도와주었다.동굴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들은 안전한 셈이었다."너 이 자식, 네가 무모하게 뛰어다닌 바람에 하마터면 진형이 무너질 뻔 했잖아. 진형이 무너지면 다들 죽을 수도 있었어!"설구는 방금 전에 도망친 사람을 보자마자 발로 차버렸다.이미 오기 전부터 그는 말을 했었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도망친 사람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